사건
2020노156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황은영(기소), 조두현, 안성희, 윤인식(공판)
변호인
변호사 유해용, 김민지
법무법인(유한) 동헌 담당변호사 신용석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1. 23. 선고 2018고단2426 판결
환송전당심판결
판결선고
2020. 9. 2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소송의 경과
가. 원심판결
피고인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고단2426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공소가 제기되었고, 원심은 2019. 1, 23.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였다.
나. 환송전 판결
피고인은 원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환송 전 당심은 2019. 7. 18.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다. 환송판결
피고인은 위 판결에 대하여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상고를 제기하였고,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AO으로 하여금 이 사건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을 두고 법령에서 정한 검사 전보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위반하여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아,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환송 전 당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이 법원으로 환송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법리오해
① Y에 대한 인사는 복무평가, 감찰사항, 세평, 보직경로 등을 종합한 결과이고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 위반 등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AO으로 하여금 이 사건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사실이 있더라도 이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는 점, ② J국장인 피고인에게는 검사 인사에 대한 일반적인 직무권한이 없고, 검사 인사와 관련한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도 않은 점, ③ AO은 검사 인사와 관련해서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없는 보조자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 대한 직권남용죄는 성립할 수 없는데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사실오인
① 피고인은 2018. 1. 29.경 언론보도를 접하기 이전까지는 장례식장에서 이루어진 Y에 대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소문을 접한 적도 없고, ②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Y에게 사직을 유도하려는 동기가 없었으며, ③ AO으로 하여금 Y을 BA지청으로 배치하도록 지시한 적도 없었음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는 환송 후 당심에서 기존의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그 공소사실 중 [구체적 범죄사실] 3. 10번째 문단 '이로써 피고인은 법무부 J국이 마련하는 검사인사안 결정과 관련한 J국장의 업무권한을 남용하여 법무부 J국 AM과 검사인사담당 검사들로 하여금 인사원칙과 기준에 반하여 검사 Y을 BV지방검찰청 BA지청에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부분을 '이로써 피고인은 법무부 J국이 마련하는 검사인사안 결정과 관련한 J국장의 업무권한을 남용하여 검사 Y을 BV지방검찰청 BA지청에 전보시켜 근무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로 변경하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의 사유가 있음에도,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 대상에 해당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4.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가.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W부터 J국장으로 재직하면서, 검찰행정 및 검찰인사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J국 마련의 인사안을 확정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J국과 AM과는 2015. 6. 10.경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 계획 초안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2015. 7. 20.경 세부일정과 내용을 포함한 '2015년 하반기 인사구도'를 검찰 총장과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였고, 2015. 8. 17.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15. 8. 20. '2015년 하반기 검사 인사이동내역'을 발표하였다.
2015. 8. 17.자 제107차 검찰인사위원회에서는 인사원칙으로 '일반검사의 경우 하반기에는 결원 발생 등 요인에 따라 필요최소한도의 인사만을 시행한다'고 의결하였고, 인사구도로 '○ 법무부 및 서울중앙 등 주요보직 전출인원이 적고, 지방청의 경우 육아나 가정 상황 등에 따라 유임 희망자가 많은 점 고려, ○ 근속기간 1년 9월 ~ 2년 미만자는 원칙적으로 유임하고 2년 이상자는 원칙적으로 전보하되, 2016년 상반기 대규모 인사 시 주요보직 발탁 가능성이 있는 경우나 지방청 근무자로서 육아 등 특별한 사정으로 유임을 희망하는 경우 등 개별적으로 유임 검토'하는 내용을 의결하였다.
그 과정에서 AO은 2015. 7. 16.경까지 대검찰청으로부터 인사대상 검사들의 감찰 · 포상자료, 사건통계, 미담사례 등 인사 관련 자료를 송부받고, 2015. 7. 17.경까지 각급 청으로부터 청별 인사의견을 제출받는 한편, AM과 복무관리시스템을 통하여 인사대상 검사들의 보직경로, 희망지, 복무평정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인사 기초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인사 기초자료를 토대로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 청별 근무인원 수요에 따라 인사대상 검사들의 전보지를 배치하였다.
이에 따라 AO은 당시 지방청인 O지청에서 경력검사로 근무하고 있던 Y이 2012. 12. 31. AP 표창을 받은 상훈, 2014. 6. 3. 사무감사 시 AQ경고를 받은 감찰자료를 포함한 복무평정, 보직경로 등 인사자료를 기초로, Y을 2015. 7. 17., 7. 19., 7. 20.에는 AR지방검찰청에, 2015. 7. 22., 7. 23., 7. 27., 7. 28., 8. 3., 8. 4., 8. 7.에는 AS지방검찰청에 각각 배치하였다가, AM과장 AT을 통하여 'Y을 O지청에 유임시켜 달라'는 O지청장 AU의 요청을 전달받게 되자 Y으로부터 '만 6세 아들의 육아를 위하여 O지청에 유임하고 싶다'는 내용의 유임의사를 구두로 직접 확인한 후 2015. 8. 9.에는 Y을 O지청에 유임시키는 안을 마련하였고, 계속하여 Y을 2015. 8. 12.에는 AV지방검찰청 AW 지청, R지방검찰청 S지청에 순차로 배치하였으며, 2015. 8. 13.경부터는 AT에 대한 보고를 거쳐 AT과 함께 인사안을 마련하면서, Y을 2015. 8. 13.에는 AX지방검찰청에, 2015. 8. 15.에는 AY지방검찰청에 각각 배치하였다가, 2015. 8. 15., 8. 16., 8. 17.에는 AZ지방검찰청에 배치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2010. 10. 30.경 당시 자신의 Y에 대한 성추행 상황을 목격한 다수의 검사가 존재하는 와중에 실제로 법무부 AD실에서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진상확인까지 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역시 AC 등으로부터 주의를 받았고, 자신의 성추행 비위사실이 목격자들과 AG 등을 통하여 검찰 내부에서 점차 확산되어 불안감을 느끼던 중, 2015. 8. 17. 검찰인사위원회 개최 무렵 AT과 AO으로부터 인사안을 보고받고 Y에 대한 배치 내역을 알게 되자, Y과 관련된 문제가 계속 불거질 경우 향후 자신의 보직관리에 장애가 초래될 것을 우려하여,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에서 Y의 생활근거지인 서울과 원거리여서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기 곤란한 임지로 Y을 전보시키는 안을 만들도록 지시하여 Y의 사직을 유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AO은 2015. 7. 17.경부터 2015. 8. 17.경까지 검사에 대한 인사원칙과 기준에 따라 Y을 O지청에 유임시키거나 AR지방검찰청, AS 지방검찰청, AV지방검찰청 AW 지청, R지방검찰청 S지청, AX 지방검찰청, AY지방검찰청, AZ지방검찰청 등 차치지청 이상 검찰청에만 배치하였을 뿐 부치지청1)에는 한 번도 배치한 적이 없었고, 검찰인사 위원회 개최 무렵 피고인에게 보고된 인사안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로서 그 이후 인사발표 직전 Y을 BA지청으로 변경하여 배치하여야 할 객관적인 인사안 변동요인도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5. 8. 17. 검찰인사위원회 개최 무렵 AO에게 부치지청인 O지청에서 근무한 Y을 다시 부치지청인 BA지청에 배치하는 등 Y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는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하였고, AO은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2015. 8. 18. 오후경부터 2015. 8. 19. 오전경 사이에 Y을 BA지청에 배치하는 인사안을 작성하여 AT을 거쳐 피고인에게 보고하였으며, 이와 같이 보고된 인사안은 그대로 확정되어 2015. 8. 20.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가 발표되었다.
결국 AV지방검찰청 BB지청, BC지방검찰청, AB지방검찰청을 거쳐 부치지청인 O지청에 근무하고 있던 경력 검사인 Y을 부치지청인 BA지청으로 다시 전보시키는 위와 같은 인사안은, 부치지청에서 근무한 경력검사에 대하여 다음 인사에서 우대한다는 취지의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의 본질에 반하는 전례 없는 인사일 뿐만 아니라 인사대상자가 곧바로 사직서를 제출할 정도로 가혹한 인사상 불이익에 해당하여, 검찰 인사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법무부 J국이 마련하는 인사안 결정과 관련한 J국장의 업무권한을 남용하여 J국 AM과 검사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하여 Y을 BA지청에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이 법무부 J국이 마련하는 인사안 결정과 관련한 J국장의 업무권한을 남용하여 J국 AM과 검사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하여 Y을 BA지청에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1) 검사인사담당 검사에게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직권의 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 ·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의 판단기준은 구체적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그 목적과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에서 볼 때의 필요성 · 상당성 여부, 직권 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란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때를 의미하고,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에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도11884 판결 등 참조).
검찰청법 제35조 제1항은 "검사의 임용, 전보, 그 밖의 인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법무부에 검찰인사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4항은 검찰인 사위원회가 '검찰인사행정에 관한 기본계획의 수립 및 검찰인사 관계 법령의 개정·폐지에 관한 사항', '검사의 임용 · 전보의 원칙과 기준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위 각 증거들에 의하면, 1981. 4. 13.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찰인사의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검찰인사위원회 제도를 신설하였고, 2004. 1. 20. 검찰청법 개정을 통하여 검찰인사가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검찰인사위원회를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변경하였는데,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가 이루어지기 직전까지 모두 107회에 걸쳐 검찰인사위원회가 개최되어 검사의 임용·전보의 원칙과 기준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한 후 의결하였고, 법무부 J국 AM과에서는 이와 같이 그 동안 축적된 검사의 임용·전보의 원칙과 기준에 관한 사항 등을 '검사인사원칙집'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하여 관리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통하여 축적된 검사의 임용·전보의 원칙과 기준에 관한 사항 등은 법무부 J국장과 AM과장을 비롯한 검사인사담당 검사가 준수하여야 하는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이 되므로, 검사인사담당 검사는 검사에 대한 인사안을 작성함에 있어서 이러한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검사인사담당 검사에게도 검사에 대한 인사안을 작성함에 있어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2) 검사의 인사에 관한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위와 같은 법리에 의하면,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어야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에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는 것은,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를 이루는 내용이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어떠한 구체적으로 규정된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를 준수할 의무가 법령에 근거를 둔 경우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검찰청법 제35조 제1항, 제4항에 따라 법무부 J국장과 AM과장을 비롯한 검사인사담당 검사가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야 하는 의무의 이행으로 검찰인 사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통하여 축적된 검사의 임용·전보의 원칙과 기준에 관한 사항 등을 준수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이상,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를 이루는 내용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검사의 임용·전보의 원칙과 기준에 관한 사항 등이 비록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 및 의결을 통하여 형성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검사의 인사에 관한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다고 할 수 없다.
3) 피고인이 Y을 추행한 사실을 인식하였는지 여부 및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 사정들에 비추어 피고인은 2010. 10. 30.경 Z병원 장례식장에서 AA을 수행하여 조문하던 중 AA 및 다수의 검사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Y이 피고인의 오른쪽에 나란히 앉게 되자 Y에게 몸을 기대고 오른손을 Y의 몸 뒤 쪽으로 두르는 방법으로 Y의 오른쪽 허리를 만지고 Y의 엉덩이를 계속하여 쓰다듬는 등 Y을 강제로 추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나아가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자신이 모시는 상관인 AA을 수행하여 저녁식사를 마친 후 장례식장에 문상을 가는 것까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취하여 기억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신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점, ② 저녁식사 자리부터 AA을 수행하였던 그 비서관 BK도 피고인이 술에 취하여 정신을 잃거나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고, 그 당시 피고인이 만취하거나 하지는 아니하였던 것 같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③ Z병원 장례식장에 피고인과 함께 있었던 검사들도 피고인이 술에 취한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만을 할 뿐 피고인이 술에 취하여 정신을 잃거나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는 진술까지는 하지 아니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2010. 10. 30.경 Z병원 장례식장에서 Y을 강제로 추행한 자신의 위와 같은 행위를 인식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4) 피고인에게 Y에 대하여 인사상의 불이익을 줄 동기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Y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 AD실에서 자신의 Y에 대한 성추행 사건 진상조사가 이루어졌다는 것과 위와 같은 사실이 검찰 내외에 널리 알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이와 같은 문제가 계속 불거질 경우 향후 자신의 보직관리에 장애가 초래될 것을 우려하여 Y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그의 사직을 유도하고자 하는 동기가 충분히 있었다고 할 수 있다.
5) 피고인이 AO에게 Y을 BA지청에 배치하는 부당한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지시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Y을 BA지청에 배치하는 인사안은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의 하나에 해당하는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를 실질적으로 위반하는 것으로서 실무 담당자인 AO이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있고, 나아가 AO이 경력검사인 Y을 O지청에 유임시키거나 AR지방검찰청, AS지방검찰청, AV지방검찰청 AW지청, R지방검찰청 S지청, AX지방검찰청, AY지방검찰청, AZ지 방검찰청 등 차치지청 이상 검찰청에 배치하는 인사안을 작성하였다가 검찰인사위원회 개최 후 Y을 부치지청인 BA지청으로 배치하는 인사안을 작성한 것인데, Y을 위와 같이 차치지청 이상 검찰청에 배치하는 인사안이 검찰인사위원회 개최 무렵 J국장인 피고인에게 보고가 된 것으로 보이는 이상, AO이 검사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피고인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Y을 BA지청에 배치함으로써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의 하나에 해당하는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를 실질적으로 위반하는 인사안을 작성하여 피고인의 결재를 받는다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고, BJ 대신 Y을 BA지청에 배치하는 인사안을 작성한 과정이 자연스럽지 아니할뿐더러 Y이 사직원을 제출하였다는 내용의 2015. 8. 24.자 보고서가 작성된 경위도 석연치 아니하므로, AO이 피고인의 지시를 받고 Y을 BA지청에 배치하는 인사안을 작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환송판결의 요지
1)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이하 '직권남용죄'라 한다)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라 함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도13766 판결,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도11884 판결,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328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실무 담당자에게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는지 여부 및 공무원의 직권남용행위로 인하여 실무 담당자가 한 일이 그러한 기준이나 절차를 위반하여 한 것으로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련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위 법리와 관련 법령 및 기록 등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AO으로 하여금 이 사건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을 두고 피고인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AO으로 하여금 그가 지켜야 할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검찰청법 제34조 제1항). 한편, 정부조직법 제2조에 의하면 중앙행정기관의 보조기관은 동법과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차관 · 차장 · 실장 · 국장 및 과장으로 하고, 중앙행정기관에는 그 기관의 장, 차관 · 차장 · 실장 · 국장 밑에 그를 보좌하는 보좌기관을 둘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라 J국장은 검찰행정사항(인사 · 조직 등)을 분장하면서 법무부장관의 검사 인사제청권한을 보조하고, 검사인사담당 검사는 J국장의 일반검사 인사업무를 보좌한다.
검사에 대한 전보인사는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한 것으로서 법령에서 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보인사는 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하고, 검사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직무능력, 인격을 갖출 것이 요구되므로 인사권자는 법령의 제한을 벗어나지 않는 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전보인사의 내용을 결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결정함에 있어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 인사권자의 지시 또는 위임에 따라 검사인사에 관한 직무집행을 보조 내지 보좌하는 실무 담당자도 그 범위에서 일정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재량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나) 법무부장관은 검사에 대한 근무성적과 자질을 평정하기 위하여 공정한 평정기준을 마련하여야 하고, 위 자질 평정기준에는 성실성, 청렴성 및 친절성 등이 포함되어야 하며, 법무부장관은 위 평정기준에 따라 검사에 대한 평정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직, 전보 등의 인사관리에 반영한다(검찰청법 제35조의2). 검사의 임용, 전보, 그 밖의 인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법무부에 검찰인사위원회를 두고, 검찰인사위원회는 검사의 임용·전보의 원칙과 기준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여 의결한다(검찰청법 제35조), 법무부 J국에서는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축적된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검사인사원칙집'이라는 자료집 형태로 정리해왔고, 법무부 J국장, AM과장과 검사인사담당 검사 등을 비롯한 검사인사담당자들은 위와 같은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적용하여 전보인사안을 작성해왔다. 검사인사원칙집에는 검사의 전보인사에 관한 인사기준으로 전보 근속기간, 인사시기, 평검사 인사배치, 경력검사 배치원칙, 여성검사 배치, 장기 해외연수 검사 배치 등에 관한 기준을 두고 있고, 기타 인사 시 고려사항으로 근무실적 우수자 등 희망지 우선 반영, 감찰사항 지적자·근무실적 부진자·각종 물의 야기자 등은 상응하는 인사조치 단행, 올해의 검사 · 모범검사 등의 근무희망지 우선 배려, 기관장 복무평가 · 검사장 인사의견 최대한 반영 등을 정하고 있다.
그중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가장 최근인 2005. 7. 26. 검찰인사위원회심의 사항에 의할 때, '부치지청 경력검사 인사 희망 우선 배려, 부치지청 경력검사는 교체가 원칙이되 인사 희망이나 향후 인사운영구도 등에 따라 일부 유임도 고려, 전입검사는 차기 인사시 희망지를 우선 배려할 수 있도록 근무성적이나 자질이 탁월한 검사를 엄선하여 배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이 사건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와 관련한 2015. 8. 17. 검찰인사위원회에서는 관련 심의·의결이 없었다. 이와 같은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부치지청에 경력검사를 배치하고 경력 검사가 부치지청에서 근무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강도로 근무한 것을 고려하여 차기 전보인사에서 해당 경력검사의 인사희망을 배려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인사안 작성 당시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가 인사기준 내지 고려사항의 하나로 유지되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부치지청에서 근무한 경력검사를 차기 전보인사에서 배려한다는 내용에 불과하다. 또한 관련 법령 등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관련 법령이나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사항 등을 전제로 한 여러 인사기준 또는 다양한 고려사항들 중 하나로서, 검사인사담당 검사가 검사의 전보인사안을 작성함에 있어 지켜야 할 일의적 · 절대적 기준이라고 볼 수 없고, 다른 인사기준 내지 다양한 고려사항들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볼 만한 근거도 찾기 어렵다.
다) 이와 같이 검사의 전보인사에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고, 인사기준 역시 다냥한 기준과 고려사항들을 종합적으로 참작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검사의 전보인사는 다수 인사대상자들의 보직과 근무지를 일괄적으로 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상호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인사권자의 지시나 위임에 따라 인사안을 작성하는 실무 담당자는 인사대상자 전원에 대하여 위와 같은 여러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종합하여 인사안을 작성할 재량이 있고, 그 과정에 각 기준 또는 고려사항을 모두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재량의 범위 내에서 우열을 판단하여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인사안이 부치지청인 O지청에 근무하고 있던 경력검사인 Y을 부치지청인 BA지청으로 다시 전보시키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경력 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의 본질에 반한다거나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인사대상자가 곧바로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 사건 인사안이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한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
결국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과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AO으로 하여금 이 사건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을 두고 법령에서 정한 검사 전보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위반하여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이 법원의 판단
환송판결의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AO으로 하여금 이 사건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을 두고 법령에서 정한 검사 전보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위반하여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직권남용죄에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고,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 사유도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부분】
1.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피고인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4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제4의 다, 라. 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
2. 환송 후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
가. 예비적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중 10번째 문단 '이로써 피고인은 법무부 J국이 마련하는 검사인사안 결정과 관련한 J국장의 업무권한을 남용하여 법무부 J국 AM과 검사인 사담당 검사들로 하여금 인사원칙과 기준에 반하여 검사 Y을 BV지방검찰청 BA지청에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부분을 '이로써 피고인은 법무부 J국이 마련하는 검사인사안 결정과 관련한 J국장의 업무권한을 남용하여 검사 Y을 BV지방검찰청 BA지청에 전보시켜 근무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로 변경하는 외에는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과 같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단순히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직권을 남용하여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그 결과의 발생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2도3453 판결,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도12754 판결 등 참조).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과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은 형법 제123조가 규정하고 있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결과'로서 둘 중 어느 하나가 충족되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 이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와 구별되는 별개의 범죄성립요건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러한 이유만으로 상대방이 한 일이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직권을 남용하였는지와 별도로 상대방이 그러한 일을 할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직권을 남용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곧바로 그에 따른 행위가 의무 없는 일이 된다고 인정하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라는 범죄성립요건의 독자성을 부정하는 결과가 되고,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의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에도 어긋나게 된다.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일반 사인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권에 대응하여 따라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그에게 어떠한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공무원이거나 법령에 따라 일정한 공적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공공기관 등의 임직원인 경우에는 법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가 직권에 대응하여 어떠한 일을 한 것이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계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행정조직은 날로 복잡 · 다양화 · 전문화되고 있는 현대 행정에 대응하는 한편, 민주주의의 요청을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행정조직은 통일된 계통구조를 갖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고,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긴밀한 협동과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그로 인하여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 집행은 다양한 준비과정과 검토 및 다른 공무원, 부서 또는 유관기관 등과의 협조를 거쳐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러한 협조 또는 의견교환 등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하고, 동등한 지위 사이뿐만 아니라 상하기관 사이,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 사이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러한 관계에서 일방이 상대방의 요청을 청취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협조하는 등 요청에 응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결국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게 한 때에 상대방이 공무원 또는 유관기관의 임직원인 경우에는 그가 한 일이 형식과 내용 등에 있어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하여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2236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국가공무원법 제56조는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같은 법 제57조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공무원의 복종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같은 법 제2조 제1항은 국가공무원은 경력직 공무원과 특수경력직 공무원으로 구분하면서, 같은 조 제2항은 특수경력직 공무원을 일반직공무원과 특정직공무원으로 구분하고, 같은 항 제2호는 검사를 특정직공무원의 하나로 열거하고 있다.
위와 같은 관련된 법령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검사는 국가공무원으로서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의무는 성질상 검사의 전보인사에 따른 발령지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검사는 검찰청법 제35조의2, 제35조에 따른 전보의 대상이 되고, 지방공무원법과는 달리 국가공무원법은 전입·전출에 있어 공무원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지방공무원법 제29조의3 참조),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보면, Y이 BV지방검찰청 BA지청에 전보된 이상 BA지청에서 검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고, 다만 위에서 든 법리에 비추어 법령에서 정한 직무범위를 벗어나거나 법령에서 정한 의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게 하였다면 형법 제123조에서 정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인바,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의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Y을 BV지방검찰청 BA 지청에 전보시켜 근무하게 한 사실이 있다고 보더라도 이를 법령에서 정한 직무범위를 벗어나거나 법령에서 정한 의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게 하였다고 볼 여지도 없다.
결국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Y으로 하여금 BV지방검찰청 BA지청에 전보시켜 근무하게 하였다고 하여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 및 예비적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반정모
판사 차은경
판사 김양섭
주석
1) 지방검찰청 소속 소규모 지청으로서 검사장이나 차장검사가 없고 지청장과 부장검사가 배치되어 있는 지청을 말한다.
2) Y은 2015. 8. 20. 인사 직후 O지청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가 O지청장 등 주변의 만류로 2015. 8. 25. 이를 철회하고 육아휴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