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다254047 손해배상 ( 기 )
원고,피상고인
1. A
2. B
피고,상고인
1. C
2. 주식회사 D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9. 2. 선고 2015나2069240 판결
판결선고
2019. 5. 30 ,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
1. 피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고 B에 대한 ' 6 · 25 ' 와 ' 애국가 ' 관련 명예훼손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C가 ' 원고 B는 6 · 25 전쟁이 북침이라고 생각한다 ' 거나 ' 원고 B는 애국가도 안 부른다 ' 는 취지로 발언하고 피고 주식회사 D ( 이하 ' 피고 D ' 라고 한다 ) 가 이를 방송한 것은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인정되고,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아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
관련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의견표명과 사실의 적시, 적시사실의 허위성이나 명예훼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
나. 원고들에 대한 ' 종북 ' 관련 명예훼손 부분에 관하여 ( 1 )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피고 C가 원고들을 ' 종북 ' 인사라고 칭하면서 이는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부정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하였는데, 이는 사실을 적시한 것이고, 제출된 자료들은 원고들의 ' 종북 활동 ' 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없어 허위사실에 해당하며,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 ( 2 ) 표현행위로 인한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되려면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명예는 객관적인 사회적 평판을 뜻한다. 누군가를 단순히 ' 종북 ' 이나 ' 주사파 ' 라고 하는 등 부정적인 표현으로 지칭했다고 해서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러한 표현행위로 말미암아 객관적으로 평판이나 명성이 손상되었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된다 .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사용된 표현뿐만 아니라 발언자와 그 상대방이 누구이고 어떤 지위에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 극우 ' 는 ' 극좌 ' 든, ' 보수우익 ' 이든 ' 종북 ' 이나 ' 주사파 ' 는 그 표현만을 들어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 그 표현을 한 맥락을 고려하여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
피해자의 지위를 고려하는 것은 이른바 공인 이론에 반영되어 있다. 공론의 장에 나선 전면적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그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극복해야 한다. 발언자의 지위나 평소 태도도 그 발언으로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판단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하여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 · 유지시켜 나가야 하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개인의 사적 법익도 보호되어야 하므로, 표현의 자유 보장과 인격권 보호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에는 구체적인 경우에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여야 한다.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 (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 ( 3 )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판단된다 .
이 사건 방송 당시 원고 B는 국회의원이자 공당의 대표로서 대통령후보자로도 입후보한 적이 있는 공인이었고, 그의 남편인 원고 A도 그간의 사회활동경력 등에 비추어 공인이나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원고들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
원고들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의 언론보도를 통해 대중의 공적 관심사가 되었다고 보이는데,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
이러한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C가 원고들을 위와 같이 ' 종북 ' 이라고 표현하고 피고 D가 이를 방송한 것은 원고들이 공인으로서 그동안 취해 온 정치적 행보나 태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 적시가 아니라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그런데도 이를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과 사실 적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
다. 원고 A에 대한 초상권 침해 부분에 관하여 ( 1 ) 원심은, 원고 A이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이며 유명 정치인의 남편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초상이 방송에서 무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방송의 내용과 사진의 노출 정도, 사진 사용에 대하여 원고 A으로부터 동의를 얻기 어려울 정도의 긴급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원고 A이 대중 노출을 전제로 한 활동을 업으로 하고 있지 않은 점, 자신의 초상을 일반적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하였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에 비추어, 원고 A의 사진이 노출됨으로써 침해되는 사익이 그를 통하여 달성할 수 있는 공익보다 현저히 큰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
( 2 )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의 공개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더라도,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해당하고,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 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다31628 판결 참조 ) .
초상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위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러한 이익형량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 및 그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침해 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및 침해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등이 있다 (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참조 ) . ( 3 )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하여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 · 유지시켜 나가야 하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데, 위 나의 ( 3 ) 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방송 당시 원고 A은 공인이나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었고, 원고 A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이미 대중의 공적 관심사가 되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또한 기록을 살펴보면, 이 사건 방송에 나온 원고 A의 사진은 이미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공개된 것을 다시 사용한 것이고, 사생활에 관한 사진이 아니라 공적 활동에 관한 사진임이 인정된다 .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는 공적 관심사에 관한 것으로 그 중대성과 필요성이 인정되고, 이미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공개된 공적 활동에 관한 사진을 사용함으로써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침해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되며, 원고 A의 공인으로서의 지위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사진이 방송에 노출됨으로 인하여 입는 피해의 정도나 피해이익의 보호가치가 그를 통하여 달성할 수 있는 공익보다 크거나 우선한다고 볼 수 없다 .
따라서 원고 A의 사진이 이 사건 방송을 통해 노출됨에 따라 원고 A의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위법성이 있다고 보아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초상권 침해행위의 위법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
2. 피고 D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D는 이 사건 방송을 한 주체로서 피고 C의 발언 내용을 사전에 충분히 파악한 상태에서 방송에 나아간 것이므로 피고 C와 공동하여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
기록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
3. 파기의 범위
원심은 원고 B에 대한 ' 6 · 25 ' 와 ' 애국가 ' 관련 명예훼손, 원고들 전부에 대한 ' 종북 ' 관련 명예훼손 및 원고 A에 대한 초상권 침해 부분을 포괄하여 피고들의 손해배상 액수를 산정하였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각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액을 구분하여 특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따라서 ' 종북 ' 관련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피고들이 배상하여야 할 전체 손해액 산정에 관한 판단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대법관
재판장 대법관 민유숙
주 심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김재형
대법관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