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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파기: 양형 과다
대전고등법원 청주재판부 2020.3.26. 선고 2019노239 판결
준강간,특수상해,특수폭행,폭행
사건

(청주)2019노239 준강간, 특수상해, 특수폭행, 폭행

피고인

A

항소인

쌍방

검사

유지연(기소), 박석재(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에토스

담당변호사 은택

판결선고

2020. 3. 26.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사실오인

피고인은 상당한 시간 동안 피해자를 폭행하였고, 폭행을 멈춘 이후에도 피해자를 차가운 바닥에 맨몸으로 장시간 누워 있게 한 점, 피해자는 성관계 당시 계속하여 몸을 떨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에 있지 않음을 충분히 인지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행위를 하겠다는 준강간의 고의가 인정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아 준강간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8. 12. 8. 16:00경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피해자를 폭행한 다음 피해자에게 "나는 잠을 자야겠다. 내가 잠을 잘 동안 너는 옆에 있어라. 옷을 모두 벗고 방바닥에서 자라."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옷을 모두 벗고 팬티만 입은 채 차가운 방바닥에 누워 있다가 피고인 잠든 후에는 방바닥에서 웅크리고 앉아 추위에 떨고 있었다. 피고인은 같은 날 19:00경 3시간가량 잠을 잔 다음 일어나 폭행과 추위로 인하여 항거불능의 상태인 피해자에게 침대로 오라고 한 다음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목과 쇄골, 항문, 성기를 입으로 빨도록 하고, 피해자 몸 위에 올라가 피해자의 팬티를 벗긴 후 1회 간음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침대로 불러들여 껴안을 당시 또는 피해자와의 성적 행위를 개시하거나 그 행위 도중의 어느 시점에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① 피해자를 안아주는 행위가 성적 행위를 전제로 한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해자도 당시 피고인이 자신을 녹여주려는 것이라고 느꼈던 점, ② 포옹에서부터 직접적인 성행위 과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새로이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겠다는 의사를 일으켰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점, ③ 성관계 당시 추가적인 폭행·협박이 없었고, 성관계 양상이 평상시와 다르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성행위 과정에서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7261 판결 참조).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의 방법이 아닌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행위를 강간죄에 준하여 처벌하고 있으므로, 준강간의 고의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한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판단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원심이 든 여러 사정들이 인정되고, 거기에다가 같은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데,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침대에 들어오라는 피고인의 요구에 피해자는 거절의 의사표시 없이 침대에 누웠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안아주자 '몸을 녹여주려고 그러나'라고 생각하기도 하였으며1), 성적 행위 이전단계에서 피해자에게 어떠한 강압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은 점, ② 피해자는 피고인의 성적 행위 요구에 거절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성관계를 개시하거나 성적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도 피고인의 추가적인 폭행이나 협박 등은 없었던 점, ③ 피해자는 성관계 이전장시간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추위로 인해 몸을 떨고 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2), 이에 몸의 떨림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성관계 거부의사를 표현하고 있다거나 이를 표출하기 어려운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까지 피해자에게 폭언을 하거나 폭행을 행사한 적이 없었는바3),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피해자에게 가한 폭행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피해자를 안아주고 성적 행위로 나아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까지 보태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음을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같은 취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검사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검사와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연인이던 피해자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하고 상해를 가한 것으로 그 죄질 및 범정이 상당히 좋지 않다. 특수상해 및 특수폭행에 사용된 부엌칼, 가위, 플라스틱 밀대 자루 등의 위험성이 크고,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은 여러 차례 폭력 전과를 가지고 있으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상해)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자숙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이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이 법원에 이르러 피해자와 합의하였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 후 정황 등 여러 양형조건을 고려해 보면,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기보다는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는 반면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며,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60조 제1항(폭행의 점), 형법 제261조, 제260조 제1항(특수폭행의 점), 각 형법 제258조의2 제1항, 제257조 제1항(특수상해의 점)

2. 형의 선택

폭행죄, 특수폭행죄에 대하여 각 징역형 선택

3.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 및 범정이 가장 무거운 2018. 12. 18. 특수상해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양형의 이유

앞서 제2의 나.항에서 살펴본 양형의 조건 등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지영난

판사 홍지영

판사 진현민

주석

1) 수사기록 46면

2) 피고인은 바닥에 누워있던 피해자에게 "춥냐"라고 하며 침대로 들어오라고도 하였다(수사기록 45면).

3) 원심 증인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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