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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17. 3. 9. 선고 2016구합78400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미간행]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강 담당변호사 이동원 외 1인)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7. 2. 23.

주문

1. 피고가 2016. 7. 27. 원고에게 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2. 11. 26.부터 주식회사 호반건설(이하 ‘호반건설’이라 한다)의 (아파트 명칭 생략) 아파트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 현장 안전관리과장으로 근무하였다. 망인은 2016. 4. 14. 회사 행사인 Mock-up 품평회(이하 ‘이 사건 품평회’라 한다)가 끝난 뒤, 이어진 문화행사 및 회식에 참석하였고 위 회식은 22:50경 종료하였다.

나. 망인은 회식 종료 후 △△역에서 전철에 탑승하여 23:35경 □□역에서 하차하였고, 버스에 탑승하기 위하여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주행 중이던 차량과 충돌하여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외상성 두부손상’으로 인하여 당일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원고는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16. 7. 27. 원고에게 ① 재해 당일 회사에서 개최한 문화행사와 회식에 망인이 참여하였으나 2차 회식의 경우는 강제성이 없는 자유선택이었던 점, ② 음주상태 또한 일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취상태는 아니었던 점, ③ 망인의 사고는 회식이 종료되고 자택으로 귀가하는 경로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잘못 알고 건너다 진행 중인 차량에 부딪혀 사망에 이른 교통사고인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는 행사 종료 후 귀가 중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이 참석했던 회식은 그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비용부담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호반건설이 주최한 회식으로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던 점, 망인은 위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인해 귀가 중에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자가 회사 밖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으며( 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누727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행사나 모임 과정에서의 과음으로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러 그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게 되었다면, 위 과음행위가 사용자 측의 만류 또는 제지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자신의 독자적이고 자발적인 결단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거나 위 회식 또는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회식 중의 음주로 인한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두9812 판결 참조).

2) 인정사실

가) 2016. 4. 14. 개최된 이 사건 품평회는 이 사건 공사가 일부 완료된 상태에서 한 세대를 정하여 인테리어 공사를 포함한 마무리 공사까지 마치고, 본사의 건설부문대표, 기술부문장, 유관부서 실장과 팀장 등과 관계자들을 불러서 완성된 모습을 시연하는 행사로, 완성될 건물의 안전성과 완성도를 미리 예측하고 향후 공사의 진행 방향과 전략을 정하는 행사였다. 그 일정은 아래 표와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일정 세부내용
08:00 - 08:30 현황보고
08:30 - 10:30 Mock-up 세대점검
10:30 - 12:00 토의 및 강평
12:00 - 13:00 중식

나) 이 사건 품평회 이후의 일정과 참석대상은 아래 표와 같다(아래 표 기재 볼링장과 식당에서의 회식을 ‘이 사건 1차 회식’, 노래방에서의 회식을 ‘이 사건 2차 회식’이라 한다). 이 사건 1, 2차 회식의 비용은 호반건설이 보유한 법인카드로 결제되어 복리후생비로 회계처리되었다.

본문내 포함된 표
장소 시간 참석인원 비고
☆☆ ☆☆☆ 볼링장 18:30 - 19:31 23명 현장직원 전원 참석
▽▽ ▽▽▽▽(식당) 19:32 - 21:03 23명 현장직원 전원 참석
◎◎◎◎◎◎(노래방) 21:20 - 22:49 9명 이 사건 공사를 총괄하는 공사부장과 망인이 속한 안전관리팀 전원 참석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4,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판단

위 인정사실과 앞에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사용자인 호반건설의 전반적인 지배·관리하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거동능력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로 말미암아 이 사건 사고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가) 이 사건 회식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① 이 사건 1차 회식은 이 사건 품평회를 마친 것을 축하하는 의미의 회식일뿐만 아니라 매년 상반기 1회, 하반기 1회로 예정된 문화행사(볼링대회)가 포함된 자리였으므로 현장직원 23명 전원이 참석하였고, 이 사건 1차 회식에 이은 이 사건 2차 회식 역시 이 사건 품평회 준비에 전반적으로 관여하였던 안전관리팀 9명은 전원이 참석하였다. 또한 이 사건 2차 회식에는 이 사건 공사를 총괄하고 있던 공사부장 소외 2가 참석하였고, 망인은 안전관리팀의 수장이었으므로 사실상 이 사건 2차 회식에의 참여가 요구되었다고 할 수 있다.

② 이 사건 2차 회식은 이 사건 품평회를 주도적으로 준비해 온 공사부와 안전관리팀이 모여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이 사건 품평회를 마친 소감과 의견을 교환하며 향후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단결력을 고취시키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업무관련성이 있다.

③ 호반건설은 이 사건 1차 회식과 2차 회식을 구별하여 1차 회식만이 공식행사라는 공지를 한 바는 없다.

나) 망인이 이 사건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① 망인은 현장 직원뿐만 아니라 본사 건설부문 대표, 기술부문장, 유관부서 실장과 팀장이 참석하는 이 사건 품평회 준비를 위하여 평소보다 강도 높은 업무를 하였을 것이고, 이 사건 사고 당일에도 08:00부터 진행된 이 사건 품평회 준비를 위해 그보다 일찍 출근하여 품평회가 종료될 때까지 긴장된 상태에서 근무하였을 것이며, 그 상태에서 이 사건 1, 2차 회식자리에서 음주를 하여 빠르게 취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② 일반적으로 저녁 회식 참석 시에는 음주가능성이 존재하고, 건설회사 현장 직원들은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 비하여 많은 양의 음주를 하는 편이며, 이 사건 1, 2차 회식은 수개월간 준비해 온 이 사건 품평회의 성공적 마무리를 축하하는 자리였으므로 긴장을 풀고 상당량의 음주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 가능하였다. 그런데 사용자는 회식에 참석한 근로자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③ 망인은 왕복 11차선 도로에 걸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2/3 정도 지난 위치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과 충돌하였다. 당시 망인의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횡단보도 정지선에 알 수 없는 차량이 정지 중이었는데 망인은 그 차량으로 인해 주행 중이던 차량을 미처 보지 못하고 음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보행자정지신호에 길을 건너다가 차량에 충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설령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기여한 망인의 과실이 있더라도 무과실책임의 특수한 손해배상의 성격을 가진 산업재해보상보험의 특성상 이 사건 처분의 이유가 될 수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사고와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진만(재판장) 한지형 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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