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포괄일죄에서 공소사실의 특정 정도
[2]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 공소제기의 소송법적 효과
[3] 공동정범에서 공모관계의 성립 요건 및 피고인이 공모의 점을 부인하는 경우 그 증명 방법
[4] 업무상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이익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 가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 재산상 이득액을 기준으로 가중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로 의율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2] 형사소송법 제254조 , 제327조 제2호 ,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3] 형법 제30조 , 형사소송법 제308조 [4] 형법 제355조 제2항 , 제356조 ,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4도6646 판결 (공2005상, 347)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4도4896 판결 [2] 대법원 2009. 10. 22. 선고 2009도7436 전원합의체 판결 (공2009하, 1921)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도7567 판결 [3]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6706 판결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도9721 판결 (공2012상, 207) [4] 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공2007상, 923) 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도3531 판결 (공2002상, 122)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공소제기의 적법 여부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공소사실의 불특정 여부
공소사실의 기재에 있어서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다. 따라서 공소사실은 위와 같은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고,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지적되지 않았더라도 위와 같이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공소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며, 포괄일죄에 있어서는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피해자나 상대방, 범행횟수나 피해액의 합계 등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정되는 것이다 (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4도6646 판결 ,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4도489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포괄일죄에 해당하는 부분은 그 각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공범과 피해자 또는 상대방, 범행횟수와 피해액의 합계 등이 명시되어 있고, 그 밖의 표현에서도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이 방어권 행사를 하는 데 지장이 없으므로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가 특정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잘못은 없다.
나. 공소장일본주의 위반 여부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 공소제기라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에 의한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소장 기재의 방식에 관하여 피고인 측으로부터 아무런 이의가 제기되지 아니하였고 법원 역시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대로 공판절차를 진행한 결과 증거조사절차가 마무리되어 법관의 심증형성이 이루어진 단계에서는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주장하여 이미 진행된 소송절차의 효력을 다툴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9. 10. 22. 선고 2009도7436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도7567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장 중 인용이 문제되는 부분이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아무런 이의 제기가 없는 상태로 제1심에서 공판절차가 진행되어 증거조사가 마쳐졌고, 피고인의 변호인은 제1심판결이 선고된 이후인 원심에 이르러 비로소 이에 관한 주장을 하기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더 이상 공소장일본주의 위배를 내세워 공소제기 절차의 위법을 다툴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검사의 이 사건 공소제기가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 것인지에 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므로, 결론을 같이한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피고인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2.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유연탄 운송비 및 고속도로 통행료 관련 업무상횡령 부분
공범관계에 있어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수인이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공모관계는 성립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범죄의 주관적 요소인 공모의 점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이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으며,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6706 판결 ,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도972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한 바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1 관리공단 이사장으로서 공단 내의 경영·재정 등 업무를 장악해 온 피고인이 감사계장 공소외 2 등 공단 임직원 등과 공모하여 거래업체들이나 피고인이 실제 사주로 있는 회사 등을 이용하여 허위의 유연탄 운송비 지급청구서를 제출하게 하거나 유연탄 운송량과 고속도로 통행료를 과다 계상함으로써 그 차액을 받는 방법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피고인이 이를 사적으로 사용하여 온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는 공소외 1 관리공단에 대하여 업무상횡령 행위가 된다고 본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칙에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횡령죄에서의 횡령액 산정 및 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은 없다.
나. 골프회원권 판매대금의 업무상횡령 부분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1 관리공단 소유의 골프회원권 판매대금을 횡령하였다고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화물차량의 저가 매도로 인한 업무상배임 부분
(1)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일정액 이상이라는 것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되어 있고 그에 따라 형벌도 가중되는 만큼 그 재산상 이익의 가액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업무상배임으로 인한 재산상의 이익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그 가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기준으로 가중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 ( 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도3531 판결 참조).
(2)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2와 공모하여 공소외 1 관리공단 소유의 화물차량 21대를 시장가격보다 싸게 공소외 3 주식회사 등에 매도함으로써 공소외 3 주식회사 등으로 하여금 시장가격과 매도가격의 차액 701,501,903원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여 공소외 1 관리공단에 손해를 가하였고 그 가액이 5억 원 이상이라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 중 피고인이 공소외 1 관리공단의 화물차량 21대를 시장가격보다 싸게 매도하였고 그러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수긍할 수 있으나, 그로 인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701,501,903원으로 산정하여 그것이 5억 원 이상이라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3)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공소외 1 관리공단의 화물차량 21대의 각 취득가액에 한국보험개발원이 만든 차량의 경과기간별 표준감가상각잔존율을 적용하여 산정한 가액을 당해 차량의 시가로 보고 그 가액과 매도가액의 차액 합계 701,501,903원이 업무상배임으로 인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위 표준감가상각잔존율을 적용하여 산정한 가액은 일률적으로 내용연수가 13년, 그 내용연수 경과 시의 잔존가치가 취득가액의 10%임을 전제로 하여 정률법에 의한 감가상각을 할 경우의 장부가액을 나타내는데 이와 같은 감가상각은 사용기간의 경과에 따른 시가의 감소분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에 대한 비용의 적절한 대응을 위하여 그 취득가액을 사용기간 동안 비용으로 배분하는 것이므로 그에 따른 장부가액은 취득가액 중 비용으로 배분되고 남은 가액에 불과할 뿐 시장에서 형성되는 시가와는 무관한 것이다. 더구나 일부 화물차량은 슬러지 또는 유연탄 운송을 하다가 매각되었는데 황산·염산·철염 등의 유기성 물질이 포함된 슬러지가 화물차량에 적재될 경우 유기성 물질의 누수나 유해가스 등으로 인하여 엔진이나 차체의 부식이 빨라 위 표준감가상각잔존율의 전제와 달리 그 내용연수가 13년보다 짧거나 내용연수 경과 후의 잔존가치가 취득가액의 10%에 못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이를 일반화물운송업체에 매각하려면 상당한 금액의 개조·수리비용이 드는 사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반적으로 중고차량의 시가는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상호관계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이며 여기에는 당해 차량의 취득가액뿐만 아니라 그 구입시기와 연식, 사용 목적과 보존·관리 상태, 운행거리 및 빈도, 사고 이력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게 된다. 이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위 매각된 화물차량 21대의 취득가액에 표준감가상각잔존율을 적용하여 산정한 가액은 그 시가를 나타낸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실제 매도가액과의 차액을 업무상배임으로 인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사매매사례가액이나 감정가액 등 시가로 인정될 수 있는 다른 가액이 있는지, 위 표준감가상각잔존율에 의한 가액이 시가를 나타낸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등을 더 심리하여 그 시가를 기준으로 업무상배임으로 인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산정하였어야 하고, 이 부분에 관한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면 그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기준으로 가중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심리·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를 적용한 제1심을 유지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 이익의 가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라.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유류대금 과다계상을 통한 업무상횡령 부분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실제 사주인 피고인이 공소외 2 등과 공모하여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유류대금을 과다 계상함으로써 그 차액을 되돌려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피고인이 이를 사적으로 사용한 행위에 관하여 공소외 4 주식회사에 대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본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논리와 경험칙에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은 없다.
마. 급여 가장 지급방법에 의한 업무상횡령 부분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5 주식회사 직원들을 마치 피고인이 실제 사주로 있는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소속인 것처럼 가장하여 그들에게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자금으로 급여를 지급한 것이 공소외 4 주식회사에 대한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본 조치 역시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은 없다.
3. 파기의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의 점은 파기되어야 하고,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나머지 부분은 위 파기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원심에서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