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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8다236296, 236302 판결
[채무부존재확인·손해배상(의)][미간행]
판시사항

[1]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증상이 의료상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한계

[2] 갑이 을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두 눈 쌍꺼풀 수술과 코 필러 주입 수술을 받고 약 2주 후 눈에 통증을 호소하다가, 각막열상으로 인한 각막혼탁 및 외상성 백내장 진단을 받은 사안에서, 갑의 왼쪽 눈에 발생한 각막혼탁과 백내장은 수술 도중 수술도구에 의해 가해진 각막열상 등의 손상으로 인하여 초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개연성이 상당함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본 사례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원고(반소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화 담당변호사 김유현 외 1인)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 그러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그러한 증상이 의료상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 대하여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1다100138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는 2015. 4. 27. 의사인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가 운영하는 성형외과 의원(이하 ‘원고 병원’이라고 한다)에서 원고로부터 매몰법 방식의 두 눈 쌍꺼풀 수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고 한다)과 코 필러(filler) 주입 수술을 받았다.

나. 피고는 수술 다음 날인 2015. 4. 28. 다시 원고 병원에 내원하였는데 눈 수술 부분과 관련하여 불편을 호소하지는 않았다. 피고는 2015. 5. 10. 카카오톡 메신저로 원고 병원 측에 ‘일요일이라 카카오톡으로 연락드린다. 왼쪽 눈알이 너무 아파 이제 머리까지 아프다. 처음에는 수술 부위가 아픈 줄 알았는데 거의 2주가 지난 지금 제대로 만져보니 눈알이 아프다. 수술 후 왼쪽 눈 시력이 엄청 떨어졌다. 하루도 못 참겠으니 예약날짜를 내일로 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피고는 그 다음 날 원고 병원에 내원하여 위와 같은 증상을 밝히고 진찰을 받았고, 원고는 피고의 왼쪽 눈 각막 또는 결막에서 상처를 발견하고 안연고를 발라주었다. 원고는 같은 날 작성한 진료기록에 “수술 부위 특별한 손상X. 눈 누를 때 통증 유. 평소 통증X. 충혈X"라고 기재하였다. 원고는 2015. 5. 29.에도 피고를 진찰하고는 피고에게 ‘각막에 스크래치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였다.

다. 피고는 2015. 5. 19.과 같은 달 22일 아산시에 있는 ‘○○○안과의원’에서 의사 소외 1에게 ‘쌍꺼풀 수술 후 왼쪽 눈에 상처가 생긴 듯 하고, 통증이 있으며, 시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증상을 호소하였고, 소외 1은 진찰 후 피고의 병명을 ‘기타 명시된 눈꺼풀의 염증, 근시, 기타 결막염’으로 진단하고 ‘왼쪽 눈에 각막열상으로 추정되는 각막혼탁으로 인해 현재 각막난시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소외 1은 2015. 6. 26. 피고의 병명을 ‘(주상병) 기타 중심성 각막혼탁, (부상병) 근시’로 진단하고 ‘각막열상으로 인한 각막혼탁 및 외상성 백내장 의증으로 향후 정기점검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담은 진단서를 발급해 주었다. 피고는 2015. 6. 18. 아산시에 있는 ‘△△안과’에서 의사 소외 2로부터 ‘각막반흔, 각막열상에 의한 외상성 백내장(좌안)’ 진단을 받았고, 2017. 6. 9. ‘□□ □□□안과’ 병원에서 의사 소외 3으로부터 ‘기타 각막흉터 및 혼탁(좌안), 근시(양안)’라는 진단을 받았다.

라. 피고는 2016. 9. 24.과 2016. 10. 26. 제1심법원이 촉탁한 신체감정을 위하여 ◇◇◇◇대학교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았다. 감정의는 ‘원거리 시력은 우안 0.7, 좌안 0.9, 근거리 시력은 우안 및 좌안 각 1.0이고 시야나 안구운동의 효율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좌안에 -1.25 디옵터의 난시가 있다. 각막혼탁과 난시 및 백내장에 대하여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요하나 현재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상태는 아니다. 백내장이 진행하여 수술에 이르는 경우 백내장적출술 등에 약 30만 원이 소요된다.’는 감정 결과를 제1심법원에 회신하였다. 한편 위 신체감정과 관련하여 작성된 진료기록(을 제16호증)에는 ‘추정진단’이 왼쪽 눈의 각막혼탁(Corneal opacity)과 백내장(Cataract)으로 기재되어 있고, 그림으로 각막혼탁과 수정체 손상이 발생한 부위가 각각 표시되어 있는데 그 둘의 위치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진료기록에 첨부된 피고의 왼쪽 눈(OS, Oculus Sinister) 각막에 대한 단층촬영 영상(Laser Tomography Image, 이하 ‘이 사건 단층촬영영상’이라고 한다)을 보면 각막 전면에서 후면을 관통하는 가느다란 음영이 확인된다.

마. 원고는 2015. 5. 29. 피고에게 이 사건 수술 당시 수술실에 설치되어 있던 경비업체(ADT 캡스)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피고에게 제공하겠다고 하였으나 제공하지 않았고, 위 영상은 2016. 2. 1. 위 경비업체와 원고 병원의 경비용역계약이 해지된 후 삭제되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피고는 이 사건 수술 후 채 2주가 지나기 전인 2015. 5. 10. 원고 병원 측에 문자메시지로 수술 후 왼쪽 눈에 극심한 통증과 시력 저하가 있음을 호소하면서 그 이전부터 그와 같은 증상이 있었다고 밝혔고, 원고는 2015. 5. 11. 피고를 진찰하여 왼쪽 눈 각막 또는 결막에서 상처를 발견하였다. 피고를 진찰한 의사 소외 1은 2015. 5. 22. ‘왼쪽 눈에 각막열상으로 추정되는 각막혼탁으로 인해 현재 각막난시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고, 의사 소외 2는 2015. 6. 18. 피고의 병명을 ‘각막반흔, 각막열상에 의한 외상성 백내장(좌안)’으로 진단하였다. 신체감정의 역시 피고의 병명을 왼쪽 눈의 각막혼탁(Corneal opacity)과 백내장(Cataract)으로 추정하였다. 한편 이 사건 단층촬영영상에 의하면 피고의 왼쪽 눈에 나타난 각막혼탁은 수술도구 등 날카로운 물체에 의하여 각막의 전층이 천공되는 각막열상 등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반면, 실밥 등 이물질의 자극이나 눈을 비비는 등의 일상적인 행위로 발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신체감정 당시 작성된 진료기록상 각막혼탁과 수정체 손상이 발생한 부위가 대체로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고, 만약 두 부위가 일치한다면 두 질환이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진료 경과, 피고가 왼쪽 눈의 통증과 시력 저하를 호소한 시점, 피고 왼쪽 눈에서 관찰되는 증상 및 그것이 발생한 부위 등에 더하여, 비록 각막열상이 정상적인 매몰법 방식의 쌍꺼풀 수술에서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이나 합병증은 아니지만 그 수술 과정에서 의사가 과실로 각막열상을 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점, 기록상 이 사건 수술 이전부터 피고가 각막혼탁이나 백내장 등의 질환을 앓고 있었다거나 이 사건 수술 외에 위와 같은 형태의 각막혼탁이 발생할 만한 수술을 받거나 사고를 당하였다는 사정도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왼쪽 눈에 발생한 각막혼탁과 백내장은 이 사건 수술 도중 수술도구에 의해 가해진 각막열상 등의 손상으로 인하여 초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개연성이 상당하다.

나. 한편 제1심법원의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는 원고 병원과 ○○○안과의원의 간략한 의료기록 및 ○○○안과의원의 소견서와 진단서 등 극히 제한된 자료만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고(피고의 얼굴 전체가 촬영된 사진 외에는 영상자료도 제공되지 않았다), ‘피고에게 수술 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각막찰과상이나 부분각막열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부분 등 이 사건 단층촬영영상의 형상과도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위 감정촉탁 결과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수술과 각막혼탁 등 사이의 인과관계 판단을 위해서는 안구 보호 렌즈를 제대로 삽입한 후 수술을 하였는지 및 수술바늘로 인한 손상이라면 각막혼탁의 모양과 위치 및 백내장의 위치가 일치하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어서, 위와 같은 추정을 뒤집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단층촬영영상에 나타난 음영과 같은 형태의 각막혼탁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피고가 왼쪽 눈 부위에 이 사건 수술 외에 다른 수술을 받거나 그 밖에 다른 원인으로 위와 같은 형태의 각막혼탁 또는 각막손상이 발생하여 치료받은 전력이 있는지, 각막혼탁과 수정체 손상 부위가 일치하는지 등을 심리한 다음, 피고 왼쪽 눈에 발생한 각막혼탁과 백내장이 원고의 의료상 과실에 기한 것으로 추정될 수 있는지에 관해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에 관하여 심리하지 아니한 채, 신체감정 당시 피고 왼쪽 눈의 각막혼탁과 백내장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만한 상태는 아니었던 점과 제1심법원의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피고의 증상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시야나 안구운동의 효율성 등을 근거로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원고의 과실로 인하여 피고의 왼쪽 눈에 각막혼탁과 백내장이 초래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의료소송에서 과실과 인과관계의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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