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다47169 판결
[공탁금출급청구권][공2011하,2225]
판시사항

[1] 금융실명제하에서 예금계약의 당사자 확정 방법과 예금명의자가 아닌 제3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 및 그 인정 방법

[2] 예금계약의 당사자 확정이 문제된 사안에서, 갑이 을을 대리하여 병 은행 담당직원에게 을 명의의 예금거래신청을 함과 아울러 을의 호적등본 등을 제출하여 을을 예금명의자로 하는 예금계좌 개설을 신청하였고, 병 은행 담당직원은 을 명의의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다음 을 명의 예금계약서를 작성한 후 을 명의 통장을 발행하는 등 을과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위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1997. 12. 31. 법률 제5493호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이하 ‘긴급명령’이라 한다)이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나 그를 대리한 행위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금계약 당사자의 해석에 관한 법리는,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예금명의자의 위임에 의하여 제3자가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모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본인인 예금명의자 의사에 따라 예금명의자 실명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위에서 본 것과 달리 예금명의자가 아닌 제3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으려면, 금융기관과 제3자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제3자와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그 사람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긴급명령이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2] 예금계약의 당사자 확정이 문제된 사안에서, 갑이 을을 대리하여 병 은행 담당직원에게 을 명의의 예금거래신청을 함과 아울러 실명확인 절차에 필요한 증표로 을의 호적등본 및 실명확인증표를 제출하여 을을 예금명의자로 하는 예금계좌 개설을 신청하였고, 병 은행 담당직원은 이러한 신청을 받아들여 재정경제부의 금융실명제 업무기준에 따라 을 명의의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다음 을 명의 예금계약서를 작성한 후 을 명의 통장을 발행하는 등 을과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을 명의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그 당시 병 은행과 갑 사이에 을과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을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갑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갑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며, 병 은행과 갑 사이에 위 예금계좌에 관하여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서 등에 예금명의자로 기재된 을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갑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관표)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기원)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1997. 12. 31. 법률 제5493호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이하 ‘긴급명령’이라 한다)이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나 그를 대리한 행위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금계약 당사자의 해석에 관한 법리는,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예금명의자의 위임에 의하여 제3자가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모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예금명의자의 실명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본 바와 달리 예금명의자가 아닌 제3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으려면, 금융기관과 그 제3자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그 제3자와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그 사람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위 긴급명령이나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모(모)인 피고가 1996년경 및 1998년경 망인의 명의를 빌려 주식회사 하나은행(이하 ‘하나은행’이라 한다)에서 망인 명의로 수개의 예금계좌(이하 통틀어 ‘최초 예금계좌’라 한다)를 개설하고 돈을 예치하였던 사실, 그 당시 시행되던 재정경제부의 금융실명제 업무기준에 의하면 대리인이 금융계좌를 개설할 때에는 본인의 위임장과 본인 및 대리인 모두의 실명확인증표로 실명확인을 하여야 하나, 대리인이 직계존속 등으로 본인의 가족인 경우에는 호적등본 등 관계를 확인하는 서류와 대리인의 실명확인증표만으로 실명확인을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던 사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은 최초 예금계좌를 개설할 당시 피고로부터 망인 명의의 예금거래신청을 받게 되자 망인과 피고의 관계가 나타난 피고의 호적등본을 제출받고 대리인을 자처하는 피고의 실명확인증표로 실명확인을 마친 다음 망인 명의의 최초 예금계좌를 개설하여 준 사실, 최초 예금계좌의 통장들은 망인 명의로 발급되었고, 하나은행의 거래내역 현황에는 망인이 최초 예금계좌의 권리자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최초 예금계좌는 수회 기간연장을 거쳐 최종적으로 망인의 사망 후인 2002년경 망인 명의로 개설된 2개의 예금계좌로 통합되었던 사실(이하 망인 명의로 개설된 모든 예금계좌를 통틀어 ‘이 사건 예금계좌’라 한다) 등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망인을 대리하여 하나은행의 담당직원에게 망인의 명의의 예금거래신청을 함과 아울러 실명확인 절차에 필요한 증표로 피고의 호적등본 및 실명확인증표를 제출하여 망인을 예금명의자로 하는 최초 예금계좌의 개설을 신청하였고, 하나은행의 담당직원은 이러한 신청을 받아들여 재정경제부의 금융실명제 업무기준에 따라 망인 명의의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다음 망인 명의의 예금계약서를 작성한 후 망인 명의의 통장을 발행하는 등 망인과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망인 명의의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그 당시 하나은행과 피고 사이에서 망인과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망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피고와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피고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망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가 5년이 넘게 하나은행과 예금갱신 등 예금거래를 하면서 이 사건 예금계좌를 관리하는 동안 망인이 하나은행에 방문하여 이 사건 예금계좌를 확인하거나 그에 관한 권리주장을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피고 자신이 이 사건 예금계좌의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이 사건 예금계좌의 통장도 보관하였으며, 하나은행은 피고의 요청에 의하여 피고의 입회 또는 동의하에서만 이 사건 예금계좌를 해지할 수 있도록 하였고, 하나은행은 망인의 사망 후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주가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인지 아니면 피고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상대적 불확지 변제공탁을 하였던 사정 등을 참작하여, 하나은행과 피고 사이에서 이 사건 예금계좌에 관하여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서 등에 예금명의자로 기재된 망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피고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이 위와 같이 최초 예금계좌의 개설 당시 하나은행이 명확하게 알기 어렵거나 하나은행과의 예금계약과는 별개인 망인과 피고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에 불과한 비밀번호의 등록·관리 및 통장의 관리, 예금갱신 등의 사정과, 하나은행이 이 사건 예금계좌에 관한 망인의 해지권을 일부 제한하고, 원고들 혹은 피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변제공탁을 하였던 사정만으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서 등에 예금명의자로 기재된 망인이 아닌 피고를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판단한 데에는, 금융실명제 아래에서의 예금계약 당사자의 해석 및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차한성 신영철(주심) 박병대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