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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도5386 판결
[무고·사기미수][공2011상,1231]
판시사항

[1] 금융실명제하에서 예금계약의 당사자 확정 방법 및 예금명의자가 아닌 제3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와 그 인정 방법

[2] 갑이 금융기관에 피고인 명의로 예금을 하면서 자신만이 이를 인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여 금융기관 직원이 예금관련 전산시스템에 ‘갑이 예금, 인출 예정’이라고 입력하였고 피고인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그 후 피고인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예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금융기관의 변제공탁으로 패소한 사안에서, 위 예금의 예금주가 갑이라는 전제하에 피고인에게 사기미수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나 그를 대리한 행위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금계약 당사자의 해석에 관한 법리는,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그의 위임에 의하여 자금 출연자 등의 제3자(이하 ‘출연자 등’이라 한다)가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모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그의 실명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그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위에서 본 바와 달리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는 경우는,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 사이에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그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위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2] 갑이 금융기관에 피고인 명의로 예금을 하면서 자신만이 이를 인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여 금융기관 직원이 예금관련 전산시스템에 ‘갑이 예금, 인출 예정’이라고 입력하였고 피고인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그 후 피고인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예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금융기관의 변제공탁으로 패소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금융기관과 갑 사이에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피고인 명의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인 피고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갑에게 이를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어 예금주는 여전히 피고인이라는 이유로, 이와 달리 예금주가 갑이라는 전제하에 피고인에게 사기미수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에 예금계약의 당사자 확정 방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율촌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무고의 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사기미수의 점에 관하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나 그를 대리한 행위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금계약 당사자의 해석에 관한 법리는,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예금명의자의 위임에 의하여 자금 출연자 등의 제3자(이하 ‘출연자 등’이라 한다)가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모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예금명의자의 실명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본 바와 달리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으려면,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과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공소외 1은 2001. 2. 28. 피고인과 함께 공소외 2 은행 대치동지점을 방문한 다음 피고인의 이름으로 자신의 자기앞수표 액면금 300,123,545원을 입금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예금을 한 사실, 공소외 1은 당시 위 은행 담당직원 공소외 3에게 ‘이 사건 예금의 인출은 나만이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공소외 3은 공소외 1이 만기에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대답한 후 공소외 1의 신분증을 복사하여 보관하면서 예금관련 전산시스템의 고객비고란에 ‘ 공소외 1( 주민등록번호 생략) 사모님이 예금, 인출 예정 06k'라고 입력한 사실, ‘06k’는 위 은행 내에서 공소외 3의 직원인식부호인 사실, 당시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이 사건 예금을 하면서 공소외 3에게 공소외 1만이 이 사건 예금을 출금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요청하고 이에 따라 고객비고란에 위 내용이 입력되는 과정 등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은행은 이 사건 예금계약 체결 당시 공소외 1의 인적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공소외 1이 예금명의자인 피고인을 배제하고 예금반환청구권을 공소외 1에게 귀속시키는 예금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사정을 명확히 알았고, 위 은행과 공소외 1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피고인과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피고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공소외 1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공소외 1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는 이유로, 사기미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앞에서 본 법리와 다음에서 보는 사정에 비추어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피고인이 제출한 증 제21호증의 1, 2, 3의 각 기재에 의하면, 공소외 1은 피고인을 예금명의자로 하고 그 거래인감으로 피고인의 인장을 날인하여 이 사건 예금을 하는 과정에서 공소외 3에게 이 사건 예금의 인출은 자신만이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였는데 공소외 3으로부터 공소외 1의 인장을 거래인감으로 함께 신고할 것을 권유받았으나 피고인의 인장만을 신고하겠다고 하였고, 이에 공소외 3은 공소외 1이 만기에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답하고 예금관련 전산시스템의 고객비고란에 ‘ 공소외 1( 주민등록번호 생략)이 예금, 인출 예정’이라고 입력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공소외 1과 공소외 3의 대화내용이나 위 입력내용에는 위 은행과 피고인 사이의 예금계약을 부정하는 내용이 없으므로 공소외 3의 답변과 위 입력내용의 취지는 공소외 1이 피고인 명의의 이 사건 예금통장과 그 거래인감인 피고인의 인장을 소지하고 예금의 인출을 요구하면 예금명의자가 아니더라도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어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은행과 공소외 1 사이에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피고인 명의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인 피고인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공소외 1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공소외 1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명확한 의사의 합치는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고객비고란의 위 입력내용이나 공소외 1과 공소외 3이 위와 같은 대화를 하였고 공소외 3이 위 전산입력을 하는 것을 피고인이 지켜보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공소외 1과 공소외 3의 각 진술내용은 그와 같은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원심판결 이유와 검사가 제출한 증 제10호증, 피고인이 제출한 증 제21호증의 1, 2, 3의 각 기재에 의하면 공소외 1은 2002. 1. 14. 위 은행에 이 사건 예금에 대한 지급정지를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위 은행은 2002. 1. 31.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예금 청구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공소외 4가 이 사건 예금통장, 인감, 위임장을 소지하고 이 사건 예금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이를 거절한 사실, 위 은행은 이 사건 예금의 만기일인 2002. 2. 28. 서울지방법원에 그 원금과 이자를 민법 제487조 후단에 기하여 변제자가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피공탁자를 피고인 또는 공소외 1로 하여 변제공탁한 사실, 이후 피고인은 2002. 3. 4. 수원지방법원에 위 은행을 상대로 이 사건 예금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사건이 서울지방법원(2002가합60868) 으로 이송되었고 위 법원은 위 은행으로서는 과실 없이 그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위 은행이 위 변제공탁에 의하여 유효하게 이 사건 예금반환채무를 면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며, 서울고등법원(2003나30120) 대법원(2004다37737) 도 피고인의 항소와 상고를 같은 취지의 이유로 모두 기각한 사실, 공소외 3은 2002. 12. 12. 위 서울지방법원 2002가합60868호 사건의 제2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고객비고란에 위와 같이 전산입력을 한 취지는 “ 공소외 1이 통장과 도장을 가지고 오면 본인이 예금명의자가 아니더라도 찾도록 해주겠다고 한 것이다.”라고 증언하고, 또한 “증인이 거기에 전산입력한 취지는 공소외 1이 통장과 도장을 가지고 피고인 명의의 예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고, 공소외 1 외에 예금명의인인 피고인이 오면 예금을 내주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기재한 것은 아니겠네요.”라는 재판장의 신문에 대하여, “전산입력한 자료를 찾아보게 되고 그런 내용이 있으면 바로 지급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피고인에게도 연락을 하겠지만 증인에게도 전화를 해서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라고 증언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은행과 공소외 1 사이에 피고인이 아니라 공소외 1을 이 사건 예금의 예금주로 하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예금의 예금주는 예금명의자인 피고인이라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이 이 사건 예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한 것은 사기미수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원심은 이 사건 예금의 예금주가 공소외 1이라는 전제하에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예금계약의 당사자의 확정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사기미수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무고 부분은 이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박시환(주심) 안대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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