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6다205687 판결
[해지시지급금청구등][미간행]
판시사항

지명채권을 목적으로 질권을 설정하는 경우, 질권설정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질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사유의 범위 및 질권 설정 후에 질권설정자에 대한 대항사유가 발생하였으나, 질권 설정에 대한 승낙 당시 채무자가 그와 같은 대항사유가 가까운 장래에 상당한 정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였고, 승낙 당시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경우, 채무자가 그와 같은 사유를 질권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민법 제451조 제1항 의 규정 취지 및 지명채권을 목적으로 한 질권의 설정에 대하여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을 하였으나, 질권자가 악의 또는 중과실에 해당하는 경우, 채무자의 승낙 당시까지 질권설정자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농협은행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조춘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평안 담당변호사 안대희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부산대학교 기성회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대한민국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원고의 상고로 인한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각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부산대학교 총장이 피고 부산대학교 기성회를 대표하여, 피고 대한민국이 부담해야 하는 해지시지급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은, 피고 부산대학교 기성회에 대한 배임적 대리행위이고, 원고는 이를 알았으므로, 위 약정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위 약정을 근거로 한 원고의 피고 부산대학교 기성회에 대한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였다. 또한 원심은, 부산대학교 총장이 위와 같이 약정한 행위가, 피고 부산대학교 기성회 대표자의 적법한 직무 범위 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정을, 원고가 알았거나 적어도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하였으므로, 민법 제35조 또는 제756조 에 근거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의 피고 부산대학교 기성회에 대한 예비적 청구도 기각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배임적 대리행위와 민법 제35조 또는 제756조 의 상대방의 악의·중과실 판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피고 대한민국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관할위반 여부

원고는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주위적 청구로 실시협약의 해지에 따른 해지시지급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즉, 피고 대한민국과 주식회사 효원이앤씨(이하 ‘효원이앤씨’라 한다) 사이의 실시협약이 해지됨에 따라, 피고 대한민국이 효원이앤씨에 해지시지급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였고, 원고가 위 지급금채권에 관해 근질권을 설정하였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근질권자인 원고에게 그 해지시지급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예비적 청구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이러한 해지시지급금 관련 양 당사자의 관계, 해지시지급금의 지급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사업시행자의 이익, 해지시지급금의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위와 같은 이 사건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전제한 원심의 조치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재판의 관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나. 피고 대한민국의 해지시지급금 지급의무 성립 여부

1)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부산대학교 민간투자시설사업 진행

(1) 부산대학교 총장은 2005. 12. 7. 구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부산대학교 효원문화회관의 건립·운영을 위한 수익형 민간투자시설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의 업무를 관장하는 주무관청으로 지정되었다.

(2) 부산대학교 총장은 2005. 12. 21. 이 사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하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하 ‘민간투자법’이라 한다)에 근거하여, 민간기업이 재원을 투자하여 효원문화회관을 건설하고 이를 유지·관리 및 운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부산대학교 효원문화회관 건립·운영 수익형 민간투자시설사업기본계획을 수립·고시하였다.

(3) 부산대학교 총장은 2006. 6. 1. 위 민간투자시설사업기본계획에 근거하여 선정된 협상대상자와 실시협약을 체결하였다. 최종 사업시행자인 효원이앤씨는 이 사건 사업을 시작하여 2009. 2. 5. 효원문화회관 등(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을 준공하여 사용승인을 받은 다음, 실시협약에 따라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관리운영권을 설정받았다.

나) 부산대학교 총장, 효원이앤씨와 원고의 2차 보충약정 체결 및 원고의 근질권 설정

(1) 효원이앤씨는 이 사건 사업의 시행을 위해 하나캐피탈 주식회사로부터 대출받은 돈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고, 원고가 2010. 10. 14. 효원이앤씨에 400억 원을 대출하여 하나캐피탈에 대한 기존 대출금을 변제하도록 하면서 새로운 채권자가 되었다.

(2) 부산대학교 총장과 효원이앤씨는 2010. 10. 14. ‘실시협약 제46조, 제54조, 제55조와 관련하여 대주와 별도 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변경협약을 체결하였고, 같은 날 원고와 부산대학교 총장, 효원이앤씨 3자 사이에 2차 보충약정이 체결되었다.

(3) 2차 보충약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효원이앤씨가 원고에 대한 대출금 지급을 연체할 경우, 원고가 이를 부산대학교 총장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면, 부산대학교 총장은 실시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 만약 부산대학교 총장이 실시협약을 해지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실시협약이 해지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 경우 부산대학교 총장은 효원이앤씨에 지급할 해지시지급금 한도 내에서 원고에게 효원이앤씨의 대출금원리금을 지급하되, 이 사건 건물의 임차인들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등으로 상계할 수 없다. 다만 부산대학교 총장 또는 효원이앤씨가 대출원리금 상환 방안을 원고에게 제시하고, 원고가 이에 동의하면, 실시협약은 해지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

(4) 한편 원고는 2010. 10. 14. 효원이앤씨에 대한 대출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실시협약이 해지될 경우 효원이앤씨가 피고 대한민국에 대해 가지는 해지시지급금채권에 관해 근질권을 설정하였고, 당시 피고 대한민국은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이를 승낙하였다.

다) 효원이앤씨의 대출금 지급 연체

(1) 효원이앤씨는 2012. 4. 16. 원고에게 약정이자 일부만을 지급하였고, 원고는 부산대학교에 2차 보충약정 등을 근거로, 효원이앤씨가 대출금 지급을 연체하여, 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하였다는 통지를 하였다.

(2) 부산대학교 총장이 2012. 6. 20. 원고에게 효원이앤씨의 채무불이행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였으나, 원고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2)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변경협약과 2차 보충약정은 당사자 사이에 적법하게 체결된 계약으로 유효하다.

나) 부산대학교 총장이 2차 보충약정을 체결한 행위는,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배임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피고 대한민국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다) 따라서 원고가 2차 보충약정에 근거하여 부산대학교 총장에게 효원이앤씨의 채무불이행 사실을 통지하고, 부산대학교 총장이 제시한 해결방안에 원고가 동의하지 않은 채 정해진 기간이 지남에 따라, 실시협약은 적법하게 해지되었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근질권자인 원고에게 해지시지급금 중 미변제 대출원리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실시협약과 변경협약, 2차 보충약정의 성격과 효력, 해지시지급금과 시설사업기본계획의 성격, 민간투자법국가재정법 규정, 대리권 남용 또는 배임적 대리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다. 동시이행항변권 인정 여부

1) 원심은, 피고 대한민국의 해지시지급금 지급의무와 효원이앤씨의 이 사건 건물 인도의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효원이앤씨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인도받을 때까지는 원고에게 해지시지급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피고 대한민국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즉, 원고가 해지시지급금채권에 관해 근질권을 설정할 당시, 피고 대한민국은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승낙하였는데, 위 각 의무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음을 원고가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원고의 악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 대한민국은 동시이행항변권을 포기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2)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지명채권을 목적으로 질권을 설정하는 경우, 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한 때에는 질권설정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질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민법 제349조 제2항 , 제451조 제1항 ). 이 경우 질권설정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질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사유는, 협의의 항변권에 한하지 아니하고, 넓게 채권의 성립, 존속, 행사를 저지하거나 배척하는 사유를 포함한다 ( 대법원 1997. 5. 30. 선고 96다22648 판결 참조). 질권 설정 후에 비로소 질권설정자에 대한 대항사유가 발생하였더라도, 질권 설정에 대한 승낙 당시 채무자가 그와 같은 대항사유가 가까운 장래에 상당한 정도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였고, 승낙 당시 이의를 보류하지 않았다면, 채무자는 그와 같은 사유를 질권자에게 주장할 수 없다 (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25464 판결 참조).

그러나 민법 제451조 제1항 이 위와 같이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에 대하여 항변사유를 제한한 취지는,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이 이루어진 경우, 질권자는 그 채권에 아무런 항변권도 부착되지 아니한 것으로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채무자의 ‘승낙’이라는 사실에 공신력을 주어 질권자의 신뢰를 보호하고, 질권 설정과 같은 거래의 안전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명채권을 목적으로 한 질권의 설정에 대하여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을 하였더라도, 질권자가 악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 해당하는 한 채무자의 승낙 당시까지 질권설정자에 대하여 생긴 사유로써도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13887 판결 ,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89771 판결 참조).

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실시협약에서는, 장래에 실시협약이 해지될 경우,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사업시행자 효원이앤씨의 권리는 소멸하고, 효원이앤씨는 이 사건 건물을 피고 대한민국에 인도하도록 정하였다. 즉 실시협약이 해지될 경우, 피고 대한민국은 효원이앤씨에 해지시지급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고, 효원이앤씨는 피고 대한민국에게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양자는 이행상의 견련성에 의해 서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원고도 대출 당시부터, 실시협약이 해지될 경우 효원이앤씨가 이 사건 건물을 피고 대한민국에 인도하도록 정하고 있는 실시협약 내용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근질권을 설정할 때에,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의 상계권 배제 약정을 하면서도 동시이행항변권에 대하여는 별도 약정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원고가 해지시지급금채권에 관해 근질권을 설정할 당시, 해지시지급금 지급의무가 발생할 때 이행상 견련관계에 있는 이 사건 건물 인도의무가 마찬가지로 발생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고, 위 해지시지급금 지급이 이 사건 건물 인도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피고 대한민국이 동시이행항변권을 포기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3)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 대한민국의 동시이행의 항변을 배척한 것에는, 동시이행항변권과 질권 설정 시 이의를 보류하지 않은 승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 대한민국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대한민국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원고의 상고는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신 박상옥(주심) 이기택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