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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다207245,207252 판결
[신탁재산반환·공탁금출급청구권확인][공2015상,191]
판시사항

[1] 변제공탁이 유효하려면 채무자에 대한 각 채권자의 채권이 동일한 채권이어야 하는지 여부(소극)

[2] 신탁계약의 해지 또는 종료로 수탁자가 위탁자와 약정에 따라 최종 계산을 거쳐 수익자에게 신탁재산을 교부한 후 잔여재산을 위탁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는데, 정당한 수익자인지 다툼이 있어 수탁자가 누구에게 신탁재산을 지급하여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 민법 제487조 후단의 채권자 불확지를 원인으로 하여 신탁재산을 변제공탁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변제공탁의 목적인 채무는 현존하는 확정채무여야 하지만, 그 의미는 장래의 채무나 불확정채무는 원칙적으로 변제공탁의 목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일 뿐, 채무자에 대한 각 채권자의 채권이 동일한 채권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2]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신탁계약이 해지 또는 종료되었을 때 수탁자가 최종 계산을 거쳐 수익자에게 신탁재산을 교부한 후 잔여재산이 있는 경우 이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면, 수탁자는 그 절차에 따라 수익자에게 신탁재산을 교부하고 남은 재산이 있으면 이를 위탁자에게 반환하면 된다. 그러나 신탁재산을 수령할 권한이 있는 수익자인지에 관한 다툼이 있다면, 수탁자는 그 사람이 정당한 수익자인지 여부에 따라 신탁재산을 수익자 또는 위탁자 중 누구에게 지급하여야 하는지가 결정된다. 만일 수탁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도 수익자라고 주장하는 자와 위탁자 중 누구에게 신탁재산을 지급하여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면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수탁자는 민법 제487조 후단의 채권자 불확지를 원인으로 하여 신탁재산을 변제공탁할 수 있다.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큐로컴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촌 담당변호사 송재원)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산 담당변호사 이형범 외 6인)

주문

원심판결 중 본소에 관한 부분과 주위적 반소에 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와 피고의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원심은, 변제공탁의 목적인 채무는 채무면제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현존하는 확정채무임을 요하고 다만 그 채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여야 한다고 전제한 후, 이 사건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가 중소기업은행에 대하여 주장하는 채권은 퇴직신탁계약 해지를 원인으로 한 신탁잔여재산 반환청구권이고, 피고가 중소기업은행에 대하여 주장하는 채권은 퇴직신탁계약의 수익자로서 퇴직신탁계약에 의한 퇴직급부금 지급청구권이므로, 원·피고가 주장하는 채권은 동일한 채권이 아니라 그 성격을 달리하는 채권인데도 중소기업은행이 그와 같은 사정을 공탁원인사실로 기재하면서 채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한 것은 특정한 채무에 대하여 단지 채권자만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 채무 자체를 선택적으로 기재한 것이고, 변제공탁의 목적인 채무를 확정하지 않은 위 공탁은 변제공탁으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유효한 변제공탁임을 전제로 공탁금출급청구권의 확인을 주장하는 원고와 피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의 판단과 같이 변제공탁의 목적인 채무는 현존하는 확정채무여야 하지만, 그 의미는 장래의 채무나 불확정채무는 원칙적으로 변제공탁의 목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일 뿐, 채무자에 대한 각 채권자의 채권이 동일한 채권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원고의 신탁잔여재산 반환청구권과 피고의 퇴직급부금 지급청구권이 동일한 채권이 아니더라도, 채무자인 중소기업은행은 다른 요건이 충족되면 유효한 변제공탁을 할 수 있다.

나. 민법 제487조 후단의 ‘변제자가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라고 함은 객관적으로 채권자 또는 변제수령권자가 존재하고 있으나 채무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도 채권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다35596 판결 등 참조).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신탁계약이 해지 또는 종료되었을 때 수탁자가 최종 계산을 거쳐 수익자에게 신탁재산을 교부한 후 잔여재산이 있는 경우 이를 위탁자에게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면, 수탁자는 그 절차에 따라 수익자에게 신탁재산을 교부하고 남은 재산이 있으면 이를 위탁자에게 반환하면 된다. 그러나 신탁재산을 수령할 권한이 있는 수익자인지 여부에 관한 다툼이 있다면, 수탁자는 그 사람이 정당한 수익자인지 여부에 따라 신탁재산을 수익자 또는 위탁자 중 누구에게 지급하여야 하는지가 결정된다. 만일 수탁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도 수익자라고 주장하는 자와 위탁자 중 누구에게 신탁재산을 지급하여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면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수탁자는 민법 제487조 후단의 채권자 불확지를 원인으로 하여 신탁재산을 변제공탁할 수 있다.

다. 이 사건을 보면, 피고가 정당한 수익자인지 여부에 관한 다툼이 있어 수탁자인 중소기업은행으로서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도 원고와 피고 중 누가 진정한 채권자인지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중소기업은행은 채권자 불확지를 원인으로 하여 잔여재산을 변제공탁할 수 있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와 피고의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각 채권의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변제공탁의 목적인 채무 자체가 특정되지 않아 변제공탁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민법 제487조 후단에서의 불확지공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본소에 관한 부분과 주위적 반소에 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박보영 김신(주심)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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