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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12. 5. 17. 선고 2011구합39417 판결
[민주화운동관련상이불인정처분등취소][미간행]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정평 담당변호사 권정호)

피고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

변론종결

2012. 4. 26.

주문

1. 피고가 2010. 12. 20. 원고에 대하여 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불인정처분 중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 관련 국가보안법위반 및 노동쟁의조정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부분을 취소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0. 12. 20. 원고에 대하여 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불인정처분 및 민주화운동 관련 상이 불인정처분을 각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① 1985. 3.경 소외 1 주식회사 인천공장에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하여 사용자와 노조간부들의 노동자 권익침해에 대하여 항의하다가 1986. 1.경 해직된 사실, ② 1988. 3.경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이하 ‘인노회’라 한다)에 가입하여 노동운동 등 활동을 하다가 국가보안법노동쟁의조정법위반으로 기소되어 1989. 9. 27.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6월, 자격정지 1년 6월 선고받고 항소하여 1990. 2. 5.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사실, ③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하 ‘범민련’이라 한다) 남측본부 사무차장으로서 활동하다가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되어 1995. 2. 22.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징역 8월, 자격정지 8월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1995. 6. 29.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사실, ④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으로서 활동하다가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되어 1996. 9. 23.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9월, 자격정지 9월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에 대하여 이는 민주화운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01. 12. 28.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라 피고에게 명예회복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소외 1 주식회사 인천공장에서 해직된 사실은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해직된 것으로 인정하였으나, 그 외의 인노회 관련 노동운동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부분과 각 범민련 관련 활동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부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는 2010. 12. 20.자 결정(이하 이 중 인노회 관련 부분에 대한 기각결정을 ‘이 사건 민주화운동 관련자 불인정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나. 원고는 1985년~1989년경 노조민주화 및 사회민주화 관련 활동과정에서 만성 간염 및 간경화 등의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하면서 법에 의하여 2001. 12. 28. 피고에게 상이자 보상금 등 지급신청을 하였던바, 피고는 원고가 최초 수감되기 이전인 1987년 만성간염으로 치료받은 사실이 있고, 10년 이상 경과된 이후 간경화로 발전한 것은 자연경과적 현상으로서 민주화운동 및 수감생활 등과 의학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010. 12. 20. 원고의 위 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보상신청 기각처분‘이라 한다).

다. 원고는 2011. 2. 17. 위 각 처분들에 대하여 불복하여 피고에게 재심의를 신청하였던바, 이 중 민주화운동 관련자 불인정결정에 대해서는 범민련 관련 활동을 제외한 인노회 관련 노동운동 부분에 대해서만 재심의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2011. 8. 29. 위와 동일한 사유로 원고의 재심의신청을 기각하였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이하 가지번호 있는 서증의 경우 가지번호를 특정하지 않는 이상 각 가지번호 포함) 내지 갑 제3호증, 을 제1호증 내지 을 제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민주화운동 관련자 불인정처분의 위법성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10여 명의 인노회 간부와 회원들은 피고에 의하여 모두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었고, 심지어 인노회 활동으로 원고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은 사람들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된 점을 볼 때 관련자가 다수인 동일한 사건에서 피고 소속 심의위원들의 인적 구성의 성향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 여부가 엇갈린 것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또한, 피고는 인노회가 법원 판결에서 이적단체로 판시되었기 때문에 피고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나 이는 불인정처분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고, 인노회는 노동자들의 권익향상,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하기 위해 만든 단체로서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만든 반국가단체가 아닐 뿐 아니라 원고가 인노회 활동시 통일사회주의 혁명을 지향할 것을 주장하는 활동을 한 바 없음에도 피고는 인노회의 성격에 대하여 사실오인을 하였으므로 위법하다.

(2) 이 사건 보상신청 기각처분의 위법성

원고는 1985년경 노동운동을 시작한 이후 간질환이 발병하였는데 1989. 6. 인노회 사건으로 구속되어 투약치료를 받은 것인바, 인노회 사건으로 수감되기 이전에 치료받은 적이 있다 하더라도 1985년~1986년 소외 1 주식회사에서의 활동과 관련하여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은 이상 그 즈음에 발병한 민주화운동 관련 상이도 인정받아야 함에도 피고는 사실관계 선후와 인과관계를 오인하여 기각처분을 한 위법이 있다. 원고가 1985년경 B형 간염이 발생하고 그 당시 민주화운동에 매진하다가 초기치료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1987년 이후에 3회나 옥고를 치르면서 질병이 만성화, 악화되어 간경화로 발전한 이상 민주화운동과 상이간의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것임에도 이를 인정치 않은 피고의 위 기각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원고는 인노회 활동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국가보안법노동쟁의조정법위반으로 기소되어 1990. 2. 5.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의 유죄판결(이하 ‘이 사건 유죄판결’이라 한다)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1989. 6. 7. 구속, 1990. 6. 10. 출소).

본문내 포함된 표
이 사건 유죄판결의 범죄사실
원고는 1986. 1.경 ‘인천지역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에 가입하여 각종 노동 관련 집회에 참가하는 등의 활동을 하던 중 1988. 3. 5. 회장 소외 2, 부회장 겸 조직국장 소외 3 등으로 구성된 인노회를 결성함으로써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의 이적단체에 가입하였다.
이후 원고는 1988. 7. 중순경부터 같은 해 12. 초순경까지 ‘◇◇◇ 2호’, ‘우리는 어떠한 사회에 살고 있는가’, ‘한국사회의 성격과 변혁운동의 성역’ 등 ‘반미자주화, 반파쇼 민주화 투쟁,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 통일사회주의 혁명을 실천하도록 선전·선동’하자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이적표현물을 제작, 소지하였다.
또한, 원고는 1988. 4. 하순경 인천 소재 동신전자 주식회사에서 인노회 회원 20여 명과 함께 파업농성장을 찾아가 노조원들과 동지가를 부르고 쌀 10kg을 전달하며 격려하는 등 위 회사의 쟁의행위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개입하였다.

(2) 한편, 원고와 함께 인노회 활동을 하였던 소외 2는 이와 관련하여 국가보안법노동쟁의조정법위반으로 기소되어 1990. 3. 29.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1년 6월, 자격정지 2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던바, 피고는 2004. 6. 15. 위 소외 2에 대한 유죄판결과 관련하여 소외 2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결정하였다. 아울러 원고와 함께 인노회 활동을 하였던 소외 3은 이와 관련하여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되어 1989. 11. 23.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1년 6월, 자격정지 2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던바, 피고는 2005. 8. 8. 위 소외 3에 대한 유죄판결과 관련하여 소외 3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결정하였다.

(3) 원고는 인노회 활동과 관련하여 구속된 이후 1989. 6. 30. 교도소 의무관 진찰시 간염을 호소하여 1989. 7. 3.경 혈액검사결과 간염 양성반응이 나와 재소 중 치료받은 바 있고, 범민련 사무차장으로의 활동과 관련하여 국가보안법위반죄로 조사받고 기소되면서 1994. 9. 13. 서울구치소에 수용되었던바, 입소전 1987년경부터 간염으로 치료중 입소하였던 것으로 확인되어 검사한 결과 B형간염(활동성)으로 진단을 받아 격리수용되었고, 그 후 1995. 3. 10. 안양교도소로 이감되어 항소심 사건 계속 중 1995. 5. 11. 보석으로 안양교도소를 출소하였다. 그 후 원고는 범민련 사무처장으로의 활동과 관련하여 재차 1996. 1. 17. 국가보안법위반죄로 기소되어 수감생활을 하던 중 의무과 치료를 받았다. 한편, 원고는 B형 간염균에 의한 간경화 및 합병증이 발병하여 2007. 9.경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갑 제9호증, 을 제1호증 내지 을 제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이 사건 민주화운동 관련자 불인정처분의 위법 여부

(가) 법에서 정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민주화운동 즉 권위주의적 통치에 직접 항거하거나 국가권력이 학교·언론·노동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억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나 기타의 자에 의하여 행하여진 폭력 등에 항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권력의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과 그로 인하여 사망 또는 행방불명되거나 상이를 입거나 유죄판결·해직 또는 학사징계 등의 피해를 당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두20228 판결 참조). 이때 법 2조 2호 라. 목 에서 규정한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라 함은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민주 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킬 동기 내지 목적의식을 가지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정치·사회·문화운동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당시의 실정법 체계를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유죄판결을 받기에 이른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이러한 자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민주화운동이 그 자체로 유죄판결에 나타난 범죄사실의 내재적 목적활동이 되어 있거나 그러한 유죄판결의 범죄사실에 대한 동기 내지 그 행위유발의 적극적 동인(동인)으로서 작용하였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원고는 인노회 활동과 관련하여 ‘반미자주화, 반파쇼 민주화 투쟁,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 통일사회주의 혁명 실천’ 등을 기치로 내걸어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지향성을 나타낸 바 있고, 인노회에 연이어 이적단체인 범민련의 사무차장,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행위를 반복하여 보인 바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사건 민주화운동 관련자 불인정 처분과 관련한 사실인 원고의 인노회 가입, 이적표현물 제작 및 소지, 노동운동 개입 등에 한정해서 보자면, 이를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부정하고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로 단정짓기는 어렵고 오히려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노동자의 권익과 인권보장을 증진시키기 위한 행위를 한 것으로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으로 보지 못할 바 아니어서 이는 법에서 인정하는 민주화운동으로 판단된다.

(다) 나아가 법은 피고를 위원장 1인을 포함한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은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며, 위원 중 3인은 국회의장이 추천한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추천한 자를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5조 ), 법이 규정한 민주화운동의 개념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피고가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심의·결정함에 있어서도 개개 위원들 각자의 사회적·정치적·역사적 소신에 따라 광범위한 판단 여지가 남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에 관한 처분이 재량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인노회와 관련한 선행결정들에 반하여 유독 원고의 명예회복신청만을 기각한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 처분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라) 결국, 원고는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민주화운동 관련자 불인정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된다.

(2) 이 사건 보상신청 기각처분의 위법 여부

(가) 이 사건 보상신청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고의 간염 및 간염이 악화되어 발생한 간경화가 원고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것임이 밝혀져야 한다. 살피건대, 이미 최초 수감생활 이전인 1987년경부터 간염을 앓고 있었던 원고에게 최초 수감생활 이전부터 민주화운동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간염이 발생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위 인정사실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설령 원고가 1987년경 간염이 발생한 이후 3회의 수감생활 과정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여 증상이 악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중 원고가 인노회 활동과 관련하여 수감생활을 하였던 기간(1989. 6. 7. ~ 1990. 6. 10.)에는 간염 이외에 다른 중한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고, 그 이후 범민련 사무차장 및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던 시기에는 간염이 악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에서 정한 민주화운동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간염이나 간경화가 민주화운동 관련 상이라 보기 어렵다.

(나) 따라서 이 사건 보상신청 기각처분이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 중 이 사건 민주화운동 관련자 불인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은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관련법령 생략]

판사 안철상(재판장) 조병구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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