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노1039 강간미수, 감금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박금빛(기소), 서봉규(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김중곤, 유승수
원심판결
인천지방법원 2018. 3. 30. 선고 2017고합776 판결
판결선고
2018. 12. 21.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은 피해자의 동의를 받고 성행위에 나아가려다 콘돔을 가져오라는 피해자의 요구에 콘돔을 찾던 중 피해자가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채 별다른 이유 없이 피고인의 집 밖으로 나가기에 걱정이 되어 피해자의 옷과 신발 등을 들고 피해자를 쫓아갔을 뿐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강간하려다 이를 피해 화장실로 들어간 피해자를 나가지 못하게 하는 등으로 피해자를 감금한 사실이 전혀 없다.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할 경우 유죄판결을 받고 구속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위로 자백한 것이므로 자백의 신빙성이 없다.
반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피해자가 신고한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행동이 강간미수 피해자의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라 나간 시간적 간격 등에 비추어 객관적 합리성이 없다. 나아가 피해자의 일부 진술이 일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합의금을 받기 위해 피고인을 무고한 것으로 보여 신빙성이 없다. 그런데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법리오해
원심 판시 감금죄는 원심 판시 강간미수죄에 흡수되어 별도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 판시 강간미수죄 및 감금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직권판단
아동·청소년 또는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10년 동안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취업제한을 규정하고 있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이 2018. 1. 16. 법률 제15352호로 개정되어 2018. 7. 17.부터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 제2항은 법원이 위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 10년의 범위 내에서 일정기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을 운영하거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취업제한명령을 성범죄 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되,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하지 아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개정법률 부칙 제3조가 제56조의 개정규정은 그 시행 전에 위 성범죄를 범하고 확정판결을 받지 아니한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원심 판시 강간미수죄에도 위 개정법률이 적용되어야 한다. 원심판결은 원심 판시 강간미수죄와 원심 판시 감금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에 의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가 더는 유지될 수 없다.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나,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자백하였고,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강간하려다 피해자가 저항하여 미수에 그치고, 화장실 앞에서 피해자의 물건을 들고 지키고 있는 등 화장실로 몸을 피한 피해자를 집에서 나가지 못하게 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진술하였다.
① 피해자는 여성 친구 1명과 함께 2017. 2. 24. 02:00경 인천 부평구에 있는 'C'클럽에 들어가 피고인과 그 지인인 K를 만났고, 인근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다가 피고인의 오피스텔에 들어가게 되었다.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 뒤부터 오피스텔 근처까지 있었던 일은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나, 피고인으로부터 집에 술과 안주가 많이 있으니 더 마시고 있다가 11:00경 깨워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성행위에 관련된 일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피고인의 오피스텔에 함께 들어갔다(당심 증인 D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6쪽, 증거기록 1권 6, 38~39, 2권 13, 41~42, 46, 84~85쪽).
② 피고인의 집에 들어가서는 방바닥에 앉았고, 피고인이 준 맥주를 받아 마시고 있었는데, 피고인이 잠을 잔다는 이유로 누웠다가 말을 걸면서 일어나는 행동을 반복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자신 때문에 피고인이 잠을 못 자는 것 같으니 집에 가서 전화로 11시에 깨워주겠다고 말을 한 뒤 피고인의 전화번호를 피해자의 휴대폰에 입력하고'왜 가려고 하느냐'는 피고인의 말에 재차 집에 가겠다고 말하고 소지품을 챙겨 현관 앞에 와서 신발을 신었다(당심 증인 D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6, 16~17쪽, 증거기록 1권 7, 40쪽, 2권 13, 42~43, 86쪽).
③ 그런데 피고인이 현관문 앞을 막아서면서 피해자의 팔과 어깨를 감싸며 집 안쪽으로 밀고 들어갔다. 피해자는 신발을 신은 채로 피고인이 누워있던 이불까지 밀려왔고, 엉겁결에 신발을 벗었다. 그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휴대폰과 신발을 잡더니 '약속을 지켜라. 내가 잘 때까지 옆에 누워라'라고 말하였다. 피해자는 싫다고 하였으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어깨를 손으로 잡아 눕혔고, 피해자와 실랑이를 하다가 "안 되겠다. 너는 강제로 해야겠다."라고 말하면서 한 손으로 피해자의 양팔을 위로 올려 바닥으로 누르는 등 피해자를 제압하였다(당심 증인 D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쪽, 증거기록 1권 7, 10, 40~42쪽, 2권 13, 43, 86~87쪽).
④ 피해자는 위 상황을 벗어나고자 생리 중이라고 하였으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팬티스타킹과 팬티를 무릎까지 내려 성기를 보더니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하였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피고인은 계속하여 성기를 만지려 하였고, 피해자는 이를 손으로 막는 등 저항하다가 성관계에 응할 테니 콘돔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집에 콘돔이 없으며, 콘돔이 없어도 괜찮다'고 하면서 성관계를 계속 요구했고, 피해자는 콘돔이 없으면 불안하니까 밖에 나가서 사오라고 말하였다. 이때 피고인은 이미 피해자의 소지품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당심 증인 D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쪽, 증거기록 1권 7, 10, 42~43쪽, 2권 13, 43~44, 86쪽).
⑤ 피해자는 콘돔을 사오는 동안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겠다고 하고 '소지품도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데 어차피 도망가지 못한다'는 말을 하면서 피고인으로부터 화장실을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소지품을 품에 안은 상태로 화장실 문 앞에 지키듯 앉았고, 피해자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피해자는 화장실 앞에 앉아 있으면 볼일을 볼 수가 없으니 콘돔을 사오라고 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도망갈 것을 의심하다가 피해자에게 '화장실을 다녀와라. 나는 콘돔을 사러 다녀오겠다'고 말하면서 밖으로 나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때 피해자는 밖에서 현관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를 듣고 피고인이 나간 줄 알고 도망하려고 화장실 문을 열었더니 피고인이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피고인은 이후에도 현관문 밖으로 나가는 척을 3번가량 더 하였다(당심 증인 D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 7, 17쪽, 증거기록 1권 10~11, 43, 45쪽, 2권 13, 44, 86~88쪽).
⑥ 피고인은 결국 화장실 안으로 피해자를 밀고 들어가서 "너 이런식으로 하면 나 여기서 하는 수밖에 없어."라고 하였고, 피해자는 놀라서 "알았어, 화장실 쌀 거 같으니까 잠깐 나가 있어라."라고 하고 실제로 소변을 봤으며, 피고인은 화장실 문 밖에서 피해자가 소변을 보는지 확인을 하였다. 피해자는 화장실을 나와서 "난 콘돔이 없으면 안된다."고 하였고, 피고인은 집에 콘돔이 하나쯤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콘돔을 찾으려고 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콘돔을 찾는 틈을 이용하여 현관문을 열고 맨발로 집 밖으로 뛰어나가 계단으로 내려왔고, 뒤에서 피고인이 쫓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피고인이 자신을 부르기에 옷과 신발을 가져오라고 큰 소리로 말하였고, 1층인가 싶어 문을 열어본 곳은 문이 잠겨 있었으며, 한 층 더 내려갔더니 1층이어서 밖으로 나왔다(당심 증인 D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 7~9쪽, 증거기록 1권 11, 43~46쪽, 2권 13, 44~45, 86~88쪽).
⑦ 피해자는 오피스텔 경비실에 도움을 청하려고 하였으나 경비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버스정류장에서는 젊은 남자 한 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기에 '도와달라.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하였으나 도와주지 않았다. 그 사이에 피고인이 버스정류장에 와서 다시 남자에게 도움을 청하였으나 반응이 없었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다가오고 있어 마침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버스 뒷문으로 올라가려고 하였으나 피고인이 팔을 잡았다. 이에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소리쳤고, 피고인은 팔을 붙잡은 손을 놓았다. 피해자는 버스 뒷문 계단에서 내려왔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소지품인 코트, 가방, 신발, 휴대폰을 버스정류장에 내려놓았다.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남은 짐을 더 가져오라고 소리쳤고, 피고인이 목도리만 가져 왔기에 나머지도 가져오라고 하였으며, 피고인은 '나머지는 네가 와서 가져가'라고 말하고 오피스텔로 돌아갔다(당심 증인 D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9~13쪽, 증거기록 1권 11, 46쪽, 2권 45, 87~89쪽).
⑧ 피해자는 클럽에 같이 갔던 친구에게 연락하여 피고인의 친구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전화하였으나 받지 않았고, 피해자의 친구를 불러내어 그로 하여금 피고인에게 전화하게 하여 짐을 가져오라고 하자 피고인은 직접 와서 가지고 가라고 하였다. 이에 피해자가 친구 휴대폰으로 피고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짐을 돌려달라. 그렇지 않으면 경찰을 대동해서 짐을 찾으러 가겠다'고 하였더니 피고인이 '신고하면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 알아서 해라'고 하여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당심 증인 D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12~13쪽, 증거기록 1권 10, 46쪽, 2권 45~46쪽).
나)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당시 피고인과 한 대화,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대응, 현장을 빠져나온 경위와 경찰 신고 경위 등에 관하여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전체적으로 모순되는 점이 없다. 나아가 그 진술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운 세부적인 사항들이고 객관적 정황이나 경험칙에 반하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
다) 한편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각 해당 사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해자가 피고인과 노래방에서 진한 스킨십을 하였고, 피고인의 오피스텔에 들어갈 무렵 엘리베이터 안에서 피고인의 스킨십을 거부하지 않는 등 성관계를 암시하는 언행을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내부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어깨에 얼굴을 밀착시키는 등 스킨십을 시도하였으나 피해자는 2초가 되지도 않아 몸을 돌리면서 자리를 약간 이동하여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까지도 피고인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때 피해자가 잠시 웃기는 하였지만 피고인과 진한 스킨십을 나눴다거나 피고인과 이후 성관계를 하리라고 짐작될 정도로 친밀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한편 피고인의 일행이었던 K는 당심 법정에서 '노래방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강한 스킨십을 하였고, 피고인과 피해자가 먼저 노래방을 나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당심 증인 K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3쪽), 앞서 본 엘리베이터에서의 피해자의 모습과 이 사건 범행 전후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K의 위 진술만으로는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하여 성관계를 암시하거나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언행을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②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해자가 집에 가서 전화로 피고인을 깨워주겠다고 하였다면서도 휴대폰에 피고인의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은 것은 모순이고, 깨워달라고 부탁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집에 같이 간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당일 피고인과 처음 만난 사이로 피고인과의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어 보였던 점(증거기록 2권 42~43쪽)에서 피해자의 진술에 모순점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술과 안주가 있으니 술을 더 먹자고 하여 피고인의 집에 같이 간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 함께 갔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원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오피스텔에 들어간 시각과 피해자가 오피스텔을 빠져나온 시각은 2시간의 간격이 있는데, 피해자의 진술과 같은 일이 있었다면 그 과정이 2시간 가까이 소요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맥주를 마실 때 피고인이 누웠다가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였고, 급박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콘돔을 핑계로 피고인과 밀고 당기는 대화를 나누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화장실에 들어가 탈출할 기회를 엿본 시간도 상당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진술과 같은 과정을 겪느라고 2시간가량 소요되었다는 점에 별다른 의문이 들지 않는다.
④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해자가 오피스텔을 나간 뒤 피고인이 17초 후에 따라 나간 점에서 피해자의 소지품을 챙겨주기 위하여 피해자를 따라 나갔다는 피고인의 변소가 더 객관적 정황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당심 법정에서 아래와 같이 진술하였다. "집에 들어오면서 너무 술에 취해 정신이 없어서 신발을 벗지 않고 신은 채로 허겁지겁 같이 들어오다가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자리에 누웠다. 이후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려고 할 당시 피해자의 요구로 콘돔을 사러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가 현금을 가지고 나가지 않아서 다시 현관문을 닫고 안에 들어가 돈을 챙기려고 옷을 뒤적이는 사이에 피해자가 밖으로 뛰어나갔다. 5층에서 피해자가 안 보여서 멍하게 밑을 보았는데 피해자가 4층에서 5층으로 가는 계단까지 다시 올라와서 옷과 신발을 가져오라고 하여 냉장고 쪽에 피해자의 옷과 신발 밑 가방이 모여 있는 것을 기억하여 이를 가지고 나왔다(당심 피고인에 대한 피고인신문 녹취서 3~5쪽)."
피고인의 진술은, 술에 취해 정신이 없었던 피고인이 자다 일어나 곧바로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려다가 콘돔을 사기 위해 돈을 찾는 사이에 피해자가 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뛰어나가 다급하게 쫓아나갔음에도 피해자의 짐이 있는 곳을 기억하고 17초 만에 피해자의 겉옷, 신발, 휴대폰 등을 모두 챙겼다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인의 진술대로라면 밖으로 나갔던 피해자가 다시 계단으로 올라와서 옷과 신발을 가져오라고 하여 피고인이 집에 들어가 피해자의 옷과 신발 등을 가지고 왔다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신발도 신지 않고 급하게 피해자를 따라 나갈 필요가 없으며, 피해자의 나머지 짐을 가져가지 않은 것도 수긍하기 어렵다.
오히려 피해자의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이미 피해자의 겉옷, 신발, 휴대폰 등을 소지하고 있었고, 피해자가 피고인이 콘돔을 찾으러 방에 들어가는 틈을 이용하여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으며, 피고인이 그 상황을 파악하고 피해자를 쫓아갈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걸린 시간 및 피해자를 따라가면서 피해자를 부르자 피해자가 옷과 신발을 가지고 오라는 말을 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서 위와 같은 시간적 간격이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⑤ 피고인과 변호인은 아파트 경비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당시 경비실에서 근무하던 경비원의 진술에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피스텔 경비원 L은 당심 법정에서 '근무를 서던 중 비상계단에서 사람이 계단을 빨리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계단은 우측에 있어서 CCTV로 잘 보이지 않고 경비실 앞도 높아서 경비실 바깥하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여성이 걸어 나가는 뒷모습만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당심 증인 L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4쪽). 위 진술에 의하면 당시 L은 피해자의 나가는 뒷모습만 보았던 점, 경비실 앞이 높아서 피해자로서는 경비실에 경비원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
⑥ 피고인과 변호인은 오피스텔을 빠져나온 피해자의 머리나 옷매무새 등이 많이 흐트러져 있지 않아 피고인이 피해자의 진술과 같은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오피스텔 앞에서 피해자가 도망간 버스정류장까지의 길을 촬영한 CCTV 영상(이하 '오피스텔 근처 CCTV영상'이라 한다)에 의하면,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가는 피해자의 머리나 옷매무새가 전혀 흐트러져 있지 않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해자가 화장실로 몸을 피신한 이후에는 피고인으로부터 별다른 유형력 행사를 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소변을 보고 나오면서 어느 정도 옷매무새를 정리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그 진술과 같은 유형력을 행사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별다른 의문이 들지 않는다.
⑦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해자가 오피스텔 밖으로 나와 걸어가다가 뛰어간 것은 강간미수 현장에서 벗어나려는 피해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오피스텔 근처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의 모습은 뛰어가는 속도와 자세가 다소 다르지만 계속해서 뛰어간 것으로 보이고, 2017. 2. 24.경은 겨울철이어서 여성인 피해자가 맨발로 전력으로 달리는 것이 어려워 보이며, 피해자가 빨리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피고인의 달려오는 모습이 확인되는데 이는 피고인이 가까이 왔음을 알고 더 다급하게 뛰어갔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⑧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해자가 오피스텔 밖으로 도망쳐 나온 즉시 주변 상점에 들어가 도움을 요청하면서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고, 피고인으로부터 휴대폰을 돌려받은 직후에도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점 등이 강간미수 피해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자신의 물건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급박하게 도망쳐 나온 피해자에게 위 주장과 같은 일반적인 행동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점, 피해자가 적어도 버스정류장에 이르러 버스를 기다리던 남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의 사건 직후 행동에 의문이 있다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⑨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소지품을 찾으려고 애쓴 것 역시 강간미수 피해자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오피스텔 인근 버스정류장 방향을 촬영한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는 버스정류장으로 도망한 직후에 처음에는 소지품도 포기한 채 버스에 탑승하려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붙잡는 바람에 다시 끌려 내려오다시피 하는 등 경황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와 같은 긴박한 상황을 겪은 피해자에게 경찰에 신고한 뒤 경찰관을 대동하여 피고인의 집에 가서 소지품을 찾아오는 등으로 차분하게 대응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피해자가 사람들이 다수 왕래하는 버스정류장에 도달한 이후에 비로소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 미처 챙기지 못한 소지품을 찾으려고 한 것은 오히려 당연한 행동으로 보인다.
⑩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해자가 처음에는 피고인을 성범죄로 신고하지 않았고, 이후 합의금을 받기 위해 피고인을 무고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당심 법정에서 '물건만 다 돌려받으면 신고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피고인이 일부 물건을 돌려주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였고, 자초지종을 들은 경찰이 이것은 성범죄라고 하여 그때 정신을 차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당심 D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12~13쪽). 피해자의 진술처럼 성폭력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경찰에 곧바로 신고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결코 드문 사례가 아닌 점, 피해자가 곧바로 피고인을 성범죄로 신고하지 않았던 사정은 오히려 피해자에게 피고인을 무고할 의도가 없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사정으로 볼 수 있는 점, 피해자와 피고인의 합의 경위에서 별다른 의문점이 들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하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다.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 판시 강간미수죄와 감금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강간죄의 성립에는 언제나 필요한 수단으로 감금행위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므로 감금행위가 강간죄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일정한 장소에 인치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하여 그 감금행위가 강간죄에 흡수되어 별도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고(대법원 1984. 8. 21. 선고 84도1550 판결 등 참조), 감금행위가 단순히 강간 범행의 수단이 되는 데 그치지 아니하고 강간 범행이 끝난 뒤에도 계속된 경우에는 1개의 행위가 감금죄와 강간죄에 해당하는 경우라고 볼 수 없으며, 이 경우 감금죄와 강간죄는 형법 제37조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6도165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려다 피해자가 저항하여 미수에 그치고, 화장실 앞에서 피해자의 물건을 들고 지키고 있는 등의 방법으로 화장실로 몸을 피한 피해자를 상당한 시간 동안 집에서 나가지 못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사실관계를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간하려다 피해자가 저항을 하고 화장실로 피신을 하여 미수에 그친 뒤에도 피해자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화장실 앞을 지키고 서 있는 등 감금행위가 강간 미수 범행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었으므로, 이 사건 감금죄와 강간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증거의 요지에 "1. 피고인의 일부 당심 법정진술", "1. 증인 D(가명), L의 각 당심 법정진술"을 각 추가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00조, 제297조(강간미수의 점), 형법 제276조 제1항(감금의 점, 징역형 선택)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강간미수죄에 정한 형에 두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경합범 가중)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거듭 참작)
1. 수강명령
1. 공개·고지명령의 면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에 대한 신상정보 등록 및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으로도 어느 정도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가정환경, 사회적 유대관계,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내용, 공개·고지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을 불이익과 예상되는 부작용 및 그로써 달성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의 예방효과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거나 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
1. 취업제한명령의 면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부칙(2018. 1. 16.) 제3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 단서(피고인이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데다가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방법 등에 비추어 직업·지위를 이용하여 성범죄의 대상자에게 접근하거나 성범죄를 용이하게 저지를 가능성이나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가정환경, 취업제한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불이익,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범죄의 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년 6월~17년 6월
2. 선고형의 결정1)
이 사건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집에 데리고 들어가 강간하려다가 피해자가 저항하여 미수에 그쳤고, 피해자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간 뒤 도망갈 기회를 엿보는 동안 화장실 앞에서 피해자의 소지품을 들고 지키고 서서 피해자가 나가지 못하도록 하여 감금한 사안이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도망쳐 나와 버스에 올라타 도움을 청하자, 피해자를 뒤따라와 버스에서 끌어 내리려고 하는 등 범행 이후의 정황에 비추어 죄질이 불량하다.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인하여 심한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등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고, 피해자와 합의하였으며, 강간 범행이 다행히 미수에 그쳤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신상정보 등록 및 제출의무
등록대상 성범죄인 판시 강간미수죄에 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에 해당하게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할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한편 피고인에 대하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신상정보 등록의 원인이 된 성범죄와 다른 범죄가 형법 제37조에 따라 경합되어 형법 제38조에 따라 형을 정하는바, 그로 인한 신상정보 등록기간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5조 제1항 제3호, 제2항에 의하여 선고형 전부를 기준으로 15년이 된다. 그런데 이 사건 각 범죄의 형의 경중과 비난가능성의 정도 및 경합범가중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위와 같이 등록기간이 결정되는 것이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신상정보 등록기간을 더 단기의 기간으로 정하지는 않는다.
판사
재판장 판사 성지용
판사 홍성욱
판사 김동완
주석
1)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는 감금죄와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 관계에 있는 판시 강간미수죄가 미수범이어서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을 준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