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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8.11.9. 선고 2018노1366 판결
준강간
사건

2018노1366 준강간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문지선(기소), 서봉규(공판)

변호인

변호사 S(국선)

판결선고

2018. 11. 9.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된다. 이 사건 범행시각은 06:00경이어서 피해자가 피곤하여 잠이 들기에 충분한 시간인 점, 피해자가 본건 범행 후 집에 돌아가 자해를 한 뒤 경찰에 신고한 점, 피고인이 침대에 올라오게 허락한 것만으로 성관계에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전후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한 것은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한 점, 피고인과 피해자의 전화녹음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잠들었는데 대답이 없어서 해도 되는 줄 알고 삽입했다'는 취지로 말하고 사과하는 내용이 있었던 점,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 거짓말을 하였고, 위 통화내용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피해자의 원심 법정 및 수사기관의 각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려우며,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이러한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하면서 이를 이용하는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해자는 이틀 밤을 새웠다는 취지로 진술하나, 피고인 등을 만나 식사를 하러 가기 전에 집에 있었고, 모텔에 들어갈 때까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으며, 이 사건 공소사실 범행 시각에도 술에 전혀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

② 피해자는 모텔에서 나올 때 외양이 깔끔하고 흐트러짐이 없는 등 원치 않는 성관계를 당한 직후 쉬거나 씻지도 못한 채 도망 나온 사람으로는 보기 어렵다.

③ 피해자는 피고인과 상당 시간 이야기를 하고, 피고인이 침대 위에서 피해자에게 가까이 오는 것까지도 허락하는 등 성관계에 이르기 전까지의 경위와 이 사건 전후 같이 놀다가 만난 남자와 성관계를 하는 등의 생활방식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부지불식간에 잠이 들 정도로 피곤한 상태가 아니었으며, 피해자에게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받아들일 의사가 있었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

④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성관계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려고 하였을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

⑤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하려고 하였다면 '콘돔 끼고 할까?'라는 말을 피해자에게 하고, 나아가 삽입행위를 중단하기까지 하였다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

⑥ 이 사건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와 나눈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 및 녹음파일 CD에서 피고인의 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에서 간음한 점을 인정하는 취지에서 진술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⑦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 거짓 진술하거나 소환에 불응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변명이 거짓이고 공소사실이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실 내지 사정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보태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정신적 충격으로 집에 오자마자 커터칼로 왼쪽 손목을 그었습니다. 어떻게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고, 스트레스 때문에 칼로 손목을 그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1쪽), 피해자는 어렸을 때부터 습관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해한 일이 있었고, 피고인에게 이를 말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공판기록 49쪽, 증거기록 17쪽), 피해자는 이전에도 자해를 한 적이 있느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네, 5번 이상은 했는데 치료는 받지 않았습니다."라고도 진술하였다(증거기록 21쪽).

그런데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이후에 커터칼로 손목을 긋는 등 자해를 하였고, 이를 수사기관에서 진술도 하였는데, 이를 뒷받침할 피해자의 손목 사진 등의 증거수집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자가 실제로 자해를 하였는지 알 수 없다.

②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 성관계를 거부하고 옷을 입는 동안 성기에 콘돔을 씌우고 피해자의 저항에도 옷을 다시 벗겨 성기를 삽입하고 사정을 할 때까지 계속 성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피고인은 일관하여 '콘돔을 끼고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하였는데, 5분이 채 되지 않아서 피해자가 성관계를 거부하여 삽입을 그만두었다'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공판기록 17~18쪽, 증거기록 104~105쪽), 피해자의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면, 적어도 피해자의 저항이 있음에도 억지로 성관계를 할 때 상당한 물리력이 가해졌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의 질 내부에서 콘돔 성분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증거기록 62쪽).

오히려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하려 하였다면, 피해자가 잠에서 깬 뒤 피고인에게 싫다고 하자 피고인이 '콘돔 끼고 할까?'라고 물어보고 성기를 뺀 뒤 콘돔을 끼우려고 하였다는 취지의 피해자 진술은 이례적이어서 납득하기 어려운 점, 사건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피고인이 성관계에 대하여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려고 하였을 개연성이 있어 보이는 점 등까지 고려하면,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여 성기를 삽입하였다가 이후 피해자가 성관계를 거부하자 삽입을 그만두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려는 의도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성지용

판사 홍성욱

판사 김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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