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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도1941 판결
[사기][공1993.11.15.(956),3018]
판시사항

소송사기죄의 성립요건

판결요지

법원을 기망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패소한 상대방으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이른바 소송사기가 사기죄를 구성하려면, 제소 당시 주장한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와 같은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허위 주장을 하여 법원을 기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여야만 된다 할 것이므로, 단순히 사실을 잘못 인식하거나 법률적인 평가를 잘못하여 존재하지도 않는 권리를 존재한다고 믿고 제소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83.1.10. 피고인이 신축한 광주 북구 문흥동 743의 9 소재 용봉아파트 1동 203호(74.98㎡, 이 뒤에는 이 사건 아파트라고 약칭한다)를 공소외 김재석에게 분양대금 21,300,000원에 분양하고 분양잔대금 10,800,000원을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1983.5.14.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으나 위 김재석으로부터 위 분양잔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1983.11.23. 공소외 구광본이 위 분양잔대금 중 금 8,000,000원을 위 김재석을 대신하여 변제하기로 채무를 인수하고, 1984.1.22.까지 금 5,000,000원을, 1984.2.28.까지 금 3,000,000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차용증서 2통을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교부하였으나, 위 구광본이 위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던 중, 1985.8.31. 공소외 이정신이 다시 위 구광본을 대신하여 위 금 8,000,000원을 피고인에게 지급하기로 채무를 인수하여 1987.6.27. 이자를 포함하여 금 8,700,000원을 피고인에게 변제하였으므로, 위 구광본으로부터 받은 채권액 합계 금 8,000,000원의 차용증서 2통은 그 효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지하고 있음을 기화로 위 차용증서를 이용하여 위 구광본으로부터 금원을 편취할 것을 마음먹고, 1989.12.5. 광주지방법원에 위 구광본을 피고로 하는 소장에 위 차용증서 2통을 첨부하여 위 채무 금 8,000,000원에 대한 대여금청구소송을 제기하여 그 담당법관을 기망하여 그 법관으로 하여금 1990.3.7. 위 금 8,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83.11.23.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의제자백에 의한 승소판결을 하게 하고, 그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위 구광본으로부터 같은 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것이다.

2. 당원의 판단

가. 법원을 기망하여 승소판결을 받아가지고 패소한 상대방으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이른바 소송사기가 사기죄를 구성하려면, 원고가 제소할 당시 주장한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와 같은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허위의 주장을 하여 법원을 기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여야만 된다고 할 것이므로, 단순히 사실을 잘못 인식하거나 법률적인 평가를 잘못하여 존재하지도 않는 권리를 존재한다고 믿고 제소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고 할 것이다( 당원 1982.9.28. 선고 81도2526 판결 ; 1984.4.24. 선고 83도973 판결 ; 1992.4.10. 선고 91도242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면, 공소외 김재석이 피고인에게 아파트 분양잔대금 10,800,00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있던 중, 피고인이 위 잔대금 중 금 8,000,000원을 공소외 구광본으로부터 지급받기로 하여 1983.11.23. 위 구광본으로부터 차용증 2통(금 5,000,000원짜리와 금 3,000,000원짜리)을 교부받았다가, 1985.8.31.에는 위 구광본의 채무 금 8,000,000원을 소외 이정신으로부터 지급받기로 하고, 1987.6.27. 위 이정신으로부터 이자를 포함하여 금 8,700,000원을 지급받은 사실, 피고인이 그 후 1989.12.5. 광주지방법원에 위 구광본을 상대로 위 차용증서 2통에 기하여 대여금 8,000,000원과 이에 대한 1983.11.23.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법원이 지급명령을 하자, 위 구광본이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함에 따라 소송으로 이행되었으나 위 구광본이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함으로써 상대방이 주장한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간주되어 1990.3.7. 피고인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다. 그러나 피고인이 위와 같이 위 구광본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승소판결을 받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관계 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위 구광본은 별다른 직업 없이 위 김재석이 경영하는 기원에서 다른 손님들을 상대로 내기바둑 등을 두고 있던 중 위 이정신과 내기바둑을 두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두 사람이 모두 돈이 떨어져 현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자 위 김재석이 책임지고 두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아주기로 하고 내기바둑을 두었던바, 위 이정신이 1983년말부터 1984년초까지 위 구광본과의 내기바둑으로 합계 금 8,000,000원의 채무를 지게 되었던 사실, 위 김재석이 위 이정신에게 자신에게 줄 위 금 8,000,000원(김재석을 통하여 구광본에게 줄 돈이다)을 피고인에게 지급하라고 부탁하여 위 이정신이 위 구광본의 피고인에 대한 위 금 8,000,000원의 채무를 인수하기로 위 구광본 및 피고인과 약정한 사실(수사기록 154장, 155장), 위 김재석이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1985.9.26. 위 구광본의 명의로 소유권이전청구권의 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경료하고, 그 후 위 이정신이 채무를 인수한 금 8,00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액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명의로 1986.4.2. 채권최고액 금 3,500,000원, 4.4. 채권최고액 금 2,200,000원의 각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사실, 위 구광본이 1986.5.6. 피고인에게 위 가등기는 위 김재석이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임의로 경료한 것이고, 자신은 가등기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도 없고 채권도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준 사실(공판기록 173장 내지 175장), 피고인은 위 이정신이 채무를 인수한 금 8,000,000원 이외의 나머지 액의 채무를 위 김재석으로부터 변제받지 못하게 되자 위 아파트를 분양한 때로부터 6년여가 지난 1989.4.13. 광주지방법원에 위 김재석을 상대로 매매대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던바(공판기록 93장 내지 96장), 위 김재석은 1989.4.27. 위 이정신이 인수한 채무의 변제와 위 각 근저당권의 설정 등으로 위 분양잔대금 10,800,000원이 모두 변제되었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였으나(공판기록 105장 내지 108장), 결국 1989.11.15. 위 김재석은 피고인에게 금 8,416,000원과 이에 대한 1985.9.1.부터 1989.4.19.까지는 연 2할 4푼의, 1989.4.20.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고(수사기록 87장 내지 90장, 공판기록 151장), 위 김재석이 항소를 하지 아니하여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 한편 위 김재석은 1989.5.28. 공소외 김홍식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금 28,000,000원에 매도하고(공판기록 177장), 6.14. 위 구광본의 명의로 위 가등기에 기한 소유권이전의 본등기를 경료한 다음(이에 따라 위 가등기가 경료된 후에 경료된 피고인 명의의 각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모두 말소되었다), 6.21. 위 김홍식과 공소외 박계순 및 김화자를 거쳐 최종적으로 이 사건 아파트를 매수한 공소외 이지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는데, 피고인이 1989.6.20. 위 구광본에 대하여 금 8,000,000원의 채권이 있다고 주장하여 이 사건 아파트를 가압류한 사실, 피고인이 위와 같이 위 김재석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별다른 재산이 없는 위 김재석이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이미 제3자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버렸기 때문에 위 승소판결로는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되자, 위 구광본에 대한 채무명의를 얻어 가지고 그를 채무자로 하여 가압류하여 놓은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여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을 생각으로, 앞서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1989.12.5. 위 구광본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한 사실(수사기록 35장, 36장), 위 구광본이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함에 따라 소송으로 이행되었으나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여 1990.3.7. 피고인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되고, 위 구광본이 항소를 하지 아니하여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아파트가 자신이 신축하여 분양한 것일 뿐만 아니라, 위 김재석과 구광본의 관계로 보아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경료된 위 구광본 명의의 위 가등기나 본등기는 아무런 등기원인도 없이 경료된 것으로서 이 사건 아파트는 김재석의 소유임이 틀림없고, 위 두사람에게는 이 사건 아파트 이외에 다른 재산이 없으므로, 어떤 방법으로든지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여야 된다고 생각하였고, 위 김재식과 구광본도 이와 같은 사정을 용인하여 위 가압류결정에 대하여 이의를 신청하지 아니하고, 판결에 대하여도 항소를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사실, 피고인은 위 구광본에 대한 승소판결에 의하여 1990.5.경 광주지방법원에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강제경매를 신청하여(수사기록 115장, 116장), 강제경매절차가 진행된 결과 1990.12.18. 경락대금에서 금 8,000,000원을 지급받은 사실(나머지 금 28,620,250원은 제3취득자인 위 이지신에게 지급되었다. 공판기록 178장), 피고인이 위와 같이 위 구광본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승소판결을 받게 되자, 위 이지신은 피고인과 위 구광본이 공모하여 위와 같이 피고인의 명의로 이 사건 아파트를 가압류하고 승소판결을 받는 등 소송사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여 1990.5.3. 광주지방검찰청에 피고인과 위 구광본을 사기죄로 고소한 사실, 위 김재석과 구광본은 그때까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가압류결정에 대하여 이의를 신청하지 아니하고 판결에 대하여도 항소를 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고소에 따르는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려고 피고인이 허위의 채권을 주장하여 위 구광본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였다고 극력 주장하기에 이르렀고, 수사가 진행된 결과 피고인만이 이 사건 소송사기죄로 구속되어 공소가 제기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피고인은 위 김재석으로부터 아파트 분양잔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던 중,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경료된 위 구광본 명의의 위 가등기가 원인이 무효인 등기라고 믿고 자신의 명의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놓았었는데, 이 사건 아파트를 분양한 때로부터 6년 이상이 지나도록 분양잔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여 위 김재석을 상대로 매매대금청구소송을 제기하자, 위 김재석과 구광본이 위 구광본의 명의로 경료되어 있는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경료하여 피고인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게 한 다음, 위 이지신의 명의로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도 위 김재석이 피고인에 대한 분양잔대금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는데다가, 피고인은 위 김재석에 대하여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강제집행할 재산이 없어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하기 위하여는 위 구광본에 대하여 승소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소지하고 있던 위 구광본 명의의 위 차용증서 2통을 가지고 위 구광본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한 것으로 이해되는바, 그렇다면 피고인이 위 구광본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할 당시 위 차용증서 2통에 따라 위 구광본에 대하여 금 8,000,000원과 이에 대한 1983.11.23.부터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위 구광본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함에 있어서 자신에게 그와 같은 권리가 없음을 알면서 허위의 주장을 하여 법원을 기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에 대하여는 제대로 심리도 하지 아니한 채 제1심판결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의 이 사건 사기 범죄사실을 인정하기에 넉넉하다고만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의 범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임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관(재판장) 김주한 김용준(주심) 천경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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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광주지방법원 1993.6.18.선고 91노1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