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이른바 소송사기를 사기죄로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증거를 조작함이 없이 허위의 내용으로 지급명령을 신청한 경우, 사기죄의 기망수단이 되는지 여부(적극)
[3] 지급명령신청에 대해 상대방이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 사기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소극)
[4] 허위의 내용으로 신청한 지급명령이 그대로 확정된 경우, 사기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소송사기는 법원을 기망하여 제3자의 재물을 편취할 것을 기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사기죄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제소 당시 그 주장과 같은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주장의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허위의 주장과 입증으로 법원을 기망한다는 인식을 요한다.
[2] 허위의 내용으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법원을 기망한다는 고의가 있는 경우에 법원을 기망하는 것은 반드시 허위의 증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당사자의 주장이 법원을 기만하기 충분한 것이라면 기망수단이 된다.
[3] 지급명령신청에 대해 상대방이 이의신청을 하면 지급명령은 이의의 범위 안에서 그 효력을 잃게 되고 지급명령을 신청한 때에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게 되는 것이지만 이로써 이미 실행에 착수한 사기의 범행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4]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채무자가 2주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5조 에 따라 지급명령은 확정되고, 이와 같이 확정된 지급명령에 대해서는 항고를 제기하는 등 동일한 절차 내에서는 불복절차가 따로 없어서 이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재심의 소를 제기하거나 위 법 제505조 에 따라 청구이의의 소로써 강제집행의 불허를 소구할 길이 열려 있을 뿐인데, 이는 피해자가 별도의 소로써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허위의 내용으로 신청한 지급명령이 그대로 확정된 경우에는 소송사기의 방법으로 승소 판결을 받아 확정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기죄는 이미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것이다.
참조조문
[1] 형법 제347조 [2] 형법 제347조 [3] 형법 제347조 ,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39조 (현행 제470조 참조) 형법 제347조 ,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5조 (현행 제474조 참조) 제505조 (현행 민사집행법 제44조 참조)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형선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원심은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인용하여, 피고인이 정길환에게 정택주가 발행한 액면 2,000만 원의 당좌수표 1장을 할인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수표가 부도나서 할인해 준 금원을 회수할 수 없게 되자, 정길환을 피고인에게 소개시켜 준 피해자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되었다는 이유로, 마치 피해자에게 그 수표를 할인해 준 것처럼 허위 주장을 하며 전주지방법원 김제시법원에 피해자를 상대로 그 법원 98차1524호로 "채무자(이 사건의 피해자)는 채권자(이 사건의 피고인)에게 2,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급명령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과 독촉절차비용을 지급하라."는 허위의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이에 속은 그 법원 판사로부터 같은 해 12. 15.경 위와 같은 취지의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후 지급명령정본에 집행문을 부여받아 1999. 2. 12. 강제경매개시결정을 받는 등 방법으로 위 2,000만 원 및 지연손해금 등 상당을 편취하였다는 요지의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런데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채용 증거 중 정택주에 대한 검찰진술조서 가운데 '정길환으로부터 들은 부분'은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의 규정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는데도 이 부분을 제외하지 않은 채 원심이 유죄의 증거로 삼은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지만, 그 밖에 다른 증거인 정길환에 대한 2, 3회 각 검찰진술조서 및 증인 강문옥의 제1심 법정진술만으로도 이 사건 범죄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이상, 원심의 판단에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줄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증거법칙을 위반하였던 잘못이나 판결이유를 갖추지 못하였다는 잘못이 없다.
또한, 소송사기는 법원을 기망하여 제3자의 재물을 편취할 것을 기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사기죄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제소 당시 그 주장과 같은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주장의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허위의 주장과 입증으로 법원을 기망한다는 인식을 요하는 것 임은( 대법원 1984. 4. 24. 선고 83도973 판결 , 대법원 1995. 4. 21. 선고 95도357 판결 등 참조)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수표를 할인해 준 것이 아니라 정길환에게 할인을 해주었는데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피해자를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그 후 피해자가 제기한 청구이의의 소송에서 정길환을 내세워 위증을 교사하기까지 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허위의 내용으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법원을 기망한다는 고의가 드러났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경우에 법원을 기망하는 것은 반드시 허위의 증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당사자의 주장이 법원을 기만하기 충분한 것이라면 기망수단이 되는 것이다 .
나아가, 지급명령신청에 대해 상대방이 이의를 하면 지급명령은 이의의 범위 안에서 그 효력을 잃게 되고 지급명령을 신청한 때에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게 되는 것이지만 이로써 이미 실행에 착수한 사기의 범행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사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사유가 없다.
그리고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채무자가 2주일 이내에 이의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45조 에 따라 지급명령은 확정되고, 이와 같이 확정된 지급명령에 대해서는 항고를 제기하는 등 동일한 절차내에서는 불복절차가 따로 없어서 이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재심의 소를 제기하거나 위 법 제505조 에 따라 청구이의의 소로써 강제집행의 불허를 소구할 길이 열려 있을 뿐인데, 이는 피해자가 별도의 소로써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허위의 내용으로 신청한 지급명령이 그대로 확정된 경우에는 소송사기의 방법으로 승소 판결을 받아 확정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기죄는 이미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것이다 .
그러므로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범죄사실이 기수에 이른 시기를 판시함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이 사건 지급명령이 확정된 것은 명백하므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그 판결 금액 상당의 사기죄의 기수로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재물취득 사기와 이익취득 사기의 구분, 사기죄의 기수시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준 위법사유가 없다.
상고이유서와 상고보충이유서의 주장들을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