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산부인과 개업의사에게 수혈용 혈액을 미리 준비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없다고 본 사례
[2] 침투태반으로 인한 산후 과다출혈시, 자궁적출술을 즉시 시행하지 아니하고 보존적 지혈 요법을 거친 후 이를 시행한 산부인과 개업의사의 업무상과실 유무(소극)
판결요지
[1] 산부인과 개업의들이 매 분만마다 수혈용 혈액을 준비한다 하더라도 이를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대부분의 분만에서 사용하지 아니한다)에는 혈액원에 반납할 수 없고, 산부인과 의원에서는 이를 보관하였다가 다른 산모에게 사용할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 사용하지 못한 혈액은 폐기하여야 하고, 헌혈 부족으로 충분한 혈액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당시 우리 나라의 실정상 만약 산부인과 개업의들이 매 분만마다 수혈용 혈액을 미리 준비하고, 이를 폐기한다면 혈액 부족이 심화될 우려가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제왕절개분만을 함에 있어서 산모에게 수혈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 한, 산후과다출혈에 대비하여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기 전에 미리 혈액을 준비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사례.
[2] 침투태반에 의한 출혈이라 하여도 개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로서는 우선은 보존적인 요법을 시행하여 지혈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관찰을 하여 보고, 그로써 지혈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그 때에 지체 없이 자궁적출술을 시행하여야 할 것이지, 침투태반에 의한 출혈이라 하여 보존적인 요법을 거치지도 않고 우선 자궁적출술부터 시행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인정한 기초적인 사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인천 북구 갈산동 73의 10에서 산부인과 의원을 개설하고 있는 피고인이 1994. 4. 14. 09:30경 임산부인 피해자에게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여 같은 날 09:39경 여아를 분만시키고 계속하여 자궁 안의 태반을 분리·제거하였으나 이른바 침투태반으로 말미암아 자궁이 수축되지 않고 다량의 출혈이 수반되자 이를 막기 위하여 자궁수축제인 옥시토신 20유니트, 메델진 1앰플을 정맥에 주사하고 자궁마사지를 하면서 지혈되기를 기다렸으나 출혈이 멈추지 아니하자, 같은 날 10:05경 간호조무사인 원계순을 인천적십자혈액원에 혈액을 구하러 보내는 한편 피해자에게 수혈대용제인 하트만용액 4,000㏄ 및 레모마크로덱스 1,000㎖를 주사하면서 자궁경부를 제외한 자궁적출술을 시행하여 같은 날 11:50경 자궁적출술을 마쳤으나 그 과정에서 피해자이 2,500㏄ 내지 3,000㏄ 정도의 출혈을 한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의 후송을 위하여 119구급차를 대기시킨 다음 같은 날 12:00경 혈액이 도착하자 피해자에게 수혈을 하면서 그녀를 인천 중앙길병원으로 후송한 사실 및 피해자이 인천 중앙길병원에 도착한 후에도 출혈이 약 2,000㏄ 가량 계속되자 위 병원에서는 수혈을 하면서 자궁경부제거수술 및 출혈부위 결찰술을 시행하였으나 피해자은 같은 달 19. 21:50경 산후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와 그에 따른 성인성호흡곤란증으로 사망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2. 수혈용 혈액을 준비하지 아니한 채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한 것이 과실인지에 관하여
원심은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인천 시내에 혈액관리법에 따라 혈액원이 설치된 곳은 12곳이고 산부인과 의원에서 혈액원을 개설한 경우는 한 곳도 없는 사실, 일반 산부인과 의원에서는 매 분만마다 혈액을 준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는 인근 혈액원에서 혈액을 구입하여 사용하고,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경우에도 헤모글로빈 수치가 10 이하인 경우에만 혈액을 미리 준비하고 그 이외의 경우에는 혈액을 미리 준비하지 아니하는 것이 관행이고, 피해자의 경우 헤모글로빈 수치가 10.2로 산출된 사실, 침투태반의 경우 사전 검사를 통하여는 이를 발견할 수 없고, 그 발생빈도는 평균 7,000분만 건수당 1회정도인 사실 등을 인정하고, 산부인과 의원을 개설한 전문의인 피고인으로서는 수술 전에 발견할 수 없는 자궁이완이나 태반이상 등의 원인으로 야기될 산후과다출혈에 대비하여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기 전에 미리 혈액을 준비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산부인과 개업의들이 매 분만마다 수혈용 혈액을 준비한다 하더라도 이를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대부분의 분만에서 사용하지 아니한다)에는 혈액원에 반납할 수 없고, 산부인과 의원에서는 이를 보관하였다가 다른 산모에게 사용할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 사용하지 못한 혈액은 폐기하여야 하고, 헌혈 부족으로 충분한 혈액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이 사건 당시 우리 나라의 실정상 만약 산부인과 개업의들이 매 분만마다 수혈용 혈액을 미리 준비하고, 이를 폐기한다면 혈액 부족이 심화될 우려가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여기에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특히 피고인이 이 사건 제왕절개분만을 함에 있어서 피해자에게 수혈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여기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가 없다.
3. 분만 후 25분 정도가 지난 후 자궁적출술을 시행한 것이 과실인지에 관하여
원심은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여 다량의 출혈이 수반되는 경우에 우선 자궁수축제를 투여하고 마사지를 하면서 결과를 지켜 본 후 그래도 지혈되지 아니하는 경우 비로소 수혈을 하면서 자궁적출술을 시행하며, 만일 수혈용 혈액이 준비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 임시 방편으로 수혈대용제를 투여하는 것이 일반적인 의료방법이라고 인정하고, 피고인이 분만 후 자궁수축제인 옥시토신 20유니트, 메델진 1앰플을 투여하고 자궁마사지를 실시하고 자궁이 수축되어 출혈이 멈추기를 기다렸으나 출혈이 계속되자 간호사를 인천적십자혈액원에 혈액을 구하러 보내는 한편 피해자에게 수혈대용제를 주사하면서 자궁경부를 제외한 자궁적출술을 시행하고, 위 수술이 완료되는 대로 피해자을 후송하기 위하여 119구급차를 요청하여 대기시켜 두었다가 인천 적십자혈액원으로부터 혈액이 도착하자마자 피해자에게 수혈하면서 인천 중앙길병원으로 후송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피고인의 시설과 당시의 일반적인 진료방법에 따라 대처하였다고 볼 것이고, 달리 피고인이 이와 같은 수술을 시행함에 있어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점에 관한 검사의 상고이유의 요점은 피해자의 출혈은 침투태반에 의한 것이었고, 침투태반에 의한 출혈인 경우에는 피고인이 취한 것과 같은 처치로는 이를 지혈시킬 수 없으므로 즉시 자궁적출술을 시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원심은 특히 침투태반에 의한 산후 출혈인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제왕절개에 의한 분만 후 다량의 출혈이 수반되는 경우에 피고인이 취한 처치 방법이 적절한 것이었다고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침투태반은 태반이 자궁근육 조직까지 침투하여 붙어 있는 것을 말하고, 산과학 서적의 기재(공판 기록 71쪽에 첨부된 산과학 341쪽 참조),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피고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에 제출된 세광병원장의 사실조회회신 사본의 기재, 특히 수사기관과 제1심 법정에서의 인천 중앙길병원 산부인과 과장 김득순의 진술 등에 의하면 제왕절개수술을 한 후 침투태반으로 인하여 과다출혈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취한 바와 같은 자궁수축제 투여, 자궁마사지 등의 단계를 밟을 여유도 없이 즉시 자궁적출술을 시행하여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 침투태반이라 하여도 그 부위, 유착에 관여하는 태반엽의 수 등에 따라 정도에 차이가 있고(공판기록 87쪽에 편철된 산과학 569쪽 참조), 그 정도에 따라 출혈량, 급속다량출혈의 빈도 등에 차이가 있고(세광병원장의 사실조회회신 사본), 또한 침투태반이라 하여도 자궁수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출혈이 멎는 수도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조직검사까지 하여야만 침투태반인지 여부를 확진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음(원심 증인 민기홍의 증언)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한다면 침투태반에 의한 출혈이라 하여도 개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로서는 우선은 보존적인 요법을 시행하여 지혈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관찰을 하여 보고, 그로써 지혈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그 때에 지체 없이 자궁적출술을 시행하여야 할 것이지, 침투태반에 의한 출혈이라 하여 보존적인 요법을 거치지도 않고 우선 자궁적출술부터 시행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결국 원심이 그 채용한 증거에 의하여 분만 직후에 상당한 출혈이 있는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즉시 자궁적출술을 하는 것이 아니고, 자궁수축제를 투여하고 더 나아가 자궁을 마사지하고 자궁이 수축되기를 기다려 본다는 취지로 사실인정을 한 것은 침투태반이 출혈의 원인이 된 경우에도 타당하다 할 것이다(더욱이 이 사건에서는 기록상 피해자에게 자궁이완증도 함께 왔는데, 자궁이완증에 대하여는 일단 자궁수축제를 투여하고 자궁마사지를 하면서 수축을 기대하며 관찰하여 보는 것이 당시 개업한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일반적인 치료방법임을 알 수 있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분만 후 약 16분 후(1994. 4. 19. 09:55경) 피해자의 남편인 김정근에게 자궁적출술에 관하여 동의를 구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이는 그 무렵에 이미 피고인이 자궁적출술을 시행하여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단계적인 조치를 취하여 나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달리 피고인이 자궁수축제를 투여하고 자궁마사지를 실시한 후 지혈이 될 것을 기대하며 관찰할 여유도 없이 바로 자궁적출술을 시행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어야 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그 설시에 다소 미흡한 점은 있어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도 옳은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어떤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관한 논지도 이유가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