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빈혈, 저혈압이며 심장이 약한 임신부가 16주 정도된 태아의 낙태수술 후 이완성 자궁출혈로 사망한 경우 수술행위와 사망간의 상당인과관계 유무
나. 낙태수술 후 임부의 자궁출혈이 통상보다 과도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이완성 자궁출혈을 미리 알아 내지 못한 진료상과실 인정가부
판결요지
가. 일반적으로 이완성 자궁출혈을 일으키는 원인은 신체의 빈약, 자궁질병, 임신중독, 쌍생아, 양수과다증, 고혈압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임신부의 건강상태와 태아의 성장정도가 이완성 자궁출혈의 원인이 된 여부를 판단하려면 먼저 임신부의 빈혈의 정도, 저혈압의 수치 및 심장기능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후에 이러한 신체조건과 태아의 성장정도에 비추어 과연 이완성 자궁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지를 밝혀보아야 할 것이며 만연히 추상적으로 임신부가 빈혈이고 저혈압이며 심장이 약하다는 사실과 태아가 16주 정도 되었다는 사실만 가지고 곧 이완성자궁출혈의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서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낙태수술을 요청받고서 이를 거절하지 아니하고 내과전문의에 의한 부작용 유무의 확인을 거침이 없이 수술을 시행한 행위와 수술 후의 이완성 자궁출혈로 인한 임신부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이완성 자궁출혈은 급성대출혈로서 30분 내외에서 3시간 사이에 2,000내지 3,000씨씨 이상의 출혈을 하게 된다는 것인 바 임신부가 낙태수술 후 계속 출혈이 된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3회에 걸쳐 출혈이 있은 경우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1차 출혈시에 이완성 자궁출혈임을 미리 알아 차려 조치하지 아니하여 임신부가 사망하게 된데 대해 그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하려면 적어도 1차 출혈현상이 위와 같은 급성대출혈임을 짐작케 할 정도의 것임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므로 1차 출혈의 상황에 관하여 다만 통상보다 과도한 출혈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1차 출혈이 급성대출혈을 짐작케 할 정도의 것임을 수긍할 수 없으니 진료상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김장철 외 2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원형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홍순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 제1,2점을 함께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산부인과의원을 개설하고 있으면서 1980.10.11 소외 망 지명희로부터 낙태수술의 요청을 받고 진찰한 결과 동인이 저혈압이고 빈혈이며 심장이 약한 것으로 진단되었으나 낙태수술에는 큰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다음날인 10.12.21:40경 위 의원 처치실에서 약 10분간에 걸쳐 수술을 시행하고 임신 16주 정도된 태아및 태반을 자연분만식으로 배출하고 태반찌꺼기는 수술도구를 사용하여 긁어낸 사실, 위 망인은 수술이 끝나고 약 30분쯤지나 회복실로 옮겨진 후 혈압이 최고 80, 최저 60 정도로 떨어지고 통상보다 과도한 출혈이 있었으므로 피고는 자궁수축제, 강심제, 혈압상승제 등을 주사하여 일단지혈이 되었다가 22:40경 다시 출혈이 되어 피고의 지혈조치로 지혈이 되었으나 다음날 00:10경 또다시 심한 출혈이 일어나고 이 때에는 피고의 지혈조치에도 출혈이 멎지 아니하고 혈압도 오르지 아니한 사실, 이에 피고는 위험을 느끼고 피고의 의원에는 충분한 혈액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 망인의 가족에게 혈액원에 가서 혈액을 구해 오도록 지시하고 계속 관찰하였으나 혈압이 다 떨어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출혈이 더욱 심해지므로 비로소 이완성 자궁출혈인 것으로 판단하고, 자궁수축제 및 지혈제를 계속 주사하며 자궁맛사지 방법으로 압박조치를 함과 동시에 인공호흡(산소호흡기는 고장으로 사용불능이었다)을 하고 종합병원으로 이송준비를 하였으나 피고의 의원에는 구급차가 없고 이미 자정이 지난 시각이어서 차량수배가 늦어져 그날 00:50경에야 한양대학교 부속병원으로 이송을 하였는데 이송도중인 01:00경 위 망인은 실혈과다로 사망한 사실위 망 지명희의 결정적 사인이 된 이완성 자궁출혈은 모성사망의 3대 원인중의 하나이고 부인과 의료사고의 절반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서 자궁부위의 상태가 약하여 자궁저가 내려가지 아니하고 위로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수축이 되지 아니하여 출혈을 일으키며 출산후 곧바로 자궁이 이완되는 수도 있고 출산후 자궁이 일단 원상으로 수축하였다가 다시 이완되는 수도 있으며 그 원인은 신체의 빈약, 자궁질병, 임신중독, 쌍생아, 양수과다증, 고혈압등 여러 원인이 있으므로 임산부의 외부상태나 분만후의 경과관찰등 만으로 그 증상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우나 출산이나 소파수술 후 통상보다 과도한 출혈이 있는 경우 손으로 배를 통하여 자궁의 크기를 주의깊게 확인하면 이완성 출혈여부를 가릴 수 있고 그 증상은 급성대출혈이기 때문에 30분 내외에서 평균 3시간 이내에 2,000 내지 3,000씨씨 이상의 출혈을 하게 되므로 응급가료를 요하나 통상의 경우 충분한 수혈을 계속하면서 수축제 투여와 자궁맛사지를 하고 최악의 경우 자궁적출수술을 하는 등 적절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2. 첫째로, 원심은 위와 같은 인정사실을 토대로, 피고는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수술에 앞서 위 망인을 진찰하였을 때 동인의 신체조건이 빈혈이고 저혈압이며 심장이 약한 등 건강상태가 나뿐데다가 태아도 임신후 16주나 경과되어 소파수술에 위험발생의 가능성이 많았으므로 수술을 거절하거나 적어도 내과전문의에게 먼저 진찰을 의뢰하여 수술을 하여도 부작용이 없을 것인지를 확인 한 후에 수술을 시행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수술을 시행한 과실이 있고 이것이 위 망인의 한가지 사망원인이 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의 인정사실 자체에 의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이완성 자궁출혈을 일으키는 원인은 신체의 빈약, 자궁질병, 임신중독, 쌍생아, 양수과다증, 고혈압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므로 위 망인의 건강상태와 태아의 성장정도가 이완성 자궁출혈의 원인이 된 여부를 판단하려면 먼저 위 망인의 빈혈의 정도, 저혈압의 수치 및 심장기능의 정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한 후에 이러한 신체조건과 태아의 성장정도에 비추어 과연 이완성 자궁출혈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지를 밝혀보아야 할 것이며, 만연히 추상적으로 위 망인의 빈혈이고 저혈압이며 심장이 약하다는 사실과 태아가 16주 되었다는 사실만 가지고 곧 이완성 자궁출혈의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위 망인의 건강상태와 태아의 성장정도가 이완성 자궁출혈의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상, 피고가 수술을 거절하지 아니하고 내과전문의에 의한 부작용 유무의 확인을 거침이 없이 수술을 시행한 행위와 위 망인의 사망과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점에서 위 원심판단은 적법한 증거없이 인과관계를 인정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겠다.
3. 둘째로, 원심은 위 인정과 같이 수술직후에 통상의 경우에 비하여 과도한 출혈이 있음을 발견하였으면 즉시 그 원인을 철저히 세밀하게 규명하고 위와 같이 모성사망원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자궁이 완성 출혈의 가능성에 대비하여 적절한 처치를 함과 동시에 최악의 경우에 충분한 수혈을 하고 신속하게 자궁적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혈액을 준비하거나 적어도 혈액원에 사전연락을 취하여 필요한 때에 혈액을 공급받을 수 있는 조치 등을 취하고 또 수술을 도울 마취과 전문의를 연락하여 놓거나 만약 피고의 의원에서 그 수술을 할 여건이 되지 못하면 신속하게 시설이 좋은 종합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미리 차량을 준비하여 놓는 등 제반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하여 위 인정과 같이 몇차례에 걸쳐 통상보다 심한 출혈이 있었는데도 낙태수술 후의 통상적인 출혈로만 안이하게 생각하여 미봉적인 지혈조치만 계속하고 수혈이 필요한 혈액도 사태가 급박해진 뒤로서 이미 자정이 지난 시각에야 그런일이 익숙치 못한 환자의 가족에게 구해오라고 지시하였으며 산소호흡기도 제대로 정비해놓지 못했고 종합병원으로 신속한 이송을 위한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1) 그러나 우선 원심인정에 의하면 위 망인은 수술후 계속 출혈이 된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3회에 걸쳐 출혈이 있었다는 것이고 또 이완성 자궁출혈은 급성대출혈로서 30분 내외에서 3시간 이내에 2,000 내지 3,000씨씨 이상의 출혈을 하게 된다는 것인바(기록 276정, 296정에 보면 수도물처럼 나오는 정도라고 표현되어 있다), 위 원심판단의 취지가 1차 출혈시에 이완성 자궁출혈임을 미리 알아차려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점에 피고의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면 적어도 1차 출혈의 출혈현상이 위와 같은 급성대출혈임을 짐작케 할 정도의 것이었음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판결은 1차 출혈의 상황에 관하여 다만 통상보다 과도한 출혈이 있었다고만 판시하고 있어서 이것이 과연 위와 같은 급성대출혈이 있었음을 인정한 취지인지 분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록을 살펴보아도 1차 출혈이 위와 같은 급성대출혈을 짐작케 할 정도의 것이었음을 수긍할만한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위 망인의 가족인 김기희, 이영란 등의 진술에 보면 수술직후부터 계속하여 다량의 출혈이 있었다는 부분이 있으나 원심은 수술 후 간헐적으로 출혈이 있었음을 인정함으로써 위 진술부분을 믿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2) 만일 위 원심판단이 위와 달리 3차 출혈이 있기까지 여러차례의 출혈이 있었는데도 이완성 자궁출혈의 가능성을 알아차려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에 피고의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본 취지라면 이는 다음과 같이 잘못된 사실인정을 토대로 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즉 원심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망 지명희를 수술후 회복실로 옮기고 나서 1차로 출혈이 있어 지혈제주사로 지혈이 되었고 2차로 22:40경 출혈이 있어 다시 피고의 지혈조치로 지혈이 되었으며 3차로 다음날 00:10경 심한 출혈이 일어나고 이 때에는 피고의 지혈조치로도 출혈이 멎지 아니하였다는 것으로서 원심은 모두 3회의 출혈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는바, 1심의 형사기록 검증결과중 김상현에 대한 진술조서 기재(기록 426정)에 의하면 이완성 자궁출혈은 분만후의 주기적 출혈증상이 특징이라는 것이므로, 만일 원심인정과 같이 분만후 3회의 출혈현상이 있었다면 산부인과 전문의인 피고로서는 적어도 2차 출혈시에는 이완성 자궁출혈을 의심하여 미리 원심판시와 같은 혈액준비와 자궁적출수술 또는 종합병원에의 이송준비등 대책을 서둘렀어야 할 것이며 이를 게을리한 점에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심이 위 사실인정의 증거로 한 것들 중 1심증인 이영란과 2심증인 김기희의 각 증언 및 1심의 형사기록 검증결과중 위 이영란과 김기희의 각 진술내용은 수술 후 망 지명희를 입원실로 옮기고 나서부터 내내 심한 출혈이 계속되고 지혈이 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이고, 이와 반대로 1심증인 소외 1의 증언과 위 형사기록 검증결과중 피고인 소외 1 및 2 등의 각 진술내용은 대체로 수술후 산모를 입원실로 옮기고 나서 약 30분쯤지나 1차로 출혈이 있어 피고인의 지혈조치로 지혈이 되고 다시 자정(00:00)을 전후하여 2차로 심한 출혈이 있어 지혈조치를 취하였으나 지혈이 안되었다는 것으로서 2회의 출혈현상이 있었다는 취지이다.
그밖의 다른 증거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원심인정과 같이 3회의 출혈현상이 있었음을 인정할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으니 결국 위 출혈회수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에는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한 허물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사유라고 할 것이다.
3. 결국 위에서 본 원심판결의 위 법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 제2항 의 파기사유에 해당하고 이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케 하고자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 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