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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2000. 12. 14. 선고 99가합7965, 2000가합3648 판결 : 항소기각, 상고
[손해배상(기)][하집2001-1,232]
판시사항

갑, 을 2명이 승차한 승용차의 운행 중 교통사고가 발생하였고 갑과 을 모두 서로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에 의해 운전자로 지목되어 공소가 제기된 갑에 대하여 무죄의 확정판결이 선고되었지만 민사사건에서 증거에 의해 다시 갑을 운전자로 확정한 사례

판결요지

갑, 을 2명이 승차한 승용차의 운행 중 교통사고가 발생하였고 갑과 을 모두 서로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에 의해 운전자로 지목되어 공소가 제기된 갑에 대하여 무죄의 확정판결이 선고되었지만 민사사건에서 증거에 의해 다시 갑을 운전자로 확정한 사례.

원고,반소피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규일 외 1인)

피고,반소원고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인수)

주문

1.원고(반소피고)의 본소청구 및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소송비용 중 본소 소송비용은 원고(반소피고)의, 반소 소송비용은 피고(반소원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본소]: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는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에게 금 373,5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5. 1. 9.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반소]:원고는 피고에게 금 164,090,070원 및 이에 대하여 1997. 3. 7.부터 이 사건 반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갑 제4호증의 6 및 을 제1호증의 179와 같다) 내지 갑 제2호증의 3, 갑 제3호증의 3 내지 5, 8(을 제1호증의 6 내지 61과 같다. 이하 '갑 제3호증의 8'이라고만 한다), 15(을 제1호증의 63과 같다), 16(을 제1호증의 64와 같다), 29(을 제1호증의 71 내지 82와 같다), 갑 제4호증의 35, 36, 48 내지 50, 56, 57, 134, 135, 141, 을 제2호증, 을 제9호증, 을 제10호증의 각 기재와 원·피고에 대한 각 본인신문 결과(다만, 원고 본인신문 결과 중 아래에서 배척하는 일부 결과는 제외한다.)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해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교통사고의 발생

(1)1995. 1. 19. 22:20경 원·피고가 탑승한 원고 소유의 소나타Ⅱ 승용차(이하 '이 사건 사고 차량'이라 한다)가 경주시 인왕동 소재 상서장 앞 편도 2차선 도로의 1차선상을 고속신호대 방면에서 오능신호대 방면으로 시속 약 80㎞로 진행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하여 반대차선에서 마주 오던 소외 유교혁 운전의 인천 1머6826호 승용차(이하 '인천 차량'이라 한다)와 충돌(이하 '이 사건 1차 충돌'이라 한다)하고, 계속하여 위 유교혁 운전의 승용차를 뒤따라오던 소외 이종복 운전의 경북 8더2982호 화물차(이하 '화물 차량'이라 한다)와 충돌(이하 '이 사건 2차 충돌'이라 한다)하였다.

(2)위 사고로 인하여, 사고 차량은 반대차선 2차로 횡단보도상에 뒷바퀴가 앞바퀴보다 들려 있고, 운전석쪽 지붕틀이 조수석쪽 지붕틀보다 많이 우그러들은 나머지 조수석 쪽이 운전석 쪽에 비해 들려 있는 모양으로, 차의 전면은 오릉신호대쪽 2시 방향(이하에서 차체를 기준으로 한 방향은 차량에 승차하여 정면을 바라보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 방향을 말한다. 아울러, 차체의 2시 방향이라고 함은 가상의 시계판의 12시를 차체의 정면에 맞추었다고 가정하였을 때 그 시각이 가리키는 방향을 말한다. 이하 같은 개념으로 설시한다.)을 향한 채 전복되었다.

(3)그 와중에서 원고는 우측 안면부 찰과상, 우쇄골부 찰과상 및 좌상, 좌대퇴 외측부 좌상 {진단서(갑 제3호증의 16)에서 누락된 것인지 진단서가 잘못 기재된 것인지는 기록상 불분명하지만, 갑 제4호증의 29 중 무릎 부위 사진을 보면 원고가 '우 슬관절 외측부 좌상'을 입은 사실을 알 수 있다}으로 전치 2주간의 비교적 경미한 부상을, 피고는 좌측 다발성 늑골(2∼6번)골절, 후두피열상, 뇌좌상, 좌측 쇄골골절, 좌측 슬관절(외측부) 좌상 및 찰과상으로 전치 6주간의 비교적 중한 부상을 각 입게 되었다.

(4)사고 당시 원고와 피고는 모두 앞좌석에 타고 있었으나, 이 사건 변론종결 당시까지 원·피고는 서로 자신이 조수석에 타고 있었고, 운전석에 타서 사고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상대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 형사사건의 진행과정

(1)경찰에서는 위 사고로 인한 초동수사 결과 피고가 운전한 것으로 일응 결론을 내려 피고를 입건하였으나, 검사의 수사지휘로 원고도 그 직후 같은 혐의로 입건되어 두 사람 모두 피의자로 송치되었고, 검사는 수사 결과 원고가 운전한 것으로 판단하여 원고를 1995. 10. 31.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 등으로 기소하였다.

(2)원고는 위 형사사건의 1심인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에서 수개월간의 심리 결과, 유죄로 인정되어 법정구속될 낌새를 알아차리게 되자 선고 예정기일인 1996. 7. 26. 법정에 불출석하였고, 판사는 당일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원고는 그즈음 바로 도주하여 그 후 1주일 주기로 지정된 세 차례의 선고기일에도 역시 계속 출석하지 아니하여, 위 구속영장은 반환된 채 정기인사이동으로 인한 판사의 경질이 있게 되었고, 공판절차가 갱신된 후 원고는 1996. 11. 1. 금고 1년의 유죄판결( 위 지원 95고단1927호 )을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이 되지는 아니하였다.

(3)그러나 항소심인 이 법원에서는 원고가 이 사건 사고 차량을 운전하였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1998. 9. 21. 무죄판결(96노3033호 , 이하 '형사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대법원이 검사의 상고를 기각(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444호 판결 )함으로써 그대로 확정되었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본소청구로서 사고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피고임에도 피고가 방어권의 범위를 넘어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허위 진술 및 위증 등의 불법행위를 하여, ① 원고가 어쩔 수 없이 위 사고의 피해자들에게 치료비 및 차량수리비조로 합계 금 4,350만 원과 ② 원고가 무죄판결을 받기 위하여 변호인 선임료 금 3,000만 원을 각 지출하였고, ③ 피고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니 그로 인한 위자료 금 3억 원 등 합계 금 373,500,000원의 배상을 구한다.

나. 피고의 주장

이에 대하여, 피고는 사고 당시 사고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피고가 아니라 원고이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피고도 위 사고로 인한 피해자이므로 이 사건 반소청구로서 그 손해배상금 등으로 금 164,090,070원을 일단 청구한다고 주장한다.

3. 본소청구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방어권 남용 여부

(1)원고는 피고가 방어권의 범위를 넘어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허위 진술 및 위증 등의 불법행위를 하여 그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므로 우선 이 점에 대하여 살펴보건대, 일반적으로 형사법상 인정되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은 법령상 허용된 범위 내에서 인정되는 것일 뿐 방어자가 허위내용의 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거나 증인에게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위증을 교사하는 등 법령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형사상 처벌받은 위법한 방법으로 다투고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이는 방어권의 범위를 일탈한 방어권의 남용으로서 위법함이 분명하다( 대법원 1983. 12. 13. 선고 81다카1030 판결 참조).

(2)이 사건에 돌이켜 보건대, 원·피고 모두 피의자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원고를 운전자로 판단한 검사가 원고를 기소하였고, 그 후 원고가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곧바로 피고의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없고, 달리 피고가 원고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하거나 오로지 고통을 주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하고, 그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자료들을 제출하며 증인에게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위증을 교사하는 등 법령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형사상 처벌받은 위법한 방법으로 다툰 사실이 있어야 피고의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인데, 그러한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의 본소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주쟁점은 누가 실제 사고 차량의 운전자였는가 하는 데 있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여 원·피고 사이의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의미에서 이에 대하여도 살펴보기로 한다.

나. 형사 판결의 기속력

먼저, 원고가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원고가 운전하지 아니한 사실, 다시 말해 사고 차량을 피고가 운전한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것인지 여부를 살피건대, 이 사건에 있어서 사고 차량 운전자는 원고와 피고, 둘 중의 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여 원고가 운전한 것이 아니라면 피고가 운전한 것으로 되고, 피고가 운전한 것이 아니라면 원고가 운전한 것으로 될 택일적 관계에 있고, 관련 형사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가 될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 민사재판에 제출된 다른 증거내용에 비추어 형사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원은 이를 배척할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이고( 대법원 1997. 3. 14. 선고 95다49370 판결 참조), 나아가 형사재판에서의 유죄판결은 공소사실에 대하여 증거능력 있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입증이 있다는 의미인 반면, 무죄판결은 그러한 입증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므로( 대법원 1998. 9. 8. 선고 98다25368 판결 참조), 따라서 관련 형사사건에서 원고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이 사건에 있어서 곧바로 피고가 사고 차량 운전자임이 증명되었다거나 또는 이 사건을 심리 판단함에 있어서 위 무죄판결의 이유 중에서 설시한 사실인정에 기속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다.그러므로 아래에서는 ① 사고 차량 파손 부위와 원·피고가 입은 상해의 부위 등에 기초한 교통사고에서의 충돌 해석의 방법에 의한 운전자의 규명, ② 원·피고가 사고 차량 탑승하게 된 경위에 비추어 본 탑승 위치 및 탑승 자세, ③ 사고 직후 원·피고의 행동 등 제반 정황, ④ 형사 판결에서 배척한 여러 증거들이 과연 신빙성이 전혀 없는 것들인지 등에 관하여 원·피고의 주장과 위 무죄판결의 이유 등을 위주로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라. 교통사고에서의 충돌 해석

(1) 인정 사실 및 추정되는 사실관계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위에서 본 여러 증거들과 증인 박외철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 제3호증의 7, 8, 10, 11, 20 내지 22, 25, 34, 35, 48, 61, 67, 80, 90, 갑 제4호증의 10, 12, 26, 55, 90, 93, 98, 112의 각 기재와 원고 본인신문의 일부 결과는 모두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차량의 파손 부위 등

사고 차량은 두 차례의 충돌 과정에서 크게 파손되었는데, 피해 차량들과의 직접 충격 부분인 운전석 앞 부분이 가장 심하게 파손되었지만 사고 차량의 차체가 휘거나 엔진룸이 운전석으로 밀려들어오지는 아니하였다. 전복 과정에서 차량 유리와 차량 지붕은 파손되었고(운전석 지붕틀이 조수석 지붕틀에 비해 더욱 우그러진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데, 이는 전복 과정에서 운전석 지붕틀이 먼저 지면에 낙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차량 내부의 운전석 쪽 대시보드가 파손된 것도 같은 이유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콘솔박스의 덮개와 그 앞에 위치한 변속기의 덮개가 떨어져 나갔으며, 조수석 앞의 글로브 박스(속칭 '다시방') 하단부와 오디오 덮개도 파손되었다. 그러나 운전석 부분은 에어백이 작동(사고 차량의 조수석에는 에어백 미장착 상태임)되어 핸들이나 계기판의 손상은 없어 보이고 운전석 문짝이나 엔진룸이 밀려들어오지 아니하여 거의 온전한 상태이며, 조수석 의자는 아래에서 다시 보겠지만 뒷좌석에 거의 닿을 만큼 완전히 뒤로 젖혀진 상태인데 이는 사고 차량의 출발 당시부터 그러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 양 당사자의 부상 부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우측 안면부 찰과상, 우쇄골부 찰과상 및 좌상, 우 슬관절 외측부 좌상으로 전치 2주간의 비교적 경미한 부상을, 피고는 좌측 다발성 늑골(2∼6번)골절, 후두피열상, 뇌좌상, 좌측 쇄골골절, 좌측 슬관절(외측부) 좌상 및 찰과상으로 전치 6주간의 비교적 중한 부상을 각 입게 되었는데, 피고의 좌측 쇄골골절 및 좌측 다발성 늑골(2∼6번)골절은 그 골절 양상이 가슴 아래로 내려가면서 사선으로 나타나고 있어 차 내부 좌측의 어떤 물체에 몸 상체가 비스듬한 상태로 부딪쳐서 다친 것으로 보이고, 또한 피고의 후두피는 차 내부의 날카로운 물체에 부딪쳐 찢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조수석 손잡이 고리에 피고의 머리카락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그 고리에 두피가 찢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 충돌각도와 회전방향

먼저, 사고 차량은 중앙선을 침범하여 반대차선 1차로를 주행하던 인천 차량의 좌측면(좌측 휀다에서 좌측 뒷 문짝까지)을 운전석 앞범퍼 부분으로 긁고 나가는 1차 충돌(사고 차량 기준으로 11시 방향 정도)을 하였고(위 인천 차량의 뒷바퀴 부근에 사고 차량의 번호판이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1차 충돌이 끝날 무렵에는 사고 차량의 후미가 시계반대방향으로 약간 돌아간 듯하다), 재차 2차로에서 주행해 오던 화물 차량의 운전석 부분을 사고 차량의 운전석 앞 범퍼 부분으로 정면으로 들이받는 2차 충돌(사고 차량 기준으로 1시 방향 정도)을 하였다.

사고 차량은 전륜구동 방식의 소나타Ⅱ 승용차이고 사고 당시 원·피고 두 사람이 앞좌석에 타고 있었으므로 그 무게중심은 차체의 중간보다 약간 앞쪽인 운전석과 조수석의 중간부위 정도에 있을 것인데, 화물 차량의 충격의 방향이 사고 차량 1시 방향이었으므로, 사고 차량 2차 충돌 후 후미는 시계반대방향으로 돌고 동시에 뒷부분이 들리면서{이하 '피칭(pitching)운동'이라 한다}위 1.가.(2)기재와 같은 형태로 전복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라) 충돌과 회전으로 인한 탑승자의 이동

① 1차 충돌로 인하여, 사고 차량 내의 탑승자는 신체가 일시에 좌측 11시 방향 정도로 이동할 것이고, 이러한 이동은 순간적으로 급격하게 일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조수석 탑승자는 좌석을 뒤로 완전히 젖히고 누운 상태였으므로 그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신체 전체가 사고 차량 운전석 계기판 쪽으로 이동할 것이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였더라면 상체와 머리가 운전석 계기판 쪽으로 잠시 쏠렸을 것이다. 운전석 탑승자는 에어백이 작동하여 머리와 상체 부위는 거의 부상을 입지 아니하였을 것이나 하체 부분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아니하였으면(이 사건에 있어서 운전석 탑승자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운전석 하부에 부딪쳐 다소간 부상을 입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②1차 충돌 직후 사고 차량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후미 부분이 시계반대방향으로 약간 돌아, 화물 차량과의 2차 충돌시에는 사고 차량의 전방 1시 방향 정도에서 충격이 가해지게 되었으므로 사고 차량은 무게중심을 기준으로 시계반대방향으로 회전하게 되고 동시에 피칭운동에 의해 차량 뒷 부분이 들리며 위에서 본 형태대로 전복하게 되고, 탑승자들은 관성의 법칙에 의하여 충돌 직후 전방 1시 방향으로 신체가 쏠렸다가 곧 시계방향으로 원호를 그리면서 이동할 것이다. 이때 조수석 탑승자는 좌석을 뒤로 완전히 젖히고 누운 상태였으므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아니하였다면 운전석의 경우와는 달리 이동 공간이 넓은 나머지 신체가 뒤로 밀리게 되어 하체 부위가 좌석에서 이탈될 여지가 농후하다.

(마) 상해의 부위 및 정도와 충격 부위의 비교

①상해의 부위 및 정도를 비교하여 운전자를 확정함에 있어서는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입을 수 있는 특유한 상해를 가려내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조수석 탑승자의 경우 그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아니하였다면 사고 차량 11시 방향에서의 1차 충돌로 인하여 신체의 왼쪽 부위가 차내 시설물에 직접 부딪치게 되어 큰 충격을 받을 것인 반면에, 운전석 탑승자는 에어백의 작동으로 인한 완충 작용으로 상체의 상해의 정도는 조수석 탑승자에 비하여 경미할 것이 분명하다.

피고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아니하고 조수석에 탑승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피고의 부상 부위가 주로 좌측에 집중된 점에 비추어 그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 반면, 만일 피고가 운전석에 탑승하고 있었다면 에어백의 팽창으로 인하여 그 좌측 쇄골부터 늑골(2∼6번)까지에 이르는 방사형의 골절상에 대하여는 합리적인 이해가 곤란해진다(만일 운전석 문짝에 부딪쳐 그러한 골절을 입으려면 피고의 머리에도 상당한 충격이 가해져야 할 것인데 피고가 머리 부위에 상처를 입은 바는 없다).

이에 반해 원고는 신체 좌측 부위에는 거의 상처가 없는데, 이는 원고의 주장에 의할 경우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였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였다 하더라도 좌석을 뒤로 젖히고 누워 있는 상태라면, 3점식 안전벨트의 경우 전방 11시 방향에서 충격이 가해져 올 때 우측 어깨의 찰과상과 더불어 하복부 좌측(신체가 좌측 아래로 쏠리게 되므로)에 찰과상이 생기거나 상체 좌측 부위에 어느 정도 부상이 있어야 할 것인데 원고의 복부 및 상체 좌측 부위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다.

원고가 사고 직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행방을 감추었다가 그로부터 4일 후에 촬영하여 제출한 사진상에는 우쇄골부 찰과상 및 좌상의 상처가 있기는 하나, 그 상처가 사고 당시에 입은 상처 그대로라고 단정하기 곤란하고, 응급일지(을 제1호증의 106, 108)상에도 원고의 우측 어깨 부위에 통증이 있다는 기재는 있지만 찰과상이나 좌상을 입었다는 기재는 찾아 볼 수 없어, 원고가 응급실에서 도주 후 사고의 사후 처리를 고민하던 중 자신이 조수석 탑승자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이 사건 사고 후에 만든 상처일 수도 있다는 의문을 배제할 수 없다.

②피고의 후두피 열상은 조수석 상단 손잡이 고리에 의한 상처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나, 그 상처가 피고의 탑승 위치가 조수석인지, 운전석인지를 곧바로 규명하기에는 다소 곤란한 점은 있다. 그러나 피고가 조수석에 타고 있었다면 2차 충돌시 전방 1시 방향으로 신체가 쏠렸다가 곧 시계방향으로 원호를 그리면서 이동할 때 생길 수도 있고, 사고 차량이 전복될 때 그 손잡이 고리에 후두부가 직접 충격되어 생길 수도 있지만, 피고가 운전석에 타고 있었다면 조수석에 체격이 좋은 원고가 탑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의 머리가 원고를 피해 그 손잡이 고리에 직접 부딪칠 가능성은 적어진다(더군다나 원고는 그 주장에 의하면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하므로, 그 신체의 이동 정도는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형사 판결은 이 점에 있어서 전복 직후 피고의 위치, 상태에 비추어 피고가 운전석에 탑승하였음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고 설시하고 있으나, 이는 피고가 사고 직후 발견 당시 다리를 운전석 쪽으로 머리를 조수석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점만을 염두에 두고 조수석에 원고가 탑승하였다는 가정을 배제한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설시가 아니라 할 것이다.

(2) 형사 판결의 검토

(가)갑 제2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형사 판결은 그 이유에서, ①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아니하고 잠들어 있던 사람이 사고 차량이 2회에 걸친 큰 충격을 받고 뒤집히는 과정에서 주로 신체의 왼쪽 부분에만 상처를 입고 안면부와 두부에는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았다는 것은 역학 관계상 도저히 믿기 어렵고, ② 차량이 사고로 전복되었다 하더라도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고 더구나 에어백이 터져 차량의 내부 공간이 매우 비좁아진 상태에서 조수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다리를 운전석 쪽으로, 머리를 조수석 쪽으로 둔 채 쓰러져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고, 더구나 그러한 상황에서 원고가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면 이 사건 사고 후 곧바로 사고 차량의 조수석 쪽 문을 통하여 밖으로 탈출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며, ③ 원고의 우측 어깨의 앞쪽과 위쪽 부위에 피부가 베어지고 긁혀진 상처는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던 사람의 상체가 사고의 충격으로 좌측 및 앞쪽으로 급격히 쏠릴 때 흔히 생기는 형상을 띠고 있으며, ④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가 조수석에 앉아 포개어 무릎 위에 얹어 놓았다는 양복 상의의 좌측 어깨 부분 등에는 피고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이 남아 있는데, 이는 피고가 운전석에 앉아 있다가 1, 2차 충격 또는 전복 과정에서 후두부에 열상을 입고 조수석 쪽으로 쓰러져 많은 피를 흘렸다는 유력한 정황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나) 이에 대해 차례대로 살펴보건대,

①의 점은, 조수석 탑승자가 누워 있지 아니하고 정상적인 자세로 곧추앉아 있으면 합리적인 설시가 되겠지만,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피고의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두 사람 모두 조수석을 뒤로 젖히고 누워 있었다는 것이므로, 충돌 당시 안면부가 상처를 입어야 당연하다는 것은 다소 불합리한 설정이다. 또한 피고는 1차 충돌 당시 상체가 11시 방향에 있던 물체에 왼쪽 가슴(쇄골 및 2∼6번 늑골 부분)부위로 강하게 부딪쳐 골절상까지 입은 상태이므로 재차 안면부가 상처를 입어야 당연하다고 볼 수도 없다.

형사 판결의 이러한 설정은 피고가 운전석에 탑승하였으므로 에어백에 의해 안면부 및 두부에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아니하였다는 추론을 전제로 하는 듯한데,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 역시 안면부 및 두부에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아니하였으니(원고의 안면부 찰과상은 형사 판결에서 의미하는 상처의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입장을 바꾸어 원고가 운전석에 탑승하였음을 인정하는데도 아무런 무리가 없을 것이므로, 위 설시는 그 자체로서 합리성을 결여하였다.

②의 점은, 위에서 설시한 바대로, 조수석 탑승자는 좌석을 뒤로 완전히 젖히고 누운 상태였으므로 이동 공간이 넓은 나머지 전방 1시 방향에서의 2차 충돌 직후 차량의 회전 방향과 반대편으로 관성의 법칙에 의해 신체가 뒤로 밀리게 되어 하체 부위가 좌석에서 이탈될 여지가 농후한 점을 간과한 것이다. 게다가 피칭운동과 전복 당시의 지면과의 충격으로 그 이탈된 하체가 운전석 쪽으로 향하게 될 여지도 있고(형사판결은 에어백이 작동하면 운전석 쪽으로 하체가 이동할 공간이 없다는 취지인 듯하나, 에어백이 작동하였다 하더라도 에어백의 기계적 결함이 없는 이상 팽창된 상태로 계속 있는 것이 아니고, 첨부된 자료와 같이 팽창 후 0.1초 이내의 짧은 시간에 에어는 다시 빠지게 되어 있는 것이므로, 형사판결은 에어백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여 위와 같은 의문을 가진 듯하다. 별지 에어백 작동원리 그림 참조), 또한 피고가 최종 발견 당시 다리가 운전석 쪽으로 있었다는 것이지 충돌 당시부터 다리가 운전석 쪽에 있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가 조수석 쪽으로 탈출하는 와중에 피고의 신체를 헤치고 나와 결과적으로 다리가 운전석 쪽에 놓여지게 될 여지가 있음을 간과한 점도 잘못이다.

또한, 형사판결은 원고가 운전석에 있었으면 이 사건 사고 후 곧바로 조수석 쪽으로 탈출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고 차량은 운전석 지붕틀은 전복으로 인하여 거의 지면에 닿을 정도로 우그러져 그쪽으로 탈출하기 곤란하였고, 당연히 상대적으로 덜 우그러들어 탈출 공간이 넓은 조수석 쪽으로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 의문은 쉽게 해결이 된다.

③의 점은, 일응 이유 있는 설시이고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가 줄곧 주장하던 것이었는데,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그 상처가 사고 당시에 입은 상처 그대로라고 단정하기 곤란하고, 후에 원고가 응급실에서 도주 후 사고의 사후 처리를 고민하던 중 자신이 조수석 탑승자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만든 상처일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없어, 그것만으로 원고가 조수석에 탑승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④의 점은, 원고가 양복 상의를 입고 조수석에 있었다면 다소 일리 있는 설시가 될지는 몰라도, 그 설시내용 자체의 의하더라도 원고가 상의를 벗어 포개어 무릎 위에 얹어 놓았다는 것이므로, 그 포개어 무릎 위에 놓였다가 충돌과 전복 과정에서 이리저리 이동하였을 양복 상의의 좌측 어깨 부분 등에 피고의 혈흔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좌측, 즉 운전석에 피고가 있었다고 볼 유력한 정황증거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봄이 더욱 합리적이다.

(3) 결 어

위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피고는 사고 당시 조수석에 탑승하였다가 1차 충돌에 의한 충격을 직접 받아 상체 좌측이 11시 방향의 운전석이나 콘솔 박스에 부딪쳐 좌측 쇄골 및 좌측 늑골(2∼6번)에 다발성 골절상을, 좌측 슬관절은 다시방 하부나 오디오 부위에 부딪쳐 외측부 좌상 및 찰과상을 각 입었고, 재차 2차 충돌로 인한 차량 전복시 후두피 열상을 입었을 개연성이 높고, 반면에 원고는 운전석에 탑승하였다가 1차 충돌시 에어백의 작동으로 인하여 상체에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아니하였고, 2차 충돌시 1시 방향으로 하체가 쏠려 오디오 박스에 우측 슬관절을 부딪쳐 우 슬관절 외측부 좌상을 입었을 개연성이 높다 할 것이다.

마. 원·피고가 사고 차량을 탑승하게 된 경위와 탑승 위치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를 비롯한 일행들과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힐튼호텔 건너편에 위치한 거구장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부터 술을 마셨으니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하여 합의가 되었고, 클럽 큐에서도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하였는데 원고가 수금한 돈을 사고차량에서 꺼내기 위해 차량으로 갔을 때 주차장에서 피고가 갑자기 자동차 열쇠를 달라고 하여 열쇠를 건네주었고(수금한 돈을 꺼내고 주었는지, 꺼내려 하는데 달라고 하여 주었는지 및 돈이 들어 있던 가방을 꺼내고 주었는지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피고가 운전석에 탑승하고 자신은 조수석에 탑승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2) 피고의 주장

이에 대하여 피고는, 클럽 큐에서 나온 뒤 원고가 주차장에 차를 가지러 가고 자신은 클럽 큐 앞 인도에서 기다렸다가 원고가 몰고 온 사고 차량의 조수석에 탑승하였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가)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갑 제3호증의 21(을 제1호증의 66과 같다. 이하 '갑 제3호증의 21'이라고만 한다), 35(을 제1호증의 104와 같다. 이하 '갑 제3호증의 35'라고만 한다), 67(을 제1호증의 161과 같다. 이하 '갑 제3호증의 67'이라고만 한다), 80(을 제1호증의 163과 같다. 이하 '갑 제3호증의 80'이라고만 한다), 갑 제4호증의 12, 59, 92, 93 등이 있다.

그러나 ① 갑 제3호증의 21, 35, 67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자신이 트렁크에서 돈 가방(위 갑 제3호증의 21에서는 '물건'이라고 진술하였다)을 꺼내려 하는데 피고가 열쇠를 달라고 하여 건네주었다라고 각 진술하였는가 하면, 갑 제3호증의 80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트렁크를 열고 가방에 들어 있는 돈을 꺼내어 양복 호주머니에 넣은 후 피고가 열쇠를 뺐다시피 하여 할 수 없이 주었다라고 진술하는 한편, 갑 제4호증의 12의 기재에 의하면, 트렁크를 열어 가방을 꺼낼 때 피고가 자동차 트렁크에 꽂힌 자동차 키를 강제로 빼앗아 갔다라고 하고, 갑 제4호증의 59의 기재에 의하면, 트렁크를 열어 가방을 꺼낼 때 반강제적으로 빼앗아 갔다라고 하는 한편, 갑 제4호증의 92, 93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트렁크에 키를 꽂고 가방을 꺼내자 피고가 술이 다 깼다며 트렁크에서 키를 빼내고는 운전석에 앉았다고 하고, 또한 원고 본인신문 결과는 일단 가방에서 돈을 꺼내고 차량열쇠를 주었다며 일관되지 않게 수시로 진술을 바꾸고 있어, 피고가 운전석에 앉게 된 경위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②위와 같은 원고의 진술은 원·피고가 주차장까지 같이 차를 타러 갔는데 피고가 갑자기 운전을 하겠다고 하여 할 수 없이 자신이 조수석에 타게 되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원고 본인신문 결과에 나타난, 원고가 술자리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가기로 피고와 합의하였다는 주장과 모순되고, 설사 그 합의한 사실이 진실이라면 원고로서는 피고가 그 합의에 반해 굳이 원고를 따라 주차장까지 동행해 갈 때 피고에게 호텔 현관 등에서 기다리지 왜 따라오느냐며 물어 보았을만도 한데, 그 상황에 대한 아무런 주장과 입증이 없는 이 사건에서 원고의 위와 같은 진술은 더욱 신빙성이 떨어진다.

③또한, 갑 제3호증의 80, 갑 제4호증의 26의 각 기재와 원고 본인 신문 결과에 의하면, 원고의 사고 차량은 수동변속기가 설치되어 있고 일반종합보험도 아닌 자가운전한정특약보험(속칭, 오너보험)만 가입되어 있는 차량인 사실을 알 수 있는 바, 아무리 원고 자신이 의료기 판매상이고 상대방이 의사라고 하더라도 평상시 한두 번 정도 인사만 나누었을 뿐 거래가 없어서 절친한 사이도 아닌, 만취상태에 있던 피고에게 위와 같은 제한 조건의 사고 차량을 운전하도록 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데, 원고는 이에 대해 "열쇠를 빼앗겼다." 혹은 "열쇠를 (어쩔 수 없이) 건네주었다."("열쇠를 건네 주었다."는 진술이 단순 횟수상 훨씬 더 많다)는 취지의 일관되지 아니하는 진술 외에 달리 설득력 있는 변명을 하지 못하고 있어, 원고의 위 주장이나 그에 부합하는 듯한 위 증거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 할 것이다.

(나)오히려 원·피고와 같이 마지막까지 남아 술을 마신 소외 송재경의 진술에 관한 갑 제3호증의 37(을 제1호증의 114와 같다), 86(을 제1호증의 167과 같다), 갑 제4호증의 17(을 제1호증의 182와 같다)의 각 기재와, 증인 송재경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해 보면, 원고는 술자리 내내 피고를 무슨 일이 있어도 모셔다 드린다고 하였을 뿐 아니라, 운전 때문에 술도 자제하였고, 송재경이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클럽 큐 앞으로 지나갈 때 그 곳 가로등 아래 피고가 혼자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위 송재경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송재경이 술자리가 끝나고 원·피고와 같이 나오다가 그들을 두고 먼저 주차장으로 갔던 것이고 피고가 있던 클럽 큐 앞에 이르렀을 때 피고 혼자 있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원고가 클럽 큐에서 술값을 계산 중이었는지 아니면 주차장에 차를 가지러 갔던 상황이었는지는 명백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원고 본인신문 결과에 의하면 원고는 술값을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바로 계산하였다 하고, 위 증인의 증언에 의하면 그 날은 클럽 큐에 손님이 없었다는 것이니 원고가 술값을 계산하는데 시간이 걸려야 1분 내외면 족하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만취된 피고가 지하에서 올라가 클럽 앞 가로등이 있는 곳까지 가는 시간이면 원고도 클럽 큐에서 나와 송재경 운전의 차량이 그 가로등 앞을 지날 즈음(위 증인의 증언에 의하면, 클럽 큐에서 나와 차를 가지고 다시 그 앞으로 지나갈 때까지 걸린 시간이 5분 정도라 한다)이면 원고는 최소한 피고와 같이 있거나 차를 가지러 주차장으로 갔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 송재경이 가로등 아래에 피고 혼자 있는 것을 보았다는 것은 원고가 차를 가지러 주차장으로 혼자 갔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고, 따라서 피고가 자신을 따라 주차장에 갔다는 원고의 주장은 그 신빙성이 크게 떨어져 이를 믿을 수가 없다(물론 형사 판결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위 송재경은 수사기관에서는 피고가 가로등 아래 서 있었다고 진술하였다가, 그 후에는 쪼그리고 있었다고 다소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한 바는 있었지만, 경주지원에서의 형사 1심 공판 과정에서는 그 의미에 대하여 가로등 아래에 있어서 잘 보였다는 의미였지 별 이유는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형사 판결에서는 위와 같은 기재만으로 진술의 일관성이 없고 송재경이 피고와 동료 의사이므로 피고에게 유리한 허위진술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들어 그 각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증거 배척을 하였으나, 원고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위 송재경이 피고를 나쁘다고 욕을 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이므로 동종 직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간단히 위 송재경의 진술을 배척할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바. 탑승 자세

원·피고는 모두, 자신이 조수석에 탑승하여 조수석을 뒤로 젖히고 누워 있었다고 한다. 물론 원고는 그 조수석을 뒤로 젖힌 정도에 대하여 "뒤로 약간 제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고 직후에 촬영한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는 갑 제3호증의 8의 기재 및 영상에 의하면, 조수석은 뒷자리에 거의 붙을 정도로 거의 뉘어져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또한 갑 제3호증의 43의 기재에 의하면 조수석 의자는 아무런 고장 없이 작동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그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뒤로 약간 제꼈다."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하다.

사실이 위와 같은데, 과연 의료기 판매상인 원고가 평소 직접 거래를 한 바는 없고 절친한 사이는 전혀 아닌, 의사인 피고가 운전을 하는데 자신은 조수석에서 좌석을 거의 뒤로 젖히고 드러누운 상태에서 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이 점을 의식하여 원고는 좌석을 뒤로 약간 젖히고만 탑승하였다고 주장하는 듯하나, 그것이 사실이 아님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조수석에는 원고가 아닌 피고가 탑승하였다고 봄이 더욱 일반 사회 관념과 경험칙에 부합한다.

사. 사고 후의 정황

(1)갑 제3호증의 60, 66의 각 기재와 원고 본인신문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해 보면, ① 사고 직후 원고는 사고 차량에서 탈출하여 길옆에 앉아 있다가 출동한 119 구급차에 스스로 먼저 탑승해 누워 있었던 사실, ② 뒤에 소외 이종복을 싣고 갈 들것을 가지러 온 소방간호사인 소외 김미영이 원고가 별로 다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의자에 앉도록 한 사실, ③ 경주 동국대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는 도중 위 김미영이 원고에게 당신이 운전하였느냐고 묻자, "나는 하지 않았다."고 하였다가, 그러면 남아 있는 사람(피고 지칭)이 운전을 하였느냐고 묻자, "모른다."라고 대답하는 한편, 두 사람 중 누가 운전을 하였느냐고 재차 묻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던 사실, ④ 병원 응급실에서 경찰관인 소외 최병근이 원고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시도하자 "내일 아침에 파출소로 가서 해결할 테니 음주측정은 하지 말자."고 한 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아니하고 병원 내부에 잠적한 사실, ⑤ 잠적 후에는 소외 손일발에게 전화연락을 하고 역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아니하고 병원을 떠나 경주 시내 상호 불상 여관으로 갔다가, 그 다음날 있은 현장검증에 참석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2)위 인정 사실을 기초로 하여 볼 때, ① 원고가 사고를 낸 운전자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사고 차량에 남아 있던 동승자에 대한 구호조치에 협력치 아니하고 전치 2주간의 경미한 상처만 입고도 서둘러 아무도 없는 119 구조차량에 혼자 들어가 중상을 입은 양 누워 있었던 이유와 ② 응급차량 내에서 누가 운전자였는지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불안정한 행동을 보인 이유, ③ 병원 응급실에서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시도하자 자신이 운전자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그 직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아니하고 바로 병원 내부로 잠적한 이유, ④ 사고 운전자가 아님에도 그 다음날 있은 현장검증에 참석한 사실에 대하여 모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형사판결에서도, 원고가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자리를 이탈한 점에 대하여 원고가 사고 차량을 운전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생긴다고 판시하고 있다).

생각건대, "범죄를 저지른 자는 범죄에 대한 심리적 불안으로 주위의 사람이나 수사기관의 추적을 겁내어 현장에서 이탈하려고 하고 행동이 불안정해지게 된다. 범행 후 일단 현장을 떠났다가 그 수사 상황을 알기 위하여 현장으로 돌아오기도 한다."는 범죄심리학의 일반론{이상현, 범죄심리학, 박영사(1994년), 361면 참조}에 의하지 않더라도, ① 음주운전을 하지 않은 조수석 탑승자가 그가 중상을 입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상태에서, 동승 운전자의 부상 정도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 없이 제발로 구급차에 혼자 먼저 가서 중상을 입은 것처럼 누워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인 것인데, 그러한 사실은 그가 사고를 낸 당사자로서 사고 현장을 이탈하려는 성향을 보였다고 추인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② 게다가 응급실에서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시도하자 운전자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내일 아침에 파출소로 가서 해결할 테니 음주측정은 하지 말자고 한 후, 음주측정을 피해 병원 내부로 숨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찾지 못하도록 하였다는 점 역시, 원고가 음주운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한 행태를 보였을 개연성보다는 음주운전을 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행태를 보였을 개연성이 훨씬 높다 하겠다. 또한, ③ 원고 자신은 사고 운전자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굳이 사고 다음날 있은 현장검증에 참석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이는 수사상황을 살펴 향후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만들거나 진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행태는 위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원고 자신이 조수석 탑승자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그 현장검증일로부터 3일 후에 불쑥 우측 쇄골부에 안전벨트로 인한 찰과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임의로 사진을 촬영하여 수사기관에 제출한 행태와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따라서 사고 후 위와 같은 원고의 행태를 보더라도 원고가 사고 차량을 운전하였다고 봄이 경험칙상 상당하다.

아. 원고의 운전석 탑승 사실의 자인

(1)갑 제3호증의 55(을 제1호증의 151과 같다), 57(을 제1호증의 153과 같다), 88(을 제1호증의 169와 같다), 갑 제4호증의 16(을 제1호증의 181과 같다), 갑 제4호증의 20(을 제1호증의 183과 같다), 갑 제6호증의 3, 을 제1호증의 195, 196의 각 기재와 변론의 전취지를 더해 보면, 원고는 사고 후 1995. 1. 25.경 소외 이종복이 입원하고 있던 경주 동국대 병원에 찾아와 소외 김원식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사고가 큰데 죽지 않고 살아서 만나게 되어 다행이다."라고 하여, 위 이종복이 "저도 저지만 그쪽 차도 많이 뿌아졌던데 당신도 보니까 별로 다친 데가 없어 다행이다."라고 하자, 원고가 "난 에어백 때문에 살았다."고 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자신의 운전석 탑승 사실을 엉겁결에 무심코 자인하였다고 할 수 있다.

(2)이에 대해 원고는, 자신이 에어백 때문에 살았다는 말은 한 적은 있지만, 그것은 피고가 에어백 때문에 살았다는 것이었고 자신은 안전벨트를 매었기 때문에 덜 다쳤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이종복이 혼자 병실에 찾아 온 원고를 대상으로, "당신도 보니까 별로 다친 데가 없어 다행이다."라고 하였는데 원고가 "우리는 안전벨트와 에어백 때문에 살았다."는 취지로 대화의 대상이 아닌 부분까지 응답을 하였다는 것은 선뜻 믿기 어렵고, 결국 원고가 위 이종복 등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운전석에 있었다는 점을 엉겁결에 자인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3)형사 판결은 이 점에 있어서, ① 당시는 원·피고가 서로 운전자가 아니라고 우기면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원고가 이종복을 찾아와 느닷없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고, ② 이종복은 최초 경찰에서 피고가 운전한 것이 틀림없다고 진술하였으면서도 검찰과 원심 법원에서는 이를 번복하였으며, ③ 이종복은 당초 동국대학교 경주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피고의 소개로 피고의 친구가 운영하는 유정형외과로 옮겼고, 그 곳에서 피고의 처남 이칠권을 만난 적이 있을 뿐 아니라 이칠권으로부터 돈 1,000만 원을 건네받은 사실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위 이종복과 그의 친구인 김원석의 각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배척한 바 있다.

그러나 위 형사 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합리적이지 못하다.

즉, (가) 원고가 이종복을 찾아와 느닷없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 자인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찾아왔다가 자인하게 되었다는 것인지 그 뜻하는 바가 불분명하지만, 문맥상으로는 어찌되었건 원고가 자인을 하였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형사 판결에서 납득되지 않는다는 "그런 말을 하였다."라는 것은 일종의 속칭 "양심선언을 하였다."라는 의미로 보이는데, 위 이종복과 김원석의 진술은 원고가 찾아와 대화 도중에 우연히 그런 말을 했다는 의미이지 원고가 자신이 에어백이 있는 운전석에 탑승하였다는 '양심선언'을 했다는 취지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대화 도중에 엉겁결에 자신이 에어백 때문에 살았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납득이 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나)이종복은 최초 경찰에서 피고가 운전한 것이 틀림없다고 진술하였으면서도 검찰과 원심 법원에서는 이를 번복하였으니 검찰과 원심 법원에서 피고측과 모종의 접촉이 있어 원고가 하지 않은 말을 하였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최초 위 이종복과 김원석이 위와 같은 말을 한 때는 검찰이나 원심 법원이 아닌, 경찰 단계에서 였다(갑 제3호증의 55, 57 참조)는 점을 감안할 때, 형사 판결의 이유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다)또한 형사 판결의, 피고의 처남 이칠권으로부터 돈 1,000만 원을 건네받았다는 점도 사실인정을 잘못한 것이다. 즉, 을 제5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해 보면, 원·피고가 모두 검찰에서 피의자로 조사 받는 과정에서 위 이종복이 치료비를 해결해 달라는 진정을 검찰에 내자, 담당검사 김환이 일단 원·피고가 각자 500만 원씩 병원 치료비를 부담해 주라고 하여 각자 500만 원씩 위 병원의 계좌로 온라인 입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 이칠권이 이종복에게 돈 1,000만 원을 건네주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자. 형사 합의(대물) 등에 대하여

(1)갑 제5호증의 4, 5의 각 기재와 원·피고의 각 본인신문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해 보면, 원고는 현장검증을 마치고 3일 후인 1995. 1. 23.(조수석 안전벨트로 인한 상처라는 사진을 촬영한 날과 같은 날이다) 피해자들인 위 이종복, 유교혁을 찾아가 대물합의(합의 문구에는 '대물합의'라는 구체적인 기재는 없으나, 갑 제4호증의 119 내지 132의 각 기재에 의하면,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들과 별도로 또 다시 합의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합의 당시에는 일단 성급히 대물합의만 한 것으로 보인다)를 하면서 그 각 합의서의 가해자란에 피고의 이름을 임의로 각 기재하여 작성한 후, 그 서류들을 경찰에 제출한 사실과, 그 합의를 함에 있어 원고는 그 당시 피고가 사고 운전자라고 일관되게 주장하였음에도 피고에게는 책임부담 비율 등에 대한 아무런 협의도 없이 위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대로 그 합의금을 지급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또한 갑 제3호증의 10, 11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해 보면, 위 이종복과 유교혁은 각 그 합의 다음날인 같은 해 24.에 있은 진술조서 작성 당시, 위와 같이 합의과정에서 가해자가 피고로 지목된 때문인지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피고라고 확신하고 가해자가 피고라고 단정 진술하게 됨으로써, 그 후의 경찰 수사가 피고를 사고 운전자로 지목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위 인정 사실들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를 가해자로 하여 서둘러 합의서를 작성하고 그 서류들을 경찰에 제출한 의도가, 순수하게 피고와 피해자들을 위하여 자신이 차주로서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초동수사의 방향을 피고를 가해자로 하게끔 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넉넉히 추인할 수 있다.

이 점에 있어서 원고는 자신의 변호인들인 임철, 임경 변호사가 차주도 책임 있으니 일단 합의를 하라고 하여 합의를 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수 차례 하였으나, 원고 본인신문 결과에 의하더라도 그 변호사들은 공판과정에서 뒤늦게 선임하였던 것이고 위 대물합의 당시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바 없어 그 주장은 믿지 아니한다(한편, 원고는 본인신문과정에서 다시 또 변호사가 아닌 교통사고손해사정인의 조언으로 그러한 합의를 하였다고 주장을 바꾸고 있으나, 그 주장의 일관성이 없어 믿지 아니할 뿐 아니라, 피해자들이 그 당시까지 합의를 해 달라고 차주인 원고에게 요구하였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가 스스로 피해자들을 찾아가 먼저 선뜻 합의를 하였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워, 어느 모로 보나 그 저의만 엿볼 수 있게 할 뿐이다).

차. 기타, 피고가 운전자라는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에 대한 판단

(1) 거짓말 탐지기 결과

갑 제3호증의 44의 기재에 의하면, 1995. 3. 14. 경상북도 지방경찰청에서 원·피고를 대상으로 한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 피고가 이 사건 사고 차량의 운전자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내려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위 증거와 피고 본인신문 결과에 이 법원의 경상북도 지방경찰청 수사과 과학수사계 거짓말 탐지기 담당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와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해 보면, ① 위 검사 당시 원고에게는 M.G.Q.T기법으로, 피고에게는 벡스타 기법으로 그 기법을 서로 달리하여 질문이 된 사실, ② 피고가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을 때 먼저 피고의 자녀수가 인위적으로 3명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하고 나타난 거짓 반응과, 사실대로 4명이라고 말할 때 나타난 반응과의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났지만, 정식으로 이 사건과 관련된 질문을 하였을 때 피고의 진술에서 나타난 거짓말 반응은 매우 미미하여서 과연 이 정도의 변동폭을 가지고 어떻게 거짓말이라고 단정할 수 있느냐고 피고가 검사 담당자에게 항의를 했던 사실, ③ 현재 그 검사결과지는 폐기되어 그 변동폭을 확인할 수는 없는 사실, ④ 당시 사용된 거짓말 탐지기는 기계식으로, 검사자가 피검사자의 행태 징후 등을 종합하여 거짓을 추론하는 형식이어서 거짓말 확률이 수치로 표시되지는 않았던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사고일로부터 2개월 정도가 이미 경과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위와 같은 거짓말탐지기의 결과만으로 피고가 사고 차량의 운전자라고 인정할 수는 도저히 없고, 달리 그 추론이 정확하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 증거는 믿지 아니한다.

(2)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운전자 감정 결과

갑 제4호증의 112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차량 운전자는 피고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갑 제4호증의 116의 기재에 의하면, 위 감정서의 작성자가 그 감정서는 당시 감정물만으로는 차량의 충돌형태와 최종 정차위치 및 사고 장소의 도로 구조와 사고로 인해 다친 사람들의 상처 부위와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곤란하여 신뢰도가 상실된 감정이라고 자인하고 있으므로, 그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다.

카. 기타 정황사실 및 변론의 전취지

(1)갑 제4호증의 61, 을 제1호증의 189의 각 기재와 원고 본인신문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해 보면, 원고는 위 이종복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종복을 운전자로 사건을 바꿀 수 있고 애들을 풀어 생매장시킨다고 협박을 한 사실과, 원고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후에 수회에 걸친 교통사고를 내고도 한 번도 수사기관에 사고 신고를 하지 아니한 채 사고 처리를 한 적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그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교통사고 발생시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시키려 하고, 사고를 적법하게 처리하기보다는 나름대로의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사실을 은폐하려는 성향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2)아울러 이 사건 변론과정에서 보여준 원·피고의 행태 중 몇 가지 점을 살펴 본다.

우선 피고는, 현재 캐나다에 파견 근무중이어서 이 재판을 위하여 쉽게 귀국하기가 어려운데도 2000. 5. 25.에 있은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성실히 피고 본인신문에 응하였다. 원래 6차 변론기일에서는 이 재판부가 원·피고를 같이 소환하여 각 당사자가 직접 상면한 상태에서 서로 교차신문을 하도록 하여 그 실체적 진실규명을 보다 철저히 해보려 하였으나, 원고는 서울에서 열리는 의사협회 세미나에 참석하여야 한다는 이유(원고에게 있어 이 사건 변론 기일 출석보다 그 중요도가 더 있다고 볼만한 아무런 합리적인 설명이 없다)로 그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였다. 그리하여 당 재판부는 피고의 출국일을 다소 늦추도록 하고 7차 변론기일을 통상기일보다 앞당겨 4일 뒤인 같은 달 29.로 지정을 하였고, 그 결과 원·피고 당사자가 7차 변론기일에서 서로 상면케 되었는데, 원고에 대한 피고 본인에 의한 반대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원고는 자신이 피고로 인하여 형사 사건에서 고생을 하다가 무죄를 선고받았으면 더욱 피고에 대한 냉철한 반박이 있으리라 생각이 되었는데도 도리어 피고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다른 곳을 응시하는 상황이 자주 전개되었다.

또한 원고는 2000. 9. 25.에 있은 현장검증 기일에도 증인 송재경이 출석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는 아무런 사전연락 없이 현장검증 및 증인신문에 참석하지 아니하였다.

타. 결 어

위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비록 원고가 관련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을지라도 그 점만으로는 사고 차량을 피고가 운전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이 사건 교통사고에서의 충돌 해석과 원·피고의 탑승 경위, 사고 전후의 여러 정황, 그 후 원고가 운전석 탑승 사실을 자인한 적이 있는 점 및 위와 같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성향과 변론 과정에서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사고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피고가 아니고 원고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4. 반소청구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일이 1995. 1. 19.임은 당사자 간에 다툼이 없고, 이 사건 반소가 2000. 2. 26.에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한편, 위에서 든 증거들과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해 볼 때, 피고로서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부터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 소정의 3년의 시효로 인하여 이 반소 제기 당시는 이미 소멸되었음이 역수상 명백하다 할 것이어서, 나머지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볼 필요 없이 반소 청구는 이유 없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5. 결 론

그렇다면 결국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피고임을 전제로 하여 구하는 원고의 본소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고, 이미 시효 소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근거로 한 피고의 반소 청구 역시 이유 없어, 각 나머지 점에 더 나아가 볼 필요 없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민구(재판장) 황윤구 손현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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