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0다256613 판결
[약정금][미간행]
판시사항

[1] 당사자 일방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고 상대방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나 그 밖의 부당한 부담을 부과하는 법률행위의 효력(무효)

[2] 지역산림조합이 직원의 변상책임에 관하여 특별히 규정을 두어 변상책임의 요건과 범위, 책임의 면제나 감경, 변상절차 등을 정하고 있는 경우, 그 취지와 적용 범위

원고,피상고인

○○산림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완수)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규표 외 1인)

원심판결

전주지법 2020. 7. 22. 선고 2019나1112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산림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지역산림조합이고, 피고는 원고의 상무로 근무한 사람이다. 원고는 2013. 11. 2. 그린뉴텍 주식회사(이하 ‘그린뉴텍’이라 한다)와 이 사건 공사를 계약금액 250,000,000원, 착공일 2013. 11. 4., 준공일 2013. 12. 31.로 정하여 도급받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던 중 공사를 완료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사를 중단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공사 업무를 담당하며 공사가 중단된 후 그린뉴텍과 공사대금을 협의하였다. 원고는 2013. 12. 20. 그린뉴텍에 132,0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인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으나 그린뉴텍으로부터 85,000,000원만 지급받았고, 그린뉴텍과 투입된 공사비용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였다.

나. 산림조합중앙회 전북지역본부는 원고에 대하여 2015년도 정기감사를 실시하면서 이 사건 공사의 미수금 회수 문제를 지적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요구로 2015. 11. 25.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를 계속 진행할 경우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되어 공사를 중지하였고, 사업비 138,150,000원 중 85,000,000원을 회수하고 미수금 53,150,000원(사업미수금 34,484,000원, 수입금 18,666,000원)을 포함해 추진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회수 기간이 필요하고 만약 회수하지 못할 경우 업무관계자인 피고와 조합장이 책임지고 변제할 예정이다.’라는 사유서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2016. 5. 24.과 2016. 7. 15. 피고에게 미수금 53,150,000원을 회수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16. 7. 29. 원고에게 ‘그린뉴텍에서 실제 투입비용 중 부족한 금액인 34,483,000원을 가을에 식재할 때 지급하고, 나머지 18,667,000원은 집행할 수 없다고 한다.’고 답변하였다.

원고는 2017. 2. 23. 피고로부터 ‘2017. 11. 30. 34,483,823원을 원고에게 이유 없이 상환한다.’는 이 사건 이행확약서를 작성받았다.

다. 이후 원고는 2018. 6. 26. 그린뉴텍을 상대로 사업정산금액 138,150,000원 중 미수금 53,150,000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9. 5. 1. 제1심법원에서 패소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원고의 항소장이 각하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18가단54185 ). 패소한 이유는 기성 공사대금을 132,000,000원으로 확정하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있었다거나 원고가 공사비용으로 132,000,000원을 지출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라. 원고의 ‘회원조합 징계변상 예규’는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변상책임은 임직원이 업무상 고의 또는 중과실로 조합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을 때에 발생하고, 경과실의 경우 각종 자산의 피사취·분실 등 일정한 사유에 한하여 변상책임이 발생한다(제39조 제1항). 그 밖에 중과실과 경과실의 구분 기준을 정하고 있고(제39조 제2항, 제16조), 변상할 총책임액을 정할 때 사고의 성격과 원인 등을 참작하여야 하며(제41조 제3항),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변상책임액의 전부나 일부를 감액할 수 있다(제43조).

원고의 ‘징계변상규정’은 변상책임에 관하여 임직원이 업무상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에게 재산상 손해를 끼쳤을 때에 발생한다고 정하면서(제12조), 징계에 관한 일부 규정을 변상업무에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제14조). 준용되는 징계 규정에 따르면, 조합장은 징계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사고 관련자들의 책임소재를 규명한 후 징계변상위원회에 서면으로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하고(제5조 제1항), 그 밖에 징계량의 기준(제6조 제1항), 징계대상자가 징계변상위원회에 출석하여 변명할 기회(제7조), 징계처분을 받은 자의 재심청구(제9조 제1항) 등을 정하고 있다.

2. 이 사건 이행확약의 무효 여부(상고이유 제2점)

가. 법률행위의 당사자 일방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은 부당한 이득을 얻고 상대방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나 그 밖의 부당한 부담을 부과하는 법률행위는 민법 제103조 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이다 (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 ,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다229048 판결 참조).

원고와 같은 지역산림조합이 직원의 변상책임에 관하여 특별히 규정을 두어 변상책임의 요건과 범위, 책임의 면제나 감경, 변상절차 등을 정하고 있는 경우 그 취지는 조합이 직원으로 하여금 과실로 인한 책임의 부담에서 벗어나 충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직원에게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변상책임을 부담시키고 변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책임을 제한하거나 면제·감경하며, 변상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조합은 내부적으로 책임을 묻는 경우이든 법원에 대하여 청구하는 경우이든, 변상절차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요건과 한도에서 직원에 대하여 변상책임이나 손해배상책임을 물어야 한다 ( 대법원 1998. 10. 9. 선고 98다18117 판결 ,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다76221 판결 참조).

나. 위에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피고는 원고의 직원이다. 이 사건 이행확약서는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의 미수금을 회수할 것을 요구했으나 피고가 이를 회수하지 못하자 변상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작성되었다.

‘회원조합 징계변상 예규’나 ‘징계변상규정’에 따르면, 변상책임은 임직원의 책임으로 원고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만 발생하고, 조합장은 징계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책임소재를 규명한 후 원칙적으로 징계변상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이행확약서 작성 당시 원고가 이 사건 공사의 미수금에 대하여 ‘회원조합 징계변상 예규’와 ‘징계변상규정’에 따라 피고를 비롯한 관련자의 고의·과실 여부나 책임 소재를 규명하였거나, 원고 조합장이 징계변상위원회에 피고에 대하여 변상의결을 요구하였다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이 사건 이행확약의 대상은 원고가 그린뉴텍으로부터 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는 미수금 53,150,000원이다. 그러나 이 사건 이행확약서 작성 당시 그린뉴텍이 원고에 대하여 미수금 전부를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원고가 그린뉴텍에 대하여 미수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이후 원고가 그린뉴텍을 상대로 미수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미수금채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그런데도 원고는 피고로부터 아무런 근거 없이 미수금을 변제한다는 이 사건 이행확약서를 작성받았다.

원고와 피고의 관계, 변상에 관한 규정, 이 사건 이행확약서의 작성 경위와 관련 민사소송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이행확약은 원고가 직원인 피고에 대하여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변상책임에 관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피고에게 부당하게 변상책임에 해당하는 부담을 부과하고 원고에게 관련 민사소송에서 그 존재가 인정되지 않은 미수금에 해당하는 이득을 얻게 하는 것으로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

다. 원심은 ‘회원조합 징계변상 예규’와 ‘징계변상규정’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변상책임을 묻는 절차를 거쳤는지, 만일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심리하여 이 사건 이행확약의 효력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징계변상규정 제5조 제1항에서 조합장이 징계변상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변상의결을 요구할지 여부는 조합장의 재량이므로 원고가 피고와 손해배상에 관한 합의를 할 수 있다고 보아 이 사건 이행확약이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에는 법률행위의 무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