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주식 매매계약 체결 당시 가격을 확정하지 않았으나 그 확정 방법과 기준을 정한 경우, 그 계약의 성립 여부(적극)
[2] 법률행위의 성립 과정에서 불법이 사용된 경우, 민법 제103조 해당 여부(소극)
[3] 재무부장관의 주거래은행에 대한 행정지도가 위헌이더라도, 이를 받아들인 주거래은행의 권유에 따라 성립된 주식 매매계약 자체는 반사회질서 행위가 아니라고 한 사례
[4] 당사자의 일방이 독점적·우월적 지위를 악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경우, 민법 제103조 해당 여부(적극)
[5] 장외 거래에서 형성된 부실기업의 주식가격과 달리 그 주식의 객관적 자산가치만을 파악하여 매매가격을 1주당 1원으로 정한 주식 매매계약이 불공정행위가 아니라고 한 사례
[6] 주거래은행이 부도 직전의 부실기업의 정상화를 위하여 매각 결정을 한 후 이를 그 기업에 통보하고 추진한 조치들이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7] 재무부의 주거래은행에 대한 행정지도가 위헌이더라도, 주거래은행의 권유로 매각조건에 관한 오랜 협상을 통해 주식 매매계약이 성립된 이상, 재무부의 행정지도가 강박이 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매매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금원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실기업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계약의 체결시 '주식 및 경영권 양도 가계약서'와 '주식매매계약서'에 인수 회사의 대표이사가 각 서명날인한 행위는 주식 매수의 의사표시(청약)이고, 부실기업의 대표이사가 이들에 각 서명날인한 행위는 주식 매도의 의사표시(승낙)로서 두 개의 의사표시가 합치됨으로써 그 주식 매매계약은 성립하고, 이 경우 매매 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그 계약 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확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족하다.
[2] 민법 제103조 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그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격을 띠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하지만, 단지 법률행위의 성립 과정에서 불법적 방법이 사용된 데 불과한 때에는, 그 불법이 의사표시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의사표시의 하자를 이유로 그 효력을 논의할 수는 있을지언정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3] 부실기업의 해체 지시라는 재무부장관의 주거래은행에 대한 공권력의 행사가 비록 위헌적 행정지도라고 하더라도, 당시 주거래은행으로서도 막대한 자금을 부도 직전의 부실기업에 대출하고 있던 주채권자로서 그 방안도 선택 가능한 방안이었으므로, 이를 받아들여 부실기업의 대표이사와 제3자에게 이를 권유하였고 부실기업의 대표이사와 제3자가 그 제안을 받아들여 기업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계약이 성립된 경우에는, 그와 같은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가 법률행위의 성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 그 의사표시에 하자가 있다고 함은 몰라도, 그 법률행위의 목적이나 표시된 동기가 불법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4] 법률행위 목적의 불법의 한 경우로서 당사자의 일방이 그의 독점적 지위 내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하여 자기는 부당한 이득을 얻고 상대방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과하는 법률행위는 반사회적인 것으로서 무효이다.
[5] 부실기업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계약 체결시 그 부실기업의 주식 1주의 객관적 가치가 부(부)이고 매수인이 그 주식 매수로 인하여 부채까지 부담하게 되었으므로, 그 주식 가격을 장외 주식거래에서 형성된 가격과 달리 주식 1주당 1원으로 정한 경우, 대가의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할 수 없어 그 주식 매매계약이 불공정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6] 채권자인 주거래은행이 부실기업의 제3자 인수 방안을 부실기업의 대표이사에게 통보하고 이를 실현해 나감에 있어 그 대표이사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그 대표이사에게 불응하면 어떤 해악이 초래될 것임을 고지하여 그 대표이사가 이에 응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였다면 강박이 될 수도 있겠으나, 주거래은행이 더 이상 자금 지원을 하지 아니하는 한 그 부실기업 전체는 즉각 도산하고 그 대표이사는 당좌수표의 부도로 인하여 형사처벌까지도 당할 위험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그 대표이사 스스로도 여러 차례 검토를 한 연후에 뚜렷한 반대 없이 주거래은행의 결정을 받아들인 경우, 그 과정에서 일어난 주거래은행의 일련의 조치를 해악의 고지라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7] 부실기업의 정리에 관한 재무부의 행정지도(매각권유의 지시)가 비록 위헌적이라 하더라도, 그 지시가 매매 당사자인 부실기업의 대표이사에 대하여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 채권자인 주거래은행에 대하여 행하여졌고 그 후 주거래은행이 그 지시를 받아들여 부실기업의 대표이사와의 사이에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그 매각 조건에 관한 협상을 하고 그 과정에서 그 대표이사는 고문변호사의 조언까지 받아 그 매각 조건에 관한 타협이 이루어져 주식 매매계약이 성사된 경우, 재무부측의 행정지도가 그 대표이사에 대한 강박이 될 수 없고 재무부당국자가 그 대표이사에 대한 강박의 주체가 될 수도 없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평우 외 1인)
피고,피상고인
한일합성섬유공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영수 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보충상고이유서는 위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한도 내에서 함께 판단한다.
1. 제 5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서의 작성 경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소외 제일은행은 주식회사 국제상사(이하 국제상사라 한다)등 20개의 계열기업과 10개의 해외 현지법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국제그룹의 주거래은행으로서 국제그룹이 1984.경에 밀어닥친 국내 및 국제 경기의 침체로 1984. 12.경에 세운 자구노력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방안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적자와 자금 부족으로 경영의 정상화가 어렵게 되자 1985. 2.경에 국제그룹 정리방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 후 1985. 3. 11.경에 이르러 제일은행은 이 정리방안의 일환으로 원고 등 국제상사의 주주들(매도인)은 위 국제상사의 발행 주식 전부를 피고 또는 피고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양도하고, 국제상사 중 건설부문을 제외한 사업분야의 경영권 전부를 피고에게 양도하고, 가계약의 목적물인 주식의 매매가격은 1주당 1원으로 하되 실사 결과에 따라 양자가 협의조정하여 정산지급하기로 하고, 매도인, 매수인 및 제일은행은 가계약 체결 후 상호 협력하여 국제상사의 경영 실태 및 자산부채의 실사에 착수하여 6개월 이내에 이를 완료하도록 하며 정산에 관하여는 위 3자가 따로 합의하기로 하는 내용의 '주식 및 경영권 양도 가계약서'를 작성한 후, 먼저 피고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의 서명날인을 받고 입회인란에 제일은행장 소외 2가 서명날인을 한 다음, 같은 달 13. 제일은행 심사1부 부부장인 소외 3을 서울 용산에 있는 국제그룹 사옥으로 보내 그 곳에 있던 당시 국제상사의 종합조정실 상무인 소외 4에게 위 가계약서를 교부하여 원고의 서명날인을 받아 달라고 요구하자 위 소외 4가 위 계약서류를 가지고 원고에게 가서 원고의 서명날인을 받아 낸 뒤 나머지 국제상사의 주주들로부터 서명날인을 받았다. 그 후 제일은행은 국제그룹의 다른 산하기업의 정리계획 및 인수자 선정 등 국제그룹 정상화 방안을 계속 추진하여 오다가 1986. 2. 10.경에 이르러 국제상사 발행의 위 주식에 관하여 앞에서 본 가계약의 취지에 따라 주식 매매가격은 실사 결과에 따라서 결정하기 위하여 공란으로 하고 작성 월일은 선인수 후정산(선인수 후정산)이라는 양도방식에 따른 실사 정산기간을 고려하여 추후 기입하기로 하여 계약 일자를 1986.이라고만 한 '주식매매계약서'를 작성하여 위 소외 3으로 하여금 서울 성북동에 있는 원고의 집을 방문하여 그 내용을 설명하고 제시하도록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자신의 고문변호사에게 검토시켜 날인하겠다고 한 후 1986. 2. 17.경 원고로부터 계약서에 날인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소외 3이 다시 원고의 집으로 찾아가 서명날인을 받은 뒤 계약일을 1986. 12. 30.로 보충 기재하였다. 한편 원고는 제일은행에게 원고 등과 피고 사이의 이 사건 국제상사의 무역, 생산부문의 '주식 및 경영권 양도 가계약' 및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자산, 부채의 실사 및 정산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였고 이에 따라 제일은행은 국제상사의 무역, 생산부문의 자산 및 부채의 실사 정산작업에 착수하여 국제상사의 무역, 생산부문 직원, 피고 회사 직원 및 피고 회사 선임 공인회계사, 제일은행 직원 및 은행 선임 공인회계사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실사반을 편성하여 1986. 9.경 기업회계기준 및 합의된 실사기준에 의하여 국제상사의 자산과 부채를 실사한 결과 1985. 6. 30. 기준으로 자산총액과 부채총액의 차이는 금 3,752억 원인데 그 중 원고의 재산을 처분한 금 136억 원을 차감하면 결손이 금 3,616억 원이 되므로 주식의 자산적 가치는 부(부)인 상태라 평가하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주식 매매가격을 형식상 1주 당 1원으로 결가하여 위 주식매매계약서의 공란으로 되어 있던 주식의 매매대금란에 1원이라고 기재하여 넣었다.
나.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법률행위는 법률행위의 당사자, 법률행위의 목적, 법률행위를 하는 의사표시가 갖추어지면 성립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일단 법률행위의 외형이 갖추어진 이상 그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서 의사의 합치가 없었다거나 저항할 수 없는 협박에 의하여 서명날인이 강요된 것이라는 점은 법률행위의 유·무효, 법률행위의 하자의 문제로 될 수 있을지언정 그것으로 인하여 법률행위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매매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금원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식 및 경영권 양도 가계약서'와 '주식매매계약서'에 피고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이 각 서명날인한 행위는 주식 매수의 의사표시(청약)이고, 원고가 이들에 각 서명날인한 행위는 주식 매도의 의사표시(승낙)로서 두 개의 의사표시가 합치됨으로써 위 주식 매매계약은 성립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매매 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그 계약 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확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확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족하다 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은 체결할 당시에 주식의 매매대금을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주식 매매계약 전에 체결된 '주식 및 경영권 양도 가계약서'에서 이 사건 주식의 매매가격을 일응 1주(액면가 금 500원)당 1원으로 결정하되, 국제상사의 자산과 부채의 실사 결과에 따라 원고 등과 피고가 협의 조정하여 그 가격을 확정하기로 함으로써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매매대금을 확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을 정하였으므로 위 주식 매매계약은 유효하다고 할 것이고, 계약의 성립이나 효력발생 시기는 원칙적으로 그 계약에서 달리 정한 바 없다면 계약 당사자의 의사의 합치가 있으면 그 때 성립하는 것으로 계약서상의 계약일자를 일방이 마음대로 정하였다 하여 그 계약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더욱이 계약의 성립에 이르기까지 일방 당사자나 제3자가 계약서의 문안이나 계약조건을 일응 정한 뒤 다른 당사자나 양쪽 당사자에게 검토하게 하여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것은 통상 있는 일이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대표이사 서명날인이 있는 계약서를 원고가 검토하여 서명날인하였다면 그 계약서에 기재된 매매조건을 수락한 것이니 매매조건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이라 볼 수 없다.
다.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모두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및 계약해석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나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 밖에 단순한 사실오인의 점은 원심의 적법한 사실확정을 비난하는 것으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2. 제1, 2점에 대하여
가. 민법 제103조 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그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격을 띠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하지만, 이상의 각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단지 법률행위의 성립 과정에서 불법적 방법이 사용된 데 불과한 때에는, 그 불법이 의사표시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의사표시의 하자를 이유로 그 효력을 논의할 수는 있을지언정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대법원 1992. 11. 27. 선고 92다7719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국제그룹의 해체 방침을 결정한 재무부장관이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에 이를 통보하고 이를 언론에 보도되도록 한 후 제일은행으로 하여금 이를 추진하게 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통상의 행정지도의 한계를 넘어서는 권력적 사실행위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 헌법 제119조 제1항 의 시장경제의 원리, 헌법 제126조 의 경영권 불간섭의 원칙, 헌법 제11조 의 평등권의 각 규정을 침해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됨은 헌법재판소 1993. 7. 29. 선고 89헌마31 결정 에서 확인된 바이다. 그러나 주식의 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 자체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될 리가 없고 그 조건이나 대가관계로 인하여 반사회적 성격을 띨 리도 없으며, 이 사건에 있어서 표시된 법률행위의 동기는 부실화된 국제그룹의 정상화라고 할 것이므로 이것이 반사회질서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국제그룹의 해체 지시라는 재무부장관의 제일은행에 대한 위와 같은 공권력 행사가 비록 위헌적 행정지도라고 하더라도 당시 제일은행으로서도 막대한 자금을 부도 직전의 부실기업인 국제그룹에 대출하고 있던 주채권자로서 위 방안도 선택 가능한 방안이었으므로 이를 받아들여 원고와 피고에게 이를 권유하였고 원고와 피고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이 성립된 것인 이상, 위와 같은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가 이 사건 법률행위의 성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 그 의사표시에 하자가 있다고 함은 몰라도(이 점에 관하여는 아래 4항에서 따로 판단한다), 이 사건 법률행위의 목적이나 표시된 동기가 불법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주식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가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것이므로, 같은 취지로 판시한 원심의 이 점에 관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민법 제103조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법률행위 목적의 불법의 한 경우로서 당사자의 일방이 그의 독점적 지위 내지 우월한 지위를 악용하여 자기는 부당한 이득을 얻고 상대방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과하는 법률행위는 반사회적인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와 같이 피고가 사전에 정부로부터 협의를 받아 이 사건 주식의 매수자로 선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독점적,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매매계약 당시에 불공정한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도 없다(이 점에 관하여는 아래 3항에서 다시 판단한다). 다만 제일은행이 우월적 지위에서 이 사건 계약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일은행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국제상사에 대한 채권자로서 국제상사의 도산을 방지하고 원만한 제3자 인수를 위하여 국제상사로부터 적법한 권한 위임을 받아 양 당사자 간의 매매계약을 성사시킨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가리켜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독점적, 우월적 지위에 서는 경우와 같이 볼 수 없다.
그리고 재무부 당국이 국제상사의 인수 회사로 피고를 선정하고 제일은행이 원고와 피고 쌍방에 이를 알리고 매매계약의 조건을 제시하였지만, 정부의 사후적 지원 보장이 없는 이상 이와 같은 부실기업을 인수할 희망자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다른 인수자가 없었을 것이고 원고로서도 국제상사의 부도와 도산 등의 결과를 회피하기 위하여 스스로 제일은행이 제시하는 매매조건을 수용할 만한 것으로 보아 받아들인 것이므로, 결국 제일은행이 이 사건 주식매매의 계약조건을 제시하고 원고와 피고가 각각 이를 받아들여 계약이 성립된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니 이를 가리켜 피고가 독점적,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은 취지로 판시한 원심판결에 이 점에 관하여 이유불비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다. 그 밖에 원심판결 이유에 나타난 원심의 1984년경 정부가 부실기업을 정리하게 된 배경 및 그 근거 규정, 당시 국제그룹의 자금 사정과 은행의 금융지원 내용, 정부가 이에 개입하게 된 경위와 그 내용, 국제그룹의 정리 방안으로 그룹 전체를 해체하는 방안을 채택한 경위 및 그 일환으로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이 체결된 과정 등에 관한 사실인정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볼 때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하여 반사회성 및 우월적 지위에 관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고, 민법 제103조 위반에 관한 이유불비 및 법리오해의 위법도 없다.
이상에서 판단한 점과 관련된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 들일 수 없다.
3. 제3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의 체결 경위에 관하여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것이 불공정행위로서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원고와 피고는 원고 소유의 국제상사의 무역, 생산부분의 주식 및 경영권 양도 가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식의 가격은 차후 실사정산을 거친 후에 확정하기로 하였으므로 가계약 자체의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매매계약에 있어서 매매목적물의 이전의무와 매매대금 지급의무는 특단의 사정이 없으면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것이 보통이나 당사자 간의 특약에 의하여 목적물의 이전의무를 선이행하는 것으로 하고 매매대금은 차후에 결정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도 유효하다고 할 것이므로 선인수 후정산의 방법에 의하여 급부와 반대급부가 이행되기로 하였다는 점만으로는 급부와 반대급부의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기업의 경영권 및 주식 양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양도대상 기업에 관계되는 종업원의 동요, 그에 따른 생산성의 저하, 피인수자의 자금 유출의 우려 등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채권 은행의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그 실사에도 어려움이 있으며, 나아가 정산 후에는 인수자를 선정하는 어려움이 있고, 한편 인수자로 하여금 빠른 시일 내에 인수 기업체의 경영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경영의 안정을 기하는 것이 국민경제의 입장에서나 채권 은행의 입장에서도 타당하다 할 것이므로 채권 은행이 부실기업을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방안으로 선인수 후정산 방식을 취하였다고 하여 이를 부당한 계약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주식의 거래가 정지되기 전날인 1985. 2. 21.의 종가가 1주당 금 160원이었고(매매거래 정지는 1987. 2. 6. 해제되었다), 거래정지된 이후에도 국제상사의 주식은 장외에서 1주(액면가 금 500원)당 금 100원 내지 금 200원 정도로 거래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원고를 대리한 제일은행이 피고와 더불어 국제상사의 자산과 부채를 실사정산한 결과 결손액이 금 3,616억 원이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가격이 장외에서 1주(액면가 금 500원)당 금 100원 내지 금 200원 정도로 거래되었던 것은 국제상사의 무역, 생산부문이 피고에게 인수된 후 피고가 국제상사의 무역, 생산부문의 은행에 대한 채무를 보증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제상사의 무역, 생산부문 및 피고가 각 산업합리화기업으로 지정되어 정부 및 관련 은행으로부터 여러 가지 지원을 받게 됨으로써 국제상사의 무역, 생산부문이 곧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심리 등의 복합적인 요소에 기인하였던 것으로 보여지고, 한편 피고는 위 결손액 중 금 1,808억 원에 대하여 보증하였기 때문에 1주당 금 4,161원(1,808억 원/인수한 주식 43,237,006주)의 부채를 부담하게 된 셈이 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객관적으로 손해를 보면서도 피고가 국제상사의 무역 및 생산부문을 인수한 것은 금융 지원이나 조세의 감면 등 다른 이익을 고려한 것이기는 하나 이는 원·피고 간의 위 계약 자체에 따른 반대급부로 얻은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 당시 피고에게 폭리를 취하려는 악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리고 어떤 법률행위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은 법률행위시로 보아야 할 것인바, 위 주식 매매계약 성립시 매매대금란을 공란으로 둔 것은 앞서 한 주식 및 경영권 양도 가계약에 따라 실사 후 매매대금을 정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원고를 대리하여 정산에 참여한 제일은행의 잘못으로 이 사건 주식의 객관적 가격이라 볼 수 있는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하고 단순히 결손액이 있다는 이유로 주식의 가격을 1원으로 결가하였다 하여도 주식가격의 정함에 잘못이 있다는 사유로 정당한 주식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위 가계약상 정산에 관하여는 원·피고와 제일은행이 따로 합의하기로 하였다) 위 매매계약 성립시에 현저한 불공정이 있었다고 보아 계약 전체를 무효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은 없다.
나. 그리고 사실관계가 위에서 본 바와 같다면, 이 사건 주식매매 당시 원고를 대리한 제일은행이 피고와 더불어 국제상사의 자산과 부채를 실사한 결과 결손액이 금 3,616억원이나 되어 국제상사 주식 1주의 객관적 가치는 부(부)에 해당하였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주식매매 가계약 체결 전 증권거래소에서의 거래정지 당시의 국제상사의 주식 1주당 종가가 금 160원이었고, 거래정지 후 장외에서 1주당 금 100원 내지 금 200원에 거래되었던 이유는, 피고가 국제상사의 무역, 생산부분을 인수한 후 국제상사의 무역, 생산부문의 은행에 대한 채무를 보증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도 국제상사의 무역, 생산부문 및 피고가 각 산업합리화기업으로 지정되어 정부 및 관련 은행으로부터 여러 가지 지원을 받게됨으로써 국제상사의 무역, 생산부문이 곧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치 등이 반영된 것에 기인한 것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이 국제상사의 정상화로 인한 기대이익 때문에 이루어지는 제3자들간의 소규모 주식거래에 있어서의 거래가격이 주식 자체의 객관적 가치 이상으로 형성되는 것과는 달리, 이 사건과 같이 국제상사의 경영권을 지배하는 절대다수의 주식에 대한 매매계약에 있어서는 매수인이 스스로 그 정상화를 위한 투자의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장래에 대한 기대치는 가격 결정에 고려될 수 없고 주식의 객관적 가치만으로 그 가격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주식 1주의 객관적 가치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부)였는데다가 피고는 위 주식 매수로 인하여 1주당 금 4,161원의 부채까지 부담하게 되었으므로 주식 1주당 가격을 1원으로 정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여 대가의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이 불공정행위라고 말할 수는 없다 고 하겠다. 원심의 이 점에 관한 판단은 결국 이와 같은 취지라고 할 것이므로 거기에 불공정행위에 관한 이유불비 또는 심리미진, 판단유탈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원심이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에 있어서 주식가격의 정함에 잘못이 있다면 정당한 주식대금의 지급 청구는 몰라도 계약 무효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한 가정적 판단은 이 사건 법률행위가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전혀 불필요한 판단으로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주식매매가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 이상 이러한 가정적 판단에 있어서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판결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에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잘못이 있다는 상고이유 역시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4. 제4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이 사건 매매계약은 강박에 의한 것으로서 취소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을 하고 있다.
(1) 원고는 소외 2가 새로 제일은행장으로 부임한 다음날인 1985. 2. 27. 위 소외 2를 찾아가 위 발표에 따라 제일은행의 방침에 협조하겠다고 하였고, 같은 달 28. 국제상사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같은 해 3. 4. 피고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이 국제상사의 무역, 생산부분 등의 인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하여 자신을 찾아오자 "그룹경영에는 손을 떼었으나 자신이 경영하던 회사가 계속 존속해 발전되기를 희망한다. 국제상사가 빠른 시일 안에 경영이 정상화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였고, 같은 달 7. 담보제공증서, 담보물건 처분승낙서와 함께 주권을 제일은행에 인도하였으며, 같은 달 13. 제일은행 심사1부 부부장인 소외 3이 서울 용산에 있는 국제그룹 사옥으로 가서 당시 국제상사의 종합조정실 상무 소외 4에게 '주식 및 경영권 양도 가계약서'를 교부하여 원고의 서명날인을 받아달라고 하여 소외 4가 위 계약서류를 원고에게 가지고 가서 원고의 서명날인을 받아 내었다. 또한 위 소외 3은 1986. 2. 10. 서울 성북동에 있는 원고의 집으로 방문하여 원고에게 '주식매매계약서'의 내용을 설명하고 이를 제시하자, 원고는 자신의 고문변호사에게 검토시킨 후 날인하겠다고 하였는데, 같은 달 27.경 원고로부터 계약서에 날인하겠다는 연락이 와서 소외 3이 다시 원고의 집으로 찾아가 서명날인을 받아내었고, 1986. 8.경 원고는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과 소외 주식회사 서울신탁은행에 대하여 위 주식 매매계약의 부수조건으로 ① 원고 소유의 선산에 대한 담보 해지, ② 원고의 사위 등을 포함한 임원 등에 대한 보증채무 면책, ③ 원고에 대한 최소한의 생활보장책 강구, ④ 임원들에 대한 해외여행제한 해제 등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이를 보장하면 연합철강주식회사 등 국제그룹 계열기업의 처분행위에 협조하겠다고 제의하여, 제일은행 등이 이를 받아들여 원고와 위 은행들 사이에 확약서(을 제6호증, 갑 제6호증의 8)를 작성하고, 1987. 2. 11. 원고는 다시 제일은행에 대하여 위 확약서의 내용대로 이행하여 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으며, 1987. 4. 21. 제일은행 등 채권 은행들 앞으로 국제그룹 임원들의 연대보증 면제에 따른 책임을 질 것과 원고 자신의 연대보증책임은 존속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내용의 동의서를 작성하고, 같은 날 이 사건 주식 양도대금을 포함하여 부동산과 국제 계열 다른 회사의 주식 및 그 처분 대금을 피고가 대주주인 국제상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하여 국제상사에게 증여하였다.
(2) 그 밖에 제일은행장 소외 5가 국제그룹의 해체 발표 전 원고에게 국제그룹의 해체를 통지하여 주고 언론에 이 사실을 발표한 후 원고에게 이 방침에 순응하지 아니하면 원고나 그 가족의 신상에 위해가 생길 것이라고 협박하였다는 사실은 이를 인정할 수 있는 신빙할 만한 증거가 없고, 당시 국제그룹은 재무구조가 극히 악화되어 주거래은행 및 관련 금융기관으로부터의 긴급 대출로 교환·회부된 단자차입금을 대환받고 있어 부도설이 나돌고 대내외적인 신용 실추로 자력갱생의 가능성마저 불확실한 상태에 있어 은행의 계속적인 금융지원 없이는 도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주거래은행의 은행장이 더 이상 금융지원을 할 수 없다는 뜻을 알리고 국제그룹의 계열기업군을 금융기관불건전채권 정리업무취급상의 처분 대상으로 분류하여 제3자인 피고에게 인수시키겠다고 하고 이를 언론에 발표한 것을 가지고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없으며, 더구나 제일은행의 직원이 주식매매계약서 등에 원고의 서명날인을 받으러 가 위의 방침이니 어쩔 수 없다라고 하였다고 하여 이것만으로 이를 해악의 고지로 볼 수도 없다고 하겠다.
(3) 원심은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 전후를 둘러 싼 사정이 위와 같은 이상 원고는 자신이 바라던 금융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었음을 알고 도산을 면할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국제상사를 제3자에게 인수시킨다는 방안을 받아 들인 것으로 보여지고 이것이 자신이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 하여도 이로써 막바로 원고의 이 사건 주식 등 매매 의사표시가 강박에 의한 하자 있는 의사표시가 되는 것이라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 원심이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한 과정과 경위에 관하여 한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다. 일반적으로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1979. 1. 16. 선고 78다1968 판결 참조). 따라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실기업임이 분명한 국제그룹의 주거래은행으로서 채권자인 제일은행이 부도 직전의 국제그룹에 계속적으로 무한정 자금을 대여할 수도 없고, 또한 이미 거액의 자금이 묶이게 되어 국제그룹이 도산할 경우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 자신마저도 부실화될 위험에 처하게 된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든지 국제그룹의 정상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채권자로서 당연한 조치라고 할 것이므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제그룹을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방안을 선택한 것 자체를 원고에 대한 강박으로 볼 수 없음이 명백하다. 그렇지만 채권자인 제일은행이 위 방안을 원고에게 통보하고 이를 실현해 나감에 있어 원고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불응하면 어떤 해악이 초래될 것임을 고지하여 원고가 이에 응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였다면 강박이 될 수도 있겠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제일은행이 더 이상 자금 지원을 하지 아니하는 한 국제그룹 전체는 즉각 도산하고 원고는 당좌수표의 부도로 인하여 형사처벌까지도 당할 위험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원고 스스로도 여러차례 검토를 한 연후에 뚜렷한 반대 없이 제일은행의 결정을 받아들인 것임이 분명하므로 그 과정에서 일어난 제일은행의 일련의 조치를 해악의 고지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제일은행의 위와 같은 정책결정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앞에서도 살핀 바와 같이 재무부장관이 위법하게 공권력을 행사하여 위 방안을 채택하도록 하였다는 데 있다. 그러나 원래 재무부장관은 금융기관의 불건전채권 정리에 관한 행정지도를 할 권한과 책임이 있고, 이를 위하여 중요한 사항은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을 수도 있는 것으로 우리 나라 10대 재벌에 속하고 38,800여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는 국제그룹의 도산 위험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을 생각할 때 재무부로서도 주요한 사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므로 부실채권의 정리에 관하여 주거래은행에 대하여 행정지도를 함에 있어 사전에 대통령에게 보고하여 지시를 받는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재무부장관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정부의 방침을 행정지도라는 방법으로 제일은행에 전달함에 있어 실제에 있어서는 통상의 행정지도의 방법과는 달리 사실상 지시하는 방법으로 행한 것이 헌법상의 법치주의 원리, 시장경제의 원리에 반한다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원고에 대한 주식매각 권유의 목적은 요컨대 위 국제그룹이 경영부진으로 도산위기에 처하였기 때문에 이를 재무구조가 건실한 제3의 기업이 인수하도록 함으로써 대외적 신용 저하의 방지, 고용의 안정, 관련기업의 보호 등 국민경제상의 공공이익을 도모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목적으로 행한 위 행정지도(매각 권유의 지시)가 비록 위헌적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지시가 매매 당사자인 원고에 대하여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 채권자인 제일은행에 대하여 행하여졌고 그 후 제일은행의 판단으로 이러한 지시를 받아들여 원고와 사이에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그 매각 조건에 관한 협상을 벌려왔고 그 과정에서 원고는 고문변호사의 조언까지 받아 그 매각 조건에 관한 타협이 이루어져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이 최종적으로 성사된 이상 재무부측의 행정지도가 원고에 대한 강박이 될 수 없고, 재무부당국자가 원고에 대한 강박의 주체가 될 수도 없다 고 하겠다. 그 밖에 제일은행측에서 해체 방안을 원고에게 통보함에 있어 특별히 해악을 고지한 바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그 제의를 면밀히 검토한 후 특별한 반대의 의사표시 없이 이를 받아들인 것임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이상 이 사건 주식매매가 강박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강박의 주체 및 내용에 관하여 심리미진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이 사건 주식 양도행위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인정할 수 없는 이상, 그것이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민법 제110조 제2항 의 취소권 행사의 제한을 인정한 가정판단이나 법정추인을 인정하는 취지의 가정판단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