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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다229048 판결
[약정금][공2017하,1910]
판시사항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 정한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사업자와 상대방 사이의 약정이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서 무효인 경우

[2] 백화점을 운영하는 대규모 소매업자인 갑 주식회사와 의류를 납품하는 을 주식회사 사이에 갑 회사가 을 회사로부터 납품받은 상품을 매입하여 대금을 지급하고 을 회사의 책임하에 상품을 판매한 후 재고품을 반품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내용의 특정매입거래계약을 체결하고 지속적으로 거래해 오다가, 계약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 을 회사가 갑 회사에 재고품에 대한 상품대금 반환채무가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분할 상환하기로 하는 확약서를 작성한 사안에서, 위 확약은 갑 회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자기는 부당한 이득을 얻고 을 회사에는 과도한 반대급부 내지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법률행위로 평가할 수 있고, 이를 강제하는 것은 사회적 타당성이 없어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은 사업자가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제23조 제1항 제4호 ). 이러한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 것과 별개로 위와 같은 행위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사업자와 상대방 사이의 약정이 경제력의 차이로 인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자기는 부당한 이득을 얻고 상대방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2] 백화점을 운영하는 대규모 소매업자인 갑 주식회사와 의류를 납품하는 을 주식회사 사이에 갑 회사가 을 회사로부터 납품받은 상품을 매입하여 대금을 지급하고 을 회사의 책임하에 상품을 판매한 후 재고품을 반품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내용의 특정매입거래계약을 체결하고 지속적으로 거래해 오다가, 계약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 을 회사가 갑 회사에 재고품에 대한 상품대금 반환채무가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분할 상환하기로 하는 확약서를 작성한 사안에서, 갑 회사는 위 계약을 특정매입거래계약인 것처럼 체결하고도 직매입거래 방식으로 의류를 납품받아 수익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한편, 특정매입거래 방식의 유리한 점도 함께 취하려고 함으로써 갑 회사에는 특히 유리하고 을 회사에는 지나치게 불리한 내용의 거래를 주도하였는데, 이러한 거래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경제력 차이에서 연유하는 갑 회사의 우월한 지위 때문이므로, 위 확약은 갑 회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자기는 부당한 이득을 얻고 을 회사에는 과도한 반대급부 내지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법률행위로 평가할 수 있고, 이를 강제하는 것은 사회적 타당성이 없어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 상고인

대성산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최돈억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네오풀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상규)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은 사업자가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되는 불공정거래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제23조 제1항 제4호 ). 이러한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 것과 별개로 위와 같은 행위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사업자와 상대방 사이의 약정이 경제력의 차이로 인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자기는 부당한 이득을 얻고 상대방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백화점을 운영하는 대규모 소매업자인 원고와 원고에게 의류를 납품하는 피고 사이에 2012. 9. 1. 원고가 피고로부터 납품받은 상품을 매입하여 그 대금을 지급하고 피고의 책임하에 상품을 판매한 후 재고품을 반품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내용의 특정매입거래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지속적으로 거래해 오다가 2014. 9. 25. 피고가 원고에게 재고품에 관한 상품대금 반환채무 232,225,685원이 있음을 확인하면서 이를 2014. 12. 31.부터 2015. 9. 30.까지 4회에 걸쳐 분할 상환하기로 하는 ‘상품대금 반환에 관한 확약서’(이하 ‘이 사건 확약서’ 또는 ‘이 사건 확약’이라고 한다)를 작성한 것과 관련하여, 이 사건 계약의 실질은 특정매입거래가 아닌 직매입거래이고, 직매입거래에 있어 대규모 소매업자인 원고가 납품업자인 피고에게 상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품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가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 중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이 사건 확약은 이러한 불법행위를 실현하는 내용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아, 이 사건 확약에 따라 미지급 재고물품 대금 81,843,69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관계 및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특정매입거래는 외상매입 거래가 특징으로, 대규모 소매업자가 납품업자로부터 물품을 납품받으면 이를 판매한 후 일정한 마진(판매수수료 내지 판매수익)을 공제한 나머지를 물품대금으로 정산하고 재고는 주기적으로 반품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나. 그런데 원고는 피고로부터 의류를 납품받아 위와 같은 방식의 정산절차를 거친 것이 아니라 납품받은 의류대금 전부를 납품일 익월 15일에 곧바로 지급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주기적인 반품도 없었다. 이는 이 사건 계약일로부터 2년이 지나 남은 재고품과 이미 지급한 의류대금을 상환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다. 이 사건 계약에 의하면 상품의 정상 판매가격은 피고가 정하고 판매가격에 대한 원고의 마진율은 30% 또는 25%로 정해져 있었다(제6조). 계약대로라면 원고는 피고가 정한 판매가격대로 의류를 판매하고 마진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원고의 판매수수료 내지 판매수익을 공제한 나머지를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로부터 원고의 자체 브랜드를 붙인 의류를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피고의 공급가에 납품받아 임의로 판매가격을 정하여 판매한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원고의 마진율은 30%를 초과하거나 50%를 상회하는 경우도 있었다.

라. 이와 같이 원고는 피고와 이 사건 계약을 특정매입거래계약인 것처럼 체결하고도 직매입거래 방식으로 의류를 납품받아 수익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한편, 그 실질이 직매입거래임에도 피고의 부담으로 매장에 판촉사원을 파견받고 특정매입거래계약인 경우에나 가능한 재고품의 반품을 위하여, 그것도 유행에 민감한 의류를 이 사건 계약일로부터 2년이나 지난 시점에 반품하는 내용의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는 등 특정매입거래 방식의 유리한 점 역시 함께 취하려고 함으로써 원고에게는 특히 유리하고 피고에게는 지나치게 불리한 내용의 거래를 주도하였는데, 이러한 거래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대규모 소매업자인 원고와 의류납품업자에 불과한 피고 사이의 경제력 차이에서 연유하는 원고의 우월한 지위 때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위와 같은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확약의 목적 내지 내용은 원고가 납품받은 상품의 반품과 피고가 지급받은 대금의 반환에 관한 것으로서 그 자체가 반사회질서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의 실질과 함께 이 사건 확약을 들여다보면 원고는 피고로부터 의류를 직접 매입한 것처럼 임의로 판매하고 정해진 마진율도 철저히 지키지 않았으면서 이 사건 계약이 반품이 전제된 특정매입거래계약으로 체결된 것을 기화로 일거에 재고를 반품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확약서를 작성하였다. 이 사건 확약은 원고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자기는 부당한 이득을 얻고 피고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내지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법률행위로 평가할 수 있고, 이를 강제하는 것은 사회적 타당성이 없어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처분문서의 해석,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와 증명책임의 분배, 이 사건 확약서의 사법상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고영한 권순일 조재연(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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