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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8. 5. 10. 선고 88도74 판결
[배임][공1988.6.15.(826),969]
판시사항

부적법한 해제를 적법하게 해제된 것으로 믿고 목적부동산을 타에 매도 또는 담보로 제공한 경우와 배임죄의 범의유무

판결요지

매도인이 부동산을 매도한 후 그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이를 다시 제3자에게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한 경우에 위 매매계약의 해제가 해제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만일 매도인이 위 매매계약의 해제가 적법하게 된 것으로 믿고 위 부동산을 타에 매도 또는 담보로 제공한 것이라면 매도인에게 배임죄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회창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이사건 부동산을 피해자에게 매도하고 계약금 3,000만 원 전액 및 중도금 7,000만 원 중 금 5,000만 원을 수령한 이상 피고인에게는 나머지 중도금 및 잔금 수령과 동시에 매수인인 위 피해자 명의로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에 협력할 의무가 있으므로 위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이 위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금원을 융자받은 것에 배임행위가 된다고 전제하고, 판시 근저당권설정을 하기 전에 위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관하여 판단하기를, 판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그 주장과 같이 1983.7.23 위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약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낸 사실은 인정되나, 한편 이 사건 매매계약은 쌍무계약이므로 매도인인 피고인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인 위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제공하는 등 자기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여 피해자를 이행지체에 빠지게 하여야 하는데 피고인이 그와 같은 자기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여 위 피해자를 이행지체에 빠지게 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를 찾아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통고를 위 피해자에게 하였다 하여 이를 곧 위 매매계약에 관한 적법한 해제의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위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이 사건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살피건대, 매도인이 부동산을 매도한 후 그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이를 다시 제3자에게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한 경우에 위 매매계약의 해제가 해제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만일 매도인이 위 매매계약의 해제가 적법하게 된 것으로 믿고 위 부동산을 타에 매도 또는 담보로 제공한 것이라면 매도인에게 배임죄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 당원 1986.12.9. 선고 86도1671 판결 ; 1983.2.22. 선고 82도1636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1983.4.7 피해자와의 사이에 피고인이 건축하고 있던 판시 부동산에 관하여 대금은 금 1억 6,400만 원으로 하되, 피해자가 계약당일 계약금으로 금 3,000만 원을 지급하고, 중도금 7,000만 원은 그 해 4.30잔금 6,400만 원은 그 해 5.20 각 지급하기로 하고 피고인은 잔대금 수령시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계약당일 위 계약금 3,000만 원 및 그 해 5.2중도금 중 금 5,000만 원만을 각 지급받은 바 있으나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이 설계시방서에 따른 지하층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여 지하층에 물이 스며드는 등의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중도금 중 금 2,000만 원과 잔금 6,400만 원 도합 금 8,400만 원(총대금의 반이 넘는 액수이다)은 이를 지급받지 못하였는데, 피고인은 그 해 5.25 위 부동산에 관한 준공검사를 받고, 또한 그 준공검사후 1개월간 천정에서 물이 새는 하자가 있었으나 이를 보수하였으며, 피해자에게 여러차례 그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급을 독촉하다가 판시와 같이 그 해 7.23 피해자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를 통고한 후 그 해 8.30 위 부동산 중 일부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였고, 한편 피해자가 주장하는 하자보수비용은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금 400 내지 500만 원에 불과하고, 피해자는 그 중도금 및 잔금지급기일 무렵 자금사정이 어려웠다고까지 진술한 바도 있는 사실이 엿보인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피고인으로서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 매매계약의 해제가 적법하게 된것이라고 믿고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매매계약의 해제가 적법하지 아니하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건 배임죄의 범의를 단정하고 말았으니 결국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의 범의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 점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니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에 나아갈 것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달식(재판장) 정기승 최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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