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민법 제756조 소정의 '사무집행에 관하여'의 의미 및 그 판단 기준
나. 금융기관의 직원이 고객인 다른 금융기관의 예탁금을 인출·횡령한 사안에서, 예탁자의 과실을 10%로 본 원심판결을 그 비율이 현저히 적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민법 제756조 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 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 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금융기관의 직원이 고객인 다른 금융기관이 예탁한 예탁금을 인출 횡령한 사안에서, 거래통장과 인감이 날인된 저축금청구서를 50매씩 일괄하여 교부하고 확인조치를 해태한 예탁 금융기관의 과실상계 비율이 10%라고 인정한 원심판결을 과실비율이 현저히 적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합자회사 원주상호신용금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문형식
피고, 상고인
피고투자신탁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담당변호사 김인섭 외 9인
주문
원심판결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1은 피고 회사 본점 영업부 등을 거쳐 이 사건 당시 인천지점의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고객과의 상담을 통한 자금유치, 유치된 자금의 효율적인 증식 등을 도모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피고 회사에서 고객의 자산을 증식시켜 주는 주된 방법은 고객이 예탁한 자금을 주식시세가 오를 무렵에는 주식형투자신탁계좌에 입금하였다가 주식시세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이를 인출하여 보통예금구좌나 공사채형계좌로 옮기는 방법을 반복하면서 동일 점포내에서 종류가 다른 계좌 간의 자금이동을 통하여 투자금을 관리하는 것인 사실, 원고 회사는 대표사원인 소외 황선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소외 1이 피고 회사 본점 영업부에 근무하고 있던 1988년경부터 동인을 통하여 피고 회사와 거래관계를 맺어 오던 중 소외 1이 인천지점의 차장으로 전보되자 그를 따라 원고 회사도 같은 지점과 거래를 하게 되어 1990. 3. 21. 금 40,717,012원을 주식형계좌에 예탁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1991. 1. 18.까지 사이에 4회에 걸쳐 합계 금 583,699,178원을 같은 지점의 주식형계좌에 예탁한 사실, 위 황선치는 1990. 11.경 소외 1로부터 위 예탁자금을 앞서 본 계좌간의 자금이동의 방법으로 증식시키기 위해서는 수시로 한쪽 계좌에서 금원을 인출하여 다른 계좌에 입금시켜야 하고 그 금원인출시에는 통장과 인감이 필요한데 그때마다 원주에 있는 원고 회사로부터 피고 회사 인천지점으로 통장과 인감을 전달받는 것이 불편하므로 금원 인출의 편의를 위하여 통장과 인감이 날인된 저축금청구서를 자기에게 맡기라는 권유를 받자 소외 1에게 위 주식형계좌 통장 4개와 원고 회사의 인감이 날인된 저축금청구서 50매를 교부한 사실, 소외 1은 자신과 금전거래가 있던 소외 이인식으로부터 어음할인을 부탁받고 고객인 소외 박성자의 계좌에서 임의로 인출한 금원으로 어음할인을 하여 주었는데 다시 위 이인식으로부터 어음부도를 막기 위하여 어음의 추가할인을 요구받게 되자, 위 이인식의 어음이 부도가 나면 자신이 고객 예탁금을 부당인출한 사실이 탄로날까봐 위 이인식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1990. 11. 23. 이미 교부받아 소지하고 있던 원고 회사의 통장과 인감이 날인된 저축금청구서를 이용하여 원고 회사의 장기법인주식2호 계좌에서 금 97,666,138원을 임의로 인출하여 위 이인식에게 어음할인금 명목으로 교부한 것을 비롯하여 그 때부터 1991. 4. 17.까지 사이에 16회에 걸쳐 원고 회사의 계좌에서 합계 금 551,576,680원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외 이인식, 권 중에게 어음할인금 명목으로 교부하여 이를 횡령한 사실, 원고 회사에서는 위와 같은 소외 1의 횡령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1991. 6. 하순경 영업실적 결산을 위하여 소외 1에게 1991. 6. 29.자 기준 잔고증명서의 발급을 의뢰하였으나, 소외 1이 잔고증명서를 보내지 않고 같은 일자 기준 평가내역서를 보내어 와서 이에 의심을 가진 위 황선치가 같은 해 7. 23. 피고 회사 인천지점에 직접 찾아가 원고 회사 예탁금계좌의 잔고를 확인하는 바람에 비로소 소외 1의 횡령 사실을 알게 된 사실 등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 인천지점 차장인 소외 1 이 피고 회사 고객인 원고의 자금을 유치하여 이를 증식시키는 업무를 담당하면서 원고 회사로부터 예탁금통장과 인감이 날인된 저축금청구서를 교부받아 보관하게 됨을 기화로 이를 이용하여 원고의 예탁금을 인출한 다음, 그 인출한 금원을 개인적인 어음할인자금으로 유용함으로써 발생한 것으로서, 피고 회사는 소외 1의 사용자로서 동인의 위와 같은 직무집행 중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예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2.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이 취사한 증거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 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으며,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소론이 내세우는 이 사건 사고 전후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원고가 소외 1에게 소외 이인식 등과의 위 어음할인 방식에 의한 거래까지를 포함하여 위 예탁금의 관리에 관한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니,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지적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제2, 4점에 대하여
민법 제756조 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 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할 것 인바( 당원 1992.2.25.선고 91다39146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소외 김일곤은 피고 회사의 직원으로서 고객 예탁금의 관리를 위한 업무수행 과정에서 미리 교부받은 통장과 인감이 날인된 저축금청구서를 이용하여 원고의 예탁금을 인출 횡령한 것이므로 이는 피고의 영업활동 내지 그와 관련된 불법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니,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용자책임에 있어서의 직무관련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으며, 한편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소외 1의 행위가 피고 회사의 사무집행의 범위를 벗어난 것임을 원고가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것이어서 그 직무관련성이 부인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거기에 소론과 같이 판단을 유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모두 이유 없다.
4. 제3, 5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에게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그 피용자인 소외 1의 선임 및 감독상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취지의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하여 배척하고, 원고가 이 사건 사고 후 소외 1로부터 그가 임의로 할인한 어음을 인수하거나 다른 담보를 설정하는 등의 그 판시와 같은 행위를 한 것만으로는 원고가 소외 1의 어음할인 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조치도 모두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무권한 행위의 추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도 모두 이유 없다.
5. 제6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금융기관에서는 업무규칙상 직원이 고객의 통장과 도장을 보관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원고 회사도 이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1에게 앞서 본 바와 같이 통장 등을 맡겨 놓았으며, 1990. 11. 이후 매월 시산표를 작성할 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잔고증명을 요청하든가 아니면 최소한 소외 1에게라도 관리를 위탁한 금원에 관한 확인을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통장 등을 맡겨놓은 이후로 약 9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방치하여 놓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원고의 과실도 이 사건 손해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하여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을 정함에 있어 원고의 과실을 10%로 보아 피고에게 원고가 입은 손해액의 90%를 배상할 것을 명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원고의 위 과실내용과 앞서 원심이 확정한 이 사건 사고발생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에게 그 직원을 제대로 교육하거나 감독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다고는 하더라도, 일반고객과 달리 그 자신이 금융기관으로서 위와 같이 통장 등을 맡겨두는 경우 금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원고가 소외 1과 그 대표사원과의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이끌려 거래 지점까지 옮겨가면서 소외 1과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다가 급기야 거래통장 전부와 인감이 날인된 저축금청구서를 50매씩이나 일괄하여 동인에게 스스로 교부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였고, 소외 1이 16회에 걸쳐 예탁금을 인출, 횡령하도록 아무런 확인조치도 취하지 아니하였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금융기관의 직원 등이 고객 몰래 도장을 날인하여 예탁금을 인출 횡령한 경우 ( 당원 1992.2.25.선고 91다39146 판결 , 1992.5.26. 선고 91다32190 판결 각 참조) 에 비해서 이 사건에서의 원고의 과실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인데, 원심이 이러한 원고의 과실을 10%에 불과하다고 보고 이 사건 사고의 거의 전적인 과실이 피고에게 있다고 본 것은 결국 과실상계의 비율판단을 그르쳐 현저히 형평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 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