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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2. 1. 선고 2005다49270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사용자책임의 성립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의 의미와 판단 기준

[2] 은행 직원이 자신의 친척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친척 명의의 예금을 만기에 인출하여 신규예금에 예치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그 일부를 예치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안에서, 위 행위가 외관상 객관적으로 은행의 사무집행과 관련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 등의 사무집행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면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및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의 의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국제 담당변호사 김태우외 2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덕관)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1, 원고 2 명의의 각 신탁예금(계좌번호 405-78-00147-8, 405-78-00148-6)에 관한 위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1, 원고 2의 나머지 상고와 원고 3 및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 3의 상고와 피고의 같은 원고에 대한 상고로 인한 부분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1) 증거의 취사와 이를 근거로 한 사실인정은 그것이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위반되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것이다( 대법원 1988. 11. 8. 선고 87다카683 판결 ,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5다7784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 1, 원고 2가 소외 1에게 위 원고들 명의의 이 사건 각 신탁예금(계좌번호 : 405-78-00147-8, 405-78-00148-6)을 만기에 해지하여 다른 예금에 예치하는 권한을 위임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한편, 민법 제756조 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 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여기에서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 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88. 11. 22. 선고 86다카1923 판결 ,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6611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소외 2와 원고들은 자신들의 대한민국 내 재산을 소외 1을 통하여 관리해 오면서 예금의 개설 및 해지업무, 주식거래 등을 할 때마다 그때그때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소외 1에게 권한을 위임하여 일을 처리해 온 사실, 원고 1, 원고 2는 소외 1에게 위 원고들 명의의 이 사건 각 신탁예금을 만기에 해지하여 다른 예금에 예치하는 권한을 위임한 사실, 그러나 소외 1은 이 사건 각 신탁예금을 만기 해지하여 금원을 인출한 후 그 중 일부인 각 1,000만 원을 임의로 주식투자 등에 소비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소외 1의 예금 인출행위는 위 원고들로부터 위임받아 수행하는 재산관리행위로서 오로지 위 원고들의 대리인 자격에서 행한 것이라 할 것이고, 소외 1이 위 원고들을 대리하여 인출한 예금을 횡령한 것은 소외 1 개인의 불법행위를 구성함에 그칠 뿐 이를 피고 은행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은행거래에 있어서 거래액수가 큰 경우에는 이를 유치한 직원 등이 그 예금거래에 필요한 일을 대신 처리해 주는 등 고객의 편의를 보아주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직원이 근무지를 옮길 경우 고객이 그를 따라 거래지점을 바꾸어 가면서 거래를 하는 경우도 흔히 있으며, 이러한 거래방식은 은행 직원들이 예금수신고를 높이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으로 은행거래에 있어서 전혀 이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의 인정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은 6촌의 친족이자 피고의 직원인 소외 1의 권유로 1997. 11. 당시 소외 1이 근무하던 피고 은행 기장지점에 1억 원을 예금한 것을 시작으로, 소외 1이 1998. 2.경 좌동지점으로 전근하자 기존 1억 원의 예금에 4억 원을 추가한 5억 원을 좌동지점에 예금하였고, 1999. 5.경에는 신한은행에 있던 예금 12억 원을 피고 은행 좌동지점으로 바꾸어 예금하는 등 그가 근무하는 지점을 따라다니면서 예금을 하였는데, 그 예금액이 많을 때는 22억 원에 달한 사실, 원고들은 위와 같이 수년 동안 피고 은행과 거래함에 있어,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교포인 관계로 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소외 1을 시켜 예금의 입금, 해지, 인출 등의 거래행위를 대신 처리토록 하였고, 당시 소외 1이 근무하는 지점의 지점장들은 소외 1로부터 들어서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원고들의 아버지인 소외 2의 팔순잔치와 그의 방한시 투숙하고 있는 호텔에 화환을 보내는 등 특별한 대우를 하였을 뿐, 이로 인한 사고발생의 위험을 통제하고 확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적은 없는 사실, 이 사건 각 신탁예금 역시 종전과 마찬가지로 그 만기 직전에 소외 1에게 통장과 날인된 예금청구서 등을 교부하면서 만기 해지·인출 및 신규예금에의 예치를 부탁하였는데, 소외 1은 만기에 원리금을 인출하여 신규예금에 예치하는 과정에서 일부를 예치하지 않고 임의로 사용한 것인 사실, 이 사건 각 신탁예금의 인출·사용 당시 소외 1은 피고 은행 좌동지점의 차장대우로서 예금업무 전반에 관한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었고, 예금의 개설이나 해지시 창구담당 직원이 실무를 처리하고 나면 책임자로서 그 처리 결과를 확인한 후 책임자란에 날인하여 왔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1, 원고 2가 소외 1에게 이 사건 각 신탁예금의 만기 해지·인출 및 신규예금으로의 예치에 관한 권한을 위임한 것은, 단지 소외 1이 가까운 친족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피고 은행의 직원이었고 수년 동안 그를 통해 이상 없이 거래를 계속하여 온 신뢰를 토대로 한 것이며, 소외 1 역시 단순히 위 원고들의 대리인의 지위에서뿐만 아니라 피고 은행의 직원으로서 주요 고객에 대한 관리 및 편의제공 차원에서 이를 대신해 준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소외 1이 이 사건 각 신탁예금을 만기에 인출하여 신규예금에 예치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그 일부를 예치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은 외관상 객관적으로 피고의 사무집행과 관련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판단을 한 원심판결에는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원고 1, 원고 2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1. 7. 23. 선고 89다카1275 판결 ,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5다5770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의 판단은 정당하고,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 또는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할 것인데 ( 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다10531 판결 ,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4다43886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49978 판결 ,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3442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 및 원고들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에서 든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소외 1이 임의로 원고들의 예금을 인출하여 개인적인 용도에 소비한 것은 외형상 객관적으로 피고 은행의 사무집행과 관련된 행위에 해당하고, 원고들로서는 소외 1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모른 데에 과실이 있다고는 할지라도, 이러한 사정을 알았다거나 피고 은행의 책임을 면하게 할 정도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소외 1의 선임·감독 등에 관하여 피고 은행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사용자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이 사건 각 신탁예금에 관한 원고 1, 원고 2의 패소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되, 원고 1, 원고 2의 나머지 상고와 원고 3 및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박일환 김능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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