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민법 제756조 소정의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의 의미 및 판단기준
[2] 피해자에게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악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책임의 성립 여부(소극) 및 사용자책임이 면제되는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의 의미
[3] 심사역으로 근무하는 은행 차장의 어음배서위조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은행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이고 피해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있어서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3] 심사역으로 근무하는 은행 차장의 어음배서위조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은행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이고 피해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하여, 은행의 사용자책임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38168 판결(공1995하, 3761)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6890 판결(공1996상, 765)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다16572 판결(공1997하, 3427) 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공1998상, 652) 대법원 1998. 6. 26. 선고 97다58170 판결(공1998하, 1978)
[2]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5다17595 판결(공1997상, 293) 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19687 판결(공1998상, 1169)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49978 판결(공1998하, 2203) 대법원 1998. 10. 27. 선고 97다47989 판결(공1998하, 2747)원고,상고인
한국공작기계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대복 외 1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1) 원고의 이 사건 약속어음금청구에 대하여는 증거에 의하여 소외 1은 1993. 7.경부터 피고 은행 양재동 지점에서 여신대상기업의 재무상태나 사업성 여부를 검토하는 여신심사 및 품의·사후관리 업무 등을 담당하는 심사역으로 근무하여 온 사실, 피고 은행에 있어 심사역은 내부적인 업무만을 처리할 뿐 대외적으로 피고 은행을 대리하여 대출실행이나 수신업무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사실, 피고 은행은 심사역의 업무를 제외한 제반 업무를 통할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하기 위해 영업통할책임자를 두고 있으며 영업통할책임자가 대출실행이나 수신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실, 그런데 위 소외 1은 1995. 12. 초순경 그가 담당하고 있던 소외 한도중공업 주식회사(이하 한도중공업이라고만 한다)의 대표이사인 소외 하상원으로부터 한도중공업이 자금난에 빠져 있으므로 한도중공업 발행의 이 사건 약속어음에 피고 은행 명의의 배서를 하여 줌으로써 한도중공업이 돈을 차용하는데 신용을 높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피고 은행의 거래처인 한도중공업의 부도를 막기 위해 임의로 창구직원이 보관·사용하는 고무인과 약인을 이 사건 약속어음의 이면에 압날하여 위 하상원에게 교부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달리 위 소외 1에게 위 배서에 관한 권한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동인에게 피고 은행을 대리할 기본적 대리권이 있다거나 피고 은행이 대외적으로 위 소외 1에게 대리권수여를 표시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위 배서가 정당하게 이루어졌다거나 적어도 표현대리의 법리에 따라 피고 은행이 이 사건 어음의 최종소지인인 원고에게 위 배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들을 모두 배척하였고, (2) 원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는 증거에 의하여 위 소외 1은 위와 같이 심사역으로 근무하면서 대출·보증·어음행위 등의 대외적 행위는 담당하지 아니하였고 영업통할책임자가 대출·보증·어음행위 등을 담당하는 사실, 이에 따라 배서를 할 경우에는 위 소외 1이 여신심사를 하여 지점장에게 보고를 할 뿐 배서를 하는 것은 영업통할책임자인 사실, 피고 은행은 고객으로부터 추심을 의뢰받거나 어음표면의 횡선말소의 경우 이외에는 지급보증을 위해 일반적으로 개인이 발행한 어음에 배서를 하지 아니하고, 피고 은행이 지급보증을 하는 경우에는 보증의뢰인으로부터 지급보증신청서를 제출받아 일정한 양식에 따라 보증의뢰인·상대방·보증금액·기간 등을 기재한 별도의 지급보증서를 발급하는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소외 1의 위 배서위조행위는 그 직무권한 내에 속하지 아니함은 물론 외관상으로 보더라도 그 직무권한 내의 행위와 밀접하여 권한 내의 행위로 보이는 경우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금융기관과 상당한 거래를 해 온 원고로서는 피고 은행에 위 배서의 진정 여부에 대하여 확인하였다면 그 배서의 진위를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위 소외 1의 위 배서가 피고 은행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것이라는 이유로 피고 은행이 사용자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 역시 배척하였다.
2. 판단
가. 제1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관계 증거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약속어음금청구를 배척한 조치는 모두 옳게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심리미진, 대리권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제2점에 대하여
그러나 원심이 위 소외 1의 배서위조행위가 외관상으로 보더라도 그 직무권한 내의 행위와 밀접하여 권한 내의 행위로 보이지 아니하고 또한 원고가 이 사건 어음을 취득함에 있어 위 소외 1의 배서위조행위가 피고 은행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하여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부인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의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며 (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38168 판결, 1996. 1. 26. 선고 95다46890 판결 등 참조),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있어서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할 것인데 (대법원 1996. 12. 10. 선고 95다17595 판결, 1998. 3. 27. 선고 97다19687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49978 판결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 은행이 다른 은행들과는 달리 앞서 본 바와 같이 심사역과 업무통할책임자로 나눠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는 사실은 금융기관종사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것이어서 쉽사리 그 직무권한의 내용 및 범위·차이점 등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소외 1 의 직급은 대출담당 차장이어서 일반인들로서는 동인이 은행 지점장을 대리하여 대출·보증·어음행위 등의 대외적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자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점, 위 소외 1은 자신이 사후관리를 담당하고 있던 한도중공업의 대표이사로부터 이 사건 어음에 피고 은행의 배서를 하여 신용을 높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도중공업의 부도를 막기 위하여 위 배서위조행위를 한 것이므로, 그 직무와의 상당관련성이 있다고 보여지는 점, 위 배서위조행위는 위 소외 1가 창구직원이 보관 중이던 피고 은행 양재지점의 고무인과 약인을 아무런 제지 없이 사용한 것이어서 위 인장 등의 보관상태가 허술하였다고 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위 소외 1에게 배서위조의 기회를 줄 정도로 허술하였던 피고 은행의 어음사무처리에 관한 운영실태에 비추어 피고 은행에게는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있다고 보여지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 판시와 같은 정황들을 고려하더라도 위 소외 1의 배서위조행위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인 피고 은행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진다 할 것이고, 원고가 이 사건 어음을 취득함에 있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과실이 있음은 인정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한 것이라거나 공평의 관점에서 원고를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원고가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위 소외 1의 행위가 피고의 사무집행에 해당하지 않음을 알지 못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은 점을 살펴보지 아니한 채 섣불리 위 소외 1의 배서위조행위가 외관상 그 직무권한 내의 행위와 밀접하여 그 직무권한 내의 행위로 보이는 경우라고 할 수 없고, 또한 원고가 위 소외 1의 위 배서가 피고 은행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사용자책임의 직무관련성 및 중대한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그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