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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2014. 7. 9. 선고 2013노2652 판결
[병역법위반] 상고[각공2014하,717]
판시사항

피고인이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목적으로 여성호르몬을 투여하여 신체를 손상하고 ‘성 주체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속임수를 썼다고 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생물학적 성인 ‘남성’을 주관적으로 매우 불편해하면서 ‘여성’으로 변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어 정신과적으로 ‘성 주체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병역의무를 감면받을 목적으로 호르몬 주사 등을 통해 여성호르몬을 투여하여 신체를 손상하고 ‘성 주체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속임수를 썼다고 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에 대한 각 소견서들과 전문심리위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모두 피고인에 대해 ‘성 주체성 장애’라는 일관된 의학적 판단이 내려졌고, 약 2년에 걸쳐 이루어진 피고인의 정신적 상태에 대한 서로 다른 기관들의 감정결과에 대하여 특별히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자신의 생물학적 성인 ‘남성’을 주관적으로 매우 불편해하면서 다른 성인 ‘여성’으로 변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어 적어도 정신과적으로는 ‘성 주체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형진휘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강병열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병역을 회피하기 위하여 여성호르몬 등을 투약한 것이라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점, 성 정체성의 혼란은 없었다는 피고인의 모친인 공소외 1의 법정진술, 피고인의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 기재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병역을 회피하기 위하여 성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키는 것처럼 행동하고 여성호르몬 등을 투약한 것이 입증되었음에도, 원심이 피고인의 주장에만 의존하여 사실인정을 하고,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전형적인 남성의 모습으로 출석한 바 있음에도 재판과정 내내 여성의 모습으로 여성처럼 행동하였다고 설시하였으며, 소견서 및 전문심리위원의 사실조회 결과 등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 및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8도1009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생물학적 성인 ‘남성’을 주관적으로 매우 불편해하면서 다른 성인 ‘여성’으로 변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기에, 적어도 정신과적으로는 ‘성 주체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므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피고인의 모친 공소외 1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은 아들이 정상적인 남성임에도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성 주체성 장애를 가진 것처럼 거짓말한 것이라는 공소외 1의 의견을 진술한 것이다. 공소외 1은 남편과 이혼한 후 생계유지를 위하여 일을 하느라 피고인이 성장하는 동안 함께하였던 시간이 많지 않아, 피고인이 동성애 카페에 최초 가입한 시기가 중학교 때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고, 피고인의 성 주체성 장애에 관하여 재판을 진행하면서 최근에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으며, 피고인의 누나들로부터 피고인이 군 입대 전에 성인식을 한 적이 있고, 그때 누나들에게 피고인의 성 주체성에 관하여 솔직한 고백을 했었다는 사실을 피고인이 군대에서 나오고 나서야 전해 듣게 되었다고 진술한다. 자신의 성 주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살아왔던 피고인을 부모로서 사려 깊게 헤아리지 못하였던 공소외 1의 의견을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하다.

2) 피고인의 지인인 공소외 2는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이 고등학교 1학년일 때 즈음 성적소수자들 사이트를 통해서 만나 친하게 지내게 되었는데, 피고인과 화장을 하고 남자들과 즉석만남을 가져왔으며, 화장을 하게 되면 남자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부적절하여 피고인에게 여성의 의미를 가진 ‘○○’라고 불러왔다고 진술하고, 피고인이 자신에게 여자가 되고 싶다고 진지하게 상담한 적이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3) 전문심리위원에 대한 2013. 7. 4.자 사실조회 회보서에 의하면, 의학적인 의미에서 성 정체성 장애는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성 역할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불편을 느끼고 자신과 다른 성에 대하여 강하고 지속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 반대의 성이 되기를 소망한다는 증거가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의 성적 정체성의 혼란은 고등학교 때부터 심화되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여성이 되기를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로서, 피고인이 스스로 ‘게이’라고만 잘못 인식하는 것일 뿐 피고인에게 성 정체성 장애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4) 피고인의 병무청에서의 진술을 살펴보면 “남자도 좋고 성 주체성에 혼란이 오는 것도 사실인데요 여자로 하게 된 건 여자로 하는 건 좋은데 부모님 앞에서 여자로 살 순 없자나요, 이렇게 화장 진하고 여자 옷 입어도 남자인게 보이잖아요.”라고 진술한 바 있고,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살펴보면 ‘트랜스젠더로 성전환을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그것도 실제로는 쉬운 일도 아니고 제 외모 자체가 여자가 어울리는 외모도 아니고 그래서…… 전부 포기하고 남자일(아르마니 매장점원, 피고인은 이것을 남자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을 했는데……’, ‘정신적으로 혼동이 되는 상황이었다.’, ‘실제 그런 성향(트랜스젠더 관련하여)을 가진 것이 맞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위 진술들의 내용이 피고인이 오로지 병역면탈의 의도로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고 자백하는 것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병무청에서의 진술은 피고인이 원심법정에서 내용 부인하여 증거능력이 없어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고, 피고인의 나머지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할 정도에도 이르지 않았다고 보인다.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트랜스젠더의 의미에 대하여 ‘수술이 끝난 여자로 일반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상태로 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어 자신을 동성애자로서만 인식한 상태로, 트랜스젠더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나 군대를 면제받기 위해서 자신의 성향을 바꾸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 진술의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여성이 되었을 때 자신의 외모가 여성으로서 어울리지 않는 점을 더욱 신경쓰며 성전환을 포기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위와 같은 피고인의 사고방식은 피고인이 성 주체성 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5)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도 학교생활할 때는 남자인 척 하였다고 진술하며, 동성애자인 사실뿐 아니라, 피고인이 가진 여성성을 숨기고 남자인 척 하고 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고인에게 성 주체성 장애가 있다면 대인관계에 있어서 반드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성급한 추론에 불과하여, 피고인의 생활기록부 기재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해 주는 증거라고 보기에 부족하다.

6) 피고인에 대한 각 소견서들과 전문심리위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모두 피고인에 대해 ‘성 주체성 장애’라는 일관된 의학적 판단이 내려졌던바, 약 2년에 걸쳐 이루어진 피고인의 정신적 상태에 대한 서로 다른 기관들의 감정결과에 대하여 특별히 의심할만한 사정이 없고, 위 판단을 배척하고 피고인이 허위로 위와 같은 성 주체성 장애라는 의학적 판단의 외관을 작출하였다고 볼만한 증거도 부족하다.

7) 피고인은 당심법정에 출석하면서도 남성적인 머리모양과 옷차림을 유지하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목소리, 말투, 진술태도 등을 통해서 여전히 여성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8) 트랜스젠더가 되면 군대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이 피고인이 호르몬 주사를 맞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이 피고인이 자신의 성 주체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호르몬 주사를 통한 여성화를 시도한 점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피고인이 며칠간 경험했던 군생활을 통해서 자신의 성 주체성의 혼란에 대해서 더욱 확고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러한 성 주체성의 혼란으로 인하여 군생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여 병역의무가 면제되기를 희망한 것으로 보이며, 단순히 피고인이 위 군생활의 경험이 고통스러워 오로지 병역의무를 면제받기 위해서 일 년간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자신의 남성성을 버리는 행동을 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덕(재판장) 고진흥 임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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