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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2. 1. 13. 선고 2009나99916 판결
[용역비][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주원환경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양 담당변호사 최의곤)

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영두)

피고보조참가인

허베이 스피리트 선박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욱래 외 1인)

변론종결

2011. 12. 9.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을 초과하는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4,429,768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9. 23.부터 2012. 1. 1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항소 및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60%를, 피고가 40%를 각 부담하고,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은 원고가 60%를, 피고 보조참가인들이 40%를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574,598,674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9. 23.부터 당심 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원고는 당심에서 청구를 감축하였다).

항소취지

원고 : 제1심 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2,894,749원 및 이에 대하여 2008. 3. 22.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 :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해상 방제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 보조참가인 허베이 스피리트 선박 주식회사(이하 ‘허베이호 선주’라 한다)는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M. T. Hebei Spirit, 이하 ‘허베이호’라 한다)의 선박소유자로서 유류운송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며, 피고 보조참가인 1992년 유류오염손해보상국제기금(이하 ‘국제기금’이라 한다)은 1992년 유류오염손해보상을 위한 국제기금의 설치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라 설치된 국제기관이다.

나. 삼성중공업 주식회사가 3,000t급 해상크레인으로 인천대교 건설작업을 마치고 위 해상크레인을 거제시 고현항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임차하여 운항 중이던 주예인선 ○○ T-5호, 보조예인선 △△ T-3호, 위 해상크레인을 적재한 부선 ○○ 1호, 앵커선 ○○ A-1호가 하나의 예인선단을 이루어 항해하던 중 2007. 12. 7. 06:52경 ○○ T-5호와 연결된 예인줄이 끊어져 부선이 허베이호 방향으로 약 600m 가량 밀려가다가 같은 날 07:06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남서방 6마일 해상에서 원유 약 263,994t을 적재한 상태로 정박 중이던 허베이호와 충돌하여 허베이호 좌현 1, 3, 5번 유류탱크 3곳에 파공이 생기면서 약 12,547㎘(10,900t)의 원유가 해상으로 유출되어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에 걸친 약 357km의 해안 및 해상이 오염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유출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유출사고 발생일인 2007. 12. 7.부터 2008. 1. 3.까지 8명의 인원을 고용하고 선박 5척(□□ 2호, ◇◇ 2호, 12☆☆호, ▽▽호, ◎◎◎ 3호)과 살수차량((차량번호 1 생략), (차량번호 2 생략)) 2대를 임차하여 피고 산하 해양경찰청 소속 함정이 해상에서 수집한 유류폐기물을 해안으로 운반하고 해안에서 방제물품을 받아 위 함정에 운반하거나, 항공기 유처리제 살포를 지원하는 등 해양경찰(이하 ‘해경’이라 한다)의 유류방제작업을 보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20호증, 갑 제25 내지 31호증, 갑 제33호증의 2, 갑 제38, 39호증, 갑 제41 내지 44호증, 을 제3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 제1심 증인 소외 1, 소외 2, 소외 3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 보조참가인 허베이호 선주는, 허베이호 선주가 이 사건 유출사고로 인한 유류오염손해배상의무에 관하여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책임제한절차를 신청하여 2009. 2. 9.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08책1호로 책임제한절차가 개시되어 현재 진행 중이므로 원고는 위 책임제한절차에서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절차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배당을 받는 외에 피고의 재산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유출사고에 관한 책임제한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중에 제기된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항변한다.

살피건대, 을 제9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유출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무에 대하여 허베이호 선주의 신청으로 2009. 2. 9.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08책1호 로 책임제한절차가 개시되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고,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절차에 관한 법률 제27조 는 책임제한절차가 개시된 경우 제한채권자는 이 법에 따라 공탁된 금전과 이에 대한 이자의 합계액(이하 “기금”이라 한다)에서 이 법에 정하는 바에 따라 배당을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제한채권자는 기금 외에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제한채권자의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의 다른 재산에 대한 집행을 금지하는 취지에 불과하고, 집행권원의 확보와 집행의 문제는 구별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61조 내지 제64조 는 책임제한절차 외에 제한채권자와 신청인 또는 수익채무자 사이에 그 채권에 관한 소송이 계속 중일 때의 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어 책임제한절차 외에 별도로 소가 제기된 경우를 예정하고 있는바, 책임제한절차가 계속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유출사고로 인한 해양오염 방제작업을 보조한 원고가 도급계약, 부당이득, 사무관리 등을 근거로 피고에 대하여 원고가 지출한 비용의 상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가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피고가 이 사건 유출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원고에게 방제보조작업을 지시하거나 요청하고 원고가 이에 응해 방제보조작업을 함으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에 도급계약이 체결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도급계약에 따른 작업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설사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유출사고의 긴급방제조치 의무자로서 원고의 방제보조작업으로 인해 법률상 원인 없이 그 비용 상당의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원고에게 손해를 가했으므로 위 비용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거나, 원고가 의무 없이 피고를 위해 피고의 긴급방제조치 사무를 관리한 것이므로 그 비용을 상환해야 한다.

나. 피고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원고의 방제보조작업 비용 상당의 부당이득을 한 자는 긴급방제조치 비용 부담자인 허베이호 선주이며, 이 사건 해양오염의 방제사무는 오염야기자인 선주 측의 사무이지 보충적 지위에 있는 피고의 사무라 할 수 없고, 원고 또한 선주 측의 사무를 처리한다는 의사로 방제작업을 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도급계약, 부당이득, 사무관리를 근거로 원고에게 방제보조작업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한편 피고 보조참가인 국제기금은, 원고의 방제보조작업 비용을 부담할 사무주체는 허베이호의 선주라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가 피고의 사무를 관리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4. 판단

가. 방제보조작업에 관한 도급계약의 성립 여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 제2항 에 의하면, 국가가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에는 계약의 목적, 계약금액, 이행기간, 계약보증금, 위험부담, 지체상금 기타 필요한 사항을 명백히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하고, 그 담당공무원과 계약상대자가 계약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함으로써 계약이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한편, 원고가 주장하는 방제보조작업에 관한 도급계약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9조 소정의 계약서의 작성을 생략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유출사고의 심각성 및 그 처리의 긴박성에 비추어 볼 때 계약서를 작성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피고가 구두로 방제보조작업을 지시 또는 요청하고 원고가 이에 응해 방제보조작업을 하였으므로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더라도 예외적으로 도급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와 피고 사이에 방제보조작업에 관한 도급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달리 원고와 피고 사이에 방제보조작업에 관한 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각 규정의 취지에 의하면, 국가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사인과 사법상의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위 법령에 따른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를 이행하여야 할 것이고, 설사 원고가 주장하는 방제보조작업에 관한 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위 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계약은 그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30811, 30828 판결 참조).}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사무관리의 성립 여부

1) 이 사건 유출사고의 특징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이 사건 유출사고가 발생하자 막대한 양의 원유가 빠르게 해상으로 유출되어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에 걸친 약 357km의 해안 및 해상이 오염되었고, 강한 조류와 바람 등 기상이 좋지 않아 사고 수습이 어려웠으며, 인근 서해안 지역 생태계와 지역 주민들에게 치명적인 오염 피해를 줄 것이 예상되는 등 위 사고는 사고 규모와 피해 규모의 측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해양오염사고였다. 그로 인하여 공공기관이나 민간을 불문하고 동원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여 긴급하게 방제작업을 할 것이 요청되었다.

2) 방제작업이 피고의 사무인지 여부

구 해양오염방지법(법률 제8466호, 해양환경관리법 법률 제8260호로 폐지되지 전의 것) 제48조 제2항 , 제50조 제1항 , 제51조 에 의하면, 기름 등 폐기물이 배출되는 경우 배출된 기름 등 폐기물이 적재되어 있거나 적재되어 있던 선박의 소유자는 배출되는 기름 등 폐기물을 신속히 수거·처리하는 등 필요한 방제조치를 즉시 취하여야 하고, 선박의 소유자가 위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아니하거나 그 조치만으로는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또는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해양경찰청장은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기름 등 폐기물의 유출사고 등 해양오염사고로 해양환경의 보전에 현저한 피해가 있거나 피해를 미칠 우려가 있어 긴급방제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게 하기 위하여 해양수산부장관 소속 하에 해양오염방제대책위원회를, 해양경찰서장 소속 하에 지역해양오염방제대책협의회를 두며, 해양경찰청장 소속 하에 방제대책본부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법률 제8623호, 법률 제88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1조 에 의하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제60조 의 규정에 의하여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응급대책 및 재난구호와 복구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의료상의 특별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 유출사고가 발생하자 피고는 이 사건 유출사고로 인해 피해를 보았거나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위 사고처리를 위해 행정자치부장관을 본부장으로 하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해양수산부장관을 중앙사고수습본부장으로, 해양경찰청장을 방제대책본부장으로 임명하여 조직적으로 사고 처리에 나섰다.

위 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하면, 비록 허베이호 선주에게 일차적으로 필요한 방제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하고, 앞서 본 이 사건 유출사고의 특징 및 피고가 이 사건 유출사고의 처리를 위해 실제로 취한 조치에 비추어 허베이호 선주의 조치만으로는 이 사건 유출사고로 인한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하고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하였다고 할 것이고, 또한 피고는 위와 같은 관계 법령상의 의무 외에 국민의 생명, 건강, 재산을 보호하고 영토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바, 해양오염사고의 방제작업이 선주의 사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사무가 될 수 없다고 한다면 이 사건과 같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한 경우 동원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여 긴급하게 방제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곤란하게 되어 회복할 수 없는 환경재앙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여기에 인간의 상호부조정신을 법적으로 승인하고 이를 고양하고자 하는 사무관리 제도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결국 이 사건 유출사고 처리를 위한 방제작업은 긴급방제 등 필요한 조치로서 피고(해양경찰청장)의 의무영역과 이익영역에 속하는 피고의 사무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관계 법령상 피고의 긴급방제조치 의무는 피고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시혜적인 공법상의 일반적인 의무로서 허베이호 선주의 사무라고 주장하나, 위 관계 법령에 의하면, 기름 등 폐기물이 배출되는 경우 일차적으로 선주가 방제조치를 해야 하지만, 선주의 방제조치만으로는 해양오염 방지가 곤란하거나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해양경찰청장이 선주의 방제조치를 보완하거나 대신하여 방제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나아가 피고는 위와 같은 관계 법령상의 의무 외에 국민의 생명, 건강, 재산을 보호하고 영토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바, 비록 이 사건 방제작업이 일차적으로 허베이호 선주의 사무라고 하더라도, 피고가 방제작업을 한 것이 단지 공법상의 일반적인 의무의 이행으로써 허베이호 선주의 사무를 도운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고, 이 사건 방제작업은 피고가 허베이호 선주와 중첩적으로 수행하여야 할 피고의 사무라 할 것이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아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유출사고의 실질적인 방제작업은 피고가 해경을 통해 전체적으로 지휘, 통제했다고 보아야 하고, 원고가 해경 함정을 따라다니면서 방제작업을 하면서 해경의 지시, 통제를 받았던 점에 비추어 원고는 피고의 사무를 처리한다는 의사로 방제작업을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3) 소결

따라서 원고는 피고의 사무인 방제작업을 보조함으로써 의무 없이 피고의 사무를 관리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피고를 위하여 지출한 필요비 또는 유익비를 상환할 의무가 있다.

다. 비용상환의무가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는, ① 별지 기재 관계 법령상 허베이호의 선주가 방제비용 부담자이고, ② 피고는 원고에게 ‘방제작업 비용은 위 선주 측이 책임을 지는 것이고 피고는 이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명확히 하였고, 위 선주 측이 원고와 피고의 방제작업을 지휘, 감독하였으므로 원고는 위 선주 측만을 상대로 비용 상환 청구를 할 수 있고, 피고는 원고에게 비용상환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2) 판단

가) ① 주장에 대해 살피건대, 별지 관계 법령에 의하더라도 허베이호 선주 측이 최종적인 방제비용 부담자라는 취지이므로, 위 선주 측이 방제비용의 최종적인 부담자라고 하여 방제작업에 여러 형태로 참여한 방제작업주체 사이에 발생한 채권, 채무 관계와 무관하게 방제작업주체들이 선주만을 상대로 방제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없고, 그 개별적인 채무는 그것대로 이행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비용을 부담한 자가 위 선주 측에 구상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는 위 선주 측뿐만 아니라 피고에 대해서도 법정채권관계인 사무관리를 근거로 방제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② 주장에 대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3,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이 사건 유출사고가 발생한 2007. 12. 7.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산하 각 해양경찰서장에게 방제작업을 위해 민간 방제업체와 비상연락망을 구축하여 긴급방제를 요청할 경우 방제작업 지원이 가능하도록 출동태세를 유지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원고를 포함한 인천 지역 방제업체에 위와 같은 사항을 요청하였다가 잠시 후 동원 가능한 방제 장비 및 물품을 가지고 위 유출사고 해역에 출동해달라고 요청하였다.

(2) 사고발생일 다음날인 2007. 12. 8. 해양수산부 직원, 충청남도 부도지사, 해양경찰청 직원, 원고를 포함한 방제업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책본부회의에서 해양수산부 직원과 충청남도 부도지사는 실제 방제작업 비용과 보험금과의 차액은 책임지고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으니 방제작업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3) 사고발생일로부터 2일이 지난 2007. 12. 9. 허베이호 선주, 허베이호 선주의 보험사, 국제기금은, 국제기금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국제유조선선주오염연맹(ITOPF, 이하 ‘선주연맹’이라 한다)과 허베이호 선주로부터 위임받은 한국해사감정 주식회사(이하 ‘한국해사감정’이라 한다)가 이 사건 유출사고의 방제조치업무를 총괄하기로 합의했고, 이에 따라 선주연맹과 한국해사감정이 방제조치에 관한 제반 업무를 수행했다.

(4) 한편 방제대책본부장인 해양경찰청장은 해상방제, 해안방제, 보급지원을 지휘했고,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사고 해역에 동원된 선박을 해경 함정과 묶어 8개의 편대로 편성한 후 편대별로 담당구역을 지정하여 방제작업을 하였으며, 태안해양경찰서에 방제대책본부를 설치하여 매일 방제대책회의를 개최하면서 동원세력을 지휘, 통제하고 각 기관 사이의 업무를 조정하면서 방제전략을 수립하였다.

(5)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기름이 배출된 서해 해상 각 지역에서 이루어진 해경의 방제작업을 보조하였고, 방제작업 기간의 작업일보를 작성하여 한국해사감정에 제출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① 원고는 인천해경의 출동요청을 받고 해경의 방제작업을 보조하였고, ② 선주연맹과 한국해사감정이 파견한 직원 수 명이 광범위한 기름 배출 지역에서 이루어진 방제작업을 총체적으로 관리, 감독하였고, 피고는 효율적인 방제작업을 위해 선주 측을 보조하여 방제방법과 기술을 지도하고 작업에 필요한 물건을 확인하는 등의 부수적인 역할만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③ 선주연맹과 한국해사감정이 방제업무와 관련하여 수행하는 제반 업무는 추후 이루어질 보험금 또는 손해배상액 사정작업을 위한 것으로 보이고, 실질적인 방제작업은 피고가 해경을 통해 전체적으로 지휘, 통제했다고 보아야 하며, ④ 다른 해상 사고와 달리 이 사건 유출사고 발생 당시 막대한 양의 기름이 해상으로 배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강한 조류와 바람에 의해 배출된 기름이 빠르게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어 피해지역의 범위 및 위치를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원고가 해경 함정을 따라다니면서 방제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선주연맹과 한국해사감정이 아닌 해경의 지시, 통제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허베이호 선주 측이 원고와 피고의 방제작업을 지휘, 감독하였다고 볼 수 없고, 원고는 방제작업 과정에서 해경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아 방제작업을 보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방제보조작업 비용의 액수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상환해야 하는 비용의 액수에 대해 본다.

원고는 2007. 12. 7.부터 2008. 3. 21.까지 방제보조비용으로 합계 739,035,540원(= 인건비 44,930,000원 + 선박사용료 571,780,000원 + 차량임차료 15,895,000원 + 자재비용 5,260,600원 + 장비손상비용 4,774,000원 + 일반관리비 및 기업이윤 96,383,343원)을 지출하였는데, 허베이 센터로부터 2011. 9. 22. 이 사건 용역비용으로 304,177,512원을 지급받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지출한 위 방제보조비용 739,035,540원에서 164,436,866원(= 위 중간정산금 304,177,512원을 위 739,035,540원에 대한 2008. 3. 22.부터 2011. 9. 22.까지 민법 소정의 연 5%의 이자 상당액 129,584,313원의 변제에 충당하고 남은 금원에서 위 중간정산금에 포함되어 있으나 원고가 이 사건 소로 청구하지 않았던 통신비 1,900,000원과 보일러설치비용 8,256,333원을 각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공제한 나머지 574,598,67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나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의 방제보조작업을 직접 참관했던 손해사정업체인 주식회사 스파크 인터내쇼널이 원고의 손해액을 합계 318,450,947원(= 인건비 39,540,000원 + 선박사용료 239,906,664원 + 차량임차료 14,450,000원 + 자재비용 4,200,000원 + 장비손상비용 3,800,000원 + 일반관리비 및 이윤 16,554,283원)으로 사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유류오염법 제2조 제4호 는 유류오염손해를 ‘유출 또는 배출된 장소에 불구하고 선박으로부터 유류가 유출 또는 배출되어 초래된 오염에 의하여 선박외부에서 발생한 손실 또는 손해와 방제조치의 비용 및 방제조치로 인한 추가적 손실 또는 손해. 이 경우 환경손상으로 인한 이익상실 외의 환경손상에 대한 손실 또는 손해는 그 회복을 위하여 취하였거나 취하여야 할 상당한 조치에 따르는 비용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6호 는 ‘방제조치라 함은 사고가 발생한 후에 유류오염손해를 방지 또는 경감하기 위하여 당사자 또는 제3자에 의하여 취하여진 모든 합리적 조치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44조의 2 는 ‘유류오염으로 인한 손해의 조사, 손해액의 산정, 유류오염손해의 감정을 행하는 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취지에 비추어 원고가 배상받을 수 있는 방제보조비용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 및 을나 제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당심 법원의 주식회사 스파크 인터내쇼날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유류오염법상 유류오염손해를 방제를 위한 ‘합리적인 조치’에 든 비용으로 한정함으로써 선박소유자가 배상하여야 할 방제조치비용을 당사자 또는 제3자가 지출한 모든 비용이 아니라 당사자 또는 제3자가 지출한 방제비용 중 방제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의 비용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유류오염법은 그 손해액을 산정하기 위한 절차를 예정하고 있는 점, ② 주식회사 스파크 인터내쇼날은 손해액 산정에 있어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손해사정기관으로 위 회사의 직원이 원고의 방제보조작업 현장에 입회하여 현장에 투입된 장비, 인원 및 물자 등의 수량 및 시간에 대해 확인하고 그 내용을 근거로 원고로부터 제출된 청구서의 내용에 오류나 금액의 부풀림 등이 있는지를 검토하여 합리적인 범위의 방제조치작업 비용을 산정하였고, 그와 같은 판단에 이르게 된 근거가 현저히 불공정하다거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갑 제1 내지 20호증, 갑 제24 내지 29호증, 갑 제41 내지 44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 제1심 증인 소외 1, 소외 2, 소외 3의 각 증언만으로는 원고가 위 사정금액을 초과하여 피고를 위하여 필요한 필요비 또는 유익비를 지출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상환해야 하는 비용은 위 손해사정액 318,450,947원 중 원고가 허베이 스피리트 센터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294,021,179원(원고가 허베이 스피리트 센터로부터 304,177,512원을 지급받았으나, 그 중에는 원고가 이 사건 소로 청구하지 아니한 통신비 1,900,000원 및 보일러설치비용 8,256,333원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위 304,177,512원에서 1,900,000원 및 8,256,333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공제한 나머지 24,429,768원(= 318,450,947원 - 294,021,179원)이 된다(원고는 위 294,021,179원 중 원고의 방제보조비용 739,035,540원에 대한 2008. 3. 22.부터 2011. 9. 22.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 상당액은 위 지연손해금채무의 변제에 먼저 충당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을 제18호증의 3, 4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위 중간정산금 지급 당시 허베이 스피리트 센터에서 그 내역을 지정하여 변제에 충당한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마.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사무관리비용 24,429,768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위 비용을 지출한 날 이후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11. 9. 23.부터 피고가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해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선고일인 2012. 1. 13.까지는 민법에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하여 위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의 항소 및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문용선(재판장) 양철한 문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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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인천지방법원 2009.9.17.선고 2008가합9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