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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19. 1. 17. 선고 2018구합79643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미간행]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광)

피고

근로복지공단

2018. 12. 20.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가 2018. 8. 21.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배우자인 망 소외 1[(생년월일 생략),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한국 영주권을 보유한 중국 국적자로 2010. 3. 8.부터 2013. 10. 3.까지, 2014. 1. 27.부터 2018. 2. 22.까지 소외 3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나. 망인은 야간근무를 앞둔 2018. 2. 22. 18:38경 기숙사 내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망인은 의식, 호흡, 맥박 없는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하여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 □□병원으로 19:36경 후송되었지만 심장무수축(Asystole) 상태에서 소생하지 못하고 19:45경 사망하였다.

다. 원고는 2018. 3. 20.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는데, 피고는 2018. 8. 21. ‘망인이 수행한 업무의 내용상 사인을 유발시킬 정도의 돌발 상황이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확인되지 않고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되어 단기 과로 내지 만성적 과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과도한 업무상의 스트레스 요인 내지 추가적인 업무부담 요인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사체검안서, 사망진단서 등을 살필 때, 망인의 사인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으므로 사인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1호증의 1, 을 제2호증, 을 제3호증의 1, 을 제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2018. 2. 22. 18:00경 야간근무 개시 전 근무투입을 준비하던 중 화장실에서 쓰러졌는바, 이는 업무의 준비행위를 하던 중 사업주인 이 사건 회사의 지배·관리 하에서 발생한 재해임이 분명하다. 또한 망인은 비산먼지가 가득한 환경에서 2주 단위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였고, 적절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주간에는 11시간, 야간에는 13시간의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여 왔으며, 기숙사마저 소음에 노출되어 있어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없었는바, 그 과정에서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증가하여 사망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와는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인정사실

1) 망인의 업무내용 및 업무환경

가) 망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PVC 파이프를 포장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위 작업은 2인이 1조가 되어 제작된 PVC 파이프를 수량에 맞춰 PP밴드로 포장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나) 망인은 2주 동안 주간근무를 수행한 후 다음 2주 동안은 야간근무를 수행하는 방법으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였다.

다) 이 사건 회사에는 PVC 파이프 생산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장동이 있고, 그로부터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사무실(1층), 식당(2층), 기숙사(3층)가 있는 사무실동이 있다. 망인은 휴일을 제외하고는 기숙사에서 숙식을 하였다.

라) 이 사건 회사 직원들은 출퇴근시 사무실동 1층에서 카드 체크를 하였다. 출근할 때에는 식사를 먼저 하고 카드를 체크하는 사람도 있고, 카드를 체크한 후 식사를 하는 사람도 있으나, 퇴근할 때에는 통상 카드를 체크한 후 식사를 하였다.

마) 대한산업보건협회가 작성한 2018년도 상반기 작업환경측정결과서에 의하면, 이 사건 회사의 공장 내 압축, 절단, 포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67.3dB로 노출기준인 90dB 미만으로 평가되었다.

바) 이 사건 회사에서 사출작업을 수행하였던 동료 직원은 작업환경에 관하여 ‘사출팀은 1라인에 2인 1조가 근무하고, 제품포장팀은 1라인에 2인 1조로 2팀이 근무하기 때문에 제품포장팀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기숙사 소음은 주간에는 차량이 드나드는 소리가 있는데 창문을 닫으면 괜찮고, 야간에는 차들이 없어서 소음이 없다. 이전에는 제품을 톱으로 절단해서 공장 내 먼지가 많았는데, 지급은 절단 기계를 칼로 바꾸면서 먼지가 없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2) 망인의 업무시간

가) 망인과 이 사건 회사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에 의하면, 근로시간은 주간근무의 경우 07:30부터 19:00까지, 야간근무의 경우 19:00부터 다음날 07:30까지이고, 휴게시간은 주간근무의 경우 09:30부터 09:45까지, 12:00부터 13:00까지, 15:45부터 16:00까지 총 1시간 30분, 야간근무의 경우 20:30부터 20:50까지, 22:20부터 22:40까지, 24:10부터 01:10까지, 02:40부터 03:00까지, 04:30부터 04:50까지, 06:20부터 06:30까지 총 2시간 30분이다.

나) 이 사건 회사의 생산기계는 휴게시간에도 24시간 가동되고, 2주 단위 교대 시에만 가동이 중단된다. 생산기계가 계속 가동되기 때문에 직원들은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하고 식사도 교대로 하지만, 휴게시간은 보장되고 있다.

다) 피고는, 망인의 출퇴근 카드 체크 내역을 기초로 한 업무시간에서 카드 체크 후 식사시간 30분 및 주간근무의 경우 휴게시간 1시간 30분, 야간근무의 경우 휴게시간 2시간 10분을 공제한 뒤, 그 중 22:00부터 06:00까지의 야간근무시간에 대하여는 30%를 가산하는 방법으로 아래와 같이 망인의 업무시간을 산정하였다. 망인은 사망 전 1주간 중 2018. 2. 15.부터 2018. 2. 19.까지 5일간 구정 연휴 등으로 근무하지 않았고, 그 이후에는 야간근무 주간으로 2018. 2. 20.에도 17:40경부터 근무를 시작하였다. 망인은 사망 전 2주간 중 아래 3)의 라)항에서 보듯이 ○○병원으로 후송되었던 2018. 2. 8. 하루만을 근무하였고 2018. 2. 9.부터 2018. 2. 14.까지 6일간 근무하지 않았다. 즉, 망인의 사망 전 2주 동안의 근무일수는 2018. 2. 8.자 주간근무, 2018. 2. 20.자 및 2018. 2. 21.자 야간근무 등 3일이었다.

사망전 날짜 1주 총 업무시간 야간근무시간
1주간 2018. 2. 15. ~ 2018. 2. 21. 25시간 51분 16시간 28분
2주간 2018. 2. 8. ~ 2018. 2. 14. 9시간 32분 0시간
3주간 2018. 2. 1. ~ 2018. 2. 7. 67시간 7분 0시간
4주간 2018. 1. 25. ~ 2018. 1. 31. 54시간 21분 16시간 28분
5주간 2018. 1. 18. ~ 2018. 1. 24. 88시간 57분 57시간 38분
6주간 2018. 1. 11. ~ 2018. 1. 17. 57시간 23분 24시간 42분
7주간 2018. 1. 4. ~ 2018. 1. 10. 61시간 33분 0시간
8주간 2017. 12. 28. ~ 2018. 1. 3. 19시간 12분 0시간
9주간 2017. 12. 21. ~ 2017. 12. 27. 81시간 43분 49시간 24분
10주간 2017. 12. 14. ~ 2017. 12. 20. 47시간 58분 24시간 42분
11주간 2017. 12. 7. ~ 2017. 12. 13. 55시간 40분 0시간
12주간 2017. 11. 30. ~ 2017. 12. 6. 63시간 40분 16시간 28분

3) 망인의 건강상태

가) 망인에 대한 사망 전 10년 동안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 의하면, 망인은 ☆☆☆☆병원에서 2009. 10.경 상세불명의 천식, 기관지확장증으로, 2009. 11.경 본태성(원발성) 고혈압, 상세불명의 협심증으로 각 진료를 받은 적이 있고, 그 후에도 수차례 상세불명의 천식, 상세불명의 호흡곤란, 기관지확장증, 수축성(울혈성) 심부전 등으로 진료를 받은 내역이 확인된다.

나) 망인에 대한 과거 건강검진결과의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1) 2012. 3. 16.자 건강검진

○ 혈압 : 150/100㎜Hg

○ 혈액검사 : 총콜레스테롤 159㎎/㎗, HDL-콜레스테롤 39㎎/㎗, LDL-콜레스테롤 89㎎/㎗, 중성지방 156㎎/㎗, 감마지티피 96

○ 흉부방사선검사 : 비결핵성 질환{기관지확장증-좌하내측(정밀검사 요함)}

○ 소견 및 조치사항 : 비만관리/ 기타 흉부질환 의심/ 고혈압 의심/ 이상지질혈증 관리/ 간장질환 의심/ 저열량 식이요법, 운동, 체중조절/ 흉부외과 정밀검사 및 진료 및 치료 요함/ 2차 검진 요함/ 생활습관 개선 및 추적검사 요

○ 판정 : 정상B, 일반질환 의심, 고혈압 질환 의심(2차 검진대상자)

(2) 2013. 4. 30.자 건강검진

○ 혈압 : 130/80㎜Hg

○ 혈액검사 : 총콜레스테롤 160㎎/㎗, HDL-콜레스테롤 46㎎/㎗, LDL-콜레스테롤 90㎎/㎗, 중성지방 118㎎/㎗, 감마지티피 99

○ 흉부방사선검사 : 비결핵성 질환{기관지확장증 좌하내측-2012년과 비교 변화 없음(정밀검사 요)}

○ 소견 및 조치사항 : 비만관리/ 기타 흉부질환 의심/ 혈압관리/ 이상지질혈증관리/ 간장질환의심/ 저열량 식이요법, 운동, 체중조절/ 2개월 후 흉부 X-선 추적관찰/ 운동, 혈압 주기적 측정/ 저지방 식이요법, 운동/ 생활습관 개선 및 추적검사 요

○ 판정 : 정상B, 일반질환 의심

(3) 2014. 3. 21.자 건강검진

○ 혈압 : 150/90㎜Hg

○ 혈액검사 : 총콜레스테롤 139㎎/㎗, HDL-콜레스테롤 47㎎/㎗, LDL-콜레스테롤 75㎎/㎗, 중성지방 84㎎/㎗, 감마지티피 73

○ 흉부방사선검사 : 비결핵성 질환

○ 소견 및 조치사항 : 비만관리/ 섬유화 및 기관지확장증 좌하내측/ 고혈압(치료중)/ 이상지질혈증관리/ 간기능관리/ 저열량 식이요법, 운동, 체중조절/ 호흡기 내과 추적 검사 통한 확인 진단 및 그에 따른 조치 요/ 고혈압 유질환자/ 저지방 식이요법, 운동/ 생활습관 개선 및 관리 요

○ 판정 : 정상B, 일반질환 의심, 유질환자

(4) 2015. 3. 27.자 건강검진

○ 혈압 : 130/80㎜Hg

○ 혈액검사 : 총콜레스테롤 144㎎/㎗, HDL-콜레스테롤 37㎎/㎗, LDL-콜레스테롤 81㎎/㎗, 중성지방 129㎎/㎗, 감마지티피 80

○ 흉부방사선검사 : 질환의심{섬유화 및 기관지확장증-좌하내측(정밀검사 요함)}

○ 소견 및 조치사항 : 기타 흉부질환 의심/ 이상지질혈증 의심/ 간장질환 의심/ 2개월 후 흉부 X-선 추적관찰/ 운동 및 식이요법, 주기적 검사 요/ 생활습관 개선 및 추적검사 요/ 혈압관리/ 운동, 혈압 주기적 측정

○ 판정 : 정상B, 일반질환 의심

(5) 2016. 4. 27.자 건강검진

○ 혈압 : 118/70㎜Hg

○ 혈액검사 : 총콜레스테롤 148㎎/㎗, HDL-콜레스테롤 46㎎/㎗, LDL-콜레스테롤 80㎎/㎗, 중성지방 110㎎/㎗, 감마지티피 54

○ 흉부방사선검사 : 질환의심{섬유화 및 기관지확장증-좌하내측(정밀검사 요함)}

○ 소견 및 조치사항 : 기타 흉부질환 의심/ 2개월 후 흉부 X-선 추적관찰/ 이상지질혈증 관리/ 저지방 식이요법, 운동

○ 판정 : 정상B, 일반질환 의심

(6) 2017. 4. 14.자 건강검진

○ 혈압 : 142/92㎜Hg (2차 검진 시 160/110㎜Hg)

○ 혈액검사 : 총콜레스테롤 152㎎/㎗, HDL-콜레스테롤 46㎎/㎗, LDL-콜레스테롤 88㎎/㎗, 중성지방 90㎎/㎗, 감마지티피 76

○ 흉부방사선검사 : 질환의심

○ 소견 및 조치사항 : 기타 흉부질환 의심/ 고혈압 의심/ 2개월 후 흉부 X-선 추적관찰/ 2차 검진 요함/ 비만관리/ 이상지질혈증 관리/ 간기능 관리/ 저열량 식이요법, 운동, 체중조절/ 저지방 식이요법, 운동/ 생활습관 개선 및 관리 요

○ 판정 : 정상B, 일반질환 의심, 고혈압 의심(2차 검진대상자)

다) 망인은 2017. 6. 1. 아래와 같은 건강검진 결과 확인서를 이 사건 회사에 제출하였다.

상기 본인은 2017년도 건강검진 진단(건강검진 기관 :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보건센터) 시 다음과 같은 사유로 사후관리 소견을 받은바 앞으로는 평상시 건강관리에 유의하고, 관련 질병이 재발 또는 악화되지 않게 병원치료를 꾸준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로 인한 질병 악화 시 회사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며, 앞으로도 근로계약에 충실히 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건강검진 일자 2017년 4월 14일
건강검진 결과 ·고혈압(2차)
-혈압 : 최고 160/ 최저 110
·흉부질환주의
-좌하내측 정밀검사 요함(섬유화 및 기관지 확장증)
사후관리 소견 ·2개월 후 X-선 추적관찰
·내과진료 요함(약물치료 필요)

라) 망인은 2018. 2. 8.에도 흉통과 호흡곤란을 호소하여 ○○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적이 있다. 병원에서는 심전도 및 혈액검사상 심근경색으로 의심되는 특이소견은 없으나 심근경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추가검사 및 경과관찰을 위해 입원이 필요하다고 두 차례에 걸쳐 권유하였으나, 망인은 개인적 사정으로 입원이 어렵고 외래로 내원하겠다고 거절하였다.

4) 망인의 사망에 대한 의학적 소견

가) 망인에 대하여 달리 부검을 실시하지는 않았다.

나) 망인에 대한 사망진단서에는 사망원인이 미상으로 기재되어 있다.

다) ▽▽▽▽▽▽▽병원이 2018. 2. 23. 작성한 망인에 대한 사체검안서에는 사망의 원인에 관하여, 직접사인으로 심폐정지, 중간선행사인으로 급성심부전(의증), 선행사인으로 심질환(허혈성심질환 증상), 고혈압 등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라) 피고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망인의 사망원인이 업무상 질병인지 여부에 관한 판정을 의뢰하였는데, 위 위원회에서는 망인의 사체검안서, 사망진단서 등을 살펴볼 때 망인의 사망원인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3 내지 9, 1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해 사망이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할 것이므로 근로자의 사인이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업무에 기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두8449 판결 참조). 한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인과관계의 증명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두5695 판결 참조).

2) 원고는 망인이 심장 질병으로 사망하였음을 전제로 과로와 스트레스가 망인의 심장 질병을 야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망인에 대한 사체검안서에 직접사인 심폐정지, 중간선행사인 급성심부전(의증), 선행사인 심질환(허혈성심질환 등), 고혈압 등이라고 기재되어 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 사체검안서가 망인이 응급 후송되어 사망한 △△△△△ □□병원이 아닌 ▽▽▽▽▽▽▽병원에서 작성된 점에 비추어 보면, 이는 사후에 사체의 상태를 관찰하여 추측한 사인을 기재한 것으로 보이므로, 위 사체검안서의 기재만으로 망인이 급성심부전, 심질환 등으로 사망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더욱이 앞서 본 사실관계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망인은 발견 당시 이미 의식, 호흡, 맥박이 없는 상태였고,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응급실로 후송되었지만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사망에 이른 점, 망인에 대한 부검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망진단서에는 망인의 사인이 미상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달리 망인의 사인에 관하여 객관적·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은 망인의 사망 원인이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의 주장 및 제출 증거만으로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에 기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할 수 없다.

3) 설령 망인이 심장 질환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가정해 보더라도 앞서 본 사실관계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보면 망인의 업무 수행과정에서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와 같은 질환을 유발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가) 망인은 사망 전날 저녁부터 사망일 아침까지 야간근무를 수행하였고, 사망 당시 기숙사에서 야간근무를 위해 출근 준비를 하던 중이었으며, 그 과정에 평소와 다른 사정이 있었다거나 업무와 관련된 특이사항이 발생하였다는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망인이 사망하기 직전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나) 망인은 사망하기 전 1주일 동안에도 평소와 같은 방법으로 항상 담당하여 오던 작업을 수행하였고, 달리 업무환경이 변화하였다거나 업무량, 업무강도가 증가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망인의 사망 전 1주 동안에는 구정 연휴로 인한 휴무일이 많아 해당 기간의 업무시간은 25시간 51분에 불과하였고, 사망 이전 12주(사망 전 1주일 제외) 동안 망인의 평균 주당 업무시간인 약 55시간 11분과 비교하여 볼 때 평소보다 업무시간이 감소하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이 사망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망인이 교대제 근무를 하였고 사망 전 12주 동안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약 52시간 44분(=632시간 57분÷12주, 분 미만 단위는 버림)으로 업무시간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이 사건 회사의 경우 주·야간 교대 주기가 비교적 장기간인 2주 단위여서 교대로 인한 신체적인 부담이 심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데다가 교대가 이루어지는 주말에는 기계가동이 중지되어 충분한 휴식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이 실제로 이 사건 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여 교대제 근무로 인한 생활패턴의 변화에는 어느 정도 적응된 상태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의 동료 직원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담당한 포장작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휴게시간에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은 사망 전 구정 연휴 등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업무상 부담의 정도가 심장 질환을 유발하거나 기존의 심장 질환의 진행을 촉진시켜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4) 나아가 원고는 그밖에도 공장 내 먼지나 소음 등이 망인에게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하였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나, 대한산업보건협회가 작성한 2018년도 상반기 작업환경측정결과서에 의하더라도 공장 내 소음은 노출기준 미만으로 측정된 점, 이 사건 회사의 기숙사는 공장동과 100m 정도 이격되어 있어 공장의 소음이 심하게 들릴 정도라고 보이지는 않는 점, 망인의 동료 직원은 제품 절단 기계를 바꾼 후 공장 내 먼지 발생은 거의 없고, 2016. 3. 기숙사를 신축 이전한 후에는 소음이 없거나 약한 소음만이 있을 뿐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공장 내 먼지나 소음이 망인에게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요소가 망인의 사망을 유발할 정도의 요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5) 한편, 망인은 2009년경부터 상세불명의 천식, 기관지확장증, 본태성(원발성) 고혈압, 상세불명의 협심증 등의 질환으로 여러 차례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건강검진 내역을 살펴보면 고혈압, 간장질환, 흉부질환 등이 의심되고, 흉부방사선검사상 기관지확장증이 확인되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반복적으로 받은 사실이 확인된다. 특히 망인은 사망 시점과 가장 근접한 시기에 이루어진 2017. 4. 14.자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1차 검진 시 142/92㎜Hg, 2차 검진 시 160/110㎜Hg으로 높게 측정되었고, 약물치료를 위해 내과진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에 이 사건 회사는 망인으로부터 ‘건강검진 진단에 따라 관련 질병이 재발 또는 악화되지 않게 병원치료를 꾸준히 받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받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망인은 2018. 2. 8.에도 흉통과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고, 입원진료를 권유받았음에도 이를 거절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질병 및 위험인자들이 적절히 관리 내지 치료되지 못하여 망인의 사망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6) 결국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같은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진현(재판장) 방진형 이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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