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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방법원 2007. 6. 19. 선고 2007노187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김선화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이 사건 사고 이전에는 가해차량의 엔진과 제동장치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으므로(사고 후 가해차량의 변속기가 일부 손상되었음이 확인되었다고 하여 가해차량이 사고 당시 엔진과 제동장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 가해차량이 스스로 급가속되어 진행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고, 그렇다면 결국 피고인에게 제동기와 가속기를 혼동하여 가속기를 밟아 진행하였다고 밖에 볼 수 없으며, 또한 피고인에게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가해차량이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여 진입하였다는 것 자체로 피고인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와 피고인의 변명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5. 11. 22. 20:30경 업무로써 (차량번호 2 생략) 랜드로버 차량을 운전하여 서울 마포구 용강동 38의 1 노상을 명가진미식당 방면에서 할매보쌈식당 방면으로 진행함에 있어, 그곳은 식당이 밀집되어 있는 일방통행 도로로서 진입금지표지가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자동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는 위 진입금지표지를 준수하고 전방과 좌우를 잘 살피며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 사고를 예방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그대로 진입한 과실로, 때마침 도로 좌측 가장자리로 걸어가던 피해자 공소외 2(30세)의 허리 부위를 피고인 차량의 앞부분으로 충격하고, 계속 진행하다가 같은 동 40의 1 소재 원조 조박집 앞 노상에서 숯불작업을 하던 피해자 공소외 3(여, 67세)의 허리 부위를 피고인 차량의 앞부분으로 충격하고, 계속해서 그 부근에 주차된 (차량번호 1 생략) 승용차의 앞부분을 피고인 차량의 앞부분으로 들이받아 위 피해 차량이 뒤로 밀리면서 그 뒷부분으로 그곳을 지나던 피해자 공소외 4(여, 35세)의 다리부위와 신호대기 중인 피해자 공소외 5(여, 22세) 운전의 (차량번호 3 생략) 차량의 좌측 앞부분을 충격하게 하고, 피고인 차량의 앞부분으로 피해자 공소외 6(29세) 운전의 (차량번호 4 생략) 차량의 앞부분을 들이받음으로써, 위 공소외 3으로 하여금 폐기능 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고, 위 공소외 2로 하여금 약 1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 1, 2번 압박골절상 등을, 위 공소외 4로 하여금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슬관절 염좌상 등을, 위 공소외 5로 하여금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 염좌상 등을, 위 공소외 6으로 하여금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두부좌상 등을, 위 공소외 6의 차량에 동승한 피해자 공소외 7(여, 23세)로 하여금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슬관절 염좌상 등을 각 입게 하였다.”라고 함에 있다.

나. 피고인의 변명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경찰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은 당시 대리운전을 의뢰받고 위 일방통행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주물럭 숯불갈비’라는 음식점 앞에서 의뢰인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중 가해차량이 보행자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어 이를 약간 옆으로 옮기기 위해 시동을 걸고 변속기를 주차(P) 위치에서 주행(D) 위치로 바꾼 후 브레이크페달을 밟고 있던 오른발을 떼어 가속페달을 약하게 밟는 순간 갑자기 가해차량이 굉음을 내면서 급발진하여 고속으로 위 일방통행로를 역으로 거슬러 진행했던 것이고, 이에 브레이크페달을 밟거나 변속기를 후진(R) 위치로 바꾸는 등(원래 주차 위치로 바꾸려 했던 것인데 급박한 상황 속에 경황이 없어 후진 위치까지만 간 것이라고 한다) 긴급조치를 취했음에도 시속 100㎞ 이상의 고속으로 그대로 질주하였던 것이므로, 이는 불가항력적인 사고로서 피고인에게는 아무런 과실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인정사실

피고인 및 증인 공소외 1, 8, 9, 10, 11의 각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 원심의 CD검증조서 및 현장검증조서의 각 기재, 검사 및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와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12에 대한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 공소외 11, 13, 14, 15의 각 진술서, 사법경찰리 작성의 실황조사서, 의사 공소외 16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소견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작성의 감정의뢰회보의 각 기재, 각 현장사진의 각 영상 등을 종합하면, 아래 사실이 인정된다.

(1) 위 일방통행로는 음식점과 주택 밀집지역에 있는 차선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노폭 약 5m 정도의 직선도로로서,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이 설정되어 있고 당시 도로 양쪽으로 여기 저기 음식점 손님들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 차량 1대가 지나기 쉽지 않을 정도의 공간 밖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음식점 종사자나 손님 등의 통행도 상당수 있었다.

(2) 위 일방통행로의 길이는 약 160m 정도 되는데, 가해차량은 당시 불과 수 초만에 이를 빠져나갈 정도로 빠른 속력이었고, 위 일방통행로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좌측에 주차되어 있는 쏘나타 승용차( (차량번호 1 생략))를 약 10m 정도나 밀고 나간 후 위 일방통행로와 직각으로 만나는 대로에 이르러 그곳에 정차 중인 다른 차량들을 들이받고서야 비로소 정지할 정도로 질주하는 힘이 엄청났다.

(3) 목격자들은 가해차량이 당시 굉음을 내면서 매우 빠른 속도(각자의 느낌에 따라 시속 50㎞에서 100㎞ 사이라고 하고 있다)로 위 일방통행로를 질주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그중에는 차량 밑부분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들도 있다.

(4) 위 일방통행로에 있는 ‘마포 일번관’이라는 음식점의 폐쇄회로TV에 찍힌 가해차량의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가해차량이 위 음식점 부근에 설치되어 있는 과속방지턱을 막 넘어가는 순간 차량 후미에 있는 브레이크등과 후진등이 켜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피고인이 당시 브레이크페달을 밟거나 변속기를 후진(R) 위치로 바꾸는 등 차량의 제동을 위해 필요한 조치도 취하였다.

(5) 가해차량은 시속 10㎞ 이상의 속도에서는 전진 중에도 변속기를 주차(P)나 후진(R) 위치로 변경시킬 수 있고, 이렇게 하더라도 차량이 고속으로 전진하고 있을 때에는 그 관성에 의해 상당한 거리를 그대로 진행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변속기에 무리가 가서 손상될 수 있는데, 가해차량은 사고 후 트렌스퍼케이스의 하우징(변속기로부터 바퀴로 동력을 전달하기 위한 중간장치로서 변속기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함께 영향을 받게 된다고 한다)이 깨지는 등의 손상이 있어 이를 수리한 사실이 있다.

(6) 피고인은 당시 대리운전을 의뢰받고 위 일방통행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주물럭 숯불갈비’라는 음식점 앞에서 의뢰인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 일방통행로 쪽을 향해 주차되어 있던 가해차량이 보행자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자 이를 약간 옆으로 옮기기 위해 가해차량의 시동을 걸었던 것일 뿐, 위와 같이 위 일방통행로를 고속으로 역주행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7) 피고인은 1980년에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하여 운전을 해오던 중 1994년에 교통사고로 운전면허가 취소되었다가 다시 2000년에 1종 대형 운전면허를 취득하였고, 2004년 말경부터는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등 운전경력이 풍부한 사람이며, 이 사건 사고 직후 받은 음주 및 약물 검사에서도 모두 정상으로 판명되었다.

(8) 한편, 사고 후 가해차량을 매수한 공소외 1도 2006. 8.경 가해차량을 주차한 상태에서 뒤로 빼려고 할 때 급발진 상황처럼 ‘왕’하는 소리가 나면서 앞으로 튀어 나가는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다.

나. 판단

(1) 무릇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만일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한편, 당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의 과실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밝히도록 한 재판장의 석명에 대하여 검사가 지적하고 있는 피고인의 과실은, 진입금지표지에 위반하여 일방통행로로 진입하였고, 조향 및 제동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하였다는 것이다.

(3) 그런데, 위 ‘가’항에서 인정한 사고 당시 도로의 상황, 가해차량의 속도와 질주하는 힘, 목격자들의 진술 및 폐쇄회로TV에 찍힌 가해차량의 진행상황, 사고 후 확인된 가해차량의 파손부위, 피고인이 가해차량을 움직이려 한 이유, 피고인의 직업·운전경력 및 정신적·육체적 상태, 사고 후 가해차량의 매수인이 경험한 사고의 내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가) 가해차량은 피고인이 운전을 하기 전에 이미 원래의 운전자로서 피고인에게 대리운전을 의뢰한 사람에 의해 진입금지표시에 위반하여 일방통행로에 진입하여 주차된 상태였고, (나) 더욱이 피고인이 가해차량을 운전하여 위 일방통행로를 벗어나려고 역주행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가해차량 자체에서 발생한 피고인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의해 위와 같은 상상키 어려운 속력의 역주행이 일어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여러 간접사실들이 발생하였는바, (다) 위와 같은 제반 사정 아래에서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 당시 조향 및 제동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 이 사건과 같은 사고를 방지할 것까지 기대할 수는 없었을 뿐만 아니라(피고인이 브레이크페달을 밟았던 점에 비추어 제동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설사 피고인이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과 같은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4) 그렇다면 가해차량이 일방통행로에 역으로 진입한 점은 피고인에 의한 행위가 아니므로 이 사건 사고와 인과관계가 없고, 달리 피고인에게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바, 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이에 관한 검사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재필(재판장) 장지혜 윤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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