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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서부지법 2007. 1. 11. 선고 2006고단1346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항소〈급발진 사고〉[각공2007.3.10.(43),781]
판시사항

대리운전을 의뢰받은 사람이 차량을 운전하여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운전자가 의도적으로 역주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차량 자체에서 발생한 어떤 통제불능 상황에 의해 위와 같은 역주행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며, 달리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대리운전을 의뢰받은 사람이 가해차량을 운전하여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한 사안에서, 사고 당시 도로의 상황, 가해차량의 속도와 질주하는 힘, 목격자들의 진술 및 폐쇄회로 TV에 찍힌 가해차량의 진행상황, 사고 후 확인된 가해차량의 파손부위, 운전자가 가해차량을 움직이려 한 이유, 운전자의 직업·운전경력 및 정신적·육체적 상태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운전자가 의도적으로 역주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차량 자체에서 발생한 운전자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상황에 의해 위와 같은 역주행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며, 달리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정원두

변 호 인

법무법인 새날 담당변호사 박영하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05. 11. 22. 20:30경 업무로써 (차량번호 2 생략) 랜드로버 차량을 운전하여 서울 마포구 용강동 38의 1 노상을 명가진미식당 방면에서 할매보쌈식당 방면으로 진행함에 있어, 그 곳은 식당이 밀집되어 있는 일방통행 도로로서 진입금지표지가 설치되어 있었으므로, 자동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는 위 진입금지표지를 준수하고 전방과 좌우를 잘 살피며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 사고를 예방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그대로 진입한 과실로, 때마침 도로 좌측 가장자리로 걸어가던 피해자 공소외 2(30세)의 허리 부위를 피고인 차량의 앞부분으로 충격하고, 계속 진행하다가 같은 동 40의 1 소재 원조 조박집 앞 노상에서 숯불작업을 하던 피해자 공소외 3(여, 67세)의 허리 부위를 피고인 차량의 앞부분으로 충격하고, 계속해서 그 부근에 주차된 (차량번호 1 생략) 승용차의 앞부분을 피고인 차량의 앞부분으로 들이받아 위 피해 차량이 뒤로 밀리면서 그 뒷부분으로 그 곳을 지나던 피해자 공소외 4(여, 35세)의 다리부위와 신호대기 중인 피해자 공소외 5(여, 22세) 운전의 (차량번호 3 생략) 차량의 좌측 앞부분을 충격하게 하고, 피고인 차량의 앞부분으로 피해자 공소외 6(29세) 운전의 (차량번호 4 생략) 차량의 앞부분을 들이받음으로써, 공소외 3으로 하여금 폐기능 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고, 공소외 2로 하여금 약 1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 1,2번 압박골절상 등을, 공소외 4로 하여금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슬관절 염좌상 등을, 공소외 5로 하여금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 염좌상 등을, 공소외 6으로 하여금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두부좌상 등을, 공소외 6의 차량에 동승한 피해자 공소외 7(여, 23세)로 하여금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슬관절 염좌상 등을 각 입게 하였다.

2. 피고인의 변명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경찰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은 당시 대리운전을 의뢰받고 위 일방통행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주물럭 숯불갈비’라는 음식점 앞에서 의뢰인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중 가해차량이 보행자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어 이를 약간 옆으로 옮기기 위해 시동을 걸고 변속기를 주차(P) 위치에서 주행(D) 위치로 바꾼 후 브레이크페달을 밟고 있던 오른발을 떼어 가속페달을 약하게 밟는 순간 갑자기 가해차량이 굉음을 내면서 급발진하여 고속으로 위 일방통행로를 역으로 거슬러 진행했던 것이고, 이에 브레이크페달을 밟거나 변속기를 후진(R) 위치로 바꾸는 등(원래 주차 위치로 바꾸려 했던 것인데 급박한 상황 속에 경황이 없어 후진 위치까지만 간 것이라고 한다) 긴급조치를 취했음에도 시속 100㎞ 이상의 고속으로 그대로 질주하였던 것이므로, 이는 불가항력적인 사고로서 피고인에게는 아무런 과실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인정 사실

피고인 및 증인 공소외 1, 8, 9, 10, 11의 각 법정진술, 이 법원의 CD검증조서 및 현장검증조서, 피고인에 대한 검찰 및 경찰의 각 피의자신문조서, 공소외 12, 17에 대한 각 경찰진술조서 공소외 10, 13, 14, 15의 각 진술서, 경찰실황조사서, 소견서, 감정의뢰회보, 현장사진 등을 종합하면, 아래 사실이 인정된다.

(1) 위 일방통행로는 음식점과 주택 밀집지역에 있는 차선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노폭 약 5m 정도의 직선도로로서,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이 설정되어 있고 당시 도로 양쪽으로 여기저기 음식점 손님들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 다른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좁았을 뿐만 아니라, 음식점 종사자나 손님 등의 통행도 상당수 있었다.

(2) 위 일방통행로의 길이는 약 160m 정도 되는데, 가해차량은 당시 불과 수 초만에 이를 빠져나갈 정도로 빠른 속력이었고, 위 일방통행로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좌측 가에 주차되어 있는 쏘나타 승용차( (차량번호 1 생략))를 약 10m 정도나 밀고 나간 후 위 일방통행로와 직각으로 만나는 대로에 이르러 그 곳에 정차 중인 다른 차량들을 들이받고서야 비로소 정지할 정도로 질주하는 힘이 엄청났다.

(3) 목격자들은 가해차량이 당시 굉음을 내면서 매우 빠른 속도(각자의 느낌에 따라 시속 50㎞에서 100㎞ 사이라고 하고 있다)로 위 일방통행로를 질주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그 중에는 차량 밑부분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들도 있다.

(4) 위 일방통행로에 있는 ‘마포 일번관’이라는 음식점의 폐쇄회로 TV에 찍힌 가해차량의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위와 같이 진행 중 차량 후미에 있는 브레이크등과 후진등이 켜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피고인이 당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거나 변속기를 후진(R) 위치로 바꾸는 등 차량의 제동을 위해 노력하였음을 추정케 하고 있다.

(5) 가해차량은 시속 10㎞ 이상의 속도에서는 전진 중에도 변속기를 주차(P)나 후진(R) 위치로 변경시킬 수 있고, 이렇게 하더라도 차량이 고속으로 전진하고 있을 때에는 그 관성에 의해 상당한 거리를 그대로 진행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변속기에 무리가 가서 손상될 수 있는데, 가해차량은 사고 후 트렌스퍼케이스의 하우징(변속기로부터 바퀴로 동력을 전달하기 위한 중간장치로서 변속기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함께 영향을 받게 된다고 한다)이 깨지는 등의 손상이 있어 이를 수리한 사실이 있다.

(6) 피고인은 당시 대리운전을 의뢰받고 위 일방통행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주물럭 숯불갈비’라는 음식점 앞에서 의뢰인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 일방통행로 쪽을 향해 주차되어 있던 가해차량이 보행자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자 이를 약간 옆으로 옮기기 위해 가해차량의 시동을 걸었던 것일 뿐, 위와 같이 위 일방통행로를 고속으로 역주행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7) 피고인은 1980년에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하여 운전을 해오던 중 1994년에 교통사고로 운전면허가 취소되었다가 다시 2000년에 1종 대형 운전면허를 취득하였고, 2004년 말경부터는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등 운전경력이 풍부한 사람이며, 이 사건 사고 직후 받은 음주 및 약물 검사에서도 모두 정상으로 판명되었다.

나. 판 단

(1) 무릇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만일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한편, 이 사건에서 검사가 지적하고 있는 피고인의 과실은, 진입금지표지에 위반하여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였고, 전방과 좌우를 잘 살피며 조향 및 제동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하였다는 것이다.

(3) 그런데 위 ‘가’항에서 인정한 사고 당시 도로의 상황, 가해차량의 속도와 질주하는 힘, 목격자들의 진술 및 폐쇄회로 TV에 찍힌 가해차량의 진행상황, 사고 후 확인된 가해차량의 파손부위, 피고인이 가해차량을 움직이려 한 이유, 피고인의 직업·운전경력 및 정신적·육체적 상태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가)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가해차량을 운전하여 위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가해차량 자체에서 발생한 피고인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상황에 의해 위와 같은 역주행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며, (나) 또한, 위와 같은 제반 사정 아래에서는, 피고인에게 전방과 좌우를 주시하고 조향 및 제동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 이 사건과 같은 사고를 방지할 것까지 기대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제동장치는 작동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설사 피고인이 그렇게 했다 하더라도 이 사건과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고인에게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과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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