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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도5389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공2008하,1007]
판시사항

차량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로 볼 만한 여러 사정들이 있고 운전자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한 사례

판결요지

차량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로 볼 만한 여러 사정들이 있고 운전자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새날 담당변호사 박영하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사고장소인 일방통행로는 음식점과 주택 밀집지역에 있는 차선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노폭 약 5m 정도의 직선도로로서,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이 설정되어 있고, 당시 도로 양쪽으로 여기 저기 음식점 손님들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 차량 1대가 지나기 쉽지 않을 정도의 공간 밖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음식점 종사자나 손님 등의 통행도 상당수 있었던 사실, 위 일방통행로의 길이는 약 160m 정도 되는데, 가해차량은 당시 불과 수 초 만에 이를 빠져나갈 정도로 빠른 속력이었고, 위 일방통행로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좌측에 주차되어 있는 쏘나타 승용차 (차량번호 생략)를 약 10m 정도나 밀고 나간 후 위 일방통행로와 직각으로 만나는 대로에 이르러 그곳에 정차 중인 다른 차량들을 들이받고서야 비로소 정지할 정도로 질주하는 힘이 엄청났던 사실, 다수의 목격자들은 가해차량이 당시 굉음을 내면서 매우 빠른 속도(각자의 느낌에 따라 시속 50㎞에서 100㎞ 사이라고 하고 있다)로 위 일방통행로를 질주하였다고 거의 일치하여 진술하고 있고, 그 중에는 차량 밑부분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들도 있는 사실, 위 일방통행로에 있는 ‘마포 일번관’이라는 음식점의 폐쇄회로TV에 찍힌 가해차량의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가해차량이 위 음식점 부근에 설치되어 있는 과속방지턱을 막 넘어가는 순간 차량 후미에 있는 브레이크등과 후진등이 켜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피고인이 당시 브레이크페달을 밟거나 변속기를 후진(R) 위치로 바꾸는 등 차량의 제동을 위해 필요한 조치도 취하였던 사실, 가해차량은 시속 10㎞ 이상의 속도에서는 전진 중에도 변속기를 주차(P)나 후진(R) 위치로 변경시킬 수 있고, 이렇게 하더라도 차량이 고속으로 전진하고 있을 때에는 그 관성에 의해 상당한 거리를 그대로 진행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변속기에 무리가 가서 손상될 수 있는데, 가해차량은 사고 후 트랜스퍼 케이스의 하우징(변속기로부터 바퀴로 동력을 전달하기 위한 중간장치로서 변속기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함께 영향을 받게 된다고 한다)이 깨지는 등의 손상이 있어 이를 수리한 사실, 피고인은 당시 대리운전을 의뢰받고 위 일방통행로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주물럭 숯불갈비’라는 음식점 앞에서 의뢰인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 일방통행로 쪽을 향해 주차되어 있던 가해차량이 보행자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자 이를 약간 옆으로 옮기기 위해 가해차량의 시동을 걸었던 것일 뿐, 위와 같이 위 일방통행로를 고속으로 역주행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던 사실, 피고인은 1980년에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득하여 운전을 해오던 중 1994년에 교통사고로 운전면허가 취소되었다가 다시 2000년에 1종 대형 운전면허를 취득하였고, 2004년 말경부터는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등 운전경력이 풍부한 사람이며, 이 사건 사고 직후 받은 음주 및 약물 검사에서도 모두 정상으로 판명되었던 사실, 한편 사고 후 가해차량을 매수한 공소외인도 2006년 8월경 가해차량을 주차한 상태에서 뒤로 빼려고 할 때 급발진 상황처럼 ‘왕’하는 소리가 나면서 앞으로 튀어 나가는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와 같이 인정되는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가해차량은 피고인이 운전을 하기 전에 이미 원래의 운전자로서 피고인에게 대리운전을 의뢰한 사람에 의해 진입금지표시에 위반하여 일방통행로에 진입하여 주차된 상태였고, 더욱이 피고인이 가해차량을 운전하여 위 일방통행로를 벗어나려고 역주행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가해차량 자체에서 발생한 피고인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의해 위와 같이 상상하기 어려운 속력의 역주행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여러 정황들이 확인되고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 당시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 이 사건과 같은 사고를 방지할 것까지 기대할 수는 없었을 뿐만 아니라(피고인이 브레이크페달을 밟았던 점에 비추어 제동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설사 피고인이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과 같은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더 나아가 이러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고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의 점 등을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결국 피고인의 이 사건 업무상 과실의 점 및 사고와의 인과관계의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지 않는 한 급발진이 생길 수 없음을 전제로, 자동차의 엔진제어장치 등에 결함이 존재하지 아니함이 증명되는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차량의 급발진이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것으로 추인되는 경우에는 민사상 제조물책임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의 청구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일 뿐, 검사에게 증명책임이 있는 운전자의 업무상 과실의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차량 급발진에 관한 위 일반 원리만을 근거로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는 아니므로 이 사건에서 원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아니하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고현철 김지형(주심) 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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