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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도10778 판결
[뇌물수수·건설산업기본법위반][공2010하,1315]
판시사항

[1] 정당하게 수급한 건설공사를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상호 등을 사용하여 시공만 하게 한 경우에도 건설업 명의대여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위반죄의 기수 시기

[2] 건설업 명의대여에 의한 시공행위가 문제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건설공사의 수급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으므로 건설업 명의대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구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건설산업기본법(2007. 5. 17. 법률 제84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의 규정에 비추어 건설업자가 건설공사를 정당하게 수급한 다음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시공만 하게 한 경우에도 명의대여 행위로서 금지되고, 이러한 경우 명의대여 행위는 시공자로 하여금 공사에 착수하게 한 때에 완성되어 같은 법 제96조 제4호 위반죄의 기수가 되고 그 후 공사 종료시까지는 그 법익 침해상태가 남아 있을 뿐이라고 할 것이므로, 공사착수 후 실제로 시공행위를 계속 담당한 것이 누구인지는 위 범죄의 성립을 좌우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

[2] 대표이사 을이 갑 주식회사가 낙찰받은 공사를 병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정에게 갑 주식회사의 상호를 사용하여 시공하게 함으로써 명의를 대여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갑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을이 위 공사의 수급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으므로 건설업 명의대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구 건설산업기본법(2007. 5. 17. 법률 제84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외 4인

상 고 인

피고인 1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새빌 담당변호사 박형일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의 점 및 피고인 3, 피고인 4 주식회사, 피고인 5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위 피고인은 원심에서 항소이유로 양형부당만을 주장하였으므로 상고심에서 채증법칙 위반 등을 주장할 수 없고, 나아가 직권으로 살펴보아도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위법사유는 보이지 아니하는바, 판시 뇌물수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

2. 검사의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과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구 건설산업기본법(2007. 5. 17. 법률 제84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입법 취지나,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건설업의 면허·등록 기준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한편 면허를 받거나 등록한 건설업자가 아니면 건설업을 영위할 수 없음을 그 본질적·핵심적 내용으로 하는 위 법의 관계규정 등에 비추어 보면, 같은 법 제21조 가 금지하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건설공사를 시공하게 하는 행위(이하 ‘명의대여’라 한다)”란 타인이 자신의 상호나 이름을 사용하여 자격을 갖춘 건설업자로 행세하면서 건설공사를 시공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같은 목적에 자신의 상호나 이름을 사용하도록 승낙 내지 양해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어떤 건설업자의 명의로 하도급된 건설공사 전부 또는 대부분을 다른 사람(이하 ‘시공자’라 한다)이 맡아서 시공하였다 하더라도, 그 건설업자 자신이 그 시공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여 왔다면, 이를 명의대여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건설업자가 건설공사의 시공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는지 여부는, 건설공사 시공의 경위와 대가의 약속 및 수수 여부, 대가의 내용 및 수수 방법, 시공과 관련된 건설업자와 시공자 간의 약정 내용, 시공 과정에서 건설업자가 관여하였는지 여부, 관여하였다면 그 정도와 범위, 공사 자금의 조달·관리 및 기성금의 수령 방법, 시공에 따른 책임과 손익의 귀속 여하 등 드러난 사실관계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명의대여자와 실제 시공한 자 사이의 계약서 등 처분문서의 형식적 문구만을 가벼이 믿어 명의대여 사실을 부인하여서는 아니된다(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5541 판결 참조). 그리고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1조 의 규정에 비추어 건설업자가 건설공사를 정당하게 수급한 다음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시공만 하게 한 경우에도 명의대여 행위로서 금지되고, 이러한 경우 명의대여 행위는 시공자로 하여금 공사에 착수하게 한 때에 완성되어 같은 법 제96조 제4호 위반죄의 기수가 되고 그 후 공사 종료시까지는 그 법익 침해상태가 남아 있을 뿐이라고 할 것이므로, 공사착수 후 실제로 시공행위를 계속 담당한 것이 누구인지는 위 범죄의 성립을 좌우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 (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도54 판결 참조).

원심은, “ 피고인 2는 피고인 5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2007. 3. 9. 횡성군이 발주한 주천강 마암, 화동 3지구 수해복구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조달청 전자입찰 방식에 의해 낙찰받아 피고인 4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 3으로 하여금 피고인 5 주식회사의 상호를 사용하여 시공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2는 피고인 3에게 자기의 상호를 대여하여 건설공사를 시공하게 하고 피고인 3은 피고인 2로부터 피고인 5 주식회사의 상호를 대여받아 건설공사를 시공하였다. 피고인 5 주식회사는 위와 같이 대표이사인 피고인 2가 그 업무에 관하여 명의를 대여하였고, 피고인 4 주식회사는 위와 같이 대표이사인 피고인 3이 그 업무에 관하여 명의를 대여받았다”라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판시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 2와 피고인 5 주식회사가 이 사건 공사의 수급 및 시공의 전 과정에 있어서 어느 정도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를 두고 건설업 명의대여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인용한 ① 피고인 5 주식회사의 직원들이 이 사건 공사를 낙찰받았고 피고인 3은 입찰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며, ② 피고인 5 주식회사가 횡성군과 협의하여 공사대금 액수가 정하여졌다는 사실은, 건설공사 수급에 관한 것으로 시공행위로만 기소한 것이 명백한 이 사건에서 건설공사의 시공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사유로 삼을 수 없고, ⑦ 2007. 10.경 이후 피고인 4 주식회사가 공사를 포기하고 피고인 5 주식회사가 나머지 공사를 직접 맡아 완공하였다는 사실은, 그전에 이미 이루어진 명의대여 시공행위의 성립을 좌우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원심이 인용한 ③ 내지 ⑥ 사실은, 피고인 5 주식회사가 이 사건 공사를 정당하게 수급하여 명의상으로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탓에 형식적·서류상으로 이 사건 공사의 시공에 관여한 외형을 갖춘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명의대여 시공행위를 부인하는 사유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원심판결 이유 및 제1심과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 5 주식회사는 2005. 3. 18. 피고인 4 주식회사와의 사이에, 피고인 5 주식회사가 2007. 6. 30.까지 강원지역 입찰에 응하여 낙찰된 공사 중 홍천지역 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공사 전부를 피고인 4 주식회사에게 시공 또는 하도급공사의뢰 하기로 하고 피고인 4 주식회사는 피고인 5 주식회사에게 공사에 따른 보증금으로 1억을 예치하기로 하며, 피고인 5 주식회사는 공사대금 중 14% 상당의 금액을 지급받기로 합의한 사실, 피고인 4 주식회사는 전문건설업체여서 이 사건 공사에 입찰할 자격이 없었는데도 위와 같은 합의에 따라 이 사건 공사 전부를 피고인 4 주식회사가 시공하게 된 사실,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피고인 5 주식회사의 직원은 공사현장에 상주하지 아니하고, 피고인 3이 직접 현장대리인 공소외 1, 2 등을 고용하여 피고인 5 주식회사의 직원으로 등재토록 한 다음 그들로 하여금 공사현장을 관리케 하였고 그들의 임금 또한 피고인 4 주식회사에서 지급하였던 사실, 피고인 2가 공사 진행의 편의를 위하여 피고인 5 주식회사의 사용인감을 피고인 3에게 교부하였고, 피고인 3은 이를 이용하여 공소외 3 주식회사가 피고인 5 주식회사로부터 하도급받은 것처럼 하도급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하여 발주처인 횡성군에 하도급신고하고, 공소외 3 주식회사 명의 계좌를 개설하여 피고인 5 주식회사로부터 공소외 3 주식회사 명의 계좌로 하도급대금을 송금하게 한 다음 피고인 3이 이를 출금하여 그 일부를 공소외 3 주식회사에 명의대여료로 지급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가 피고인 3으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하도록 할 당시 피고인 2가 이 사건 공사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의사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고, 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 2가 피고인 3으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하도록 함에 있어서 그 시공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고 보기에는 어느 모로 보나 부족한 몇 가지 사실들만으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건설공사 시공에 있어서 명의대여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의 점 및 피고인 3, 피고인 4 주식회사, 피고인 5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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