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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5.15.선고 2017다289712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7다289712 손해배상(기)

원고상고인

A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을지

담당변호사 차흥권, 김진우, 윤휘

피고피상고인

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담당변호사 신언용, 이순, 이주연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11. 23. 선고 2016나62755 판결

판결선고

2018. 5. 15.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원고는 서울 양천구 F 일대에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시행할 목적으로 설립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고, 피고는 그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는 이 사건 부동산(토지와 그 지상 건물) 소유자로서 원고의 조합원이다. 원고의 조합 정관 제10조 제1항 제6호는 "조합원은 다음 각 호의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6. 사업시행계획에 의한 철거 및 이주 의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서울 양천구청장으로부터 2012. 1. 18. 조합설립인가를, 2014. 3. 18. 사업시행인가를, 2015. 6. 12. 관리처분계획인가(이하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인가'라고 한다)를 받았고, 서울 양천구청장은 2015. 6. 18. 위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을 고시하였다. ③. 피고 등 5인의 조합원이 '단독주택의 평가액이 공동주택에 비해 부당하게 낮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2015. 7. 7. 서울행정법원 2015구합67793호로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법원은 2016. 6. 17.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이 조합원들 사이의 형평성을 잃게 할 정도로 부당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 등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 등이 항소하였으나, 2016. 12. 21.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행정소송'이라고 한다).

④ 피고는 이주기한인 2015. 10. 31.이 지난 2016. 7. 20.에야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였다.

2. 원심 판단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부동산 인도 지연으로 재건축정비사업 시행이 지연되었고, 이로 인하여 이주비에 대한 이자 및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대금 증액분을 추가로 부담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가. 피고가 2015. 7. 7.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결과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인도의무를 부담하는지가 달라질 수 있었던 점, 이 사건 행정소송에서 피고가 주장한 권리나 법률관계가 사실적 · 법률적인 근거가 없었다거나 통상적인 사람이 이를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이 사건 부동산 인도 지연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나. ① 원고의 사업계획에 따르면 이 사건 부동산은 공원시설 예정지로 되어 있어 그 인도가 지연된다고 하여 원고가 사업시행구역 내 다른 부동산의 철거공사나 재건축을 위한 터파기 등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볼 수 없고, ② 실제로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기 전부터 위와 같은 공사를 하고 있었으며, ③ 2016. 3.경 사업시행구역 내 이주율은 95% 정도였고, 2016. 5.경에도 사업시행구역 내에 철거되지 않은 건물이 많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와 피고의 인도 지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는 특별손해인데, 피고가 이를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1)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9조 제3항은 "시장·군수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는 때에는 그 내용을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공보에 고시 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같은 조 제6항 본문은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고시가 있은 때에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 ·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이전의 고시가 있은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들 법 규정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이 고시되면 목적물에 대한 종전 소유자 등의 사용·수익이 정지되므로, 사업시행자는 목적물에 대한 별도의 수용 또는 사용 절차 없이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게 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다28394 판결 등 참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확정된 채무 내용에 좋은 이행을 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자체가 바로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고, 다만 채무불이행에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때에는 채무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한편 채무자가 자신에게 채무가 없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채무불이행에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채무 발생원인 또는 존재에 관한 법률적 판단을 통하여 자신에게 채무가 없다고 믿고 채무 이행을 거부한 채 소송을 통하여 이를 다투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그러한 법률적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특별

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무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다85352 판결 참조).

(2)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인가처분이 2015. 6. 18. 고시되었으므로, 위 처분이 당연무효이거나 취소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 사건 부동산 소유자인 피고는 사업시행자인 원고의 인도청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조합 정관 제10조 제1항 제6호는 '사업시행계획에 의한 철거 및 이주 의무'를 조합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위 정관 규정에 의해서도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리고 피고가 위와 같은 부동산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그 자체가 위법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본 사실관계나 기록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이 당연무효라거나 취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가 잘못된 법률적 판단으로 부동산 인도 의무가 없다고 믿고 그 이행을 거부하며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부동산 인도의무 불이행이 위법하지 않다거나 그에 관하여 피고에게 고의·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위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1)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면 손해액에 관한 증명이 불충분 하더라도 법원은 그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손해액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 이를 밝혀야 한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6다37892 판결 등 참조). 또 재산적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 최대 한도인 액수는 드러났으나, 거기에는 당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액 아닌 부분이 구분되지 않은 채 포함되었음이 밝혀지는 등으로 구체적인 손해액을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증거조사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밝혀진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손해 발생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여러 정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다6951, 6968 판결,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다25745 판결 등 참조).

(2)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①) 피고가 이주기한인 2015. 10. 31. 이 지난 2016. 7. 20.에야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한 사실, ② 피고 외에도 4인의 조합원이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2016. 3.경 사업시행구역 내 이주율은 95% 정도였으며, 2016. 5.경에도 철거되지 않은 건물이 다수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었던 사실, ③ 피고가 2016. 2. 경에야 철거 공사에 착수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여기에 ① 재건축정비사업 시행자인 원고로서는 피고 등 사업시행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들이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에도 불구하고 그 인도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전 건축물 철거에 착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기록상 피고 등의 부동산 인도 지연 외에 2016. 2.경까지 원고가 철거 공사에 착수하지 못한 별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점, ③ 이 사건에서 피고 외에 다른 부동산 소유자들이 인도를 거부하고 있었던 사정은 재건축정비사업 지연의 공동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이유로 사업 지연과 피고의 인도의무 불이행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은 아닌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원고의 사업 시행이 지연되었고 그로 인하여 원고는 사업비용이 증가하는 등의 손해를 입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가 특별손해라거나 그것과 피고의 의무불이행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손해액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 이를 밝히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원고와 피고의 관계, 손해 발생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제반 정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액을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으니, 거기에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손해액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도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고영한

대법관김소영

주심대법관권순일

대법관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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