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나2040806 출판금지 및 손해배상
원고항소인
A
피고피항소인
1. B
2. 주식회사 C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7. 11. 선고 2016가합10952 판결
변론종결
2018. 10. 25.
판결선고
2018. 12. 6.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별지 1 목록 기재 각 저작물을 출판, 판매, 광고, 배포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1999. 7.경 D 발행 월간지 「E」 에 수필 'F'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한 수필 작가로서, 2001년경 그동안 발표한 50여 편의 작품을 책 한 권으로 엮은 수필집「G」(이하 '이 사건 수필집'이라 한다)를 출간하였다.
나. 이 사건 수필집에는 'H'이라는 수필(이하 '이 사건 수필'이라 한다)이 실려 있는데, 해당 수필은 국판(A5, 148×210㎜) 크기의 판형에 통상적인 편집으로 약 5쪽 분량의 글로서, '아버지와 함께 외출하였던 치매 걸린 노모가 단오제의 인파 속에서 동행한 아버지의 손을 놓치면서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전주의 부랑아 보호소에서 극적으로 딸인 원고를 다시 만나게 된다.'는 사연을 중심으로, 어머니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자식으로서의 죄책감, 어머니를 찾으려고 애쓰는 과정, 그 과정에서 떠올리는 과거에 대한 회상을 포함한 여러 가지 상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다. 피고 B은 1985년경 「I」에 소설 'J'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한 소설가로서, 'N'라는 제목의 장편 소설(이하 '이 사건 소설'이라 한다)을 집필하였고, 피고 주식회사 C(변경 전 상호 'O', 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는 2008. 11.경 이 사건 소설을 출판·배포하였다.
라. 이 사건 소설은 전체 분량은 국판(A5, 148×210㎜) 크기의 판형에 통상적인 편집으로 약 270쪽 분량이 나오는 글로서, 2남 2녀를 둔 '엄마(P)'가 실종되는 사건을 계기로,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큰딸(Z)'과 '큰아들(Y)', 그리고 아버지('엄마'의 남편)가 각각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며, 1장은 '큰딸'의 입장에서, 2장은 '큰아들'의 입장에서, 3장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4장은 '엄마'가 작은딸 등 다른 가족 구성원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에필로그는 다시 '큰 딸'의 입장에서 각 서술되어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다만 극 중 화자는 2인칭 시점, 3인칭 시점 등을 넘나든다). 즉, 이 사건 소설에서 '엄마'의 실종과 가족들이 '엄마'를 찾아다니며 겪게 되는 사건들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① 위 가족들의 '엄마'에 대한 회상 혹은 ② '엄마'의 직접 서술로 재구성한 '엄마'의 인생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4호증, 을 제1호증의 1(가지번호가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소설은 이 사건 수필집이 출간된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서 이 사건 수필과 이 사건 소설은 소재, 에피소드, 등장인물, 줄거리, 주제 등이 현저히 유사하므로 이 사건 수필에 의거하여 집필 출판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수필과 이 사건 소설은 별지 2 목록 기재와 같이 부분적·문자적으로 유사할 뿐만 아니라 포괄적·비문자적으로도 유사하여 실질적 유사성도 인정되므로, 피고들의 이 사건 소설의 집필, 출판행위는 원고의 이 사건 수필에 대한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침해한다(원고는 저작권 중 침해되는 권리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는 아니하였으나,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과 2차적 저작물작성권의,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소설이 수록된 별지 1 목록 기재 각 저작물의 출판 등 금지 및 원고의 저작재산권 및 저작인격권의 침해로 인한 손해 중 일부로서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3. 판단
가. 의거관계의 존부
1) 관련 법리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이나 2차적저작물 작성권의 침해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대비대상이 되는 저작물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의거관계는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 가능성,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의 유사성이 인정되면 추정할 수 있고, 특히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이 독립적으로 작성되어 같은 결과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현저한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만으로도 의거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두 저작물 사이에 의거 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는 서로 별개의 판단으로서, 전자의 판단에는 후자의 판단과 달리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표현뿐만 아니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표현 등이 유사한지 여부도 함께 참작될 수 있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55068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8984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접근가능성 존부
갑 제2, 5, 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수필이 수록된 이 사건 수필집은 2001. 9.경 출판되어 국내 대형 서점 및 인터넷 서점을 통해 판매되었고, 2015. 8. 경에는 초판 3쇄가 발행되었던 사실, 위 수필집 표지 뒤편에는 Q, R, U 등의 추천사가 실려 있고, 에세이 전문 월간지인 'V'의 2006년 6월호 및 7월호에 이 사건 수필집에 대한 소개글이 실리기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 B이 이 사건 소설의 집필 시점 이전 또는 집필 도중에 이 사건 수필을 접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나) 현저한 유사성 존부
이 사건 수필과 이 사건 소설은 심신장애 상태에 있는 어머니의 실종이라는 소재는 유사하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제, 줄거리 등 사건의 전개, 등장인물의 설정 및 상호관계 등에 차이가 있고, 이 사건 수필에서의 '엄마를 잃어버린 지 열사흘째'(이 사건 수필집 117쪽), '느이 어머니를 잃어버렸다'(이 사건 수필집 115쪽)라는 표현과 이 사건 소설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이 사건 소설 10쪽),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 개월째다'(이 사건 소설 256쪽), '형, 엄마를 잃어버렸대'(이 사건 소설 84쪽), '너는 엄마를 잃어버렸다'(이 사건 소설 16쪽)라는 표현이 유사하더라도 이는 어머니를 잃어버렸다는 소재를 선택함에 따라 필수불가결하게 따르는 표현들로 보이고, 이 사건 수필에서 '단오제 인파 속에서 아버지는 어머니 손을 놓친 것이었다'(이 사건 수필집 116쪽)라는 표현과 이 사건 소설에서 '엄마가 지하철 서울 역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친 그 때 너는 중국에 있었다'(이 사건 소설 17쪽), '엄마는 인파에 떠밀려 아버지 손을 놓쳤고 허둥지둥 하는 사이에 지하철이 출발해 버린 것이다'(이 사건 소설 18쪽)라는 표현이 아버지가 어머니의 손을 놓쳤다는 부분에서 유사하다 하더라도 이는 어머니의 실종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에서 전형적으로 수반될 수 있는 사건이라 할 것이므로 그것만으로는 이 사건 수필과 이 사건 소설이 독립적으로 작성되어 같은 결과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현저한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1).
다) 정리
따라서 이 사건 소설은 이 사건 수필에 의거하여 작성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 실질적 유사성의 존부
1) 관련 법리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다.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또는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 소설 등에 있어서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 혹은 어떤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이나 배경 등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로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10813 판결 참조).
실질적 유사성에는 작품 속의 근본적인 본질 또는 구조를 복제함으로써 전체로서 포괄적 · 비문언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와 작품 속의 특정한 행이나 절 또는 기타 세부적인 부분이 복제됨으로써 양 저작물 사이에 문장 대 문장으로 대칭되는 부분적 · 문자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위 두 가지 유사성 중 어느 하나가 있는 경우에는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
한편, 어문저작물 중 소설, 극본, 시나리오 등과 같은 극적 저작물은 등장인물과 작품의 전개과정의 결합에 의하여, 등장인물이 일정한 배경 하에서 만들어 내는 구체적인 사건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사건이 유사하더라도 아이디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 등을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 배경, 필수 장면이라면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은 인정되기 어렵다. 이와 달리 아이디어의 차원을 넘어 표현에 해당하는 사건 등이 유사한 경우에는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이 인정될 수 있다.
2) 부분적∙문자적 유사성의 존부
원고는 별지 2 목록 표의 기재와 같이, 이 사건 수필과 이 사건 소설 사이에 문장 대 문장으로 대칭되는 수준의 유사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3,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별지 2 목록 표 중 '이 사건 수필'란 기재 부분과 같은 표 중 '이 사건 소설'란 기재 부분 사이에 일부 유사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문장 대 문장 수준에서 대칭되는 유사성이 있어 양자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별지 2 목록 표 중 연번 2, 4, 6 내지 10의 '이 사건 수필'란 기재 부분과 같은 표 중 '이 사건 소설'란 기재 부분의 경우, 보통의 독해 방법으로 읽어가며 비교해 보더라도 문자적 또는 문언적으로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
② 별지 2 목록 표 중 연번 1, 3, 5의 '이 사건 수필'란 기재 부분과 같은 표 중 '이 사건 소설'란 기재 부분의 경우, 아래 [표1]과 같이 일부 유사한 표현이 있다.
[표1] 이 사건 수필과 이 사건 소설의 유사 표현 대비표
그러나 [표1] 연번 1, 3의 '이 사건 수필'란 기재 부분을 보면, '아버지가 어머니의 손을 놓쳐 어머니가 실종된 사건'에 관하여 서술하는 과정에서 포함될 수밖에 없는 통상의 표현으로 보이는바 그 표현 자체에 창작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표1] 연번 5의 '이 사건 수필'란 기재 부분의 경우 창작성이 있다고 보이고, 같은 표 중 '이 사건 소설'란 기재 부분과 유사하다고도 보이나, 부분적·문자적 유사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질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야 함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유사성만으로 이 사건 수필과 이 사건 소설 사이에 부분적·문자적 유사성이 있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3)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의 존부
가) 주제
이 사건 수필은 "어머니의 실종, 어머니를 다시 찾기까지의 지난한 과정, 어머니를 찾았을 때의 감동과 이를 도와준 이들에 대한 감사"를, 이 사건 소설은 "'엄마'의 실종을 통해 가족들이 '엄마'의 고단하면서도 헌신적이었던 삶을 깨닫고, 그럼에도 '엄마'를 소외시켜 왔던 과거에 대하여 반성함"과 "가족들이 알지 못했던 '엄마' 개인의 삶을 조명함"을 각기 주제로 하고 있는바, 양 저작물의 주제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어머니의 실종, 어머니를 다시 찾기까지의 지난한 과정'과 같은 주제는 AF의 'AG(1995)', AH의 'AI(1995)'에서도 등장하고 있는 주제로서(을 제6호증의 1, 2) 원고만의 창작성 있는 주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나) 줄거리 등 사건의 전개
① 원고가 '줄거리 등 사건의 전개'와 관련하여 유사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은 별지 3 목록 표 중 '원고 주장 유사 내용'과 같고, 이와 관련한 이 사건 수필의 내용 및 이 사건 소설의 내용은 위 표 중 '이 사건 수필의 내용'란 및 '이 사건 소설의 내용'란 기재와 같다. 그런데 이 사건 수필과 이 사건 소설 중 각 해당 부분은 위 표 중 '평가'란 기재와 같이 어머니('엄마')가 실종된 경위 등에 있어서 일부 유사점을 보이기는 하나, 실종된 어머니('엄마')를 찾는 과정[가족들이 어머니('엄마')를 찾아다니기 시작한 시점, 그 과정에 지인들의 도움이 있었는지 여부, 실종된 어머니('엄마')가 들렀던 장소 등]과 그 결과, 어머니('엄마')가 삶을 마무리하는 시기와 그 방식, 각 저작물의 마지막 부분의 문장이 내포하는 의미 등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다.
② 이 사건 수필과 이 사건 소설에서 ㉠ 아버지가 인파가 많은 장소에서 어머니('엄마')를 잃어버린다는 부분, ㉡ 딸('큰딸')이 직업적 상황으로 어머니('엄마')의 실종에 바로 대처하지 못하는 부분은 서로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머니의 실종'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 등에서 전형적으로 수반될 수 있는 사건, 배경, 장면으로서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③ 나아가 이 사건 수필은 어머니가 실종되었던 당시의 경험을 표현하는 내용이 작품의 주요 부분을 이루고 있는 반면, 이 사건 소설은 실종된 '엄마'를 찾는 과정 자체에 대한 내용보다는 '엄마'의 실종이라는 사건을 계기로 가족들(큰딸 Z, 큰아들 Y, 아버지 등)이 '엄마'와 함께 했던 과거를 각자 자신의 시각에서 재구성하는 내용, '엄마'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내용(이 부분에서 독자는 가족들의 서술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엄마'의 삶의 새로운 일면들을 알게 된다)이 작품의 주요 부분을 이루고 있는 등 그 이야기의 전개방식이 상이하다(이러한 차이는 양 저작물의 장르 내지 분량의 차이가 아니라, 이야기 구조의 본질적인 차이에 기인한다).
다) 등장인물의 설정 및 상호 관계
(1) 어머니('엄마')
이 사건 수필의 어머니와 이 사건 소설의 '엄마'는 실종 당사자로서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인물인 점, 실종 당시 60대 후반의 노령으로 중병(치매∙뇌졸증 후유증)을 앓고 있었던 점, 실종 당시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었던 점에 있어 공통된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들은 '어머니의 실종'과 같은 소재가 전형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설정으로서 그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한편, 이 사건 수필의 어머니는 '젊은 날엔 치마폭에서 센바람이 일고 카랑한 목소리로 육남매를 지켰던 어머니'라고 하여(이 사건 수필집 118쪽) 자녀들을 키우느라 많은 고생을 한 강인한 어머니상으로 표현되고 있는 반면, 이 사건 소설의 '엄마'는 '자녀들을 키우느라 고생을 한 강인한 어머니'라는 한 마디로는 수렴될 수 없는 여러 가지 측면을 지닌 복합적 인물로 표현되고 있어서, 등장인물의 설정이 동일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2) 딸('큰딸')
이 사건 수필의 딸과 이 사건 소설의 '큰딸'은 양 저작물의 전체 또는 일부분에서 화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점, 직업(이 사건 수필에서는 교사, 이 사건 소설에서는 작가)이 있으며 직업과 관련된 일(이 사건 수필에서는 교생 실습, 이 사건 소설에서는 중국 북페어 참가)로 인해 어머니의 실종에 곧바로 대처하지 못한 점, 일 등으로 바빠 어머니에게 소홀했던 것을 반성하고 있는 점, 실종된 어머니를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점에 있어 공통된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들은 '어머니의 실종'과 같은 소재가 전형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설정으로서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한편 이 사건 수필의 딸은, "직장인이랍시고 터미널 배웅조차 소홀했었다"는 등(이 사건 수필집 115쪽) 평소 일 등으로 인하여 어머니에게 소홀했던 점을 반성하고 있기는 하나, 그가 느끼는 죄책감은 어머니의 실종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던 사실 자체에 기인하고 있다. 반면 이 사건 소설의 '큰딸'은 '엄마'의 실종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던 사실보다는, '엄마'의 실종을 계기로 '엄마'의 인생 내지 '엄마'와의 관계 전반을 회상하면서, '엄마'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엄마'에게 무심했으며 '엄마'를 소외시켜 왔던 것에 대하여 죄책감과 후회를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설정이 동일하다고 보기도 어렵다2).
(3) 그 외 등장인물들
① 아버지
이 사건 수필의 아버지와 이 사건 소설의 '아버지'는 인파 속에서 어머니('엄마')의 손을 놓침으로써 실종 사건의 단초를 제공하는 인물이라는 점, 어머니('엄마')의 실종 후 식음을 전폐하고 그 행방을 찾아다닌다는 점에 있어 공통된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들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거나, '어머니의 실종'과 같은 소재가 전형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설정으로서 원고만의 창작적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아래 (4) ②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소설의 '아버지'는 아내에게 무심한 남편으로 그려져 있어 정신이 혼미한 어미니를 위해 꽃나들이를 나서곤 했던 이 사건 수필의 아버지와는 인물의 성격에 차이가 있다.
② 자녀들
이 사건 수필과 이 사건 소설은 어머니('엄마')에게 양 저작물의 화자 역할을 하는 딸('큰딸') 외에도 여러 자녀들이 있었다는 점, 자녀들이 실종된 어머니('엄마')를 열심히 찾아다닌다는 점에 있어 공통된다. 그러나 이 사건 수필의 어머니와 이 사건 소설의 '엄마'의 연령은 60대 후반 정도로, 당시의 시대상에 비추어 보면 여러 자녀를 두고 있는 설정은 전형적이라고 보이고, 자녀들이 실종된 어머니('엄마')를 열심히 찾아다닌다는 설정도 '어머니의 실종'과 같은 소재가 전형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설정으로 보인다.
③ 딸의 남편('큰딸의 연인')
이 사건 수필과 이 사건 소설은 딸('큰딸')에게 남편 내지 연인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러나 이러한 인물 설정 그 자체는 '어머니의 실종' 당시 '딸'과 '큰딸'의 연령 등에 비추어 보면 전형적인 인물 설정이라고 보인다.
한편, 이 사건 수필의 딸의 남편은 어머니를 찾으러 전주의 부랑아 보호소로 가는 딸과 동행하는 등 실종된 어머니를 찾는 데 직접적으로 조력하는 모습이 표현되고 있는 반면, 이 사건 소설의 '큰딸의 연인'은 로마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큰딸'과 동행하고, 세미나가 끝난 후 예정되어 있었던 점심 약속에 참석하는 대신 바티칸 시국 관광 프로그램을 신청한 '큰딸'의 충동적인 행동을 참아주는 모습 정도가 표현되고 있을 뿐이어서 그 설정이 동일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4) 상호 관계
① 모녀관계
이 사건 수필의 딸은 실종된 어머니를 찾지 못해 괴로워하고, 어머니를 찾기 위해 서울의 부녀 보호소와 시립병원, 전주의 부랑아 보호소를 찾아다니는 등(이 사건 수필집 116, 117쪽) 어머니와의 관계가 원만하였던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 사건 소설의 '큰딸'은 실종된 '엄마'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는 하지만, 혼자 사는 '큰딸'을 걱정하는 '엄마'의 연락을 한 달 가까이 받지 않을 만큼 '엄마'에게 무심하며(이 사건 소설 85쪽), 집에서 키우는 진돗개의 새 개집을 사줄 돈을 주었는데도 돈을 아끼느라 개집을 사주지 않았다고 '엄마'를 오해하기도 하고(이 사건 소설 61쪽), 서울에 올 때 자녀들에게 줄 술과 떡을 해 오려는 '엄마'에게 "막내가 술주정하면 책임질 거냐, 제발 좀 현명하게 굴어라. 그 떡 해와야 아무도 안 먹는다"고 말하여 엄마에게 상처를 주는(이 사건 소설 196쪽) 딸로 표현되고 있으며, '엄마'의 실종 후 그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후회하며 반성하고 있는바, 양 저작물에 표현된 모녀관계가 유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부부관계
이 사건 수필의 아버지는 정신이 혼미한 어머니를 위해 꽃나들이를 자주 갔고, 어머니가 실종된 당일에도 어머니의 답답함을 풀어주고자 함께 외출한 것이었다는 등(이 사건 수필집 116쪽) 어머니와의 관계가 금슬이 좋고 원만하였던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반면 이 사건 소설의 '아버지'는 걸음이 늦어 뒤처지면서 천천히 가자고 부탁하는 '엄마'를 배려하지 않고 늘 앞서서 걸었으며(이 사건 소설 167~168쪽) '엄마'가 장에 탈이 나서 며칠씩 굶을 때에도 따뜻한 물 한 잔도 떠 준 적이 없었던(이 사건 소설 171쪽) 무심한 남편으로 표현되고 있는바, 양 저작물에 표현된 부부관계가 유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소결
위 가)항 내지 다)항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소설과 이 사건 수필은 일부 유사한 점이 있기는 하나,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창작적 표현형식의 측면에 있어서는 별다른 유사점을 발견하기 어려워 양자 사이에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소결론
이 사건 수필과 이 사건 소설 사이에는 의거관계나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소설에 관한 원고의 저작권 침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홍승면
판사 김윤선
판사 민달기
주석
1) 원고는, 이 사건 소설에서 이 사건 수필집의 다른 수필들 소재와 모티브(가락지, 어머니의 생일을 챙기는 것을 사양한 것,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편지를 쓴 것 등), 2006. 3.경 인터넷에 게재한 원고의 수필 'AE'의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베드로 성당', '피에타상' 등의 소제가 유사하여 의거관계가 인정된다고도 주장하나, 위와 같은 소재나 모티브가 이 사건 소설에서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전자의 경우 위 소재들은 그 시대 어머니들의 전형적인 모습들 중 하나이고, 후자의 경우 위 소재들은 바티칸 여행에서 느낀 소회를 표현하는데 사용된 것으로서 이 사건 소설에서는 '엄마'를 떠올리고 '엄마'를 부탁하는 대상으로 사용되어 소재의 사용방법이 다르므로, 위 소재의 유사성만으로는 이 사건 수필과 이 사건 소설이 독립적으로 작성되어 같은 결과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현저히 유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원고는 이 사건 수필의 마지막 부분에서 딸이 어머니에게 "불쌍한 나의 어머니. 오늘 하얀 카네이션 한 송이 올리고 싶어라."라는 헌사를, 이 사전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큰딸'이 '엄마'에게 "엄마를, N-"라는 헌사를 하고 있는바 이 부분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두 부분 사이에 문장 대 문장으로 대응되는 유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수필의 마지막 부분은 어머니에 대한 헌사를 하는 것이고, 이 사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어머니를 잘 보살펴 달라는 당부를 하는 장면이므로 양 부분의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도 인정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