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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등법원 2003.12.4. 선고 2003노465 판결
가.현존전차방화치사나.현존전차방화치상다.업무상과실치사라.업무상과실치상
사건

2003노465 가. 현존전차방화치사

나. 현존전차방화치상

다. 업무상과실치사

라. 업무상과실치상

피고인

1. 다.라. A

2. 다.라. B

3. 다.라. C

4. 다.라. D

5. 다.라. E

6. 다.라. F

7. 가.나. G

8. 다.라. H

9. 다.라. I

항소인

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 A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하여)

검사

김형진

변호인

변호사 J(피고인 A을 위한 사선)

법무법인 K 담당변호사 L(피고인 B을 위한 사선)

변호사 M(피고인 C을 위한 사선)

변호사 N(피고인 D를 위한 사선)

변호사 O, P, Q(피고인 E을 위한 사선)

변호사 R, S(피고인 F을 위한 사선)

변호사 T(피고인 G을 위한 국선)

변호사 U, V(피고인 H을 위한 사선)

변호사 W, 법무법인 X 담당변호사 Y(피고인 I을 위한 사선)

판결선고

2003. 12. 4.

주문

피고인들의 각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 B, C, D, E, F, G, H, I에 대한 각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판결 선고전의 당심 구금일수 120일을 피고인 A에 대한 원심판결의 형에 산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및 판단

통상 '항소이유의 요지'항에서 당사자의 주장을 일괄 설시한 다음 '판단'항을 따로 만들어 당사자의 개별 주장에 대하여 순서대로 판단하는 방식으로 판결문을 작성하나, 이 사건은 피고인의 숫자가 많고 주장이 복잡다기한 관계로 각 당사자의 개별 주장마다 '주장의 요지'에 바로 이어 그 주장에 대한 '판단'을 설시하기로 한다.

가. 피고인 G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점

(1) 피고인 A(1080호 열차 기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점

(가) 위 피고인의 원심판시 제2의 나.(1)항 기재 업무상 과실(열차를 정지하거나 서행하면서 확인 후 진입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한 잘못)의 점에 대하여

1) 주장의 요지

운전사령의 지시 내용은 중앙로역으로 진입은 하되 주위 상황을 잘 살펴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이지 진입하기 전에 화재의 내용과 규모를 잘 살펴 진입여부를 검토하라는 취지는 아니었던 점, 상향전조등의 가시거리가 200미터라는 것은 상향 전조등의 불빛이 도달하는 거리가 200미터라는 의미이지 상향전조등을 켜면 200미터 전방의 사물이 저절로 인식된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서 200미터 전방에서 바라본 중앙로역은 약 7미터 전방에서 A4용지 크기의 희미한 그림액자를 보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화재의 발생지점과 규모에 대하여 전혀 알 수 없었던 위 피고인으로서는 중앙로역 200미터 전방에서 중앙로역의 상황이 열차가 진입을 하여서는 안될 정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점, 실제로 위 피고인은 중앙로역 약 50미터 전방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승강장의 전기가 나가고 전방 좌측에서 시커면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그나마 선로 중앙에 설치된 기둥에 가려 좌측에 정차해 있는 1079호 열차의 내부를 살필 수 없었고, 1079호 열차를 지나는 순간에는 전방과 우측 승강장 부분을 주의깊게 살펴야 했던 관계로 1079호 열차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가 없었으며, 모든 열차는 불연재로 내장되어 있고 열차에 화재가 날만한 시설 등이 없어 좌측에 정차해 있는 1079호 열차 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고는 인식할 수 없었던 점, 위 피고인이 위와 같이 중앙로역 약 50미터 전방에서 시커먼 연기를 발견한 후 10여초 만에 1080호 열차를 중앙로역에 정위치 정차시키게 되었는데, 그 짧은 시간 내에 운전사령실이나 중앙로역에 연락하여 화재의 발생지점과 규모 등에 대하여 확인한 다음 진입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시간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점, 설령 당시 운전사령실이나 중앙로역에 무전연락이 되었다 하더라도 운전사령실이나 중앙로역에서도 화재의 원인과 규모 등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어서 진입여부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수 없었던 점을 종합하면, 위 피고인이 1080호 열차를 중앙로역에 진입시킨 행위 자체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2)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1080호 열차가 대구역에서 중앙로역으로 출발할 무렵 위 피고인이 상피고인 B으로부터 화재의 원인, 발생지점과 규모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통보를 받지는 않았지만 중앙로역에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및 주의운전을 할 것을 지시받은 점, 대구역과 중앙로역간 열차운행에 소요되는 시간이 1분 15초에 이르고, 그 거리가 730미터이며 특히 중앙로역 승강장으로부터 후방 450미터 구간은 직선구간인 점, 당시 위 피고인이 1080호 열차의 상향전조등을 켠 채로 운행하고 있었는데 이 경우 전방가시거리가 약 200미터에 이르는 점, 중앙로역이 가시거리내에 들어왔을 무렵에는 이미 화재발생 후 3분 가량 지난 시점으로 당시 중앙로역 상황은 상,하행선을 포함한 승강장 전체가 검은색 유독가스로 차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위 피고인으로서는 중앙로역 전방 약 200미터 지점을 지날 무렵에는 구체적인 화재발생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앙로역 승강장에 심각한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 시점에서 위 피고인으로서는 시간상으로나 거리상으로 중앙로역 진입 이전에 비상정차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고 보임에도 불구하고 위 피고인이 비상정차를 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별다른 화재가 아닐 것이라고 판단하고 중앙로역에 진입한 잘못이 인정되므로,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위 피고인의 원심판시 제2의 나.(2)항 기재 업무상 과실(무정차통과하지 아니한 잘못)의 점에 대하여

1) 주장의 요지

위 피고인은 당시 반자동모드로 운행되고 있는 1080호 열차를 중앙로역에 정차시키지 아니하고 그대로 통과시킬 수 있는 스킵스탑버튼 기능을 알고는 있었으나 위와 같이 중앙로역에 열차를 정차할 때까지는 스킵스탑버튼을 조작하여야 할 정도의 상황임을 도저히 인식할 수 없었으므로, 위 피고인이 무정차통과하지 아니하고 1080호 열차를 중앙로역에 정차시킨 데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2) 판단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피고인으로서는 중앙로역 전방 약 200미터 지점을 지날 무렵에는 구체적인 화재발생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앙로역 승강장에 심각한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 할 것이고, 설령 위 피고인이 전방주시의무 소홀로 화재상황을 뒤늦게 인식하여 비상정차가 여의치 않았다면 스킵스 탑버튼을 조작하여 중앙로역을 무정차통과할 수 있었음에도 위 피고인은 열차에 이러한 기능이 있다는 사실 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수사기록 8권 3988년) 무정차통과하지 아니한 잘못이 인정되므로,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위 피고인의 원심판시 제2의 나.(3)항 기재 업무상 과실(대피하지 못한 승객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고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뺀 잘못)의 점에 대하여

1) 주장의 요지

위 피고인이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뺀 시점은 위 피고인이 승객들에게 대피방송을 하고 객차의 출입문을 개방한 후 약 10분간의 시간이 흐른 후였기 때문에 객차내 승객들이 모두 대피한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으므로, 그러한 상황에서 운전사령실의 지시에 따라 위 피고인이 탈출을 시도하면서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뺀 것을 두고 무슨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2)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인이 2003. 2. 18. 10:03경(이하 표시되는 시각은 모두 같은 날이므로 날짜는 생략하고 시각만 표시하기로 함) 열차 내 안내방송을 통하여 2회 정도 승객들에게 대피할 것을 방송하면서 우측 출입문을 개방하였고, 그 후 약 7, 8분 정도 경과한 10:11경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뺀 다음 탈출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과 같이 단전된 상태에서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뺄 경우 열려 있던 출입문은 모두 닫히게 되는 점(공판기록 1권 159면), 이 사건 화재로 인한 1080호 열차의 객차 내 사망자 수만 해도 1호 객차 1명, 2호 객차 8명, 3호 객차 2명, 4호 객차 13명, 5호 객차 55명, 6호 객차 63명, 합계 142명에 이르는 점(수사기록 6권 2863면), 위 피고인이 마스터 컨트롤러키를 뺀 10:11경 이후에도 10:29경까지 1080호 열차 내 승객들이 휴대폰으로 119에 전화하여 객차 출입문을 열어달라고 호소한 점(수사기록 8권 3678면), 위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운전사령실의 상피고인 C로부터 대피하라는 취지의 지시만 받았을 뿐 "차를 죽이라"는 지시를 받은 기억이 없고, 평소 기관사실을 떠날 때의 습관대로 스스로 키를 뺀 것이라고 진술하여 온 점(위 피고인은 당심법정에 이르러 상피고인 C의 지시를 받고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뺀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으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명확하게 한 진술을 번복할 만한 납득할 수 있는 사유나 정황이 없고, 'A이 C의 지시를 받고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뺀 것이라면 A에게 오히려 유리한 정상일 수 있다.'는 원심판결의 설시를 보고 진술을 번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 위 번복 진술은 믿기 어렵다.) 등을 종합하면, 위 피고인에게 대피하지 못한 승객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고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뺀 잘못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다만, 위 피고인이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냄으로써 출입문이 닫혀 객차 안에 있는 승객들로 하여금 대피를 곤란하게 하였다는 부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1호 내지 4호 객차 내 승객들에 대하여는 그 인과관계가 인정되나, 5, 6호 객차 내 승객들에 대하여는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위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라) 원심판결에는 위 피고인의 책임범위를 명확히 가리지 못한 잘못이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1) 주장의 요지

위 피고인이 취한 일련의 행위 중 과실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위 피고인으로서는 그 잘못이 있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그 이후에 확대된 피해에 대하여서만 책임이 있다 할 것인데, 원심은 위 피고인이 중앙로역에 진입한 행위부터 과실이라고 판단함으로써 전체 피해자의 사망과 부상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였다.

2)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사망자 192명 중 144명이 1080호 열차 승객이고 나머지 48명이 탑승열차 호수불명 승객인 사실, 부상자 140명 중 101명이 1080호 열차 승객이고 나머지 39명이 1079호 열차 승객이거나 지하철 직원, 소방관, 지하철에 승차하려던 사람 또는 탑승열차 호수불명 승객인 사실은 인정되나, 1079호 열차 내에서 발견된 사망자는 1명도 없는 점, 1079호 열차에서 09:53경 화재가 발생할 무렵 객차의 출입문이 모두 개방된 상태라 1080호 열차만 중앙로역에 진입하지 않았다면 1079호 열차 승객들의 대피가 순조롭게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1080호 열차의 승객이 아닌 사망자나 부상자라 할지라도 1079호 열차의 화재만으로는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1080호 열차가 중앙로역에 진입하여 화재를 확대시키는 바람에 사망 또는 부상을 입게 된 것이라고 보이므로,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마) 위 피고인에게 기대가능성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1) 주장의 요지

설령 위 피고인이 1080호 열차를 중앙로역에 진입시킨 행위에 얼마간의 잘못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사소한 순간적인 판단착오에 불과한 점, 중앙로역에 정차하였다가 바로 출발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하였으나 열차의 출발이 여의치 아니하자 즉시 출입문 개방조치를 취하였던 점, 위 피고인이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서 탈출을 시도할 무렵에는 이미 출입문개방조치를 취한지 10분이나 지난 시점이어서 승객들이 모두 탈출하였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점, 위 피고인도 유독가스를 많이 마셔 호흡이 곤란한 나머지 질식되기 직전의 상황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위 피고인에게 당시 피해의 확대를 방지할 수 있는 정확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할 수가 없었다.

2) 판단

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위 피고인의 과실 내용 및 정도, 이 사건 범행의 결과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 주장의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다수의 승객이 탑승한 지하철 전동차를 운전하는 위 피고인에게 기대가능성이 없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운전사령실 근무 피고인들(피고인 B, C, D)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점

(가) 위 피고인들의 공통된 주장의 요지 및 이에 대한 판단

1) 상피고인 I으로부터 미흡한 보고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하여

가) 주장의 요지

위 피고인들은 상피고인 I으로부터 단순히 중앙로역에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정도의 보고만 받았을 뿐 구체적인 화재발생위치나 규모 등에 관한 보고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미흡한 보고를 받은 위 피고인들로서는 1080호 열차의 진입을 막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나)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B이 위 I으로부터 "중앙로역 화재입니다. 전혀 앞에 분간이 안 됩니다. 신고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보고(수사기록 12권 4074면)를 받았는바, 위 보고 내용에 의하면 구체적인 화재발생위치와 규모 등에 대한 보고는 아니더라도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화재의 심각성에 대한 보고는 받았다고 할 것임에도 중앙로 역으로 진입하는 열차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정차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재차 중앙로역에 연락하여 구체적인 화재발생위치와 규모 등을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별다른 화재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 채, 무전으로 전 열차 기관사들에게 "전 열차에 알립니다. 중앙로역 진입시 조심해 운전하여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지금 화재 발생됐습니다."라고만 통보(수사기록 12권 4063면)함으로써 결국 1080호 열차의 진입을 막지 못한 잘못이 인정되고, 피고인 C, D 역시 피고인 B을 통하여 중앙로역 화재사실을 전해 듣고도 중앙로역에 진입예정인 열차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진입금지를 지시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B의 위와 같은 지시를 듣고도 아무런 시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잘못이 인정되므로, 위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위 피고인들이 각자 자신이 할 조치를 다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가) 주장의 요지

① 피고인 B은 위 I으로부터 화재보고를 받은 다음 즉시 전 열차 기관사들에게 중앙로역 화재사실 및 주의운전을 통보하였고, 그 후 화재의 장소와 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하여 1079호 열차와 중앙로역에 전화통화를 시도하였으나 통신이 두절되고 단전되는 바람에 연락이 되지 않았을 뿐이고, ② 피고인 C은 피고인 B으로부터 중앙로역 화재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전화로 기계설비사령실에 화재사실을 통보하고, 종합사령 팀장실에 화재사실을 보고하러 다녀온 후 CCTV 모니터로 화재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피고인 B의 A제어탁으로 가서 예비모니터인 11, 12번 모니터로 중앙로역을 당겨 보았으나 중앙로역이 화면상에 나타나지 않았고, 상피고인 A로부터 승강장에 연기가 많이 찼다는 연락을 받고 A에게 "승객에게 대피방송을 하고 문을 열고 승객을 대피시키라"라고 지시를 하였고, ③ 피고인 D는 선사령으로서 상황파악을 제대로 하기 위하여 제어탁에서 모니터로 중앙로역을 당겨보는 등 운전사령실에 근무하는 위 피고인들은 각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충분히 취하였다.

나) 판단

피고인 B이 위 I으로부터 어느 정도 중앙로역 화제의 심각성을 보고받고서도 전열차 기관사들에게 미흡한 통보를 함으로써 1080호 열차의 진입을 막지 못한 점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또 피고인 B은 일관되게 위 I으로부터 화재사실을 보고받고 난 후 화재발생위치와 규모 등을 확인하기 위해 1079호 열차와 중앙로역 역무실에 통화를 시도하였다고 주장하나, 열차무선통화녹취문, 사령전화녹취문 및 열차무선통화기록상 이에 관한 자료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위 주장사실은 믿기 어렵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피고인들에게 1080호 열차의 진입을 막지 못한 잘못 및 다음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 B, D에게 CCTV 모니터를 제대로 주시하지 아니한 잘못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 C, D가 취하였다는 위와 같은 조치들만으로는 위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범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위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나) 피고인 B, D의 공통된 주장의 요지 및 이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운전사령실에 설치되어 있는 CCTV 모니터는 화질이 흐릿할 뿐만 아니라 1호 객차의 상당 부분이 모니터에 나타나지 않아 위 피고인들이 모니터를 주시하였다 하더라도 1079호 열차의 1호 객차내의 화재인 점을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2) 판단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남부분소 이공학과 및 법과학부 물리분석과의 감정서(공판기록 1권 147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부 문서사진과의 감정서(수사기록 12권 4015면) 및 당원의 현장검증결과(공판기록 5권 2595면) 등을 종합하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운전사령실 전면 벽에 지상으로부터 높이 2.85미터 지점에 21인치 크기의 22대의 CCTV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가운데 11, 12번 예비모니터를 제외한 20대의 모니터에서 무작위로 열차가 승강장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켜졌다가 열차가 승강장을 출발하면 자동으로 꺼지는 형태로 모니터가 작동되고 있으며, 화면이 세로로 반분되어 좌측화면은 열차의 전면부 승강장을, 우측화면은 열차의 후면부 승강장을 각 비추고 있는데, 모니터의 화질은 피고인 B, D의 각 제어탁에서 주시할 경우 열차가 진입하였다가 출발하는 역의 승강장 상황을 분별할 수 있는 정도의 화질인 점, 1079호 열차가 중앙로역에 진입하였을 당시 중앙로역에 설치된 CCTV 카메라에 녹화된 테이프를 감정하여 본 결과 1079호 열차 전면의 경우 기관사실과 1호 객차의 상당 부분이 CCTV 모니터에 나타나지 아니하고 1호 객차 끝단 일부부터 CCTV 모니터에 나타나기는 하나 09:53:12초 시점에 CCTV 카메라에 잡힌 중앙로역 승강장 화면 중 좌측화면의 우측 하단(1호 객차 끝단 부분)에 불이 붙어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 승강장에 연기가 점점 가득차기 시작하여 09:53:29에는 좌측화면(열차 전면부 승강장)만 회색 연기로 가득차고, 09:53:46에는 좌측화면(열차 전면부 승강장)만 검은색 연기로 가득찼다가 09:55:37에는 우측화면(열차 후면부 승강장)까지 검은색 연기로 가득차는 장면을 나타내고 있는 점(공판기록 1권 151,152면, 수사기록 12권 414,415,416면 각 사진 참조), 피고인 D의 경우 09:50:00부터 1079호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09:53경을 훨씬 지난 09:55:34까지 핸드폰으로 사적인 전화를 하느라 CCTV 모니터를 주시하지 않았던 점(수사기록 5권 2660면)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B, D가 운전사령실의 CCTV 모니터만 제대로 주시하였더라도 1079호 열차의 화재사실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위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업무가 과중하여 모니터만 주시하고 있을 수는 없다거나 모니터가 여기저기 켜졌다, 꺼졌다 하기 때문에 식별이 어렵다거나 모니터의 화질이 선명하지 않다는 등의 사정은 정상자료에 불과한 것이지 이 사건 범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다) 피고인 B, C, D 각자의 주장의 요지 및 이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① 피고인 B은, 자신이 위 I으로부터 중앙로역 화재사실을 보고받을 시점에 1080호 열차는 대구역에 있었고, 대구역은 자신과 같은 선사령인 피고인 C의 담당 구역일 뿐만 아니라 자신은 I으로부터 화재보고를 받은 후 전 열차 기관사에게 주의운전을 통보하고 중앙로역 화재의 장소와 규모 등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피고인 C이나 주사령인 피고인 D가 1080호 열차의 진입을 막는 등 조치를 취하여 주어야 했었다고 주장하고, ② 피고인 C은, 피고인 B이 대곡역에서 중앙로역까지의 A제어탁을, 자신이 대구역에서 안심역까지의 B제어탁을 각 감시하도록 업무가 나누어져 있고, 피고인 D는 주사령으로서 선사령인 자신 및 피고인 B의 업무수행을 관리 · 감독하면서 선사령의 업무수행에 미비한 점이 있을 경우 이를 보완하는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업무분장 및 이 사건 화재가 피고인 B의 담당 구역인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면, 중앙로역 담당 선사령인 피고인 B과 그를 관리 · 감독하여야 할 주사령인 피고인 D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③ 피고인 D는, 자신은 선임자로서 후방 제어탁에서 행정적인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운전사령실의 업무를 총괄적으로 관리하고 있을 뿐이므로 자신에게는 모니터 감시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선사령인 피고인 B, C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서로간에 책임을 전가하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2)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운전사령실 선사령인 피고인 B은 A제어탁(대곡역에서 중앙로역까지)에서, 같은 선사령인 피고인 C은 B제어탁(대구역에서 안심역까지)에서 각 열차운전취급, 열차감시 및 통제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점, 주사령과 선사령은 각자 자신의 제어탁에서 근무를 하고, 각 제어탁의 기능이 기본적으로 동일할 뿐만 아니라 주사령과 선사령의 업무 또한 동일하며, 다만 선사령들은 관례상 선임사령인 주사령의 지시 · 감독을 받기는 하나 주사령의 지시없이 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점(공판기록 5권 2494면), 운전사령실의 배치를 보면 CCTV 모니터와 그 밑에 열차운행상황표시판(LDP판넬)을 전면에 두고 그로부터 4미터 후방에 A제어탁과 B제어탁이 전면을 마주보고 옆으로 나란히 위치하고 있고(A제어탁과 B제어탁의 거리는 5.4미터), A,B제어탁 가운데 부분의 후방 4미터 지점에 A,B제어탁 보다 15센티미터 높은 위치에 주사령의 제어탁이 전면을 마주보고 위치하고 있어 모니터 감시업무의 경우 선사령은 각자 자기 담당 구역만 주시할 수 있게 되어 있는 반면 주사령은 모니터 전체를 주시할 수 있게 배치되어 있는 점(공판기록 5권 2606면 배치도 및 2611,2612면 사진 참조), A제어탁 또는 B제어탁의 선사령이 무선교신, 전화통화 등의 운전취급 중 또 다른 운전취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나머지 선사령 또는 주사령이 이에 관여할 수 있고, 한 사령이 자리를 비울 경우 나머지 사령들이 업무에 관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점(공판기록 5권 2494면), 이 사건 화재는 피고인 B의 담당 구역인 중앙로역에서 발생하였고, 피고인 B이 상피고인 I으로부터 중앙로역 화재사실을 보고받을 당시 1080호 열차가 피고인 C의 담당구역인 대구역에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중앙로역의 담당 선사령인 피고인 B 외에 주사령인 피고인 D에게도 모니터 감시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피고인 C에게는 중앙로역에 대한 모니터 감시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고, 공소사실 및 원심 범죄사실에도 이를 피고인 C의 의무로 적시하지 아니하였다.), 운전사령실에서 위 I으로부터 중앙로역 화재사실을 보고받은 이 사건의 경우 위 피고인들이 서로 협력하여 화재의 원인 및 규모 등에 대하여 정확히 파악한 후 1080호 열차의 진행을 중지시키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잘못이 인정되므로, 위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기계설비사령실 근무 피고인들(피고인 E, F)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점

(가) 위 피고인들의 공통된 주장의 요지 및 이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원심은 화재 발생 무렵인 09:53경에 화재경보데이터가 기계설비사령실 주컴퓨터에 전송되었다고 판단하였으나 ① 1079호 열차 내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화재감지기가 이를 감지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실험결과 용량이 많은 때에는 기계설비사령실에 화재경보데이터를 전송하는 시간이 1분 넘게 걸리는데(공판기록 3권 1213면), 이 사건의 경우 데이터 용량이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기계설비사령실 주컴퓨터 2대 중 한 대는 09:53경에, 나머지 한 대는 09:56경에 화재경보가 올라온 것으로 되어 있는바, 이 사건 발생 4일 후 경찰관이 표준시계와 비교해본 결과한 대는 1분 20초 정도 늦고, 한 대는 1분 정도 빠르다고 확인한 점에 비추어 실제 화재경보데이터가 전송된 시간은 09:55경 무렵이거나 그 직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2) 판단

피고인 E의 변호인이 제출한 컴퓨터화면출력물의 영상(공판기록 3권 1539면)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 당시 주사령과 보조사령의 주컴퓨터가 동일한 경보데이터를 3 내지 4분 간격으로 출력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화재의 전파속도나 그 규모에 비추어 보면, 화재발생 무렵인 09:53경에 곧바로 승강장 천정에 설치된 화재감지기가 작동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증인 Z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화재경보데이터는 통상 20초 전후면 기계설비사령실의 주컴퓨터에 전송된다는 것이며, 당시 화재경보데이 터의 전송이 지연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이 사건의 경우 화재경보데이터는 화재발생시로부터 단시간내(약 20초 전, 후로 추정됨)에 기계설비사령실의 주컴퓨터에 전송된 것이라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위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 E의 주장의 요지 및 이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원심은 이 사건 화재 당시 기계설비사령실의 보조컴퓨터의 전원이 꺼져 있었거나 프로그램의 작동이 종료된 상태였다고 인정하였으나, 만약 그러한 상태라면 기계설비 그래픽판넬의 400여개의 경보등은 보조컴퓨터의 작동이 중지되기 직전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되어 있어 기계설비의 작동상태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결과 지하철 운행에 심각한 지장을 주게 되므로 보조컴퓨터의 전원이 꺼져 있거나 프로그램의 작동이 종료된 상태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업무 자체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어서 상상할 수 없는 것인 점, 상피고인 F이 "화재경보등이 점등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경보음도 듣지 못하였으며 보조컴퓨터가 작동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라고 진술한 것은 당시 기계설비사령실의 유일한 실무 담당자인 자신의 책임을 감경하고자 한 진술이어서 신빙성이 없다고 할 것인 점, 원심은 AA이 원심법정에서 한 'AA이 10:25:52경 전원이 꺼져 있는 보조컴퓨터를 작동시킨 것이 아니라 당시 켜져 있던 보조 컴퓨터의 리셋버튼을 눌러 재시동하였다.'라는 내용의 진술을 배척하였으나 AA은 당시 통신장애로 인하여 기계설비 그래픽판넬의 경보등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자 보조컴퓨터의 작동에 문제가 있는것으로 판단한 나머지 임의로 리셋버튼을 눌러 보조컴퓨터를 재시동시킴으로써 복구작업을 하려고 하였던 것이고 만일 기계설비사령실 관계자들이 보조컴퓨터를 작동시키지 않고, 근무하였던 것을 은폐하고자 사후에 보조컴퓨터를 새로이 작동시킨 것이라면 화재발생사실을 알게된 후 즉시 보조컴퓨터를 작동시켰을 것이지 화재발생사실 감지후 30분 뒤에야 비로소 새로이 작동시키지는 않았을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화재 당시 보조컴퓨터의 전원이 꺼져 있었거나 프로그램의 작동이 종료되어 있었다는 원심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2)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기계설비사령실의 보조컴퓨터는 경보발생시 그래픽판넬에 경보등이 켜지도록 하고 경보음이 울리도록 하는 기능을 하는 것인 점, 보조컴퓨터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경우 지하철역내 곳곳에 설치된 각 화재감지기가 화재를 감지할 때 마다 기계설비사령실에서 경보음이 울리도록 되어 있고, 실제로 1079호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직후 중앙로역 우측 승강장에 설치된 화재감지기가 작동하기 시작한 후 순차적으로 지하 2층 우측 대합실, 좌측 승강장, 지하 2층 좌측 대합실에 설치된 화재감지기가 각 작동하였으므로 보조컴퓨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다면 기계설비사령실에서 계속하여 경보음이 울렸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위 피고인은 검찰이래 원심 및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화재 당시 경보음이 울리는 것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기계설비사령실의 보조사령인 상피고인 F은 검찰이래 원심 및 당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화재 당시 경보음이 울리는 것을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화재경보의 경우 오작동이 많아 기계설비사령실에서 가끔 보조컴퓨터의 그래픽판넬구동 프로그램을 중지시키고 근무한 적도 있는 점(수사기록 7권 3119면), 기계설비사령실의 주사령인 AA은 원심법정에서 건강검진을 받던 중 화재사실을 연락받고 10:03경 기계설비사령실로 돌아와 보니 그래 픽판넬상에 경보등이 켜져 있었고, 경보음이 1, 2회 울리기에 컴퓨터마우스로 소리를 멈추었다. 10:25:52경 전원이 꺼져 있는 보조컴퓨터를 작동시킨 것이 아니라 당시 켜져 있던 보조컴퓨터의 리셋버튼을 눌러 재시동하였다.'라는 내용의 증언을 하기는 하였으나 AA은 이 사건 화재 당시 건강검진을 받느라 자리를 떠나 있었으면서도 경찰 수사시 기계설비사령실에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다고 진술(수사기록 3권 1275면)하는 등 수사기관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진술 내용이 계속 번복되고 있어 위 증언 내용에 신빙성이 없다고 할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화재 당시 보조컴퓨터의 전원이 꺼져 있었거나 프로그램이 작동이 종료되어 있었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므로,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피고인 F의 주장의 요지 및 이에 대한 판단

1) 위 피고인에게 과실이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가) 주장의 요지

위 피고인이 아침 정시에 출근하여 맡겨진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였고, 특별한 경고나 징후가 없는 상태에서 주컴퓨터의 모니터만을 주시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 사건 화재 당시 경보등이 작동하지 아니하고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장부정리 등 일상적인 업무를 하다가 주컴퓨터 모니터상의 화재신호를 즉시 감지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우연의 결과이지 위 피고인의 과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인은 기계설비사령실 보조사령으로서 화재경보음을 발생시키는 보조컴퓨터가 꺼져 있거나 프로그램 작동이 종료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지 아니함으로써 화재가 발생하였음에도 경보음이 울리지 못하도록 방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주컴퓨터 모니터를 보지 아니하고 프린터 출력 소리도 제대로 듣지 아니하여 화재발생사실 및 위치를 운전사령실에 통보하지 못한 잘못이 인정되므로,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기계설비사령실에서 운전사령실에 이 사건 화재를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가) 주장의 요지

기계설비사령실은 '화재관련 설비'를 관할하는 부서이지 '화재' 자체에 대하여 조치를 취하는 부서가 아닐뿐만 아니라 기계설비사령실에서는 화재의 위치나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정확히 알 수 없는 모든 화재를 확인도 없이 모두 운전사령실에 보고할 수도 없고, 운전사령실에 보고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 당시 중앙로역 우측 승강장에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주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나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승강장 화재의 경우 당연히 열차운행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사정이므로 마땅히 관련 부서인 운전사령실에 이를 통보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 할 것이고, 실제 대구광역시지하 철공사의 '사고(장애)발생시 분야별 사령조치 및 통제요령'에도 승강장 화재의 경우 기계설비사령실에서 운전사령실로 통보하도록 되어 있으므로(공판기록 5권 2516면),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위 피고인의 과실과 이 사건 피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가) 주장의 요지

기계설비사령실에서는 화재경보가 울리면 해당역사에 전화 등을 걸어 화재여부, 위치와 규모를 확인한 후에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설령 위 피고인이 09:53경에 화재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먼저 중앙로역에 전화를 하여 화재의 정도를 확인한 후에 기계설비를 작동시키고 필요시 관련 부서에 연락을 취하였을 것인바, 이와 같은 확인작업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기계설비사령실에서 운전사령실에 보고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간은 09:55경이나 그 후가 될 것이고, 그 때는 이미 운전사령실에서 화재를 인지한 시각이었기 때문에 보고의무는 의미가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보고의무 해태에 따른 책임도 소멸되었다고 할 것이며, 또 위 피고인이 보고를 했다 하더라도 중앙로역의 보고 이상일 수 없고, 설령 위 피고인에게 운전사령실에 보다 빨리 화재사실을 알리지 아니한 잘못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운전사령실 및 중앙로역 근무자, 기관사에게 이 사건 사고를 막을 충분한 시간과 장비, 권한이 있었으므로, 위 피고인의 위 잘못과 이 사건 피해와는 인과관계가 없다.

나) 판단

위 피고인이 09:53경 주컴퓨터 모니터를 통하여 중앙로역 승강장에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알았다면 중앙로역에 연락하여 이를 다시 확인하기 보다는 운전사령실에 위 사실을 통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여지고, 이와 같은 통보만 이루어졌더라도 운전사령실에서 중앙로역에 진입 예정인 1080호 열차에 대하여 비상정차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임은 넉넉히 추단할 수 있으므로,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피고인 H(1079호 열차 기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점

(가) 주장의 요지

당시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 위 피고인이 운전사령실에 연락하지 않더라도 운전사령실에서 CCTV 모니터를 통하여 화재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화재진압 및 승객대피 작업이 우선순위라고 판단한 나머지 이에 몰두하느라 화재사실을 운전사령실에 보고하지 못하였을 뿐이므로, 위 피고인이 화재사실을 운전사령실에 보고하지 못한 데에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판단

대구광역시지하철공사의 운전취급규정에 열차화재가 발생한 경우 기관사는 승객의 유도대피 및 소화에 노력하고, 운전사령에 급보하는 등 상황에 알맞은 조치를 하여야 하도록 규정되어 있고(수사기록 3권 1524면),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인은 09:53경 1079호 열차를 중앙로역 승강장에 정차시킨 후 기관사실 우측 승강장에 설치된 대형 후사경을 통하여 승객들이 소란스러운 것을 보고 기관사실 밖으로 나가 1호 객차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한 후 기관사실에 다시 들어가 소화기를 가지고 나와 소화기로 1호 객차에 붙은 불을 진화하려고 하였으나 소화액을 전부 뿌렸음에도 화재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길이 거세지면서 2호 객차로 불길이 번지고 있어 더 이상 화재를 진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피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피고인이 소화기를 가지러 기관실에 들어갔을 때 화재사실을 운전사령실에 보고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화재진압을 시도하다가 화재진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후에라도 즉시 화재사실을 운전사령실에 보고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잘못이 인정된다 할 것이므로,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열차무선 통화기록부의 기재(공판기록 1권 319면)에 의하면, 09:56경 1079호 열차 기관사실에서 무선전화를 이용하여 운전사령실에 통화를 시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원심 및 당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이 운전사령실에 연락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고, 위 시간대에 위 피고인 아닌 다른 누군가가 기관사실에서 운전사령실에 통화를 시도할 정도였다면 기관사인 위 피고인의 경우 이 사건 화재발생 직후 화재사실을 운전사령실에 보고하기가 그다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5) 피고인 I(중앙로역 당무책임자)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점

(가) 모니터 감시업무에 대하여

1) 주장의 요지

모니터 감시업무가 위 피고인의 고유 업무도 아닐 뿐만 아니라 역무실 내 모니터는 운전사령실의 21인치 크기의 화면과는 달리 화면 크기가 14인치에 불과하고, 그나마 열차의 앞,뒷면을 비추게 화면이 세로로 반분되어 있어 모니터 주시만으로는 화재 발생사실 여부를 식별하기 어렵다.

2) 판단

중앙로역 업무분장표(수사기록 2권 969면)에 의하면, 모니터 감시업무는 수입금관리를 하는 공소외 AB의 업무인 사실은 인정되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위 AB이 역무실에 있는 승차권 창고에서 수입금계산을 하느라 CCTV 모니터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던 사실이 인정되는바, 그러한 상황에서는 당무책임자인 위 피고인이 그를 대신하여 열차가 진입해 있을 때는 CCTV 모니터를 주시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역무실에 설치된 화재수신반을 통하여 승강장 화재인 것을 알게 된 위 피고인으로서는 빨리 승강장을 비추는 CCTV 모니터를 확인하였다면 위 위 1.가.(2).(나).2)항(피고인 B, D의 공통된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화재의 위치나 규모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모니터를 확인하지 아니하여 위 피고인 자신이 이 사건 화재의 위치나 규모를 확인하지 못한 채 공소외 AC로 하여금 현장을 확인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피고인이 CCTV 모니터 감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므로,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일손이 부족하여 모니터를 감시할 여유가 없다거나 모니터의 화면 크기가 작고 화면 식별이 어렵다는 등의 사정은 정상자료에 불과한 것이지 이 사건 범죄의 성립 자체에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나) 보고의무의 부정확 및 해태과실에 대하여

1) 주장의 요지

열차의 운전 중 발생한 사고의 급보책임자는 당해 열차의 기관사임에도 위 피고인이 운전사령실에 최초로 보고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혀 앞이 분간되지 않는 정도의 화재라고 화재의 심각성을 알렸으므로 위 피고인으로서는 보고의무를 다하였다 할 것이고, 역무원에 불과한 위 피고인이 진행 중인 다른 열차 기관사에게까지 화재사실을 통고할 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2) 판단

중앙로역 역무원 AC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AC는 당시 위 피고인에게 전동차 화재라는 사실을 보고하였다는 것인데, 위 피고인은 이를 듣고도 운전사령실에 단지 "중앙로역 화재입니다. 전혀 앞에 분간이 안 됩니다. 신고 좀 부탁드립니다."라고만 보고하고 구체적인 화재의 발화지점에 대해서는 알리지 아니하여 결과적으로 운전사령들에게 지하철 전동차 화재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보고하지 아니한 이상, 위 피고인이 그 보고의무를 다한 것이라 할 수 없고, 또 중앙로역 역무실 내에는 중앙로역을 기준으로 전후역인 대구역과 반월당역 사이에 있는 열차의 운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인 열차운행상황표시판이 설치되어 있고, 승강장 화재가 열차의 진입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예견할 수 있는 만큼 역무원으로서는 운전사령실에 대한 보고와는 별도로 열차운행상황표시판을 통하여 역에 진입하는 열차가 있는지 확인하고 해당 열차의 기관사에게 통보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설령, 위 피고인이 진행 중인 다른 열차 기관사에게까지 화재사실을 통고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는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이 이유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범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다) 안내방송 미실시에 대하여

1) 주장의 요지

이 사건 화재시 싸이렌 및 지구경종이 울리고 있었고, 2층 매표소에서 승객대피안내방송이 실시되었으며 공소외 AB이 승강장에서 고함을 치며 승객대피활동을 하고 있었으므로, 별도의 안내방송이 필요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 피고인이 1회 안내방송을 하였으나 싸이렌 및 지구경종이 울리는 바람에 안내방송이 되지 않았다.

2) 판단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당시 화재경보음과 싸이렌이 작동하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승객들이 실제 화재인지 여부나 화재의 규모 등에 대해서 알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당시 중앙로역의 당무책임자인 위 피고인으로서는 안내방송을 통하여 승객들의 신속한 대피를 유도하여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라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인은 화재경보음이 작동하는 경우에는 안내방송이 불가능한 것으로 잘못 판단하고 대피지시를 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위 피고인은 원심 및 당심법정에서는 당시 안내방송을 실시하였다고 주장하나, 수사기관에서는 화재경보음이 작동하는 경우에는 안내방송이 불가능하며, 실제 안내방송을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여 왔던 점, 당시 대피한 승객들 중 누구도 역무원의 안내방송을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의 위 주장사실은 믿기 어렵다.), 이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한 피해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이므로,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검사의 사실오인의 점(피고인 C에 대하여)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C은 10:08경 상피고인 A에게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낸 다음 대피하라고 지시함에 있어 위 키를 빼면 열려진 열차의 출입문이 다시 닫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위 A에게 열차에서 아직 대피하지 못한 승객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다음 위키를 빼내 대피하라고 지시하여야 함에도 막연히 승객들이 모두 대피한 것으로 생각하고 위 A에게 위 키를 빼내 대피하라고 지시하여 위 A로 하여금 대피하지 못한 승객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위 키를 빼내어 대피하도록 함으로써 열차 안에 있는 승객들로 하여금 출입문이 닫혀 대피가 곤란하도록 한 업무상의 과실이 있다.

(2) 검사의 주장의 요지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상피고인 A이 한 '피고인 C로부터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라는 지시를 받은 기억이 없고, 평소 기관사실을 떠날 때의 습관대로 스스로 위키를 뺀 것일 뿐이다.'라는 취지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 C의 지시와 위 A의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낸 행위 사이에는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나, 위 A은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시키기 위하여 위와 같이 진술하는 것으로서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 할 것이므로,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3) 원심의 판단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우선, 10:10경 피고인 C과 통화한 상대방이 누구인지, 그 시점이 언제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상피고인 A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수사기록 7권 3311면){특히, 상피고인 A의 통화내역 분석결과(수사기록 11권 567면)에 의하면 동인의 통화내역 중 10:10:31경부터 10:10:59경까지 사이의 통화는 승강장인 중앙로 역사 지하 3층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등의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C이 위 A과, A이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고 지상으로 대피하기 전에 통화한 사실은 넉넉히 인정되나, 나아가 상피고인 A이 피고인 C의 지시를 받고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뺀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상피고인 A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고인 C로부터 대피하라는 취지의 지시만을 받았을 뿐 “차를 죽이라"는 지시를 받은 기억은 없으며, 평소 기관사실을 떠날 때의 습관대로 스스로 키를 뺀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바, 위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엿보이지 않고(만일, 위 A이 피고인 C의 지시를 받고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뺀 것이라면 이는 A로서는 오히려 유리한 정상일 수 있다. 또한 당시 다른 승객 5명과 함께 기관사실에 대피하고 있었던 AD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기관사실 내의 상황이 승객들의 소리로 상당히 시끄럽고 소란스러웠다는 것인바, 이는 A의 위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라 할 것이다.),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 C의 위와 같은 지시와 A의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낸 행위 사이에는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4) 당심의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만, 상피고인 A은 당심법정에 이르러 피고인 C의 지시를 받고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뺀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기는 하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명확하게 한 진술을 번복할 만한 납득할 수 있는 사유나 정황이 없고, 'A이 피고인 C의 지시를 받고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뺀 것이라면 A에게 오히려 유리한 정상일 수 있다.'는 원심판결의 설시를 보고 진술을 번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 위 번복 진술은 믿기 어렵다.)

다. 피고인들 및 검사의 피고인 A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1) 각 주장의 요지

피고인들은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검사는 원심이 피고인 A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2) 피고인 A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위 피고인이 초범인 점, 운전사령실로부터의 지시가 다소 미흡하였던 점, 이 사건 화재로 위 피고인도 중상을 입은 점 등은 이를 참작하기로 하나, 위 피고인은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당시 정황으로 보아 중앙로역에 심각한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비상정차하거나 무정차통과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1080호 열차를 화재 현장으로 진입시켰을 뿐만 아니라 승객들이 대피하였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채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내어 대피하는 등 과실의 내용 및 정도가 업무상과실치사상 피고인들 중 가장 중하다고 할 것인 점, 사망자 192명 및 부상자 140명 중 대부분이 1080호 열차의 승객으로 밝혀져 결과가 중대한 점 및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결과, 수단과 방법, 위 피고인의 성행 및 전력, 가족관계 및 성장환경 등 원심 및 당심 변론과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 · 검토하여 보면, 위 피고인에 대하여 법정 최고형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3) 피고인 B, C, D 및 검사의 위 피고인들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B은 운전사령실의 중앙로역 담당 선사령, 피고인 C은 대구역 담당 선사령, 피고인 D는 주사령으로서 피고인 B, D가 중앙로역 승강장을 비추는 CCTV 모니터를 주시하지 않아 중앙로역 화재사실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점, 이 사건 화재는 피고인 B의 담당구역인 중앙로역에서 발생하였고, 피고인 B이 상피고인 I으로부터 중앙로역 화재사실을 보고받을 당시 1080호 열차가 피고인 C의 담당구역인 대구역에 있었으므로 선사령인 피고인 B, C 및 주사령인 피고인 D가 서로 협력하여 화재의 원인 및 규모 등에 대하여 정확히 파악한 후 1080호 열차의 진행을 중지시키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 등 위 피고인들의 과실의 내용 및 정도가 매우 중한 점, 이 사건 범행의 결과가 중대한 점 등에 있어서는 그 정상이 좋지 아니하나, 한편, 위 피고인들은 각 초범인 점, 위 피고인들은 당시 화재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 못하여 현장상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 1080호 열차 기관사보다는 과실의 내용 및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하다고 할 것인 점,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중앙로역 담당 선사령인 피고인 B 보다는 피고인 C, D의 과실의 내용 및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하고, 피고인 C과 D는 과실의 내용 및 정도가 비슷하다고 판단되는 점 및 위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등 이 사건 변론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정상을 함께 참작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은 적절하다고 인정되므로, 위 피고인들 및 검사의 위 피고인들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피고인 E, F 및 검사의 위 피고인들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E은 기계설비사령실 책임자로서, 피고인 F은 기계설비사령실 보조사령으로서 각 화재경보음을 발생시키는 보조컴퓨터가 꺼져 있거나 프로그램 작동이 종료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지 아니함으로써 화재가 발생하였음에도 경보음이 울리지 못하도록 방치한 점, 피고인 F은 주컴퓨터 모니터를 보지 아니하고 프린터 출력 소리도 제대로 듣지 아니하여 화재발생사실 및 위치를 운전사령실에 통보하지 못한 점 등 위 피고인들의 과실의 내용 및 정도가 가볍지 아니한 점, 이 사건 범행의 결과가 중대한 점 등에 있어서는 그 정상이 좋지 아니하나, 한편, 위 피고인들은 각 초범인 점, 위 피고인들은 배연설비가동 등 기계설비사령실 본래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였던 점, 기계설비사령실은 1080호 열차에 대하여 운행제어를 할 수 있는 부서가 아닌 점 등 위 피고인들은 기관사나 운전사령 및 중앙로역 당무책임자보다는 과실의 내용 및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하다고 할 것인 점, 피고인 E은 기계설비사령실의 책임자이기는 하나 주로 행정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실무는 직접 담당하지 아니하여 실무 담당자인 피고인 F 보다는 과실의 내용 및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하다고 할 것인 점 및 위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등 이 사건 변론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정상을 함께 참작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은 적절하다고 인정되므로, 위 피고인들 및 검사의 위 피고인들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5) 피고인 H 및 검사의 위 피고인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위 피고인은 자신이 운전하는 열차에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운전사령실에 보고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운전사령실에서 1080호 열차의 진입을 중지시키지 못하게 된 점 등 과실의 내용 및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할 것인 점, 이 사건 범행의 결과가 중대한 점 등에 있어서는 그 정상이 좋지 아니하나, 한편, 위 피고인은 초범인 점, 이 사건 화재 직후 진화작업에 노력하였고 그 와중에 자신도 중상을 입게 된 점, 1079호 열차에 탑승한 승객들 중에는 사상자가 거의 없었던 점 등 1080호 열차 기관사보다는 과실의 내용 및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하다고 할 것인 점 및 위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등 이 사건 변론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정상을 함께 참작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 피고인에 대한 양형은 적절하다고 인정되므로, 위 피고인 및 검사의 위 피고인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6) 피고인 G 및 검사의 위 피고인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위 피고인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불특정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죽으려고 사전에 휘발유를 구입하여 승객이 있는 전동차 내에서 휘발유에 불을 붙여 방화함으로써 승객과 전동차는 물론이고 역 자체를 소훼해버린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위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192명 사망, 140명 부상 및 185억 상당의 재산피해라는 중대한 결과를 발생한 점, 이 사건 범죄가 우리 사회에 미친 충격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위 피고인을 중형에 처함이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하고, 따라서 사형을 선고함에 있어서는 범인의 연령,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 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하여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명확하게 밝힌 후 비로소 사형의 선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6425 판결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피고인은 1946.생으로서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농사일을 하다가 1975. 11.경 현재의 처와 결혼하여 1남 1녀를 두고, 고물행상, 화물용달업, 법인택시운전 및 개인택시 운전을 하여 자식들이 대학교와 전문 대학교를 각각 졸업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면서 특별한 전과 없이 살아온 점, 치료감호소 감정의사 AE 작성의 정신감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피고인은 우울증이 심하지 않고, 정신병적 우울증 외 다른 증상들이 별로 발견되지 않아서 기분부전증(장기간 우울한 기분이 경미한 상태로 지속되는 증세)으로 판단되며,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우울증이 있더라도 심각한 정도의 우울증은 아니어서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있는 상태에 있었던 점은 인정되나, 한편으로 위 피고인은 2001. 4.경 뇌졸중 및 실어증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우측 다리와 팔이 마비되고 말을 잘할 수 없게 되어 결국 2001. 11.경 후천성 뇌병변장애 2급 판정을 받게 되고, 그 뒤 2002. 여름경부터 자살을 시도하는가 하면 수 회에 걸쳐 경찰관과 의사 등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등 하다가 이 사건 범행을 하기 약 2주 전에는 자신을 치료하던 담당의사가 자신의 병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휘발유로 불을 질러 의사를 죽이고 자신도 같이 죽겠다며 부동액통 2개에 휘발유을 사가지고 가기도 하였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가족들에게 죽여달라는 말을 하고 또 달리는 지하철에 뛰어 들어 죽어야겠다고 하다가 이 사건 범행 전날에도 가족들에게 죽여달라고 하였으나 가족들이 만류하자 결국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 위 피고인이 심신미약의 상태는 아니라 하더라도 정상인과 같은 온전한 정신상태였다고는 쉽사리 인정하기 어려운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대부분의 사상자는 위 피고인이 범행을 한 1079호 열차가 아니라 지하철 업무에 종사하는 다른 피고인들의 과실이 경합됨으로써 후에 진입한 1080호 열차에서 발생하게 된 것인 점, 위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및 원심과 당심 변론과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 · 검토하여 보면, 위 피고인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은 적절하다고 인정되므로, 위 피고인 및 검사의 위 피고인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7) 피고인 I 및 검사의 위 피고인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I은 중앙로역 당무책임자로서 이 사건 화재경보가 울렸을 당시 CCTV 모니터를 주시하지 아니하여 화재상황 파악을 지체한 후 운전사령실에 다소 미흡한 보고를 함으로써 운전사령으로 하여금 단순한 화재로 오판하게 하였고, 승강장 내 안내방송을 하여 승객들을 신속하게 대피시켜야 함에도 안내방송을 하지 아니하는 등 과실의 내용 및 정도가 중한 점, 이 사건 범행의 결과가 중대한 점 등에 있어서는 그 정상이 좋지 아니하나, 한편, 위 피고인에게 벌금형 1회 전과가 없는 점, 다소 미흡하기는 하였으나 급보책임자인 1079호 열차 기관사에 앞서 운전사령실에 화재사실을 보고한 점, 마지막까지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와중에 위 피고인도 중상을 입게 된 점, 이 사건과 같은 전동차 내 화재사건의 경우 기관사나 운전사령보다는 과실의 내용 및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하다고 할 것인 점 및 위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등 이 사건 변론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정상을 함께 참작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 피고인에 대한 양형은 적절하다고 인정되므로, 위 피고인 및 검사의 위 피고인에 대한 각 양형부당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의 각 항소 및 검사의 피고인 B, C, D, E, F, G, H, I에 대한 각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고, 형법 제57조에 의하여 이 판결 선고전의 당심 구금일수 120일을 피고인 A에 대한 원심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최병덕

판사 남근욱

판사 강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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