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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대구지방법원 2003.8.6. 선고 2003고합141 판결
가.현존전차방화치사나.현존전차방화치사상다.업무상과실치사라.업무상과실치상
사건

2003고합141 가. 현존전차방화치사

2003고합181(병합) 나. 현존전차방화치사상

다. 업무상과실치사

라. 업무상과실치상

피고인

1. 다.라. A

2. 다.라. B

3. 다.라. C

4. 다.라. D

5. 다.라. E

6. 다.라. F

7. 가.나. G

8. 다.라. H

9. 다.라. I

검사

김형진, 배재덕

변호인

변호사 J(피고인 A을 위하여)

법무법인 K 담당변호사 L(피고인 A, F, H, I을 위하여)

변호사 M(피고인 B을 위하여)

변호사 N(피고인 C을 위하여)

변호사 O(피고인 D를 위하여)

법무법인 P 담당변호사 Q(피고인 E을 위하여)

변호사 R(피고인 F을 위하여)

변호사 S(피고인 G을 위한 국선)

법무법인 T 담당변호사 U(피고인 I을 위하여)

판결선고

2003. 8. 6.

주문

피고인 G을 무기징역에, 피고인 A을 금고 5년에, 피고인 B, H을 각 금고 4년에, 피고인 C, D를 각 금고 3년에, 피고인 I을 금고 2년 6월에, 피고인 F을 금고 2년에, 피고인 E을 금고 1년 6월에 각 처한다.

이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164일을 피고인 A, C, D, E, F에 대하여, 163일을 피고인 B에 대하여, 132일을 피고인 H에 대하여, 3일을 피고인 I에 대하여 위 각 금고형에 산입한다.

다만, 피고인 I, F, E에 대하여는 이 판결확정일로부터 각 3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 A은 대구지하철공사 차량운영 6급으로서 1080호 열차의 기관사, 피고인 B, C, D는 각 대구지하철공사 운전사령실 사령, 피고인 E은 대구지하철공사 기계설비사령실 기계설비담당, 피고인 F은 대구지하철공사 기계설비사령실 사령, 피고인 H은 대구지하 철공사 차량운영 7급으로서 1079호 열차의 기관사, 피고인 I은 대구지하철공사 중앙로역 역무 6급인 자인 바,

1. 피고인 G은

2001. 상반기경 뇌경변으로 우측 팔과 다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뇌경변에 의한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병원에서 치료하더라도 더 이상 상태가 호전될 가능성이 없게 되자 삶을 비관하여 오던 중 2003. 2. 17. 밤에 가족들에게 죽여달라고 하였으나 가족들이 만류하자 스스로 죽기로 마음먹고 다만 혼자 죽는 것이 억울한 생각이 들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던 중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르면 열차에 쉽게 불이 붙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2003. 2. 18. 08:30경 대구 서구 V 소재 위 피고인의 집 안방에서 1회용 가스라이터 2개를 상의 주머니에 넣고, 창고에 있던 자동차세척용 흰색 플라스틱 샴푸통을 꺼내 검은색 가방에 넣고 집을 나와 택시를 타고 가다가 대구 달서구 송현동 소재 대구지하철 송현역 부근에서 내린 다음 송현역 입구에 있는 W주유소에 이르러 휘발유 7,500원 어치 5리터 상당을 구입하여 위 샴푸통에 담은 후 송현역으로 들어가 안심방향 승강장에서 같은 날 09:30경 대곡역에서 출발하여 안심역 방면으로 운행하는 하행선인 1079호 열차 1호 객차에 탑승하여 2호 객차와 가까운 노약자석 옆 일반석에 앉은 다음 같은 날 09:53경 1079호 열차가 대구 중구 남일동 소재 중앙로역에 이를 무렵 휘발유가 담긴 위 샴푸통에 불을 붙이기 위하여 상의 주머니에서 1회용 가스라이터를 꺼내 불을 켜려고 하였으나 휘발유에 불을 붙일지 여부를 결심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중 열차가 중앙로역 승강장에 정차하고, 맞은 편에 앉은 피해자 X으로부터 "왜 자꾸 불을 켜려고 하느냐" 고 나무라는 말을 듣자 순간적으로 불을 붙이기로 결심하고, 당시 출근시간을 막 지난 시점이어서 1079호 열차에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중앙로역 승강장, 대합실 등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므로 1079호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1079호 열차에 탑승한 사람들 및 중앙로역에 있는 사람들의 생명·신체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또한 후속열차 또는 교행하는 열차에 의하여 인명피해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감히 오른손으로 우측 어깨에 메고 있는 가방에 담겨있는 위 샴푸통의 뚜껑을 여는 것과 동시에 왼손으로 1회용 가스라이터를 켠 다음 위 라이터를 위 샴푸통 입구에 넣어 위 샴푸통에 들어 있는 휘발유에 불을 붙인 다음 그 불길이 오르면서 위 피고인의 옷에 불이 붙자 위 샴푸통이 담겨있는 가방을 바닥에 던져 불이 붙은 휘발유가 퍼지면서 의자 등에 불이 옮겨붙고 그 불길이 번지면서 1079호 열차 및 중앙로역 전체가 화염과 유독가스에 휩싸이고, 같은 날 09:56:45경 1079호 열차와 반대방향으로 운행하는 피고인 A 운전의 상행선인 1080호 열차가 1079호 열차 맞은 편 승강장에 정차하여 1079호 열차에서 발생한 불길이 1080호 열차에 번지면서 그 불길이 더욱 확대되어 1079호, 1080호 열차 및 중앙로역 전체를 화염과 유독가스에 휩싸이게 함으로써 1079호, 1080호 열차 등 185억 상당을 태워 이를 소훼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 Y(여, 21세)으로 하여금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 및 화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1) 사망자명단 기재와 같이 192명으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피해자 Z(여, 22세)으로 하여금 유독가스흡입으로 인한 폐손상 등을 입게 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2) 부상자명단 기재와 같이 140명으로 하여금 상해를 입게 하고,

2. 피고인 H, A, I, B, C, D, E, F은 공동하여

가. 피고인 H은

1079호 열차의 기관사로서 열차를 안전하게 운전하면서 비상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신속·정확하게 대처하여야 하고, 특히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화재진압이 가능하면 먼저 화재진압을 하고, 화재진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운전사령실 등에 보고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승객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1079호 열차 1호 객차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1079호 열차 및 중앙로역 승강장이 화염과 유독가스에 휩싸 이기 시작하였고, 당시 피고인 A 운전의 1080호 열차가 칠성역을 지나 대구역을 향하여 운행하고 있었으며, 1079호 열차가 중앙로역 다음 역인 대구역에서 1080호 열차와 교행하기로 되어 있었던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피고인 H으로서는 곧 1080호 열차가 중앙로역으로 진입할 예정이고, 1080호 열차가 진입하면 불길이 1080호 열차로 번질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운전사령실에 화재의 원인 및 규모 등을 정확하게 보고하여 운전사령으로 하여금 1080호 열차를 중앙로역 진입 이전에 정차시키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함에도 같은 날 09:53경 1079호 열차가 중앙로역 지하 3층 승강장으로 진입하여 정차한 후 기관사실 우측 승강장에 설치된 대형 후사경을 통하여 승객들이 소란스러운 것을 보고 기관사실 밖으로 나가 1호 객차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한 후 소화기를 가지러 기관사실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으면 즉시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실에 대하여 운전사령실에 보고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소화기로 1호 객차에 붙은 불을 진화하려고 하였으나 소화액을 전부 뿌렸음에도 화재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길이 거세지면서 2호 객차로 불길이 번지고 있어 더 이상 화재를 진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대피하기로 하였다면 대피하기 이전에 무전기 또는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운전사령실에 연락하여 1079호 열차 1호 객차에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더 이상 진화하기 어려운 상태이므로 후속열차 또는 교행하는 열차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보고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업무상의 과실이 있고,

나. 피고인 A은

같은 날 09:29:30경 안심역에서 1080호 열차를 운전하여 칠성역, 대구역, 중앙로역을 차례로 경유하여 대곡역 방면으로 운행하게 되어 있었으므로 열차의 기관사로서 열차를 안전하게 운전하면서 비상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신속·정확하게 대처하여 승객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 같은 날 09:55:00경 1080호 열차를 운전하여 대구역에 정차하였다가 같은 날 09:55:30경 중앙로역을 향하여 출발할 무렵 운전사령인 피고인 B으로부터 무전을 통하여 중앙로역에 화재가 발생하였으니 조심하여 운전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중앙로역으로 진입하기 이전 이미 중앙로역 승강장에서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였으므로 열차를 정지하거나 서행하면서 운전사령실 또는 중앙로역 역무실로 연락하여 화재의 원인과 규모 등에 대하여 확인한 다음 1080호 열차를 중앙로역으로 진입시킬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함에도 막연히 별다른 화재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여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같은 날 09:56:45경 당시 반자동모드(열차의 운행, 정차 및 출입문 개방은 자동화된 프로그램에 따라 이루어지고, 출입문 폐쇄 및 출발은 기관사의 수동으로 이루어지는 운전방식)로 운행중인 1080호 열차를 그대로 중앙로역 승강장으로 진입시키고,

(2) 같은 날 09:56:45경 위와 같이 1080호 열차를 운전하여 중앙로역 지하 3층 승강장으로 진입함에 있어 당시 승강장에는 유독가스가 자욱하여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반대편에 정차한 1079호 열차에서 불길이 번지고 있어 위 불길이 곧 1080호 열차에 번질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위 불길이 1080호 열차에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스킵스탑 버튼(Skip-Stop Button : 자동모드 또는 반자동모드로 운행 중인 열차는 자동화된 프로그램에 따라 지하철역 승강장의 정위치에 정차하도록 되어 있으나 위 버튼을 3초간 누르면 열차는 정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진행함)을 눌러1080호 열차를 중앙로역에 정차시키지 아니하고 그대로 통과시킬 수 있었음에도 열차에 위와 같은 기능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못함으로써 1080호 열차를 정위치 정차시키고,

(3) 같은 날 10:03경 안내방송을 통하여 2회 정도 승객들에게 대피할 것을 방송한 후 자신도 대피하기 위하여 승강장까지 나왔다가 유독가스로 인하여 방향을 분간하기 어렵자 열차로 돌아가 열차를 운행하여 대피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다시 1080호 열차로 돌아와 열차를 출발시키려고 하였으나 실패하고 핸드폰으로 운전사령실 일반전화로 전화를 걸어 같은 날 10:10:31경부터 10:10:59경까지 피고인 C과 통화하면서 피고인 C로부터 대피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같은 날 10:11경 대피를 함에 있어 마스터컨트롤러키(Master Controler Key : 자동차열쇠와 같은 기능을 가진 것으로서 열차의 구동을 위하여 필요함)를 빼면 열려진 열차의 출입문이 다시 닫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열차에서 아직 대피하지 못한 승객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다음 위 키를 빼야 함에도 막연히 승객들이 모두 대피한 것으로 생각하고 위 키를 빼낸 다음 대피함으로써 열차 안에 있는 승객들로 하여금 출입문이 닫혀 대피가 곤란하도록 한 업무상의 과실이 있고,

다. 피고인 I은

같은 날 09:00부터 19:00까지 중앙로역에서 근무하는 근무조의 당무책임자로서 직원들을 지휘·감독하고 역사시설물을 관리·감독하는 등 역의 업무를 총괄하면서 중앙로역 및 중앙로역을 운행하는 열차에 비상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그 상황에 따라 신속·정확하게 대처하여 승객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고, 특히 중앙로역 역무실에는 승강장을 비롯한 역구내를 감시하는 폐쇄회로 텔레비전감시모니터(CCTV : Closed Circuit Television) 5대가 설치되어 있어 승강장에 열차가 진입하면 승강장에 설치된 4대의 감시카메라에 의하여 열차가 지하철역을 벗어날 때까지의 모습이 감시모니터에 나타나고, 화재수신반이 설치되어 있어 역구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경보음이 울리면서 화재가 발생한 위치에 경보등이 켜지고, 엘씨 피판넬(LCP판넬)이 설치되어 있어 중앙로역과 그 앞뒤에 있는 대구역, 반월당역을 운행 중인 열차의 열차번호와 운행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운전사령실 및 중앙로역, 대구역, 반월당역을 운행 중인 열차의 기관사와 연락할 수 있는 통신시설이 있으므로 역구 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화재의 원인 및 규모에 대하여 가장 먼저 파악하여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운전사령실 및 중앙로역, 대구역, 반월 당역을 운행 중인 열차의 기관사에게 연락하여 운전사령 및 기관사로 하여금 열차운행과 관련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09:53경 1079호 열차가 중앙로역 승강장으로 진입하여 정차하였고, 당시 수입금관리 및 모니터감시업무를 담당하는 역무원 AA이 역무실 안에 있는 승차권창고에서 수입금계산을 위하여 동전을 세고 있어 위 AA이 감시모니터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당무책임자인 위 피고인은 당무책임자로서 또는 수입금계산을 위하여 감시모니터를 보지 못하는 위 AA을 대신하여 감시모니터를 보면서 승객들이 안전하게 승·하차 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승객의 안전과 관련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이에 대처하여야 함에도 막연히 별다른 사고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위 AA이 수입금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감시모니터를 보지 아니하여 위와 같이 1079호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즉시 알지 못하여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같은 날 09:53:11경 화재경보가 울리자 화재수신반으로 가 승강장에 설치된 화재감지기가 작동하는 것을 발견하였고, 승강장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즉시 위 감시모니터를 주시하여 실제 화재가 발생한 여부, 화재의 규모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위 감시모니터를 보지 아니한 채 마침 역무실로 들어온 역무원 AB로 하여금 승강장으로 가 화재발생 여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지체하고, 같은 날 09:55경 위 AB가 승강장으로 내려가 확인한 결과 위 1079호 열차 1호 객차 전체에 불길이 번지고 있고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 있는 것을 목격하고 올라와 위 피고인에게 "큰 일 났습니다, 전동차 화재입니다" 라고 보고하였고, 당시 피고인 A 운전의 1080호 열차가 대구역에 정차하고 있었으므로 먼저 화재발생사실을 운전사령실에 보고함에 있어 중앙로역 승강장에 정차한 1079호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정확하게 보고하여 운전사령으로 하여금 1080호 열차를 중앙로 역으로 진입시키지 않는 등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함에도 화재가 발생한 위치나 규모에 대하여 정확하게 보고하지 아니한 채 막연히 "중앙로역 화재입니다"라고 보고함으로써 단순히 중앙로역 구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 운전사령 피고인 B이 무전으로 열차 기관사들에게 '중앙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으니 조심하여 운전하라'는 통보만 하고, 피고인 A에게 화재가 발생한 위치나 규모에 대하여 전혀 연락하지 아니하여 위 주의운전통보를 들은 피고인 A로 하여금 1080호 열차를 중앙로역으로 진입시키도록 하고, 다음으로 위와 같이 운전사령실에 화재발생사실을 보고하였으면 안내방송을 통하여 승객들로 하여금 대피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위 AA, AB로 하여금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도록 지시한 후 역무실로 들어온 불상의 승객들과 함께 대피함으로써 안내방송을 하지 아니한 업무상의 과실이 있고,

라. 피고인 B, C, D는

피고인 B은 대곡역에서 중앙로역까지, 피고인 C은 대구역에서 안심역까지 상하행선을 감시하는 운전사령실 선사령으로서 신호 및 선로전환기의 취급, 열차운행상황표 시반(LDP : Large Display Panel), 폐쇄회로텔레비전감시모니터(CCTV) 등에 의한 열차운행 감시와 통제, 선로상의 열차의 운행정리, 운전사고 및 장애 또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긴급조치 등을 하여야 할 업무에 종사하는 자, 피고인 D는 주사령으로서 피고인 B, C의 업무수행을 관리·감독하면서 이들의 업무수행에 미비함 점이 있을 경우 이를 보완하여야 할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모두 열차의 운행상황을 감시하면서 비상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그 상황에 따라 신속·정확하게 대처하여 승객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 운전사령실에는 22대의 폐쇄회로텔레비전감시모니터가 있어 각 지하철역에 열차가 진입하면 승강장에 설치된 4대의 감시카메라에 의하여 열차가 지하철역을 벗어날 때까지의 모습이 감시모니터에 나타나고, 특히 중앙로역에 하행선 열차가 진입하면 6번에서 10번까지의 감시모니터 중에 그 모습이 나타나므로 이를 주시하면 열차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바, 같은 날 09:53경 위와 같이 1079호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이 8번 감시모니터에 나타났으므로 이를 주시하였다면, 1079호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반대편에서 진행 중인 상행선 1080호 열차를 중앙로역으로 진입시키면 불길이 번질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하여 1080호 열차를 중앙로역 진입 이전에 정차하도록 지시할 수 있었음에도 피고인 B은 막연히 별다른 사고가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자신의 담당구간인 중앙로역에 대한 감시모니터를 주시하지 아니하고, 피고인 D는 같은 날 09:50경부터 09:55:34경까지 핸드폰으로 통화하느라 감시모니터를 제대로 주시하지 아니하여 1079호 열차에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2) 같은 날 09:55경 중앙로역 역무원인 피고인 I으로부터 중앙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화재로 인하여 발생한 검은 유독가스로 인하여 감시모니터에 중앙로역 승강장의 모습이 제대로 나타나지 아니함으로써 화재의 원인과 규모에 대하여 알기 어려웠으므로 운전사령으로서는 일단 중앙로역 부근을 운행 중인 열차를 정차시키고 화재의 원인과 규모 등에 대하여 정확히 파악한 후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막연히 별다른 화재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여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B은 무전으로 열차 기관사들에게 '중앙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으니 조심하여 운전하라'는 통보만 하여 이를 들은 피고인 A로 하여금 1080호 열차를 중앙로역으로 진입시키도록 하고, 피고인 D, C은 피고인 B의 위와 같은 잘못된 조치를 즉시 시정하지 못한 업무상의 과실이 있고,

마. 피고인 E, F은

피고인 E은 기계설비사령실 과장, 피고인 F은 기계설비사령실 보조사령으로서 모든 지하철역에 설치된 기계설비를 감시할 수 있는 컴퓨터를 통하여 기계설비의 중앙감시 및 제어, 사령설비의 운용 및 보수, 기계설비의 이상이 발생하였을 경우 응급조치 및 관련부서에 대한 통보업무를 담당하면서 기계설비의 이상이 발생하였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신속하고 정확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특히 지하철역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주사령 및 보조사령의 책상 위에 있는 주컴퓨터의 모니터에 '화재경보' 라는 표시와 함께 화재발생위치가 나타나면서 그 내용이 프린터로 출력되고, 전방에 설치된 그래픽 판넬상에는 화재가 발생한 위치에 경보등이 점등되고 경보음이 울림으로써 화재발생사실과 그 위치에 대하여 즉시 알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기계설비사령실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즉시 운전사령실에 화재발생사실과 그 위치를 정확하게 통보하여 운전사령실에서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도록 함으로써 승객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 같은 날 09:53경 위와 같이 1079호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직후 중앙로역 우측 승강장에 설치된 화재감지기가 연기를 감지하여 작동하기 시작하였고, 계속하여 지하 2층 우측 대합실, 좌측 승강장, 지하 2층 좌측 대합실에 설치된 화재감지기가 작동하였으므로 그 사실을 바로 발견하여 즉시 운전사령실에 통보하였다면 그때까지는 운전사령실 감시모니터에 중앙로역 승강장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으므로 운전사령이 감시모니터를 통하여 화재발생사실을 확인하고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는 바,

기계설비사령은 주컴퓨터, 통신제어장치, 그래픽판넬, 기록장치 등에 대하여 일일점검 및 정기검사를 실시하여 주컴퓨터 및 통신제어장치의 프로그램실행 및 데이터생성 기능, 그래픽판넬의 구동 및 표시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관리하여야 하고, 평상시 기계설비사령실 근무자들이 특히 야간에 근무할 경우 경보음이 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래픽판넬에 경보등이 점등되도록 하고, 경보음이 울리도록 제어하는 보조 컴퓨터(그래픽 구동기, GDR컴퓨터)의 작동을 종료시키고 근무하는 경우가 자주 있고, 위 피고인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같은 날 09:00경 기계설비사령실 근무에 임하게 되었으면 보조컴퓨터가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함에도 당시 보조 컴퓨터의 전원이 꺼져 있었거나 프로그램의 작동이 종료되어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아니하여 같은 날 09:53경 위와 같이 화재가 발생하였음에도 경보음이 울리지 못하도록 방치하고,

(2) 피고인 F은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주컴퓨터 모니터를 주시하였어야 함에도 당시 중앙로역 지하 3층 승강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주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나고 있었고, 그 내용이 프린터로 출력되고 있었음에도 막연히 별다른 사고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주컴퓨터 모니터를 제대로 보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프린터로 출력되는 소리도 제대로 듣지 아니하여 결국 화재가 발생한 사실 및 화재가 발생한 장소에 대하여 운전사령실에 통보하지 못하여 운전사령실에서 1080호 열차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1080호 열차를 중앙로역으로 진입하도록 한 업무상의 과실이 있고,

위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과실이 경합하여 같은 날 09:53경 1079호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음에도 같은 날 09:56:45경 1080호 열차가 1079호 열차 맞은 편에 정위치 정차하였고, 1079호 열차에서 발생한 불길이 1080호 열차에 번지면서 그 불길이 더욱 확대되어 1079호 열차, 1080호 열차 및 중앙로역 전체를 유독가스와 화염에 휩싸이게 함으로써 피해자 Y(여, 21세)으로 하여금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 및 화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1) 사망자명단 기재와 같이 192명으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함과 동시에 피해자 Z(여, 22세)으로 하여금 유독가스흡입으로 인한 폐손상 등을 입게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2) 부상자명단 기재와 같이 140명으로 하여금 상해를 입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G이 이 법정에서 한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진술

1. 피고인 A, B, C, D, E, F, H, I이 이 법정에서 한 판시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각 진술

1. 증인 AC, AD, AE, AF, AG, AH, AI, AJ이 이 법정에서 한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

1. 검사 작성의 피고인들 및 AA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판시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검사 작성의 AK, AB, AE, AL, AM, AN, AF, AO, AH, AI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검사 작성의 AP, 피고인 A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판시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사법경찰리 작성의 AQ, AR, AS, AT, AU, AV, AO, X, AW, AX, AY, AZ, BA, BB, BC, BD, BE, BF, BG, BH, BI, BJ, BK, BL, BM, BN, BO, BP, BQ, BR, BS, BT, BU, BV, BW, BX, BY, BZ, CA, CB, CC, CD, CE, CF, CG, CH, CI, CJ, CK, CL, CM, CN, CO, CP, CQ, CR, CS, AI, CT, CU, CV, CW, CX, CY, CZ, DA, AC, DB, DC, DD, Z, DE, DF, DZ, DG, DH, DI, AK, DJ, DK, DL, DM, DN, DO, DP, DQ, DR, DS, DT, DU, DV, DW, DX, DY, AK, DZ, EA, EB, EC, ED, EE, EF, EG, EH, EI, EJ, EK, EL, EM, AN, EN, EO(사본), EP, EQ, ER, ES, ET, EU, AG, EV, EW, BO, EX, EY, EZ, FA, FB, FC, FD, FE, FF, FG, FH, FI, FJ, FK, FL, FM, FN에 대한 각 진술조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기재 및 각 사진영상

1. 검사, 사법경찰관 및 사법경찰리 작성의 각 압수조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기재

1. 의사 FO 등 작성의 별지(2) 부상자 명단 기재 Z 등 피해자들에 대한 각 진단서, 장해진단서, 소견서 및 그 각 사본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기재

1. 의사 FP 등 작성의 별지(1) 사망자 명단 연번 1 내지 49 기재 Y 등 피해자들에 대한 각 사망진단서, 사체검안서, 시체검안서 및 그 각 사본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기재

1. 수사기록에 편철된 사망자명단(6권 2849면) 및 부상자명단(6권 2853면)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기재

1. 공판기록에 편철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집단사망자관리단장 작성의 신원확인종합결과 통보 사본, 각 개인식별 감정서 사본 및 대구지하철화재사고 실종자인정사망심사 위원회위원장 작성의 인정사망 인정자 통보 사본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기재

1. 압수된 1회용 라이터 1개(증 제5호), 지하철승차권 1장(증 제6호), 전동차 메인키(증 제9호)의 각 현존

1. 공판기록에 편철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남부분소장 작성의 감정결과회보, 각 수사보고(휴대폰통화시간 관련, 통신사령실 보조사령 컴퓨터 출력물과 중앙로역 역무실내 판넬사진 첨부)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기재 및 사진영상

1. 수사기록에 편철된 각 수사보고{통신사실 확인자료보고(7권 3310면), 이벤트로그 확인보고(8권 3674면), 화재발생시 119신고 녹취문 제출보고(8권 3678면), 피해자 명단 및 압수품(8권 3711면), 열차운행계획서 사본(1권 469면), 운전사령실 운영 및 보수규정(2권 863면), 대구지하철공사 내부 사진(2권 893면), 경보기 작동 여부 데이타(2권 906면), 출입문 작동여부 등(2권 914면), 감정결과회보(3권 1423면), 현장 CCTV 촬영사진(4권 1733면), 마스터컨트롤러키 기능(4권 1741면), 급전시도여부(5권 2476면)}, 피의자 G 등 사고현장 사진(1권 18면), 현장부근 약도 및 사진 첨부(6권 2861면), SK텔레콤 대구지사장 작성의 피고인 A 휴대폰 통화내역 분석결과회신(11권 567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작성의 감정결과회보(12권 409면)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각 기재 및 사진영상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가. 피고인 G

(1) 판시 현존전차방화치사의 점 : 형법 제164조 제2항 후문, 제1항

(2) 판시 현존전차방화치상의 점 : 형법 제164조 제2항 전문, 제1항

나. 피고인 A, B, C, D, E, F, H, I의 판시 각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점 : 각 형법 제268조, 형법 제30조

2. 상상적 경합 : 형법 제40조, 제50조(피고인 G의 판시 현존전차방화치사 및 치상의 점 사이 : 형 및 범정이 가장 무거운 판시 피해자 Y에 대한 현존전차방화치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피고인 A, B, C, D, E, F, H, I의 판시 각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점 사이 : 죄질 및 범정이 가장 무거운 판시 피해자 Y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3. 형의 선택

가. 피고인 G의 판시 현존전차방화치사죄 : 무기징역형 선택

나. 피고인 A, B, C, D, E, F, H, I의 판시 각 업무상과실치사죄 : 각 금고형 선택

4. 미결구금일수 산입(피고인 A, B, C, D, E, F, H, I)

5. 집행유예(피고인 I, E, F)

피고인 G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 및 그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인정되는 사실

아래에서 볼 피고인 G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주장을 판단함에 앞서 위에서 든 각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이 사건 당일 피고인 H 운전의 대곡발 안심행 대구지하철 1079호 열차는 09:29:30경 대곡역을 출발한 후 09:53경 중앙로역에 진입하여 정위치, 정차하였다.

② 위 1079호 열차가 정차하고 있을 무렵인 09:53경 위 열차 1호 객차 중 2호 객차와 가까운 진행 방향 우측의 노약자석 옆 일반석에 앉아있던 피고인 G은 휘발유가 담긴 자동차세척용 샴푸통의 뚜껑을 열고 1회용 가스라이터로 불을 붙였고 그 불길이 오르면서 자신의 옷에 불이 붙자 위 샴푸통을 바닥에 던졌으며 불이 붙은 휘발유가 번지면서 의자 등에 불이 옮겨 붙고 그 불길이 번지면서 1079호 열차 및 중앙로역 전체가 화염과 유독가스에 휩싸이기 시작하였다.

③ 그 무렵 기관사실 우측 승강장에 설치된 대형 후사경을 통하여 승객들이 소란스러운 것을 감지한 피고인 H은 기관사실 밖으로 나가 객차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한 후 다시 기관사실로 들어가 소화기를 가지고 나와 1호 객차 안으로 들어가 객차 안에 붙은 불을 진화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하고 오히려 불길이 거세지자 더 이상 화재를 진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는 운전사령실에 열차의 화재사실을 보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승강장 위로 대피하였다.

④ 당시 중앙로역 근무조의 책임자인 피고인 I은 지하 2층 역무실에서 근무하던 중, 09:53경 지하 승강장에 있는 화재감지기를 통하여 역무실에 설치되어 있는 화재수신반이 작동하여 경보음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는 일단 이를 정지시킨 후, 역무원인 AB에게 승강장으로 가서 실제 화재인지 여부를 확인하라고 지시하였다.

⑤ 위 AB가 승강장으로 내려가 위 1079호 열차 1호 객차 전체에 불길이 번지고 있고,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 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역무실로 돌아와 피고인 I에게 "큰일났습니다, 전동차 화재입니다"라고 보고하였고, 이를 들은 피고인 I은 위 AB에게 소화기를 주며 화재를 진화하도록 지시하고, 자신은 09:55:00경(이는 수사기록 12권 431면 이하의 수정된 녹취문상의 시간이다, 이는 아래에서 보는 휴대폰통화시각, 즉 표준시각과는 10여초의 오차가 있기는 하다) 운전사령실에 전화를 하여 "중앙로역 화재입니다, 전혀 앞에 분간이 안 됩니다, 신고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보고했고 09:57:40경에는 119에 화재신고를 하였다.

⑥ 피고인 I으로부터 화재사실을 보고받은 운전사령 피고인 B은 "중앙로역 화재"라고 복창한 후 즉시 소위 올콜(All Call) 방식(무전으로 운행중인 모든 열차 기관사들에게 통보하는 방식)으로 열차 기관사들에게 "전 열차에 알립니다, 중앙로역 진입시 조심해 운전하여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지금 화재 발생했습니다"라고 통보하였고, 피고인 C은 이어서 기계설비사령실에 연락하여 피고인 F에게 배연설비를 가동하도록 지시하였다.

⑦ 한편, 이 사건 화재 당시 기계설비사령실에서는 보조사령인 피고인 F은 자신의 제어탁에서, 과장인 피고인 E은 사령요원들의 제어탁 후방 약 5미터 거리에 위치한 자신의 책상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주사령인 FQ은 건강검진을 위하여 자리를 떠나 있었는데, 중앙로역 화재수신반을 통하여 09:53경 발생한 이 사건 화재경보데이터가 위 사령실 내에 설치되어 있는 기계설비 그래픽판넬로 전송되기 시작하였으나, 당시 사령 제어탁에 있는 2대의 보조컴퓨터의 전원이 모두 꺼져 있었거나 그래픽판넬 구동프로그램이 종료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래픽판넬상의 중앙로역사 표시 위에 위치한 경보등이 점등되지 않았고, 경보음 역시 울리지 않았으며, 피고인 E, F은 앞서와 같은 피고인 C의 연락을 받고 비로소 중앙로역 화재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고인 F은 중앙로역의 배연설비가 가동되는 것을 확인한 후 추가로 중앙로역 시점부와 종점부의 배연장비 4대를 가동시켰다.

⑧ 당시 피고인 A 운전의 안심발 대곡행 대구 지하철 1080호 열차는 09:29:30경 안심역을 출발하여 칠성역(09:53:20 도착, 09:53:45 출발), 대구역(09:55:00 도착, 09:55:30 출발)을 거쳐 중앙로역을 향하여 진행하고 있었으며, 당시 반자동모드 방식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⑨ 위 1080호 열차가 대구역을 출발할 무렵 피고인 A은 피고인 B으로부터 무전을 통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중앙로역 화재사실을 통보받았으나, 비상정차를 하거나 무정차 통과를 하는 등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09:56:45경 위 열차를 중앙로역 승강장으로 진입, 정위치 정차시켰다.

⑩ 열차가 정차하여 자동으로 출입문이 열리자, 피고인 A은 기관실 진행방향 오른쪽 창문을 열어 보고 승강장에 유독가스가 가득 찬 것을 확인하고 "출입문 닫습니다, 곧 출발합니다"라는 안내방송을 하고 곧바로 출입문을 닫았고, 그 후 운행방식을 수동모드 방식(열차의 출발, 운행, 정지 및 출입문 개폐 등 모든 기능이 기관사의 수동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변경한 다음 역행 레버를 당겨 출발을 시도하였으나, 09:57:07경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전기합선으로 위 열차에 대한 전기공급이 중단됨으로써 열차를 출발시키지 못하였다.

⑪ 기관사실 내 고전압게이지를 보고 단전사실을 확인한 피고인 A은 위 녹취문상 시간으로 09:57:32경 운전사령실을 무선호출하여 피고인 B에게 급전 등의 조치를 취하여 줄 것을 요구하면서 그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하였다.

『B : 예, 사령 이상

A : 예, 1080입니다. 지금 단전입니까?

B : 아, 지금 단전됐으니까 방송 좀 하시고 거 계세요.

A : 여, 연기가 엉망입니다.

B: 예, 예. 79호차에 지금 화재가, 화재났거든. 79호차 열차에, 옆차에 화재... 그거 저 뭐야, 안내방송 좀 하시고.

A : 지금 엉망입니다. 답답하니까 빨리 좀 조치바랍니다.

B : 예, 예.』

⑫ 위 통화 후에도 급전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자 피고인 A은 위 녹취문상 시간으로 09:58:28경 다시 운전사령실을 무선호출하여 피고인 B과 아래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다.

『B : 예, 사령 이상.

A : 예, 중앙로역에 지금 대피시킵니까? 어떻게 합니까?

B : 거기 저 단전되어 가지고 차가 못 움직이잖아 지금.

A : 예.

B : 그럼 일단 방송을 하시고

A : 예, 일단 바로 출발합니다. 급전됐습니다.

B : 급전됐어?

A : 예.

B : 아, 그럼 발차.

A : 예.

B : 조심해 가라구.』

⑬ 위 통화 후 열차 출발을 시도하였으나 이내 단전으로 실패한 피고인 A은 위 녹취문상 시간으로 09:59:23경 다시 운전사령실을 무선호출하여 피고인 B과 아래과 같은 내용의 대화를 하였다.

『A : 아, 미치겠네.

B : 예, 사령 이상.

A : 이제 급전됐다가 왔다갔다하는데, 지금 차 죽여서 다시 살릴께요.

B : 예?

A : 지금 급전됐다가, 살았다가 그런데 여기 엉망입니다 지금.

B : 아, 예. 좀 침착하게, 침착하게 하세요.

A : 아, 참, …

B : 여보세요!』 (그 후 무선 끊김)

⑭ 위 통화를 마친 후 피고인 A은 리셋(Reset)조치{판타그래프(Pantagraph : 기관차의 지붕에 설치하여 전차선으로부터 전기를 받아들이는 장치)를 하강하고 마스터컨트 롤러키를 오프(Off)위치로 한 후 10여초 간 대기하였다가 마스터컨트롤러키를 온(On) 위치로 하고 판타그래프를 상승시키는 것으로 열차의 재기동을 위한 조치이다)를 취한 후 열차 출발을 시도하였으나 역시 실패하였다.

⑮ 피고인 A이 수차례에 걸쳐 열차 출발을 시도하는 동안 승객들은 객차 내에 설치된 비상인터폰 등을 통하여 피고인 A에게 출발 등의 조치를 취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를 들은 피고인 A은 2-3회에 걸쳐 승객들에게 "곧 조치를 취할 테니 기다리라"는 취지의 안내방송을 하였으며, 객실로 통하는 기관사실 문을 통해 1호 객차로 들어와서 직접 승객들에게 같은 취지의 말을 하기도 하였다.

⑯ 수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열차를 출발시키지 못하자 피고인 A은 10:03:01경(위 녹취록상 시간으로는 10:02:48경) 자신의 휴대폰(FR)으로 운전사령실 일반전화(FS)로 전화하여 10:03:50까지 피고인 C과 아래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하였다.(운전사령실의 일반전화 통화내용은 원래 녹음되지 않는 것이나 이 대화는 당시 피고인 C이 열차 기관사들을 상대로 올콜을 하기 위하여 무선전화기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 A로부터 걸려온 일반전화를 받고 통화함으로써 그 내용이 통신사령실 무선전화녹음장치에 녹음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송화자인 피고인 A의 음성은 녹음되지 않았다.)

『C : 아니, 중앙로 상선열차는 지금 1080 열차는 지금 급전 안 되어 있어요? 아, 차가 지금 아, 1080열차래요?

A : ...

C : 예, 그럼 차 지금 뭐야 보조계기가 제로래요?

A : ...

C : 예, 그러면 일단 판 내려 놓고 대기하고 있으세요. 판 내려놓고. 그리고...

A : ...

C : 아니, 그그 저 연기가 많이 찼어요? 아, 연기가 많이 찼으면 승객들 좀 승강장 위로 대피시키세요.

A : ...

C : 예. 대피시키라고 방송하시고 승객 승강장 위로 대피시키라고. 문 열어놓고 안내방송 잘 하고. 승강장 위로 대피시키세요.』

⑰ 피고인 A은 위 통화를 마친 후 피고인 C의 지시에 따라 열차 내 안내방송을 통하여 2회 정도 승객들에게 대피안내방송을 하고 기관사실 우측 벽면에 있는 우측 출입문 개폐 보조스위치(보조키를 삽입하여 on시켜야 작동이 가능함)의 열림 버튼(DOOS3)을 눌러 열차 우측 출입문을 개방한 후 객실로 통하는 기관사실 문을 통해 1호 객차로 들어가 승객들에게 대피하라고 수차례 소리친 후 자신도 대피하기 위하여 승객들과 함께 1호 객차 1번 출입문을 통하여 승강장으로 나와 지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까지 갔으나, 유독가스로 인하여 방향을 분간하기 어렵자 다시 기관실로 돌아왔다.

⑱ 피고인 A이 기관실로 돌아온 후 승객 6명이 기관사실 안으로 따라 들어왔으며, 이후 피고인 A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운전사령실 일반전화에 3차례(10:05:15부터 10:05:28까지 13초간, 10:05:57부터 10:06:26까지 29초간, 10:07:11부터 10:07:32까지 20초간) 통화를 시도하였고(어떤 내용의 통화를 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10:07:50경에는 안심기지사업소 승무팀 운영과(FT)로 전화하여 직원 FU에게 약 1분 4초간 중앙로역 화재 상황에 대하여 묻기도 하였으며, 10:10:07경에는 운전사령실로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월배기지 정비팀의 전화번호인 FV으로 잘못 눌러 4초만에 전화를 끊은 후, 다시 10:10:31경(위 녹취문상 시간으로는 10:09:58경) 운전사령실로 전화하여 10:10:59경까지 피고인 C과 아래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하였다.(이 역시 원래는 녹음되지 않는 것인 바, 이 대화는 당시 피고인 C이 불상의 역무원실을 호출하기 위하여 사령전화기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 A로부터 걸려온 일반전화를 받고 통화함으로써 그 내용이 통신사령실 사령전화녹음장치에 녹음된 것으로 보이고, 송화자인 피고인 A의 음성은 녹음되지 않았다.)

『C : 아, 빨리 자 차 그렇게 놓고, 차 판 내려놓고 다른 데로 도망 가... 올라가라고.

다, 껌껌하고. 그러니까 차를 인자, 판을 내리라고.

80열차는 판을 내리고 승강장으로 대피하라고.

승강장으로 대피하라.. 저저 대합실로 대피하라니까. 대합실로.

그걸 모르니까. 우리가 파악이 안되잖아 지금.

일단 판 내려야 되요. 판. 판 내려놓고, 판 내려놓고, 차 죽이고 가야 돼.

예. 안내방송하고, 그러고.

예, 중앙로? 중앙로?』

⑲ 피고인 A은 위 통화를 마친 후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뺀 후 기관실 우측문을 손잡이로 열고 앞서 기관실로 들어온 승객 6명과 함께 지상으로 대피하였다.

⑳ 09:53경 1079호 열차 1호 객차 후미 부분에서 최초로 발생한 불길은 약 3분 45초 후 맞은 편에 정위치 정차한 1080호 열차에까지 옮겨 붙어 결국 1079호 열차, 1080호 열차 전체가 전소되었고, 중앙로역 전체가 유독가스에 휩싸이게 되면서 사망자 192명, 부상자 140명이 발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였는데, 위 사상자 중 대부분은 1080호 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2. 판단

가. 피고인 A

(1) 변소의 요지

(가) 위 피고인이 중앙로역에 근접하여 승강장 화재상황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열차를 비상정지시키거나 무정차 통과할 수 없었던 상황이므로 이 점에 관하여 위 피고인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다.

(나) 이 사건 화재 당시 운전사령인 피고인 B으로부터 진입시 조심하여 들어가라는 지시를 받은 이상 중앙로 역 구내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던 피고인 A로서는 운전사령의 지시에 따라 진입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위 피고인이 중앙로역 승강장 안으로 열차를 운행하여 들어갔다 하여 이를 위 피고인의 과실이라고 할 수 없다.

(다) 위 피고인은 열차가 중앙로역에 정차한 후 곧바로 출발을 위한 조치를 취하였으며, 시간을 지체한 바 없다.

(라) 위 피고인이 대피안내방송을 하고 출입문을 개방하는 조치를 취하였을 때인 10:03경에는 이미 이 사건 화재의 최초 발화지점인 1079호 열차 1호 객차와 인접한 1080호 뒷부분의 일부 객차의 출입문의 경우 1080호 열차의 객차와 객차 사이로 연결되어 설치되어 출입문 개방의 신호를 전달하는 축전지 배선과 출입문 개방에 필요한 공기압력을 전달하는 공기호스가 이미 손상됨으로써 위 피고인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개방되지 않았으므로, 위 피고인의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낸 과실과 이 사건 피해의 확대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2) 판단

(가) 우선, 위 피고인이 중앙로역 진입 전에 1080호 열차를 비상정차시키거나 중앙로역을 무정차통과할 수 없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 피고인이 피고인 B으로부터 화재의 발생위치나 규모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통보를 받지는 않았지만, 중앙로역에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및 주의운전을 전달, 지시받은 이상, 역내 화재를 통보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이므로 피고인 A로서는 전방을 주시하면서 비상상황에 대비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당시 대구역과 중앙로역간 열차운행에 소요되는 시간이 1분 15초에 이르고, 그 거리가 730미터이며 특히 중앙로역 승강장으로부터 후방 450미터 구간은 직선구간인 점, 당시 1080호 열차는 상향 전조등을 켠 채로 운행하고 있었는데 이 경우 전방주시거리가 약 200미터에 이르는 점, 그 무렵에는 이미 화재발생 후 3분 가량 지난 시점으로 당시 중앙로역 상황은 상, 하행선을 포함한 승강장 전체가 유독가스로 가득 차 있었던 점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위 피고인으로서는 중앙로역 전방 약 200미터 지점을 지날 무렵에는 구체적인 화재발화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앙로역 승강장에 심각한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 시점에서 위 피고인으로서는 시간상으로나 거리상으로 중앙로역 진입 이전에 비상정차를 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보인다.

또한 설사 위 피고인이 전방주시의무 소홀로 화재상황을 뒤늦게 인식하여(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중앙로역 전방 50미터 지점에 이르렀을 때에는 승강장에 엄청난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알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비상정차가 여의치 않았다면, 열차가 승강장에 정차하기 전까지는 스킵스탑 버튼을 조작하여 중앙로역을 무정차통과할 수 있었음에도 위 피고인은 열차에 이러한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 따라서 위 피고인의 이 부분 변소는 이유없다.

(나) 다음으로, 위 피고인은 운전사령의 진입지시에 따라 열차를 승강장에 진입시킨 것이고, 운전사령으로부터 비상정차를 지시받은 바 없으므로 비상정차를 하지 않은데 대하여 잘못이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기관사는 열차 운행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권자로서 긴급한 상황에서는 별도의 운전사령의 지시 없이도 비상정차, 무정차 통과 등 운행에 관한 권한을 가짐은 당연하다 할 것이므로(수사기록 3권 986면에 편철된 안전교육일지에 의하면 위 피고인은 소속된 안심차량기지사업소 승무팀 지도원으로부터 이러한 내용의 교육을 받은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 이 부분 위 피고인의 변소 역시 이유없다.

(다) 다음으로, 위 피고인이 중앙로역에 정차한 후 즉시 열차를 출발하려 하였지 시간을 지체한 바는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1080호 열차가 중앙로역에 진입한 시간은 09:56:45경으로서 전기공급이 중단된 시점까지는 불과 22초에 불과한 점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여기에다가 위 피고인이 중앙로역 진입 후에 열차의 출입문을 닫고, 운행방식을 수동모드로 변경하고 역행 레버를 당기는 등 재출발을 위한 조치를 하는데 다소간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 피고인이 열차 출발을 지체하였다고는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이 점에 대한 위 피고인의 과실은 인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나, 이를 제외하고도 앞에서 인정한 나머지 과실만으로도 위 피고인의 이 사건 범죄는 그 성립에 영향이 없다.

(라) 마지막으로, 위 피고인의 출입문 개방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부 객차의 출입문이 개방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먼저 정전 등 비상시의 전동차 출입문 개폐원리에 관하여 보건대, 감정인 AJ 등 작성의 감정서와 위 AJ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정전 등 비상시에는 전동차 양쪽 끝단 TC 객차 하부에 설치된 직류 100볼트의 축전지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 압축공기에 의해 출입문을 개폐하는 사실, 위 축전지는 126핀 제어용 저압전선과 6핀 저압전선으로 배선되어 객차와 객차 사이에는 객차 하부의 126핀 저압단자함과 6핀 저압단자함을 통해 객차 상호간 연결되고 객차 내부에서는 저압단자함으로부터 수직 상승하여 열차 천정으로 지나가게 되어 있는 사실, 압축공기는 M1객차 즉 4번째 객차 하부에 설치된 주공기 압축기로부터 주공기파이프를 통하여 각 객차의 제어공기통으로 공급되어지며 객차와 객차 사이를 지날 때는 하부의 파이프를 통하여 전달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을 살피건대, 당시 1080호 열차의 5호 객차에 탑승하였던 AG는 이 법정에서 객차 안에서 출입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중 아무런 조치가 없자 1번 출입문의 비상개폐 콕크를 조작하여 수동으로 출입문을 열고 대피하여 중앙로역 밖에 대기하고 있던 응급차에 탑승하였는데 이미 1080호 기관사를 따라 나온 승객들이 먼저 와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이에 의하면 위 AG가 수동문을 조작하여 대피한 시점은 위 피고인이 대피한 시각인 10:11경보다는 나중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화재로 인한 1080호 열차의 객차 내 사망자 수에 관한 자료(수사기록 6권 2863면)를 보면 6호 객차 63명, 5호 객차 55명, 4호 객차 13명, 3호 객차 2명, 2호 객차 8명, 1호 객차 1명으로서 사망자 대다수가 5호차와 6호차에 집중되어 있는 점, 승객들의 진술에 의하면 수동문을 조작하거나 객차 유리문을 깨부수고 탈출한 승객들을 제외하고는 기관사가 출입문을 개방하여 주어 대피하였다는 5, 6호 객차 승객은 거의 없는 점, 이 사건 화재 당시 119 신고 내용 녹취문(수사기록 8권 3678면)의 기재에 의하면 당시 10:29경까지도 몇몇 승객들이 열차 안에서 휴대폰 통화로 119에 전화하여 출입문을 열어달라고 호소한 점, 위 감정서의 기재와 위 감정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두 개의 축전지가 병렬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연결부위의 배선이 끊어지는 경우 기관사가 전기 신호를 보내는 쪽의 객차부분만 작동되고 다른 쪽의 객차부분은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이 사건 화재가 1080호 열차 5, 6호 객차와 인접한 1079호 열차 1호 객차 후미에서 발화된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위 피고인의 변호인이 이 사건 화재로 불에 탄 1080호 열차의 상태에 관하여 공판과정에서 제출한 사진에 의하면 4호와 5호 객차를 연결하는 축전지 배선 및 공기호스와 5호와 6호 객차를 연결하는 공기호스가 다른 객차의 연결부위에 비하여 심하게 소훼되어 있는 점 등 제반정황을 종합하여 보면, 위 피고인이 10:03경 출입문을 개방할 당시에는 이미 4호 객차와 5호 객차를 연결하는 부위의 축전지 배선의 손상으로 출입문 개폐를 담당하는 전선이 단선되거나, 공기호스가 손상되어 그 지점 이후의 5호 객차와 6호 객차는 위 피고인의 출입문개방조치에도 불구하고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 피고인이 10:11경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낸 것과 이로 인해 출입문이 닫혀 객차 안에 있는 승객들로 하여금 대피를 곤란하게 했다는 부분의 공소사실은 최소한 5, 6호 객차 내 승객들에 관하여는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나, 1호 내지 4호 객차에 있던 승객들의 경우(특히, 사망한 채로 발견된 4호 객차 13명, 3호 객차 2명, 2호 객차 8명, 1호 객차 1명의 승객들은 10:03경 출입문이 개방될 당시 미처 탈출하지 못하였거나, 5, 6호 객차에서 출입구를 찾아 옆칸으로 이동하여 온 승객들로 보인다) 위 피고인이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냄으로써 당시까지 열려 있던 1호 내지 4호 객차의 출입문이 폐쇄되어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거나 부상을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 그렇다면 이 부분에 관하여는 위 피고인이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낸 과실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할 것이다.

결국 위 피고인이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낸 과실과 이로 인해 출입문이 닫혀 5, 6호객차 승객들로 하여금 대피를 곤란하게 했다는 점은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앞에서 인정한 위 피고인의 나머지 과실만으로도 위 피고인의 이 사건 범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나. 피고인 H

(1) 변소의 요지

(가) 위 피고인은 처음 화재를 발견하였을 당시 화재진압 및 승객대피가 우선이라고 판단하여 진화작업 및 승객대피지시 등의 조치를 하는 데 전력을 다하였고, 이러한 조치를 마칠 무렵에는 이미 1079호 열차 기관사실에까지 불길이 번져 운전사령실에 보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던 만큼 위 피고인에게는 과실이 없다.

(나) 운전사령실에서는 09:55경 피고인 I으로부터 화재사실을 보고받고도 1080호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아 가사 피고인 H이 화재진압에 실패한 후 이를 운전사령실에 보고하였더라도 운전사령실에서 1080호 열차의 진입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위 피고인의 보고 미이행과 이 사건 피해 확대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2) 판단

(가) 우선, 위 피고인이 화재진압 등의 조치를 마치고 기관사실로 돌아올 무렵에는 이미 기관사실에까지 불길이 미쳐 운전사령실에 보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이 사건 화재 당시 1079호 열차 3호칸에 탑승하였던 AF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당시 하차하던 중 화재를 목격하고 승객 1명과 함께 기관사실에서 10여미터 떨어져 있는 소화전에서 소방호스를 꺼내어 진화작업을 하던 중 기관사실 근처에 서있는 위 피고인을 보았으며, 진화작업을 포기하고 대피할 당시는 이 사건 화재 발생 시점부터 2분 가량 경과한 시점으로써 그 때까지는 기관사실에 불길이 번지지 않았고, 승강장 상황 역시 머리 위로만 연기가 차 있고 바닥에는 연기가 차 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1079호 열차 1호 객차에 탑승하였던 AR 역시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대피 당시에 기관사실에 있는 위 피고인을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열차 무선통화기록 및 무선통화녹취문의 기재에 의하면 09:56경 누군가가 기관사실에 있는 무선전화를 이용하여 통화를 시도하기도 한 점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제반정황을 종합하여 보면, 위 피고인이 화재진압 등의 조치를 한 후 기관사실로 돌아올 무렵에는 아직 기관사실에 불길이 번지지 않은 상태여서 운전사령실에 보고가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에 관한 위 피고인의 변소는 이유없다.(위 피고인 스스로도 수사기관에서는 화재진압을 시도하고 승객들에게 대피지시를 한 후 기관사실로 돌아왔을 때 아직 기관사실에는 불길이 번지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나) 다음으로 위 피고인의 보고의무 불이행과 이 사건 피해의 확대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위 피고인이 화재진압에 실패하고 기관실로 돌아왔을 때에는 아직 1080호가 중앙로역에 진입하기 전이었으므로 화재를 직접 목격한 위 피고인이 즉시 이 사건 화재의 위치나 규모 등에 대하여 운전사령실에 구체적으로 보고하였다면, 운전사령실에서는 충분히 후속열차 및 교행열차의 진입을 정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었으리라고 보여지는 만큼, 이 점에 관한 위 피고인의 변소 역시 이유없다.

다. 피고인 B, C, D

(1) 위 피고인들의 공통된 변소의 요지 및 이에 대한 판단

(가) 변소의 요지

운전사령인 위 피고인들은 피고인 I으로부터 단순히 중앙로역에 화재가 발생하여 연기가 꽉차 있다는 정도의 보고만 받았을 뿐 구체적인 화재발생위치나 규모 등에 관한 보고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이러한 미흡한 보고를 받은 위 피고인들로서는 1080호 열차의 진입을 막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나) 판단

그러므로 보건대, 위 피고인들이 피고인 I으로부터 구체적인 화재발생위치와 규모 등에 대해 보고받지 못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운전사령실에서 역무원으로부터 역사 내의 화재사실을 보고받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일 것으로서 이러한 경우 운전사령으로서는 일단 화재발생보고를 받은 중앙로역으로 진입하는 열차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정차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재차 중앙로역에 연락하여 구체적인 화재발생위치, 규모 등을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인데, 위 피고인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위 피고인들은 일관하여 피고인 I으로부터 화재사실을 보고받고 난 후 화재발생위치와 규모 등을 확인하기 위해 1079호 열차와 중앙로역 역무실에 통화를 시도하였다고 주장하나, 열차무선통화녹취문, 사령전화녹취문 및 열차무선통화기록상 이에 관한 자료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막연히 별다른 화재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 채, 피고인 B은 무전으로 전 열차 기관사들에게 '중앙로 역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으니 조심하여 운전하여 들어가라'는 취지의 통보만 함으로써 결국 1080호 열차의 진입을 막지 못하였고, 피고인 C, D 역시 피고인 B을 통하여 중앙로역 화재사실을 전해 듣고도, 중앙로역에 진입예정인 열차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진입금지를 지시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B의 위와 같은 지시를 듣고도 아무런 시정조치를 취하지도 않은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한 위 피고인들의 변소는 이유없다.

(2) 피고인 B, D의 변소의 요지 및 이에 대한 판단

(가) 변소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 피고인들은 피고인 C이 10:11경 피고인 A에게 마스터컨 트롤러키를 빼라고 지시하는 것을 시정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위 피고인들은 당시 피고인 C의 위와 같은 지시내용을 알지 못하였다.

(나) 판단

살피건대, 피고인 C이 피고인 A에게 위와 같은 지시를 한 때는 1079호 열차에 화재가 발생한 지 상당 시간이 경과하여 운전사령실에서도 중앙로역의 화재상황을 인지한 시점으로서, 앞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위 피고인들은 각자 자신의 제어탁에서 열차 기관사들과 각 역사 역무원들을 상대로 열차운행과 승객안내에 대한 조치를 지시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렇다면 위 피고인들은 피고인 C이 휴대전화를 통하여 하는 위와 같은 지시를 듣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할 것이고 달리 위 피고인들이 피고인 C의 위와 같은 지시내용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B, D의 과실은 인정되지 않는다 할 것이나, 이를 제외하고도 앞에서 인정한 나머지 과실만으로도 위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죄는 그 성립에 영향이 없다.

(3) 피고인 C의 변소의 요지 및 이에 대한 판단

(가) 변소의 요지

위 피고인은 10:10경 운전사령실 일반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그 상대방이 피고인 A인 것으로 생각하여 판 내리고 차 죽이고 도망가라는 지시를 한 바 있으나, 실제 그 대화 상대방은 피고인 A이 아니며, 가사 그 상대방이 피고인 A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동인이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고 도망한 이후이거나, 동인이 피고인 C의 위와 같은 지시를 듣지 못하고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 하에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낸 것이므로, 피고인 C의 위와 같은 지시와 피고인 A이 위 키를 빼냄으로써 발생한 이 사건 피해의 확대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나) 판단

우선, 10:10경 피고인 C과 통화한 상대방이 누구인지, 그 시점이 언제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위에서 인정한 그 통화내용이나 그 외에 피고인 A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수사기록 7권 3311면){특히, 피고인 A의 통화내역 분석결과(수사기록 11권 567면)에 의하면 동인의 통화내역 중 10:10:31경부터 10:10:59경까지 사이의 통화는 승강장인 중앙로 역사 지하 3층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등의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C이 피고인 A과, 동인이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고 지상으로 대피하기 전에 통화한 사실은 넉넉히 인정된다.

그러나 나아가, 피고인 A이 피고인 C의 지시를 받고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뺀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 A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고인 C로부터 대피하라는 취지의 지시만을 받았을 뿐 "차를 죽이라"는 지시를 받은 기억은 없으며, 평소 기관사실을 떠날 때의 습관대로 스스로 키를 뺀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바, 위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엿보이지 않고(만일, 피고인 A이 피고인 C의 지시를 받고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뺀 것이라면 이는 피고인 A로서는 오히려 유리한 정상일 수 있다. 또한 당시 다른 승객 5명과 함께 기관사실에 대피하고 있었던 AE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기관사실 내의 상황이 승객들의 소리로 상당히 시끄럽고 소란스러웠다는 것인바 이는 피고인 A의 위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라 할 것이다.),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 C의 위와 같은 지시와 피고인 A의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낸 행위 사이에는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나, 앞에서 인정한 피고인 C의 과실만으로도 위 피고인의 이 사건 범죄는 그 성립에 영향이 없다.

라. 피고인 I

(1) 변소의 요지

(가) 모니터 감시업무가 위 피고인의 고유업무가 아니고, 역사 화재의 경우 평소 화재경보의 오작동이 많기 때문에 화재수신반에서 화재경보가 발생할 경우 현장확인조치가 선행되어야 하는바, 위 피고인은 AB로 하여금 현장확인 및 초동진압을 지시한 후 지체없이 운전사령실에 보고하였고, 화재의 위험성에 대하여 충분히 알리는 등 역무원으로서의 보고의무를 다하였다.

(나) 화재발생 시 역무원으로서는 운전사령실에 대하여 보고함으로써 그 책무를 다하는 것이며, 이와 별도로 교행열차나 후속열차에까지 화재사실을 통보하여 줄 의무는 없다.

(다) 이 사건 화재 발생 당시 화재수신반이 작동하여 경보음 및 경보싸이렌이 울리고 있었으므로 승객 대피 안내방송을 실시하지 않았다 하여 이를 위 피고인의 과실이라 보기 어렵다.

(2) 판단

(가) 우선, 위 피고인이 감시모니터를 주시할 의무가 있는지, 이 사건 화재에 관하여 운전사령실에 지체없이, 또 그 상황과 위험성에 대하여 충분히 보고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중앙로역 업무분장표(수사기록 2권 969면)에 의하면 모니터감시업무는 수입금관리를 하는 AA의 업무인 사실은 인정이 되나,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 AA이 역무실에 있는 승차권 창고에서 수입금계산을 하느라 감시모니터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당무책임자인 위 피고인이 그를 대신해서 열차가 진입해 있을 때는 감시모니터를 주시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뿐만 아니라 역무실에 설치된 화재수신반을 통하여 승강장 화재인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빨리 승강장을 비추는 감시모니터를 확인하였다면 화재의 규모나 위치 등을 정확히 파악하여 신속한 보고를 할 수 있었는데도 AB로 하여금 현장확인을 지시한 채, AB가 돌아올 때까지 별다른 확인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최초 화재발생시부터 2분 가량 지난 09:55경에야 운전사령실에 화재사실을 보고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렇다면 위 피고인은 감시모니터 주시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또 이로 인하여 촌각을 다투는 당시 화재 상황에서 보고의무를 지체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위 피고인이 운전사령실에 당시의 화재상황 및 그 위험성에 대하여 충분히 보고하였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AB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동인은 당시 위 피고인에게 전동차 화재라는 사실을 보고하였다는 것인데, 위 피고인은 이를 듣고도 운전사령실에 단지 "중앙로역 화재입니다, 전혀 앞에 분간이 안 됩니다, 신고 좀 부탁 드립니다"라고만 보고하고 구체적인 화재의 발화지점에 대해서는 알리지 아니하여 결과적으로 운전사령들로 하여금 역 구내의 단순화재 정도로 오인하게 한 이상, 위 피고인이 그 보고의무를 다한 것이라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점에 관한 위 피고인의 위 각 변소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다음으로, 위 피고인에게 후속열차나 교행열차의 기관사에게 승강장 화재사실을 통보하여 줄 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중앙로역 역무실 내에는 중앙로역을 기준으로 전후역인 대구역과 반월당역 사이에 있는 열차의 운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인 열차운행상황표시판(LCP판넬)이 설치되어 있음은 위에서 인정한 바이고, 승강장 화재가 열차의 진입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예견할 수 있는 만큼 역무원으로서는 운전사령실에 대한 보고와는 별도로 열차운행상황표시판을 통하여 역에 진입하는 열차가 있는지 확인하고 해당 열차의 기관사에게 통보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이 부분 위 피고인의 변소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마지막으로, 위 피고인이 안내방송을 하지 않은데 대하여 과실이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위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당시 화재경보음과 싸이렌이 작동하고 있었던 것은 인정이 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승객들이 실제 화재인지 여부나 화재의 규모 등에 대해서 알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당시 중앙로역의 역무책임자인 위 피고인으로서는 안내방송을 통하여 승객들의 신속한 대피를 유도하여야 할 책무가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위 피고인은 화재경보음이 작동하는 경우에는 안내방송이 불가능한 것으로 잘못 판단하고 대피지시를 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위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는 당시 안내방송을 실시하였다고 주장하나, 수사기관에서는 화재경보음이 작동하는 경우에는 안내방송이 불가능하며, 실제 안내방송을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여 왔던 점, 당시 대피한 승객들 중 누구도 역무원의 안내 방송을 듣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피고인의 위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한 피해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 부분 위 피고인의 과실 역시 인정된다 할 것이다.

마. 피고인 E, F

(1) 위 피고인들의 공통된 변소의 요지와 이에 대한 판단

(가) 변소의 요지

1) 화재와 관련한 기계설비사령의 임무는 해당 역사에서 화재수신반이 제대로 작동하여 이미 발생한 화재에 대하여 알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배연장비를 적절하게 제어하는 것이 전부이며, 또한 기계설비사령실에는 감시모니터(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구조적으로 화재의 규모 등을 알 수 없어 열차의 운행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불가능한 이상 운전사령실에까지 화재사실을 보고할 의무는 없다.

2) 주사령의 주컴퓨터 상으로는 09:53경에 화재경보가 올라온 것으로 되어 있으나 보조사령의 주컴퓨터 상으로는 09:56경에 화재경보가 올라온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본다면 09:53경이라는 시간이 정확한 것이 아니고, 또한 현장에서의 화재감지 후 그 데이터가 위 피고인들이 근무하는 기계설비사령실에 전송되기까지는 최소 20초에서 최대 1분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화재 발생 후 1-2분 후인 09:54-09:55경에야 최초의 화재경보데이터가 기계설비사령실에 도달하여 주모니터에 화재경보표시가 나타났으며, 그 무렵에는 운전사령실에서 이미 중앙로역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화재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거나 알기 바로 직전이었던 시점이므로 기계설비사령실에서 운전사령실에 화재사실을 통보하지 못하였다 하여 그로 인하여 운전사령실에서 1080호 열차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3) 이 사건 화재 발생 당시 보조컴퓨터의 전원은 켜져 있었고, 그래픽판넬 구동프로그램 역시 종료되어 있지 않았다.

(나) 판단

1) 먼저, 이 사건 당시 기계설비사령실에서 운전사령실에 화재발생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보면, 당시 중앙로역 우측 승강장에 화재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주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나고 있었던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것과 같은 바, 승강장 화재의 경우 당연히 열차운행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사정이므로 마땅히 관련 부서인 운전사령실에 이를 보고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한 위 피고인들의 변소는 이유없다.

2) 다음으로, 화재경보데이터가 기계사령실에 도달한 때는 이미 운전사령실에서 화재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알기 직전이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 E의 변호인이 제출한 컴퓨터화면출력물의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당시 주사령과 보조사령의 주컴퓨터가 동일한 경보데이터를 3 내지 4분 간격으로 출력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에서 인정한 이 사건 화재의 전파속도나 그 규모에 비추어 보면, 화재발생 무렵인 09:53경에 곧바로 당시 승강장에 설치된 화재감지기가 작동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증인 EZ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화재경보데이터는 20초 전후면 기계설비사령실의 주컴퓨터에 전송된다는 것이며, 달리 당시 화재경보데이터의 전송이 지연될 만한 특별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화재경보데이터는 09:53경에 기계설비사령실의 주컴퓨터에 전송된 것이라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또한, 즉시 운전사령실에서 기계설비사령실로부터 화재발생위치가 중앙로역 승강장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더라면 중앙로역에 진입 예정인 1080호 열차에 대하여 비상정차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임은 넉넉히 추단할 수 있으므로 이 점에 관한 위 피고인들의 변소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다음으로, 이 사건 당시 기계설비사령실에 있는 2대의 보조컴퓨터의 전원상태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보조컴퓨터는 경보발생시 그래픽판넬에 경보등이 켜지도록 하고 경보음이 울리도록 하는 기능을 하는 것인데 위 피고인들은 모두 이 법정에서 이 사건 화재 당시 경보음이 울리는 것을 들은 기억이 없으며, 그래픽 판넬상의 중앙로 역 위치에 경보등이 켜지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보조컴퓨터의 시스템로그파일(수사기록 9권 4034면)에 의하면 10:25:52경(이는 주사령인 FQ의 보조컴퓨터의 시간 이고, 보조사령인 피고인 F의 보조컴퓨터의 시간은 10:27:52경으로 기록되어 있다) 보조 컴퓨터를 다시 켰던 점(물론 켜져 있던 보조컴퓨터를 다시 껐다 켤 때도 위와 같은 기록이 나타나고 실제 FQ은 당시 자신이 이를 껐다 켠 것이라고 진술하나 당시 켜져 있던 보조컴퓨터를 재시동시킬만한 별다른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보면 그 진술은 믿기 어렵다) 등에 비추어 보면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화재 당시 보조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있었거나 그래픽판넬구동프로그램이 종료되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에 관한 위 피고인들의 변소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피고인 E의 변소의 요지와 이에 대한 판단

(가) 변소의 요지

이 사건 화재 발생 당시 건강검진을 위하여 잠시 자리를 비운 주사령 FQ을 대신하여 위 피고인이 주사령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는 없으므로, 위 피고인에게 모니터감시의무를 소홀히 하여 화재발생사실을 운전사령실에 통보하지 못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나) 판단

이 법정에서의 증인 EZ, FQ의 각 진술 및 설비사령실업무일지(수사기록 5권 2585면 이하)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 E은 기계설비사령이 아니라 기계설비사령담당일 뿐으로서 기계설비사령들을 감독하지만 주로 행정적인 업무를 보면서 주간에만 근무하며 기계설비사령실의 업무는 2명의 기계설비사령이 담당하게 되어 있는데 위 피고인은 단지 주간에 근무하는 기계설비사령 중 1명이 휴가 등으로 부재시 점심시간에만 업무를 대행했을 뿐 정상근무시에는 기계설비사령 중 1명이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자리를 비울 때 다른 기계설비사령이 혼자 업무를 담당한 사실, 당시 주사령인 FQ이 건강검진을 위하여 잠시 자리를 비웠으나 다른 사령요원인 피고인 F이 사령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피고인 E이 위 FQ을 대신하여 주사령의 업무를 수행할 의무는 없다 할 것이므로, 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모니터 감시의무를 소홀히 하여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운전사령실에 통보하지 못한 점에 관하여는 위 피고인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다만, 위 피고인은 기계설비사령실의 책임자로서 근무에 임하면서 보조컴퓨터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기계설비사령들과 함께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 피고인이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이상 이 사건 범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양형의 이유

1. 피고인 G에 대하여

피고인 G은, 2001. 상반기경 뇌경변을 일으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증세가 호전될 가망이 없게 되자 삶을 비관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죽을 생각을 하고, 송현전 철역 부근에서 휘발유를 구입하여 자동차세척용 샴푸통에 넣은 뒤 이 사건 1079호 열차 1호 객차에 탑승하여, 위 열차가 중앙로역에 도착할 무렵 1회용 가스라이터를 꺼내불을 켜려고 망설이던 중 맞은 편 승객으로부터 왜 자꾸 불을 켜려고 하느냐는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불을 붙이기로 결심하여 가스라이터에 불을 켜 휘발유가 들어 있는 위 샴푸통 입구에 넣은 다음 이를 바닥에 던져 불이 붙은 휘발유가 퍼지면서 객차 내의자 등에 불이 옮겨 붙고 그 불길이 번지면서 위 열차 및 중앙로역 전체가 화염과 유독가스에 휩싸이게 하고, 위 열차의 불길이 곧 이어 들어온 1080호 열차에 옮겨 붙게 하여 위 열차 2대의 승객 및 중앙로역에 있던 승객, 역무원 등 192명을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 및 화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140명에게 유독가스흡입으로 인한 폐손상 및 화상 등의 상해를 입게 하고 또한 위 열차 2대 및 중앙로역 내부를 태워 185억 상당을 소훼하는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이와 같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불특정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죽으려고 사전에 휘발유를 구입하여 승객이 있는 전동차 내에서 휘발유에 불을 놓아 승객과 전동차는 물론이고 역 자체를 불태워버린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방화범죄로는 초유의 192명 사망, 140명 부상 및 185억 상당의 재산피해라는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키고 지하철 역 전체의 화재라는 공공의 위험을 발생시킨 점, 피해자 및 유족들의 분노와 울분은 물론이고 전국민을 전율케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나 정상이 극히 중하므로 위 피고인은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며 따라서 검사의 구형과 같이 사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하고, 따라서 사형을 선고함에 있어서는 범인의 연령,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 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 피고인에 대한 양형의 조건을 살피기로 한다.

위 피고인은 1946. 8.경 경북 예천에서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농사일을 하다가 1975. 11.경 현재의 처와 결혼하여 1남 1녀를 두고, 1977.경부터 안동, 영주, 대구 등에서 냄비 등 생필품과 고물을 교환판매하는 고물행상을 하여 돈을 벌어 1988.경 화물용달업을, 1992.경부터는 법인택시운전을, 1994.경부터는 개인택시 운전을 하였으며, 그 동안 자식들이 대학교와 전문대학교를 각각 졸업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면서 특별한 전과가 없이 살아왔다.

그런데, 위 피고인은 2001. 4.경 뇌졸중 및 실어증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우측 다리와 팔이 마비되고 말을 잘할 수 없게 되어 결국 2001. 11.경 후천성 뇌병변장애 2급 판정을 받게 되고, 그 뒤 2002. 여름경 자살하기 위해 다리 위에서 뛰어 내리려고 하다가 경찰관에게 제지당하고 나서 경찰관에게 당신들은 총을 가지고 있으니 제발 죽여 달라고 부탁하고, 2003. 1.경에는 보훈병원 응급실에 찾아가 의사에게 고통스러우니 줄여달라고 하는 등 파출소에서 2번, 병원에 가서 4번 등 계속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하다가 이 사건 범행을 하기 2주 전에는 자신을 치료하던 담당의사가 자신의 병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휘발유로 불을 질러 의사를 죽이고 자신도 같이 죽겠다며 부동액통 2개에 휘발유을 사가지고 왔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가족들에게 죽여달라는 말을 하고 또 달리는 지하철에 뛰어 들어 죽어야겠다고 하다가 이 사건 범행 전날에도 가족들에게 죽여달라고 하였으나 가족들이 만류하자 결국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

이 사건 범행 당시 위 피고인은 가스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일지 여부를 결심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던 중 맞은 편 승객이 자신을 나무라는 소리에 순간적으로 불을 붙이 기로 결심하고 가스라이터에 불을 켜 휘발유가 들어있는 통 입구에 가스라이터를 넣었고, 그 순간 불길이 올라와 위 피고인의 옷에 붙자 위 통을 바닥에 던지고 옷에 불이 붙은 채 객차 밖으로 나왔다.

법무부 치료감호소 감정의사 FW의 위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결과에 의하면 위 피고인은 우울증이 심하지 않고, 정신병적 우울증의 다른 증상들이 별로 발견되지 않아서 기분부전증(장기간 우울한 기분이 경미한 상태로 지속되는 증세)으로 판단되며,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우울증이 있더라도 심각한 정도의 우울증은 아니어서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있는 상태였다는 것이나, 한편으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위 피고인은 2001. 4.경 고혈압으로 쓰러져 뇌졸증 및 실어증으로 치료를 받은 후 뇌병변2급장애인(보행이 현저하게 제한되었거나 또는 일상생활동작이 현저하게 제한된 사람. 보행과 일상생활동작이 상당히 제한된 사람) 판정을 받았고, 그 이후 여러 차례 자살기도를 하였으며, 이 사건 범행 직전에는 치료받던 병원으로 담당의사를 찾아가 죽여달라고 소리치며 소란을 피워 정신과 치료를 권유받았던 점을 본다면 위 피고인이 심신미약의 상태는 아니라 하더라도 정상인과 같은 온전한 상태였다고는 쉽사리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한편 위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거동이 불편하고 발음이 부정확하여 의사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계속 '죽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독백처럼 하고 있는바 이는 위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 피고인의 나이, 성장과정, 성행, 가정환경, 경력에 비추어 볼 때 아직도 위 피고인에게는 교화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보이고, 그 밖에 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계획적으로 저지른 것이기는 하나 범행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를 망설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대부분의 사상자는 위 피고인이 범행을 한 1079호 열차가 아니라 다른 피고인들의 과실이 경합됨으로써 후에 진입한 1080호 열차에서 발생하게 된 것인 점, 위 피고인의 심리상태가 정상인처럼 온전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점을 고려해 본다면 위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사형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위 피고인에 대하여는 극형을 피하고 다만 위 피고인을 이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기 위해 위 피고인에 대한 형을 무기징역으로 정한다.

2. 피고인 A, H, B, C, D, I, E, F에 대하여

이 사건 화재가 대형참사로 이어지게 된 데에는 최초 방화행위에 의하여 비롯됨으로써 통상의 화재와는 달리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 데에 근본적 원인이 있으며, 그 외에 평소 재난발생시 대응체계 마련에 미흡했던 대구지하철공사에도 그 책임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건 화재로 인한 대부분의 사상자는 최초 방화가 있었던 중앙로역 구내의 1079호 열차보다는 그 후에 중앙로역으로 진입한 1080호 열차에서 발생하였는데, 최초 화재가 발생한 09:53경부터 1080호 열차가 중앙로역에 진입한 시각인 09:56:45경까지는 4분 가까운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 피고인들의 책임이 감경될 수는 없는 것인바, 아래에서는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재판부가 참작한 개별적 양형의 요소들을 보기로 한다.

가. 피고인 A

위 피고인은 1080호 열차의 기관사로 위 열차를 운전하여 대구역에서 중앙로역을 출발할 무렵 운전사령인 피고인 B으로부터 무전으로 중앙로역에 화재가 발생하였으니 조심하여 운전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중앙로역에 진입하기 전에 이미 앞쪽에서 검은 연기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하였음에도 막연히 별일 아닐 것이라고 판단하고 위 열차를 중앙로역 승강장에 정차시켰고, 화재가 발생하였으면 무엇보다도 먼저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것이 최우선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체하여 약 7분이나 지나서야 승객대피방송을 하고 출입문개방조치를 취하였고, 그 약 7분 뒤에는 마스터컨트롤러키를 빼내어 대피함으로써 열려 있던 문마저 닫히게 하여 이 사건 피해를 크게 확대시켰다.

이와 같이 위 피고인이 1080호 열차의 기관사로서 만연히 위 열차를 화재 현장으로 진입시키고, 또한 유독가스와 화염으로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도 신속히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하였으며, 종국에는 열차의 키를 빼내어 대피함으로써 승객들의 마지막 탈출구마저 막혀 버리도록 하는 중대한 잘못을 저지름으로써 위 열차에서 대부분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상 위 피고인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할 것이고 따라서 위 피고인에 대하여 법정최고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할 것이다.

나. 피고인 H

위 피고인은 1079호 열차의 기관사로서 자신이 운행하던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으므로 즉시 운전사령실이나 역무실에 보고하여 다른 피고인들이 적시에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함에도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아니하였고, 응급 화재진압에 실패하였다면 그 뒤에라도 열차의 기관사라면 의당 다른 열차가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운전사령실이나 역무실에 상황을 보고하여 피해를 최소화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역시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아니한 채 대피하여 결과적으로 마주 오던 1080호 열차의 진입을 막지 못한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이상 위 피고인에 대해서도 중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위 피고인이 화재 직후 진화작업에 노력한 점, 1079호 열차에 탑승한 승객들 중에는 사상자가 거의 없었던 점을 고려하여 위 피고인을 금고 4년에 처하기로 한다.

다. 피고인 B, C, D

위 피고인들은 운전사령으로서 피고인 I으로부터 중앙로역내 화재사실을 보고받았으므로 일단 중앙로역 근처를 운행하는 열차의 운행을 중단시키고, 화재의 규모를 알 아보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막연히 별일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차 기관사들에게 주의운전지시만을 함으로써 1080호 열차가 중앙로역에 진입하게 하였고 그 후 피고인 A로부터 단전사실을 연락받을 때까지도 구체적인 화재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1080호 열차가 단전으로 운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신속히 승객대피조치를 취하지 못함으로써 이 사건 피해를 확대시킨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위 피고인들이 피고인 H이나 피고인 I으로부터 당시 화재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지 못함으로써 현장상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점 등을 참작하고, 이 사건 당시 위 피고인들의 각자 역할을 고려하여 피고인 B을 금고 4년에, 피고인 C, D를 각 금고 3년에 처하기로 한다.

라. 피고인 I

위 피고인은 중앙로역 역무책임자로서 이 사건 화재경보가 울렸을 당시 감시모니터를 주시했다면 화재상황을 즉시 알 수 있었을 것임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2분이나 지체한 채 운전사령실에 중앙로역 화재라고만 보고하였고 그것도 구체적인 화재발화위치나 규모에 대하여는 보고하지 아니함으로써 운전사령으로 하여금 단순한 화재로 오판하게 하였으며, 승강장 내 안내방송을 하여 승객들을 신속하게 대피시켜야 함에도 안내방송을 하지 아니하고, 당시 진입 예정인 1080호 기관사에게 화재상황에 대하여 통보하지 아니하였으며, 1080호 열차가 중앙로역에 진입하여 계속 정차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면 안내방송 등을 통하여 승객들을 빨리 대피하도록 유도하여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한편으로 위 피고인이 이 사건 화재에 대하여 최초로 운전사령실에 보고를 한 점을 참작하여 위 피고인을 금고 2년 6월에 처하되,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하기로 한다.

마. 피고인 E, F

위 피고인들은 기계설비사령실 책임자 및 기계설비사령으로서 지하철역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그 경보를 즉시 접수하게 되는 부서에 있으므로 항상 주컴퓨터, 보조 컴퓨터, 통신제어장치, 그래픽판넬, 기록 장치 등에 대하여 점검을 하여 그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화재경보음을 발생시키는 보조컴퓨터가 꺼져 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함으로써 화재가 발생하였음에도 경보음이 울리지 못하도록 방치하고, 특히 피고인 F은 화재경보표시가 올라오는 주컴퓨터 모니터를 주시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화재가 발생한 사실 및 화재발생위치에 대하여 신속하게 운전사령에게 연락하지 못함으로써 적시에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하여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를 확대시킨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한편으로 위 피고인들이 기계설비사령실의 장비만으로는 구체적인 화재의 규모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던 점, 당시 배연설비가동 등 본래의 업무는 제대로 수행하였던 점, 피고인 E은 기계설비사령실의 책임자이기는 하나, 주로 행정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실무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 F을 금고 2년에, 피고인 E을 금고 1년 6월에 각 처하되, 각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내주

판사 송경호

판사 정성욱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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