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도14361 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다. 사문서위조
라. 위조사문서행사
피고인
1.가.나.다. 라. A
2. 가.나. B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방지영(피고인 A을 위한 국선)
법무법인 카이로스(피고인 B를 위하여)
담당변호사 장석철, 조용익, 이재원, 손인준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2018. 8. 22. 선고 2018노159 판결
판결선고
2019. 2. 14.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A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A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공소장에 적용법조를 기재하는 이유는 공소사실의 법률적 평가를 명확히 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적용법조의 기재에 오기나 누락이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이로 인하여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는 한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고, 법원으로서도 공소장변경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공소장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법조를 적용할 수 있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도4085 판결 참조).
(2) 이 사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이라고만 한다) 위반(사기)의 각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공소장 기재와 같은 기망행위로 피해자 D 주식회사(이하 모든 주식회사 명칭에서 주식회사를 생략한다)로부터 각 금원을 교부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D으로부터 G의 예금계좌로 84억 5,000만 원, E의 예금계좌로 65억 원을 송금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의 취지는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D을 기망하여 제3자인 G와 E의 예금계좌로 금원을 송금하도록 하여 위 각 회사들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각 사기 범행으로 인한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인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는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347조 제2항, 제1항이다.
(3) 결국 공소장에 기재된 적용법조 중 형법 제347조 제1항은 형법 제347조 제2항, 제1항의 오기이고, 위와 같은 적용법조의 오기를 바로 잡았다고 하여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이 적용법조를 바로잡은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채증법칙위반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문서위조, 사기 및 업무상 배임에 관한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 죄수판단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상상적 경합은 1개의 행위가 실질적으로 수개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를 말하고 법조경합은 1개의 행위가 외관상 수개의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 1죄만을 구성하는 경우를 말하며, 실질적으로 1죄인가 또는 수죄인가는 구성요건적 평가와 보호법익의 측면에서 고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7. 7. 선고 2000도1899 판결, 2001. 3. 27. 선고 2000도531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과 같이 업무상 배임 행위에 사기행위가 수반된 때의 죄수 관계에 관하여,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로서 임무 위배를 그 구성요소로 하지 않고 사기죄의 관념에 임무 위배 행위가 당연히 포함된다고 할 수도 없다. 반면 업무상 배임죄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로서 기망적 요소를 구성요건의 일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양 죄는 그 구성요건을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이고 형법상으로도 각각 별개의 장에 규정되어 있어, 1개의 행위에 관하여 사기죄와 업무상 배임죄의 각 구성요건이 모두 구비된 때에는 양 죄를 법조경합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상상적 경합 관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02. 7. 18. 선고 2002도66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인의 이 사건 각 사기죄와 업무상배임죄를 상상적 경합 관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죄수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B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태국 F 지역 내 소각발전설비 설치공사 관련 특정경제범죄법위반(사기) 및 특정경제범죄 법위반(배임)의 점
(가) 피고인과 A은 2011. 3. 30.경 피고인 운영의 G가 발주하는 태국 F 소각발전 설비 설치공사(이하 'F 공사'라고 한다)를 D이 일괄수주 방식으로 수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2011. 7. 1.경 D의 공사중단결정에 따라 공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나) A은 2010. 5.경 K L공장 소각발전설비 공사(이하 'L공사'라고 한다)를 J로부터 수급받아 이미 하도급 업체에 자재대금 약 422억 원을 선급금으로 지급하였으나, 그 이후인 2011. 9. 30.경 더 이상의 공사진행이 불가능해져 D에 손해가 발생하게 되었다.
(다) A은 이를 만회하기 위하여 2011. 10. 25.경 'D에서 더 이상 F 공사를 진행하지 않되, L공사에 투입된 약 422억 원 상당의 자재만을 F 공사의 발주처인 G에 전용하여 판매한다'는 취지로 보고하여 D의 결재를 받았다. 이에 따라 피고인과 A은 2011. 11.경 G가 D으로부터 대금 508억 원에 위 L공사 자재를 F 공사로 전용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피고인과 A은, 마치 D이 F 공사를 G로부터 일괄수주받아 G의 대출금으로 시공을 진행하고 향후 F 공사가 무산될 경우에는 대출금 전액의 반환 채무를 부담하는 것처럼 D 명의의 관련 계약서 등을 임의로 작성하여 대출금 전액을 D이 지급받은 후, 그 중 일부 금액을 G의 시공에 필요한 공사비가 과입금된 것처럼 가장하여 D으로부터 편취하기로 공모하였다.
(마) 이에 따라 피고인과 A은 2012. 5.경 D이 F 공사를 일괄수주 방식으로 진행하는 내용의 F 공사도급변경계약서를, G 명의 대출과 관련하여 '2012. 5, 15.까지 G가 D에 대출금 200억 원을 공사비로 지급한다. 만약 2013. 4. 10.까지 위 공사와 관련하여 태국지방배전공사와 전력구매계약이 체결되지 않거나, 2013. 4. 10.까지 PF약정이 체결되지 않거나 그에 따른 대출이 실행되지 않는 경우에는 2013. 5. 3.까지 D이 G에 225억 원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D과 G 간의 추가합의서」를 각 임의로 작성하였다.
(바) A은 위 공사도급변경계약서, 추가합의서 등을 제출하여 2012. 5. 14.경 AE은행으로부터 선이자를 공제한 대출금 200억 원이 D의 예금계좌로 전액 송금되게 하였다(이하 F 공사 대출과 아래 H 공사 대출을 통틀어 '이 사건 대출'이라고 한다). (사) 피고인은 2012. 5. 18.경 'D에 입금된 200억 원 중 84억 5,000만 원은 G의 공사집행분이므로 이를 G의 예금계좌로 입금해 달라'는 취지의 G 명의 반환요구 공문을 D에 발송하고, A은 '200억 원 중 115억 5,000만원만 D이 수령하여야 할 전용 자재 대금의 일부이고 나머지 84억 5,000만원은 G의 공사집행분이므로 이를 G에게 반환해달라'는 취지로 기망하여 이에 속은 D 담당직원으로 하여금 2012. 5. 22.경 G의 예금계좌로 84억 5,000만 원을 송금하도록 하였다.
(아) 이로써 피고인은 A과 공모하여 D을 기망하여 G로 하여금 D으로부터 84억 5,000만 원을 교부받게 함과 동시에 A의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G로 하여금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D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피고인과 A은 태국 H 소각발전설비 설치공사(이하 'H 공사'라고 하고, 위 'F 공사'와 함께 언급할 때는 '태국 공사'라고만 한다)에 관하여 2012. 7.경 F 공사와 같은 방법으로 D을 기망하여 피고인 운영의 I(이하 피고인이 운영하는 G 등과 통틀어 지칭할 때는 'AX'이라고만 한다)로 하여금 D으로부터 65억 원을 교부받게 함과 동시에 A의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I로 하여금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D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A이 임의로 일괄수주 방식의 F공사도급변경계약서 등을 작성함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한 채 여기에 협력하였고, 위 서류 등에 터잡아 사실상 D의 전액 상환 책임 아래 대출이 실행되도록 하였으며, A과 의논하여 D에 허위의 공문을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D에 입금된 대출금이 AX에서 지급한 자재대금 및 AX의 시공에 필요한 공사비가 과입금된 것처럼 D을 기망하여 대출금 중 일부가 AX에 반환되도록 하였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였다.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공모공동정범은 공동범행의 인식으로 범죄를 실행하는 것으로, 이러한 인식과 고의는 반드시 확정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미필적인 것으로도 족하나, 이러한 미필적 인식과 고의 역시 그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통하여 공소사실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어야만 한다(대법원 2012.8.30, 선고 2012도7377 판결, 대법원 2014.6.26. 선고 2014도75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공동범행을 인식한 채 고의로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사실과 양립하기 어려운 모순된 정황이 다수 존재하여 그 부분에 관한 합리적인 의심이 해소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에 관한 증명이 부족한 것으로 보아 무죄를 선고 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형사재판에서 위와 같은 주관적 요소에 관한 증명이 부족함에도 이를 미필적이라는 명목으로 증명책임을 완화하여 쉽사리 유죄로 인정하는 것은 경계하여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D에서 열병합발전설비 업무를 담당하던 A으로부터 태국공사의 시행사로서 인허가 업무 등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2010. 9. 28. G를 설립한 후 G를 도급인으로 하여 2011. 3. 30. D과 F 공사에 관한 일괄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와 같은 대규모 공사를 시행할 능력이나 자력, 경험이 전혀 없어 독자적으로 위 공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나) A은 피고인과 하도급 업체들에게 위 공사를 일괄 도급받은 D 대신 G가 하도급 업체들과 용역계약을 체결할 것을 지시하였고, PF 대출이 완료되면 D 명의로 계약을 변경해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A의 지시에 따라 태국의 인허가 업무 및 AX 명의로 하도급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다) D 경영본부장은 2011. 7. 1. 사전 심의절차 누락, 사업성부족,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태국공사 중단을 구두 지시하였다. 그러나 D은 피고인에게 이러한 공사중단결정이 내려진 사실을 고지한 사실이 없다. 또한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 내부에서는 이러한 결정에 반발하거나 위 결정은 잠정적인 것일 뿐 다시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믿고 공사 중단 지시 이후에도 태국공사와 관련된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였다.
(라) 한편 D이 추진하던 L공사가 2011. 9. 30.경 무산되어 D에 큰 손실이 발생하게 되자 D은 L공사 자재를 태국공사에 전용하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에 따라 G가 L공사 시행사인 N에 F 공사를 508억 원에 도급주고, D은 L공사 자재를 G에 납품하며 대금은 G가 D에 직불하는 것으로 하는 외형의 자재 전용계약이 체결되었다.
(마)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사실상 D의 최종 상환책임 아래 AX 명의로 이 사건 대출을 받아 대출금이 D에 지급되게 한 후 이 중 약 149억 5,000만 원을 D으로부터 AX 계좌로 반환받았다. 그리고 이 중 약 136억 원을 태국공사에 관한 하도급 대금, 토지구입비용, 자재 포장 · 이송 · 보관비용, 임차보증금, 사무실 유지비용, 금융이자, 주민공청회 개최비용, 자문수수료, 인건비 등으로 지출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D이 태국공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사실 및 A이 이 사건 대출을 받은 후 D을 기망하여 대출금 중 일부를 태국공사 비용으로 전용하고자 한 사실 등을 알지 못한 채 단지 D 내에서도 태국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믿고 A의 지시에 따라 태국공사 사업비로 사용할 의사로 대출금 중 일부를 돌려받는 것에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피고인이 A의 사기 및 업무상 배임에 관한 범행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상태에서 공동가공의 의사로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태국공사는 외관상으로는 피고인이 설립한 AX이 시행사로서 사업을 추진하고 D은 AX으로부터 공사를 일괄 도급받아 공사만을 진행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아래 사정에 의하면 태국공사는 처음부터 사업을 추진할 능력과 경험이 전혀 없는 AX을 형식적인 시행사로 내세워 실질적으로는 D이 이를 진행하였고, 피고인은 D 담당자인 A의 지시에 따라 종속적인 관계에서 태국공사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① 피고인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A으로부터 태국공사의 시행사로 참여할 것을 제안 받고 2010. 9. 28. G를 설립하면서 태국공사에 관여하게 되었다.
② 피고인은 태국공사 이전까지 건설공사나 발전소 운영과는 무관한 스테인리스 원자재 도소매 회사를 운영하던 사람으로서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할 능력이나 경험이 전혀 없었고, 발전소 건설을 위한 자금을 조달할 능력도 없었다. 따라서 태국공사는 애초부터 배경에 D이 있었기에 가능한 사업이었고, 피고인은 A의 지시에 따라
태국 관공서로부터 인허가를 받는 업무를 처리하거나 D 대신 AX 명의로 공사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등 D에 종속된 관계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③ 이와 달리 피고인이 태국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A과 상의 없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독자적으로 내리거나 A의 의사에 반하여 공사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정황은 찾아보기 어렵다.
④ 태국공사의 하도급 업체들 역시 태국공사는 D이 진행하는 것이므로 D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자 하였으나 A이 PF 대출 후 D으로 계약당사자를 변경하여 주겠다.고 약속하여 일시적으로 AX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나) 이 부분 공소사실 및 원심 판단은 피고인이 L공사 자재를 매수하여 직접 태국공사를 추진하기로 하였다는 취지인데, 이는 피고인이 D의 태국공사 중단결정 사실을 알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아래 사정에 의할 때 피고인은 D이 내부적으로 태국공사 중단결정을 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여전히 D이 정상적으로 태국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① D의 공사중단결정은 경영지원본부장의 구두 지시에 의한 것으로서 이에 반발하여 D 임원들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D 내부에서도 위 결정이 완전한 중 단결정인지 유보결정인지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여 상황이 좋아지면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A 역시 공사중단결정을 확정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고 일단 태국 공사를 AX 명의로 계속 진행하도록 하는 등 태국공사를 중단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이에 따라 D에서는 이와 같은 공사중단결정을 피고인에게 정식으로 고지한 사실이 없다. 위 공사중단결정 이후 약 10일이 지나 피고인에게 이러한 사실을 구두로 알렸다는 A의 주장은 그 시기와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이지 않고 일관성이 없으며, 태국공사가 계속 진행 중인 것을 전제로 한 피고인과 A의 이후 대화내용과도 모순되는 등 그 신빙성이 매우 떨어진다.
③ 피고인은 공사중단결정 이후에도 그 전과 동일하게 하도급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자금을 집행하는 등 태국공사 관련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였다. D에 종속되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능력과 방법이 없는 피고인이 D의 공사중단결정 사실을 알면서도 이에 대하여 어떠한 문제 제기나 다른 방식으로 손해를 보전할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아무런 동요와 변화 없이 그 전과 동일하게 태국공사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④ D의 태국공사 관련 직원들은 공사중단결정 이후에도 D 사옥에서 지속적으로 태국공사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태국공사 진행에 관한 업무용 공문과 이메일을 발송하였으며, D을 시공사로 하는 태국공사 주민공청회에 참석하는 등 태국공사 관련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였다. 따라서 D 내부에서도 지켜지지 않았던 공사중단결정을 피고인이 알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6) 다수의 하도급 업체들 역시 D이 정상적으로 태국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만 알았을 뿐 D 내부에서 공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2014. 1.경까지 알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⑥ D이 더 이상 태국 공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을 피고인이 알았다면, 피고인이 D에 대출금 일부를 반환 요청하는 과정에서 반환받아야 하는 금원이 태국공사와 관련된 것임을 명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 원심은 L공사에 관한 자재전용계약으로 D은 G에 자재만을 공급하고 대신 G가 L공사 자재를 매수하여 태국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계약의 내용이 변경되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자재 전용계약으로 태국공사의 주체나 성격이 변경되었거나 D과 G 사이에서 실제 자재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① D이 실질적으로 진행하던 공사를 G가 넘겨받아 공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D의 공사중단결정 사실을 피고인이 알았을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자재전용계약 당시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D과 같은 대기업조차 인력부족, 사업성부족 등을 이유로 포기한 공사를 G와 같이 아무런 자력과 경험도 없는 업체가 다른 공사현장의 자재를 거액에 매수하여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③ 자재전용계약 이후에도 피고인은 여전히 그 이전과 동일하게 A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일 뿐, 이후 피고인이 D을 대신하여 공사를 수급할 공사업체를 물색하거나 독자적으로 공사를 추진하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과 같이 피고인의 역할이나 지위, 업무 수행 내용이 달라진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다.
④ 피고인이 자재 전용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은 자신이 L공사 자재를 매수하여 공사를 직접 진행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L공사로 인한 손실로 D의 태국공사 진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피고인의 아이디어와 무관하게 D 내부에서도 L공사의 무산으로 인한 손해를 줄이기 위하여 긴급 대책회의가 열리는 등 자재전용계약은 피고인보다는 D에게 더욱 절실하고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였다.
⑤ 자재전용계약에는 G가 F 공사를 N에 도급 주는 것과 같이 계약의 실질과 전혀 무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L공사에 관한 복잡한 권리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와 같은 외형만을 갖춘 것이었다. 따라서 D이 자재를 G에 직접 납품하고 G는 자재대금을 D에게 직불하기로 한 부분 역시 G가 N에 F 공사를 도급 주는 부분과 마찬가지로 계약의 실질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⑥ G가 D으로부터 508억 원 상당의 자재를 매수하고 그 대금을 지급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어떠한 계약서도 작성되었던 사실이 없고, 이와 같은 규모의 계약을 A 주장과 같이 구두로만 체결하였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한 순수한 자재 대금이 F 총 공사금액에 육박한다는 것도 상식에 반하며, 실제 그와 같은 가치의 자재가 존재하는지에 관하여 어떠한 실사나 감정도 이루어진 사실이 없다. 심지어 A은 피고인에게 전용할 자재목록조차 제공한 사실이 없다. 자재대금 508억 원은 L공사를 위해 발행된 어음금을 기준으로 A이 임의로 정한 금액일 뿐이고, G가 그와 같은 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전혀 없음은 D이나 피고인 모두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지급할 것인지에 관해서 어떠한 사전 논의도 이루어진 사실이 없다.
⑦ 따라서 자재전용계약은 L공사의 무산으로 이미 제작된 자재의 손실이 예상되자 범용성이 있는 자재들을 태국공사에 전용하여 D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 즉 L공사의 손실을 태국공사를 통하여 보전하고자 하는 A 또는 D의 이해관계에 따라 체결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달리 자재 전용계약을 통하여 태국공사의 실질적인 사업주체가 AX으로 변경되었다거나 AX이 실제 L공사 자재를 D으로부터 매수하여 D에 대하여 자재의 매수대금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다만 A은 실적을 올리기 위하여 무리하게 발전소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전 공사의 손실분을 다음 공사에 관한 대출금으로 보전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과정에서 L공사 손실에 관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A의 허위보고와 서류위조로 인하여 D은 자신이 이 사건 대출금의 최종 상환책임을 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AX이 L공사 자재를 매수하여 태국공사를 진행하고 위 대출금으로 D에게 자재매수대금을 지급하여 L공사의 손실이 보전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면 D의 공사중단결정 사실을 알지 못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자재 전용계약을 단지 D이 태국 공사를 차질 없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의 하나로 생각하였을 뿐 자신이 실제로 자재를 매수하여 태국공사를 진행한다는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 결국 이 사건 대출은 L공사의 어음금 문제를 해결하고 태국공사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용도로서 D이 최종 상환 책임을 부담하는 것임에도, A은 마치 AX이 상환책 임자로서 대출을 받아 L공사의 자재대금을 지급하되 그 중 일부가 착오로 과입금된 것처럼 D을 기망하여 대출금의 정확한 용도와 자신의 상환책임을 알지 못하는 D으로 하여금 그 일부 금액을 AX에게 반환하도록 한 것으로 의심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A은 피고인에게는 D의 공사중단결정 및 자신이 위와 같이 D을 기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D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의로 대출금의 일부를 태국공사 비용으로 돌려주는 것처럼 이야기 하여 이를 신뢰한 피고인으로 하여금 그 비용으로 태국공사를 계속 진행하게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바) 따라서 D과 종속적인 관계에서 D이 여전히 태국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던 피고인으로서는 A이 대출금 중 어음금 문제를 해결하고 남은 금액은 AX이 지급채무를 지는 태국공사 비용으로 사용하라고 지시할 때 이에 관하여 어떠한 의문을 품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인은 A의 지시에 따라 대출금의 반환을 요청한 후 D이 A의 허위보고에 기망된 사정을 알지 못한 채 진의로 공사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믿고 이를 돌려받은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이와 달리 A이D 명의의 관련 서류까지 위조하여 대출을 받고, 그 정확한 용도나 내역을 기망하여 D으로 하여금 일부 대출금을 돌려주도록 한 구체적인 정황까지 피고인이 알았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라.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하기에 의심스러운 정황에 관하여 추가로 심리하여, D의 공사중단결정 사실 및 A이 D을 기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단지 A의 지시에 따라 태국공사 사업비에 사용하기 위하여 대출금을 돌려받았다는 피고인 주장과 양립하기 어려운 사정들을 들어 위와 같은 합리적인 의심을 제거하였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추가적인 심리로 이러한 의심을 충분히 해소하지 아니한 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제1심의 판단과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모 공동정범에서의 공동범행에 관한 미필적 인식, 사기죄와 업무상 배임죄에서의 미필적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B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A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상환
박상옥
주심대법관안철상
대법관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