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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3.8.22.선고 2013노1218 판결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위반
사건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허수진(기소), 진철민(공판)

변호인

변호사 1

판결선고

2013. 8. 22.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서울 중구 D빌딩 701호에 있는 'E병원'를 운영하는 의사로서, 후천성면역결핍증에 대한 감염인의 진단 · 검안 진료 및 간호에 참여한 자는 재직 중에는 물론 퇴직 후에도 감염인에 대하여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2012. 1. 14.경 위 병원에 편도선염, 비중경만곡증 등의 진료를 의뢰하며 찾아온 F에 대하여 혈액검사를 실시한 결과 F에 대한 HIV(후천성 면역결핍증) 수치가 높다는 검사 결과가 나오게 되자, 2012. 1. 17.경 최초 F에 대한 진료의뢰서를 발부하였던 'G병원'를 운영하는 의사인 H에게 전화하여 "F가 E병원에서 수술 전 검사를 받았는데 HIV수치가 높게 나와서 부득이 수술을 연기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F는 수술을 다른 곳에서 받겠다며 돌아갔는데 최초에 진료의뢰서를 G병원에서 떼어 다시 찾아갈 수도 있으니 알고 있어라"고 알려주는 등 F의 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 사실을 H에게 누설하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원심은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위 공소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7조에 대한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의 위법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7조가 규정한 '감염인'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1차 선별검사결과에서 양성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2차 확인검사가 완료되어 최종적으로 감염 여부가 판정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 사건 피고인은, 2차 확인검사에서 양성판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1차 선별검사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의료인에게 이를 고지한 것인바,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은 위 규정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유추해석 내지 확장해석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한 것이다.

나. 위법정조각사유에 대한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설령,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된다 할지라도 이 사건의 제반사정 및 관련규정, 임상에서의 감염인에 대한 관리내용, 감염인에 대한 관리는 감염인에 대한 적절한 진료 및 비밀보호와 더불어 다른 환자와 의료진의 보호라는 목적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한다.

3. 당원의 판단

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F는 2003년 무렵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되었다는 진단을 받아 관련 법령에 따라 관할 보건소장에게 신고되어 관리를 받던 사람이다.

2) F는 2012. 1, 13. G병원 의사 H으로부터 '편도의 비대, 편위된 비중격'의 병을 진단받고 수술을 원하였으나, H은 편도 수술을 시행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자신의 대학 동기인 피고인이 운영하는 E병원를 F에게 알려주면서 위 병명을 기재한 진료의뢰서를 발급하여 주었는데, 그때까지 F는 자신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H에게 알려준 바 없다.

3) F는 2012. 1. 14. 피고인을 방문하여 편도 수술을 의뢰하였고, 피고인은 수술일을 2012. 1. 18.로 정한 뒤 수술 전 검사의 하나로 F에 대한 혈액검사를 간호사에게 지시하였는데, 그때까지 F는 자신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피고인에게 알려준 바 없다.

4) 피고인은 2012. 1. 16. 무렵 혈액검사 의뢰기관인 J센터로부터 F의 HIV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결과를 통보받은 뒤 같은 달 17. F에게 전화하여 위와 같은 검사 결과를 알려주면서 'HIV 수치가 높게 나왔으나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재검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일주일 이상 걸려 예정된 수술을 연기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이에 대하여 F는 예정된 수술의 시행을 요구하다가 이를 거부하는 피고인에게 화를 내며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할 것이라고 하면서 수술 의뢰 취소와 함께 진료기록 폐기를 요구하였으나, 그때까지도 자신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피고인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5) 피고인은 F가 다른 병원으로 가기 위해 새로운 진료의뢰서를 발급받고자 H의 병원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2012. 1. 17.경 H에게 전화하여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을 알려주었고, 한편, F은 같은 날 H을 찾아가 새로운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았다.

6) 피고인으로부터 2012. 1. 16. F의 혈액에 대한 혈청학검사 등을 의뢰받은 J센터는 같은 달 18. K연구원에 진단용 HIV 항원, 항체 검사를 의뢰하였고, 위 연구원은 같은 달 25. 무렵 위 센터에 "양성" 판정을 통보하였으며, 위 센터는 같은 달 30. 무렵 피고인에게 이러한 검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위양성(본래 음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잘 못되어 양성으로 나온 경우)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국립보건원의 확진검사법 (Western-blot법)의 결과로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의 안내를 하였다.

7) F는 2012. 2. 무렵 다른 병원에서 '비중격만곡증'에 대한 치료를 받은 뒤 같은 달 10. H을 다시 찾아가 '편도의 비대 병명만 기재된 새로운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 갔으나, 같은 날 H을 다시 찾아가 위 진료의뢰서에 기재된 "Please check serology before operation. Possible HIV Hx."라는 부분의 삭제를 요구하였고, H은 위 부분을 삭제한 새로운 진료의뢰서를 발급하여 주었는데, 그때까지도 F은 자신이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피고인이나 H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나. 위 인정 사실에 따르면, F이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7조 제2호가 규정한 감염인(같은 법 제2조 제1호 참조)에 해당함은 이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다. 그러므로 나아가 감염인 F을 진료한 피고인이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고의로 누설하였는지에 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과 함께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사실을 H에게 알려준 날은 2012. 1. 17.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J센터가 K연구원에 의뢰하여 받은 진단용 HIV 항원, 항체 검사 "양성" 판정 결과는 같은 달 30. 무렵 피고인에게 통보되었고, F 역시 당시까지 피고인이나 H에게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아니하였으므로, 당시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HIV 수치가 높다는 검사 결과'를 넘어 K연구원의 "양성" 판정 결과를 인식하였다거나 F의 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사실을 인식한 상태는 아니었던 점, ② 피고인이 H에게 알려준 사실 역시 F가 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인이라거나 HIV 항원, 항체 검사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HIV 수치가 높게 나왔다'는 내용으로 이러한 내용이 '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J센터에서 2012. 1. 30. 피고인에게 보낸 검사결과보고서에 의하면, 'HIV-Ab(ECLIA) 검사에서 양성반응으로 보여지지만 위양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국립보건원의 확진검사법(Western-blot법)의 결과로 확인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증 제2호 증), ④ H이 2012. 1. 17. F에게 새로 발급한 진료의뢰서에는 'Please check serology before operation. Possible HIV Hx.'라고 기재되었을 뿐 F가 감염인이라고 기재되어 있지는 않은 점(수사기록 제319쪽), ⑤ 피고인은 2013. 2. 13. F로부터 감염사실을 직접 듣고서야 F가 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인임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수사기록 제296-297쪽)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F이 후천성면역 결핍증 감염인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하여 피고인이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있었고, H에게 이러한 F의 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사실을 누설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어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전주혜

판사한성진

판사박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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