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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서울지법 1997. 9. 3. 선고 97가합12858 판결 : 항소기각
[손해배상(의)][하집1997-2, 106]
판시사항

에이즈 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정된 자에 대해 국립보건원 등이 실시한 정기검사 결과 중 일부가 음성으로 판정된 적이 있음에도 이를 본인에게 통보하지 않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도 없이 형식적인 검사만 반복한 경우, 국가의 위자료 지급의무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에이즈 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정된 자에 대해 실시된 정기적인 항체검사 결과 중 일부 결과가 음성으로 판정된 적이 있으나 국립보건원 등 관련 검사기관이 본인에게는 그 결과를 통보하지도 않고 그에 대한 후속조치 없이 형식적인 검사와 판정만을 반복한 경우, 그 후 위 사실을 알게 된 당사자로서는 최초의 양성 판정에 대한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자신이 최초 검사 당시 HIV에 실제로 감염되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잘못된 양성 판정 결과를 통보받고 자포자기한 상태로 살아옴으로써 사후 감염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계속적인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지나온 삶에 대한 회한에 사로잡히게 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추인된다는 이유로, 검사기관인 국가의 위자료지급의무를 인정한 사례.

원고

원고(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영화)

피고

대한민국

제2심판결

서울고법 1998. 3. 19. 선고 97나48104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5. 4. 21.부터 1997. 9. 3.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5분하여 그 4는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1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87. 4. 27.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8(을 제4호증의 5와 같다), 19(을 제4호증의 6과 같다), 20(을 제4호증의 8과 같다), 21(을 제4호증의 11과 같다), 22(을 제4호증의 12와 같다), 23(을 제4호증의 13과 같다), 24(을 제4호증의 14와 같다), 25(을 제4호증의 15와 같다), 갑 제2호증의 1, 2, 3, 갑 제4호증의 20, 21, 22, 52, 53, 54, 을 제4호증의 1, 2, 3, 4, 7, 9, 10, 16, 17, 18, 을 제9호증, 을 제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가. 피고는 1985년경 국내에서 후천성 면역결핍증후군(Acquired Im mune Deficiency Syndrome, 이하 AIDS라고만 한다)의 원인체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 deficiency Virus, 이하 HIV라고만 한다) 감염자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을 계기로 AIDS가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기에 이르자 HIV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특수업태부를 대상으로 하여 HIV 항체검사를 실시하기 시작하였는바, 피고 산하 전남광산군보건소는 피고의 위와 같은 AIDS 관리시책에 의거하여 1987. 3. 10. 당시 같은 군 용보리 미군기지촌에서 특수업태부로 종사하고 있던 원고(1962. 10. 11.생, 여성)의 혈액을 채취한 다음 국립보건원에 HIV 항체검사를 의뢰하였는데 같은 해 4. 27. 그 결과가 양성으로 판정됨에 따라 원고를 HIV 감염자로 분류하여 현재까지 원고에 대하여 정기적인 면역기능검사 및 항체검사, 보건교육, 전파방지를 위한 건강관리상담 등을 시행하고 있다.

나. 원고는 위 판정에 따라 자신이 HIV 감염자라는 사실을 비관하면서 그 후 1994. 12. 27.까지 사이에 광주시, 전남 보성군, 영광군, 나주시, 제주도 등지를 떠돌아 다니며 다방 종업원, 술집 접객부, 유흥업소 종업원 등으로 종사하면서 피고 산하 보건소, 보건환경연구원, 국립보건소 등에서 정기적인 면역기능검사 및 12회에 걸쳐 HIV 항체검사를 실시받았는데 아래에서 보는 3차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1987. 4. 27.자 HIV 항체검사 결과와 동일한 양성 판정이 나왔다.

(1) 피고 산하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은 1991. 3. 24. 광주동구보건소의 의뢰를 받고 원고의 혈액에 대한 HIV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같은 해 5. 23. 음성으로 판정되었다.

(2) 피고 산하 국립보건원은 같은 해 7. 15.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의 의뢰를 받고 원고의 혈액에 대한 HIV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같은 달 19. 양성 판정이 나왔는데도 담당직원이 검사결과통보서(을 제2호증의 4)에 그 결과를 이기하는 과정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소외인 외 5인에 뒤이어 연달아 원고를 음성으로 잘못 기재하여 위 전남보건환경연구원에 대하여 같은 달 29. 원고의 HIV 항체검사 결과가 음성인 것으로 통보하였다.

(3) 피고 산하 제주보건환경연구원은 1993. 11. 6. 제주시보건소의 의뢰를 받고 원고의 혈액에 대한 HIV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같은 달 9. 음성으로 판정되었다.

다. 위 전남보건환경연구원, 제주보건환경연구원, 국립보건원은 모두 HIV 항체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온 위 각 사례에 있어 검사를 의뢰한 기관에 대해서만 그 결과를 통보하여 주었을 뿐 환자인 원고에게는 이를 알려주지 아니하였는데 원고는 1995. 4. 21. 무렵 한국방송공사(KBS)에서 방영되는 '추적 60분'이라는 프로그램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원고가 이전에 일부 HIV 항체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라. 현재 원고는 HIV 감염자이다.

마. HIV에 대한 감염 여부는 피검사자로부터 채취한 혈액에서 HIV에 감염된 경우 그에 대응하여 인체의 면역기구가 만들어 낸 항체{항 HIV면역 글로블린G(Anti-HIV IgG)}의 존재 여부를 측정함으로써 판단하고 있는데 효소면역측정법{Enzyme-Linked Immuno sorbent Assay, 항체의 측정시 표지로서 효소(Enzyme)를 사용하는 방법으로서 효소표지 항원(또는 이차 항체)이 효소 활성도를 측정하기 전에 효소표지된 항원-항체의 복합체와 분리되는 원리에 따른다.}과 웨스턴블럿방식{Western blot, 단백질 복합체를 전하/질량의 비율을 일정하게 하여 시험에서 요구되는 특정 결정요인을 분자량 차이에 의해서만 분리되도록 하는 전기영동법과 단백질 등 고분자물질을 gel로부터 각종의 고정면(immobilizing matrix)으로 이동시키는 blotting 방식을 응용한다.}이 대표적인 HIV 항체검사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웨스턴블럿방식은 효소면역측정법보다 특이도가 높아 오류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종종 확인시험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위 검사방법에 따를 때 나타나는 밴드(band)의 분자량에 관하여는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다.

바. 한편 미국 식품의약품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이하 FDA라고만 한다)은 1987년 HIV 자체를 직접적으로 검출하는 것이 아니라 HIV 감염으로 인한 HIV 항체의 발생 여부를 간접적으로 검사하는 위와 같은 검사방법의 특성상 발생되는 위양성(위양성)의 오류를 보정하기 위하여 보다 엄격한 판정기준(이하 FDA 신기준이라고만 한다)을 발표하였는바, 위 FDA 신기준은 우선 효소면역측정검사 결과는 양성, 웨스턴블럿방식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각 나타난 경우 일응 판정을 보류한 다음 의무적으로 6개월간 동결 보존 후 새로 채혈하여 만든 다른 세포주를 가지고 최종적으로 2종의 효소면역측정검사 및 웨스턴블럿방식 검사를 실시, 그 결과 음성으로 나타나면 HIV 감염이 되지 않은 것으로 판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또한 웨스턴블럿방식 검사에 있어서 검사 기준이 되는 밴드의 분자량과 관련하여 P24와 Gp41, Gp120, P31에 대한 항체를 모두 양성 판정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서 명시하고 있다(기존에는 HIV 항원 중 단백질의 밴드가 P24와 Gp41을 같이 나타낼 때 양성으로 판정하였다).

사. 그러나 현재로서는 HIV 감염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전세계적으로 통일화된 보편적 검사방법 및 판정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먼저 HIV 항체검사방법으로는 위에서 본 효소면역측정법, 웨스턴블럿방식 이외에도 면역형광항체법(immunofluorescent antibody assay) 등 다양한 방법들이 알려져 있는데 아직 그 상호간의 우열 및 정확도 등에 관한 명확한 검증이 마쳐지지 않아 어떠한 검사방법을 취할 것인지가 사실상 검사기관의 선택과 재량에 맡겨져 있는 형편이고, 또한 그 판정기준에 있어서도 HIV 항체검사에 이용되는 시약에 따라 그 제조회사에서 제시하는 기준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CDC(Center for Disease Control), CRSS (Consortium for Retrovirus Serology Standardization) 등은 위 FDA 신기준과 다른 기준을 자체적으로 정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더하여 HIV 감염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검사자가 HIV 감염에 노출되어 있는 위험군인가 아닌가 또는 검사 대상 지역이 감염률이 높은 지역인가 낮은 지역인가 등과 같은 외적 요인도 종합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그 범위

가. AIDS의 경제·사회적 영향과 국가의 책임

20세기의 흑사병이라고 불리우는 AIDS는 현대의 의학수준하에서는 치유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질병으로서 어김없이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감은 물론 노동력의 상실과 그로 인한 생산성 감소, 의료비의 과다지출, 가정생활의 파괴와 고아의 증가, 환자와 그 가족들의 좌절, 일반인이 겪게 되는 잠재적 환자로서의 불안과 공포, 사회 통합의 파괴 등 경제·사회·윤리적으로 많은 손실과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그에 따라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AIDS를 단순히 개인적 불행으로 치부하거나 순수한 보건적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동체 의식에 바탕을 두고 공동의 노력에 의하여 풀어 나가야 할 문제라고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기에 이르렀으며, 이에 국가는 위와 같은 요청들에 부응하여 AIDS에 관한 지속적인 홍보 계몽 등 사전예방정책을 수립하고, 감염자의 발생상황을 신속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공인된 검사기관에서 과학적으로 그 타당성이 입증된 검사방법 및 판정기준에 따라 감염 여부를 검사하며, 이를 통하여 발견된 감염자에 대한 보호 및 치료체계를 구축하는 등 거시적 대응책을 입안하고 실행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수호하여야 할 기본적인 책무가 있다 할 것이다.

나. 1987. 4. 27.자 HIV 항체검사 결과의 오류가능성에 관한 검토

원고는, HIV 항체검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는 당시 알려진 여러 검사방법들 중 가장 오류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되는 방법을 택하여야 하고, 나아가 고도의 주의를 기울여 검사에 임하여야 할 것인데 피고 산하 국립보건원은 1987. 4. 27. 원고에 대하여 최초로 HIV 항체검사를 실시함에 있어 당시 발표되었던 미국 FDA 신기준이 정한 새로운 판정기준에 부합하지 아니한 불완전한 검사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원고가 HIV에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단지 위 양성 반응에 의하여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난 것을 간과하고 재확인검사 등을 거치지 아니한 채 성급히 양성 판정을 내린 잘못이 있고, 이는 현대의학상 일단 HIV에 감염된 경우에는 그 치유가 불가능하므로 양성 판정 후 음성으로의 변화는 발생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원고가 그 후 1991. 5. 23. 및 1993. 11. 9.에 HIV 항체검사를 받은 결과 각 음성으로 판정된 바 있는 점, 또한 1987년 이후 원고와 동거생활을 하였던 3명의 남자들이 HIV 항체검사상 모두 음성으로 판정된 점, 원고 역시 위와 같이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약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AIDS 증세의 뚜렷한 발현없이 생활하고 있는 점 등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아도 분명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HIV 감염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아직 전세계적으로 통일화된 보편적 검사방법 및 판정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위 국립보건원에게 반드시 미국 FDA 신기준이 정한 새로운 판정기준에 따라 HIV 항체검사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또 위 FDA 신기준에 의하지 아니하고 양성판정을 하였다는 점만을 들어 불완전한 검사방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달리 위 국립보건원측에 1987. 4. 27.자 HIV 항체검사를 실시함에 있어 어떠한 검사상의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다만 원고는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1991. 5. 23. 및 1993. 11. 9.에 HIV 항체검사를 받은 결과 각 음성으로 판정받았으나, 1987. 4. 27.자 HIV 항체검사상 뚜렷한 잘못이 발견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원고에 대하여 1987. 4. 27. 이후 12회에 걸쳐 실시한 HIV 항체검사에서 위 두 차례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1987. 4. 27.자 HIV 항체검사 결과와 동일한 양성 판정이 나온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위 1991. 5. 23. 및 1993. 11. 9.자 HIV 항체검사 결과가 가검물(혈액)의 교체, 진단시약 자체의 오류, 일반적 검사실 오차 등에 기인한 잘못된 판정이었을 가능성이 추정될 뿐이며, 한편 원고와 동거하였던 사람들이 HIV 항체검사상 모두 음성으로 판정되었다거나 원고가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AIDS 증세의 뚜렷한 발현 없이 생활하여 왔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가사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HIV 감염자와 성적 접촉을 하였을 경우 AIDS에 감염되는 확률은 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AIDS의 특성상 잠복기간이 매우 길다는 점에 비추어 이 점만으로 위 국립보건원에 대하여 1987. 4. 27.자 HIV 항체검사상의 잘못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어느모로 보나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피고의 행정착오와 모순된 판정 번복 및 후속 조치의 결여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산하 국립보건원은 원고에 대한 HIV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는데도 검사의뢰기관에 음성으로 통보함으로써 행정적 착오를 일으킨 잘못이 있고{위 제1의 나(2)항}, 한편 HIV 항체검사 및 감염자의 치료, 상담 등 AIDS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인 피고 산하 전남보건환경연구원, 제주보건환경연구원, 광주동구보건소, 제주시보건소로서는 HIV 항체검사 결과에 따른 양성판정이 피검사자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사형선고와 같아 그 결과에 중대한 이해를 가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보건적 차원에서도 이를 통하여 HIV 감염자의 발생 상황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AIDS를 예방하는 등에 있어 그 전제가 되는 가장 중요하고도 기초적인 업무라 할 것이므로 고도로 신중한 주의를 기울여 검사에 임하고 결과를 판정하여야 하며, 또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AIDS의 경제·사회적 영향과 국가의 책임을 상기해 볼 때 일단 HIV 감염자로 분류된 환자에 대하여는 그를 감시와 관리의 대상자로서만 취급할 것이 아니라 환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향후 환자와 더불어 상호 협조하에 적절한 치료를 하여 AIDS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 노력하여야 할 것인바,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위 전남보건환경연구원 등은 원고에 대한 HIV 항체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판정되어 종전에 원고에 대하여 실시하였던 일련의 항체검사 결과와 상이한 데다가 일단 HIV에 감염된 경우에는 그 치유가 불가능하므로 양성 판정 후 음성으로의 변화는 발생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대의학상 설명하기 어려운 판정이 나온 경우에 해당되므로 마땅히 그 결과에 대하여 가장 직접적인 이해를 갖는 원고에게 즉시 그 결과를 통보한 다음 원고와 상호 협력하에 재확인검사를 실시함으로써 위와 같은 상이한 결과가 나오게 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나아가 이를 계기로 현행 HIV 항체검사 체계에 근본적인 문제점은 없는 것인지 검증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원고에게 그 결과를 전혀 알려 주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판정의 모순점에 대한 재고 없이 그 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인 검사와 판정을 되풀이 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피고는 원고에 대한 HIV 항체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게 된 것은 원고가 그 검사를 받음에 있어 자신의 인적 사항을 숨기고 다른 사람의 혈액을 제공하였기 때문이며 따라서 피고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라.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관하여

피고의 위와 같은 잘못으로 인하여 원고는 1995. 4. 21. 무렵에야 비로소 위 전남보건환경연구원 등으로부터 시행받았던 일련의 HIV 항체검사 중 일부 결과가 음성으로 판정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과연 1987. 4. 27.에 이루어졌던 최초의 HIV 항체검사 및 양성 판정이 정확한 것이었는지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의심을 품기 시작하였으며, 그에 따라 자신이 1987년 당시 HIV에 실제로 감염되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HIV에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피고의 잘못된 양성 판정 결과를 통보받고 자포자기한 상태로 인생을 방기(방기)한 채 유전(류전)하듯 살아옴으로써 사후 감염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계속적인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지나온 삶에 대한 회한에 사로잡히게 됨으로써 적지 않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우리의 경험칙상 넉넉히 추인된다 할 것이므로(이에 반하여 원고가 현재는 물론 1987년 이래 줄곧 HIV 감염자였으므로 비록 그 후 이전의 일부 항체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된 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원고의 객관적 병증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이므로 이로써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론은 AIDS 환자와 감염자도 정상인과 더불어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기본적 인권존중의 요청을 외면한 채 사상(사상)의 원인이나 경과는 고려하지 아니하고 오직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고에 다름 아니어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는 이를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인바,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및 결과, 원고의 나이, AIDS의 특수성 및 사회, 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응하는 국가의 역할,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 등을 참작할 때 그 액수는 금 1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금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위 불법행위일인 1995. 4. 21.부터 이 판결선고일인 1997. 9. 3.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용국(재판장) 박형준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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