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무죄
red_flag_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4. 12. 선고 2012고합1753 판결
[뇌물수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안병익(기소), 이광석, 전준철, 성상욱(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 변호사 윤경, 백창원

주문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은 무죄.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2. 2.경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2012. 3.경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여 2012. 4. 1. 검사로 발령받아 법무연수원에서 신임검사 교육을 받던 중, 2012. 10. 2.부터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실무수습을 받던 검사다.

1. 2012. 11. 10.자 뇌물수수

피고인은 2012. 11. 6. 22:09경 서울 광진구 자양동 680-22에 있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 1별관 326호 검사실에서 자신이 주임검사로 지정된 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12형제45641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 사건의 피의자 공소외인(여, 43세)에게 2012. 11. 10. 토요일 14:00경 위 326호 검사실로 출석하도록 요구하였다.

피고인은 2012. 11. 10. 14:00경부터 위 326호 검사실에서 공소외인을 상대로 절도 혐의에 대하여 조사하면서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한 진술서를 작성하게 하였다. 피고인은 조사 과정에서 공소외인이 실형이 선고될 것을 걱정하며 선처를 바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같은 날 18:00경 진술서를 작성하던 공소외인과 신체적 접촉이 시작되자 선처 등을 바라는 공소외인과 유사성교행위를 하고, 계속하여 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326호에 부속된 검사집무실로 옮겨 공소외인과 1회 성교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인은 선처를 바라는 공소외인과 유사성교행위를 하고 이어서 공소외인과 성교함으로써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

2. 2012. 11. 12.자 뇌물수수

피고인은 2012. 11. 12. 20:16경 서울 광진구 구의동 소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1번 출구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공소외인을 피고인이 운전하던 SM5 승용차(차량번호 생략)에 태운 다음 왕십리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위 승용차 안에서 위 사건에 대하여 선처 등을 바라는 공소외인과 유사성교행위를 하고, 그 후 공소외인에게 모텔로 가자고 제안하여 이에 응한 공소외인과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 부근인 서울 성동구 (주소 생략)에 있는 ○○모텔로 이동하여 같은 날 20:41경 위 모텔 207호에서 위 공소외인과 2회 성교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인은 선처를 바라는 공소외인과 유사성교행위를 하고 이어서 공소외인과 성교함으로써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공소외인 면담녹취, 녹취록(11월6일 △△△ 검사(피고인) 검사 소환전화, 11월10일 서울동부지검 수위실 및 당직실, 11월10일 검사실-①, 11월10일 검사실-②, 11월10일 검사실-③, 11월12일 ○○모텔), 수사보고(개선된 공소외인 녹음파일 CD 편철보고, 공소외인 녹음파일 녹취록 편철보고, 공소외인 제출 녹음파일 CD 제작)의 각 기재

1. 각 수사보고(서울동부지검 당직실 326호 검사실 사진 편철보고, 왕십리 ○○모텔 위치확인, ○○모텔 CCTV 녹화물 사진 출력 등, 이동거리 및 시간확인, 서울동부지검 CCTV 추가분석 보고, 피고인 휴대폰 분석내용 정리 등), 서울동부지검 1별관 3층 배치도 요약, 관련사진 각 1부, 감정결과 통보의 각 기재 및 영상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129조 제1항 (2012. 11. 10.경 유사성교행위 및 성교로 인한 뇌물수수의 점, 2012. 11. 12.경 유사성교행위 및 2회 성교행위로 인한 뇌물수수의 점, 각 포괄하여), 각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범정이 가장 무거운 2012. 11. 10.경 뇌물수수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가. 현행 형법의 해석상 ‘뇌물’은 ‘금품’으로서의 성격을 띠고 ‘가액’이 산정가능한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뇌물 공여자가 스스로 성행위의 상대방이 되는 것 자체는 ‘뇌물’이라 볼 수 없고, 이를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유추해석에 해당한다.

나. 공소외인은 피고인에게 선처 등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사건처리 절차와 처벌의 정도 등을 문의한 것에 불과하였고, 피고인도 절도사건에 대한 통상적인 처리방향과 처벌 정도를 알려주었을 뿐이며, 자신에게 최종적인 사건처리 권한이 없다는 점도 분명하게 알려주었다. 피고인은 공소외인으로부터 적극적인 성적 유혹을 받고 순간 자제력을 잃고 공소외인이 자신에게 이성적인 호감이 있다고 느껴 성관계를 가진 것이므로, 피고인과 공소외인의 성관계에는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인정될 수 없고, 피고인에게 뇌물수수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2. ‘성행위’ 자체의 뇌물성에 대한 판단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뇌물 공여자가 스스로 성행위의 상대방이 되는 것, 즉 성교행위나 유사성교행위를 통하여 성(성)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도 뇌물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뇌물의 내용인 이익이라 함은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무형의 이익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도4714 판결 , 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0도5438 판결 ,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도2251 판결 참조), 뇌물이 반드시 경제적 가치가 있거나 금전적 이익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뇌물은 반드시 유형적일 것을 요하지 않는다. 향응과 같은 무형적 이익도 ‘뇌물’에 해당함이 분명한 이상, 마찬가지로 무형적 이익인 ‘성행위’를 ‘뇌물’에 포함하여 해석하는 것은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뇌물죄의 보호법익과 목적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뇌물의 개념에 성행위가 포함된다는 해석이 죄형법정주의에서 금지하는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형법 제134조 에서는 뇌물 또는 뇌물에 공할 금품에 대하여 필요적 몰수 또는 추징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규정의 취지는 범인이 취득한 당해 재산을 범인으로부터 박탈하여 범인으로 하여금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서, 몰수·추징의 형을 주된 형에 부가(부가)하기 위한 규정이고, 뇌물의 개념이나 성립범위 등 뇌물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규정이 아니다. 따라서 위 규정을 들어 뇌물의 범위를 제한하여야 한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범죄의 구성요건과 형벌을 구분하고 있는 형벌법규의 체계에 어긋나는 해석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3.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에 기하여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을 직접적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으므로, 공무원의 직무와 금원의 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에 있으면 뇌물수수죄가 성립하고, 특별히 청탁의 유무, 개개의 직무행위의 대가적 관계를 고려할 필요는 없으며, 또한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 한편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에는 공무원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또는 관례상이나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도 포함된다( 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도3579 판결 ,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도13584 판결 등 참조).

나아가 공무원이 얻은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공무원의 직무 내용, 직무와 이익제공자와의 관계, 쌍방 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이 그 이익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의 여부도 뇌물죄의 성부를 판단함에 있어서의 판단 기준이 된다( 대법원 2000. 1. 21. 선고 99도4940 판결 ,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도17797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인 피고인이 피의자인 공소외인과 성관계를 가진 것에 대해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고, 이를 다투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재판의 집행 지휘·감독 등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관한 직무와 권한을 갖는다(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 피고인은 공소외인에 대한 위 상습절도 사건의 주임검사로서, 위 사건의 수사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포괄적인 권한을 갖고 있었고, 사건처리 방향을 1차적으로 결정하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고도의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

② 피고인은 2012. 11. 10.경 주임검사와 피의자의 관계로 공소외인을 처음 만났고, 이틀 뒤인 2012. 11. 12.경에도 공소외인이 절도사건의 합의 관련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여 만나게 되었으며, 이후 개별적으로 연락하거나 만난 사실은 없었다. 즉, 위 두 사람 사이에는 검사와 피의자로서의 관계 외에 다른 친분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③ 피고인은 공소외인을 피의자로 소환하여 조사하던 중 검사실과 집무실에서 성관계를 가졌고, 바로 이틀 뒤에도 이마트 측과의 합의 문제로 검찰청으로 찾아오려는 공소외인을 만나 대화하던 중 모텔로 이동하여 성관계를 가졌다. 이처럼 피고인은 위 성관계 당시 검사로서의 직무수행 중이었거나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④ 공소외인은 피고인과 성관계를 한 이후에도, 이마트가 자신이 훔치지 않은 물건까지 피해품에 포함시켜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상습절도 사건에 대한 처리방향, 처벌의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문제 등에 관하여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처리해 줄 수 있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피고인은 공소외인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알려주면서, 합의에 문제가 있을 시 자신에게 연락을 달라고 하거나, 진술서 말미에 기재할 문구를 일러주는 등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공소외인 사이에는 일반적·추상적 대가관계를 넘는 개별적·구체적 대가관계까지 인정된다.

⑤ 피고인이 수습검사에 불과하여 최종적인 결재권이 없었다거나 그러한 사정을 공소외인에게 말해주었다고 하더라도, 주임검사로서 공소외인의 상습절도 사건에 대해 직접적이고 포괄적인 권한을 갖고 있었던 이상,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은 인정된다.

⑥ 사회 일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검사가 수사 중인 피의자로부터 성적 이익을 제공받는 것은 다른 어떤 경우와 비교해 보더라도 검사의 직무에 관한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⑦ 2012. 11. 10. 및 2012. 11. 12. 성관계 후 피고인과 공소외인 사이에 친밀감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대화가 오간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것은 공여자가 스스로 성행위의 상대방이 되어 성적 이익을 제공하는 특성상 성행위 후의 자연스러운 상황일 뿐이고, 이러한 사정으로 피고인과 공소외인 사이에 순수한 남녀간의 애정에 기하여 성관계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성행위 후의 대화 내용은 공소외인에 대한 상습절도 사건의 처리 문제였다.

⑧ 피고인 및 변호인은, 공소외인이 처음부터 피고인과의 대화를 녹음한 사정을 들어 대가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앞서 본 증거에 의하면, 공소외인은 피고인의 존재나 전화번호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소환을 위한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녹음을 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공소외인은 그 이유에 대해서 “이마트와 수사기관이 결탁하였다고 생각하여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상황을 녹음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 또한 공소외인은 피고인과 대화 중 여러 차례 일관되게 ‘이마트의 음모’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공소외인이 피고인과의 대화를 녹음한 사유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설명이 되었다고 판단되고, 공소외인이 피고인으로부터의 소환이나 나아가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염두에 두고 녹음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⑨ 또한 피고인 및 변호인은, 공소외인이 사건처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하며 합의금을 요구한 사정을 들어 대가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피고인과 공소외인이 성관계를 가질 당시에는 공소외인이 검사인 피고인에게 선처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피고인이 이마트 측에서 피해품을 부풀린 사실을 조사해주길 바라는 구체적인 의사를 밝힌 상태였고, 피고인도 공소외인이 원하는 바를 인식하고 성관계로 나아갔던 이상, 성관계 후에 나타난 위와 같은 정황만으로 대가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

4. 뇌물수수의 고의에 대한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검사로서 그 직무에 대한 대가라는 인식 하에 공소외인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이를 다투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도 이유 없다.

① 공소외인은 2012. 12. 6.경 피고인과 처음으로 통화할 당시부터 2012. 11. 12.경 두 번째 성관계를 가질 무렵까지 피고인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처벌의 수위에 대해 물어보고 구속 여부, 집행유예 등 선처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하였다. 피고인이 공소외인과 나눈 대화의 대부분은 공소외인의 절도사건의 처리에 관한 것이었고, 피고인의 개인적인 신상 등 위 절도사건과 무관한 대화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였다.

② 특히 공소외인은 피고인에게 위와 같이 선처를 기대하는 외에도, “내가 훔치지 않은 물건이 피해품에 포함되어 있어 억울하다. 이마트가 의도적으로 피해를 부풀린 것 같아서 합의를 보려고 해도 너무 억울하니 이를 조사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피고인도 공소외인이 어떠한 이유로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고, 어떠한 방향으로 수사를 해주기를 원하는지 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③ 피고인은, 공소외인에게 자신은 수습검사에 불과하여 실질적인 결재권이 없음을 확실히 알려주었고 내심으로도 법령과 사건 처리 기준에 반하여 직무를 행할 의사가 전혀 없었음을 들어 뇌물수수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피고인에게 부정처사로 나아갈 의사가 없었다는 정황이 될 수 있을 뿐, 뇌물수수의 고의 자체를 부정하는 정황은 될 수 없다.

④ 피고인이 공소외인과 성적인 접촉을 하기 직전의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공소외인이 자신의 형량에 대해 걱정하는 말을 하거나(2012. 11. 10.경 유사성교행위 직전 집무실에서의 대화), 피고인에게 이마트가 부당하게 피해품을 부풀린 점을 조사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던 상황(2012. 11. 12. 승용차 안에서의 대화)이었고, 피고인은 공소외인의 위와 같은 말을 들은 상태에서도 공소외인의 성적 유혹을 뿌리치지 아니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성관계에 나아갔다.

⑤ 피고인은 공소외인과 성관계를 가진 직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맙시다. 오늘”, “내가 봐주고 싶어도 부장검사가 안된다”는 등의 말을 하였는데, 이는 피고인이 검사의 지위에서 수사 중인 피의자로부터 성적 이익을 제공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분명하게 인식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양형의 이유

1. 양형기준의 적용 배제

뇌물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수수액의 경제적·재산적 가치를 기준으로 형량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액 산정이 불가능한 성적 이익을 뇌물로 제공받은 이 사건에 있어서는 양형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2.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하기는 하나 자신의 잘못된 처신에 대하여는 깊이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 피고인은 공소외인으로부터 성적 이익을 제공받기는 하였으나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처사로 나아갈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전과가 없는 초범이다.

그러나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국가의 형벌권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을 갖는 국가기관이고, 수사의 주체로서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할 헌법상, 형사소송법상 의무가 주어져 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검사의 지위와 의무는 망각한 채 대담하게도 검사실에서 자신이 주임검사로서 수사 중인 여성 피의자와 유사성교행위 및 성관계를 가졌고, 이틀 후에는 위 피의자에게 모텔에 갈 것까지 제안하며 성관계를 가졌다. 이는 검사의 지위와 의무에 비추어 볼 때 상상조차하기 어려운 중대한 범행이다. 나아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자신의 책무에 매진하고 있는 대다수의 검사들을 비롯한 검찰조직 전체의 사기는 크게 저하되었고, 국민들의 검사 직무에 관한 공정성과 불가매수성 또한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침해된 점을 고려할 때, 엄중한 형이 불가피하다.

위와 같은 정상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2. 11. 12. 17:26경 서울 광진구 자양동 680-22에 있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 1별관 326호 검사실에서, 피의자 공소외인의 절도 사건과 관련하여 절도 피해자 측과의 합의문제로 검사실로 출석하기로 한 공소외인에게 연락하여 검사실로 출석하지 말고 구의역 1번 출구로 와서 기다리라고 요구한 다음, 같은 날 20:16경 서울 광진구 구의동 소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1번 출구 앞에서 기다리던 공소외인을 피고인이 운전하던 SM5 승용차(차량번호 생략)에 태웠다.

이로써 공무원인 피고인은 직권을 남용하여 공소외인으로 하여금 검사실이 아닌 구의역 1번 출구로 오도록 한 후, 피고인의 승용차에 타게 하는 등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공소외인이 구의역 1번 출구로 찾아오고 피고인의 승용차에 탄 것은 공소외인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고, 피고인은 위 과정에서 검사로서의 권한을 이용하거나 직위를 남용하여 이를 강요하지 않았다.

3. 판단

형법 제123조 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직권의 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직권남용에 해당하는가의 판단 기준은 구체적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그 목적,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에서 볼 때의 필요성·상당성 여부,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란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때를 의미한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0도1188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공소외인은 자발적으로 피고인을 기다리고 차량에 함께 탄 것으로 판단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검사로서의 직권을 남용하였다거나 공소외인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① 피고인이 2012. 11. 12.경 공소외인을 만나게 된 것은 공소외인이 먼저 상습절도 사건의 합의 문제와 관련하여 물어볼 것이 있다며 적극적으로 만남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② 피고인은 공소외인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전화를 받고 5분 뒤에 바로 전화하여 “곧 퇴근할 예정이니까 동부지검 앞 구의역 1번 출구 쪽에서 만나자”고 제안하였다. 공소외인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얼마든지 위 제안을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음에도, 위 제안에 선뜻 응하여 구의역으로 나가서 피고인을 기다렸다.

③ 공소외인은 구의역 1번 출구 앞 노상에서 피고인을 만나 “이마트가 피해품을 부풀린 것은 이마트의 음모이다. 이를 언론에 공개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였고, 피고인은 “그런 얘기라면 나는 그냥 가겠다”며 혼자 출발하려 하였다. 이에 공소외인은 피고인이 떠나지 못하게 만류하면서 차를 타고 가는 동안만이라도 이야기하겠다며 스스로 피고인의 승용차에 올라탔고, 차량에 탄 후에는 자신이 먼저 적극적으로 성적인 접촉을 시도하였다.

④ 피고인과 공소외인은 이미 2012. 11. 10.경 한차례 성관계를 가졌던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 공소외인은 위와 같이 피고인을 찾아왔고, 검찰청 밖에서 만나자는 피고인의 제안에도 순순히 응하였으며, 자발적으로 피고인의 승용차에 올라탔다. 피고인은 공소외인의 위와 같은 행동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 정도로 보인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조용현(재판장) 김세용 김기춘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