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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7다865 판결
[부당이득금반환등][공2017하,1952]
판시사항

[1]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이 불분명한 경우에 그 주장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면서 이에 대하여 가정적으로 항변한 경우, 주요사실에 대한 주장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항변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2] 부진정연대채무에서 채무자 1인에 관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나 시효이익의 포기가 다른 채무자에게 효력을 미치는지 여부(소극)

[3] 갑 주식회사가 을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등 소송에서 을이 원심 변론기일에 ‘만약 갑 회사의 주장대로 을이 갑 회사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하였다면, 갑 회사는 을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데도 갑 회사가 을에게 부당이득을 청구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갑 회사가 을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이미 소멸시효 기간이 완료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갑 회사의 청구원인이 무엇인지 재판부에 석명을 요청하였고, 이에 갑 회사가 을에 대한 청구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차용금반환 청구,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성격을 모두 가진다고 하면서 ‘이 중 을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에 관해서는 관련 사건의 판결을 제시함으로써 을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음을 밝힌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을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을의 소멸시효 항변 등에 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원심판결에 판단누락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주요사실에 대한 주장은 당사자가 이를 직접적으로 명백히 한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변론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그 주장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주요사실의 주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이 불분명한 경우에 그 주장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면서 이에 대하여 가정적으로 항변한 경우에도 주요사실에 대한 주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항변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당사자들이 진술한 내용이나 취지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당사자의 진술을 어떻게 이해하였는지도 함께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부진정연대채무에서 채무자 1인에 대한 재판상 청구 또는 채무자 1인이 행한 채무의 승인 등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나 시효이익의 포기는 다른 채무자에게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3] 갑 주식회사가 을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등 소송에서 을이 원심 변론기일에 ‘만약 갑 회사의 주장대로 을이 갑 회사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하였다면, 갑 회사는 을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데도 갑 회사가 을에게 부당이득을 청구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갑 회사가 을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이미 소멸시효 기간이 완료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갑 회사의 청구원인이 무엇인지 재판부에 석명을 요청하였고, 이에 갑 회사가 을에 대한 청구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차용금반환 청구,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성격을 모두 가진다고 하면서 ‘이 중 을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에 관해서는 관련 사건의 판결을 제시함으로써 을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음을 밝힌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을이 갑 회사의 청구원인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가정적으로 항변하고, 갑 회사도 을의 주장을 소멸시효 항변으로 이해하고 재항변까지 하였으므로, 을은 소멸시효 항변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을의 소멸시효 항변이 배척될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도 없는데도, 을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을의 소멸시효 항변 등에 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원심판결에 판단누락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중정종합건설 주식회사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로월드 담당변호사 김명진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동불법행위책임 성립에 관한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상고이유 제1점)

원심은, 다음과 같이 피고가 소외 1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피고는 2005. 7. 6.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도급약정서를 교부할 당시 서울 서대문구 (주소 생략) 일대에서 ○○2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의 진행에 관하여 주민대표인 소외 2나 시행업자인 소외 1과 긴밀하게 논의를 해 온 사람으로서 사실은 원고가 이 사건 사업을 위한 공사를 수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공사의 도급을 확약하는 내용이 기재된 소외 2 명의의 이 사건 공사도급약정서에 계약보증인으로 서명·날인한 후 이를 교부하고, 이후 소외 1 명의의 차용증을 작성해 주면서 위 공사 수주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소외 1과 공동하여 소외 2 명의의 이 사건 공사도급약정서를 위조하는 등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하였거나, 적어도 과실로 소외 1의 위와 같은 기망행위를 방조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는 위 공사의 수주 가능성에 관한 착오를 일으켜 소외 1에게 합계 1억 원을 지급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공동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누락 주장(상고이유 제2점)

가. 주요사실에 대한 주장은 당사자가 이를 직접적으로 명백히 한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변론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그 주장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주요사실의 주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1999. 7. 27. 선고 98다46167 판결 ,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다70804 판결 등 참조). 또한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이 불분명한 경우에 그 주장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면서 이에 대하여 가정적으로 항변한 경우에도 주요사실에 대한 주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항변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당사자들이 진술한 내용이나 취지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당사자의 진술을 어떻게 이해하였는지도 함께 고려해서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의 소송대리인은 원심 제4차 변론기일에 진술한 2016. 9. 20.자 준비서면에서 ‘만약 원고의 주장대로 피고가 원고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하였다면, 원고는 피고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데, 그런데도 원고가 피고에게 부당이득을 청구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원고가 피고에게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원고가 피고의 불법행위를 안 시점인 2006년경부터 3년이 지난 시점인 2009년경에 이미 소멸시효 기간이 완료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원고의 청구원인이 무엇인지 재판부에 석명을 요청하였다.

(2) 재판장은 피고 대리인의 요청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청구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인지, 차용금반환 청구인지, 부당이득반환 청구인지 다음 기일까지 답변하도록 하였다.

(3) 원고는 원심 제5차 변론기일에 진술한 2016. 10. 13.자 준비서면에서 피고에 대한 청구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차용금반환 청구,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성격을 모두 가진다고 하면서 ‘이 중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에 관해서는 망 소외 1에 대한 원고의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가단249659 대여금 판결을 제시함으로써 피고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음을 밝힌다.’고 주장하였다.

다. 위와 같이 피고가 원고의 청구원인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가정적으로 항변하고, 원고도 피고의 주장을 소멸시효 항변으로 이해하고 재항변까지 하였으므로, 피고는 소멸시효 항변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부진정연대채무에서 채무자 1인에 대한 재판상 청구 또는 채무자 1인이 행한 채무의 승인 등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나 시효이익의 포기는 다른 채무자에게 효력을 미치지 않으므로 ( 대법원 1997. 9. 12. 선고 95다42027 판결 ,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다91886 판결 등 참조),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배척될 것이 명백하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에 관하여 피고의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에 관해서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 등에 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에 관한 판단을 누락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박보영 이기택 김재형(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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