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상법 제24조 에 의한 명의대여자와 명의차용자 책임의 상호관계(=부진정연대책임) 및 부진정연대채무에서 채무자 1인의 소멸시효 중단사유나 시효이익 포기가 다른 채무자에게 효력이 있는지 여부(소극)
[2] 명의대여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명의차용자와 거래한 채권자가 물품대금채권에 관하여 명의대여자 책임을 묻자 명의대여자가 그 채권이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 경과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 사안에서, 명의차용자가 시효기간 경과 전 채권 일부를 대물변제하고 잔액을 정산하여 변제를 약속하였다는 이유로 위 항변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상법 제24조 에 의한 명의대여자와 명의차용자의 책임은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이른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다. 이와 같은 부진정연대채무에 서는 채무자 1인에 대한 이행청구 또는 채무자 1인이 행한 채무의 승인 등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나 시효이익의 포기가 다른 채무자에게 효력을 미치지 아니한다.
[2] 명의대여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명의차용자와 거래한 채권자가 물품대금채권에 관하여 상법 제24조 에 의한 명의대여자 책임을 묻자 명의대여자가 그 채권이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 경과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 사안에서, 부진정연대채무자의 1인에 불과한 명의차용자가 한 채무 승인 또는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은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인 명의대여자에게 미치지 않음에도, 명의차용자가 시효기간 경과 전 채권 일부를 대물변제하고 잔액을 정산하여 변제를 약속한 사실이 있으므로 이는 채무 승인 또는 시효이익 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항변을 배척한 원심판단을 파기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97. 9. 12. 선고 95다42027 판결 (공1997하, 3070)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정진호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상법 제24조 의 규정에 의한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책임을 지지 아니하나, 이때 거래의 상대방이 명의대여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면책을 주장하는 명의대여자가 그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0다10512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소외 1에게 사업자명의를 대여하였고 원고는 피고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소외 1과 거래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명의대여자 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상법 제24조 에 의한 명의대여자와 명의차용자의 책임은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이른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부진정연대채무에 있어서는 채무자 1인에 대한 이행청구 또는 채무자 1인이 행한 채무의 승인 등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나 시효이익의 포기는 다른 채무자에 대하여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 대법원 1997. 9. 12. 선고 95다4202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와 같이 피고는 소외 1에게 피고의 사업자명의를 사용하여 영업할 것을 허락하였고, 원고는 피고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소외 1과 거래하였으므로, 피고는 상법 제24조 에 의하여 소외 1과 연대하여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나아가 위 물품대금채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지나 소멸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에 관하여 판단하기를, 원고와 소외 1 사이의 거래관계는 2004. 10. 15.경 종결되었으나, 그 후 원고가 2007. 8. 19. 소외 1로부터 제직기를 2,000만 원에 대물로 변제받기로 하면서 잔액을 61,334,000원(원심판결의 ‘61,330,000원’은 오기임이 분명하다)으로 정산하였고, 위와 같이 소외 1 또는 피고가 잔존채무액을 정산하여 그 변제를 약속한 행위는 각 물품대금 채무 중 아직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채무에 대하여는 시효중단 사유인 승인에 해당하고,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에 대하여는 시효이익의 포기에 해당하므로, 그 다음날인 2007. 8. 20.부터 위 잔존채무액에 대한 소멸시효는 새로이 진행한다고 하여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앞에서 본 법리와 아래에서 보는 사정에 비추어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원고에게 제직기를 대물변제하고 물품대금을 정산한 사람은 피고가 아니라 소외 1이라는 것이므로,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부진정연대채무자의 1인에 불과한 소외 1이 한 채무의 승인 또는 시효이익의 포기의 효력이 피고에게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원심판결을 소외 1이 피고와 협의하여 위와 같은 대물변제 등을 한 것이라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는 제1심 증인 소외 2의 증언이 있을 뿐이나, 위 증인은 원고의 종업원으로서 객관적 진술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는 위 대물변제 및 정산을 하면서 소외 1과 그의 처의 서명만을 받았을 뿐인 점(갑 제3호증) 등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이 보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또한 원심의 인정 사실과 같이 원고가 피고에게 2007. 8. 12.경 전화로 채무이행을 독촉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최고는 그로부터 6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파산절차참가, 압류 또는 가압류 등의 시효중단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으므로( 민법 제174조 ), 원고가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그로 인하여 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거나 피고가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부진정연대채무자 1인에게 생긴 시효중단 사유 등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