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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78. 12. 26. 선고 78다1417 전원합의체 판결
[대여금][집26(3)민,364;공1979.4.1.(605),11648]
판시사항

일부변제의 주장이 당초 채무에 대한 소멸시효중단항변이 되는지 여부(전원합의체 판결)

판결요지

대여금 채권액 중 일부에 관하여 변제가 있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일부변제된 부분을 제하고 잔액부분에 대하여 그 이행을 구한다는 취지이지 대여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소멸시효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다수의견)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조흥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기

피고, 피상고인

동남상공주식회사 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상고소이유의 요지는 원심은 피고들이 1972.12.19.원고에 대한 그 판시 대여금 채무 중 일부로서 그 대여 원금과 1970.3.31.까지의 약정이자 및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변제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잔존채무 중 1970.4.1.부터 1972.12.8.까지의 지연손해금 채무는 이 사건 소제기일인 1977.12.9.이 되기 전에 이미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되었다고 판단하였으나 민법 168조 에 의하면 소멸시효중단사유의 하나로서 채무의 승인을 규정하고 있고, 피고들의 위 대여금채무의 일부변제행위는 위 대여금채무 전부에 대한 채무의 승인에 해당하므로 피고등의 이 사건 잔존채무에 대한 소멸시효는 피고들이 위와 같이 채무승인한 1972.12.19. 중단되었고 그로부터 이 사건 소제기일까지는 아직 5년이 채 되지 아니하였으니 피고들의 이 사건 잔존채무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였고 따라서 원심이 위 소멸시효가 중단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잔존채무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음은 소멸시효중단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채무자의 항변이 있고 그 항변이 이유있는 경우에 있어서 채권자로부터 재항변으로 당해 채권에 관하여 시효중단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은 그 채권에 관하여 시효중단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인바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대여금 채무자 및 그 연대보증인인 피고들로부터 그 대여금채권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된 것이라는 항변이 있었음에 대하여 그 채권자인 원고로부터는 원심변론종결시까지 위 채권에 관하여 시효중단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이 있었음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원고는 소장에서 피고들이 1972.12.19. 위 대여금채권 중 대여원금과 1970.3.31.까지의 약정이자와 지연손해금은 변제하였으나 1970.4.1.부터 1972.12.19.까지의 지연손해금은 변제하지 아니하고 있으니 그 지급을 구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있기는 하나 이는 이 사건 대여금 채권 중 위와 같이 일부변제된 부분을 제하고 잔액부분에 대하여 그 이행을 구한다는 취지이지 채권액 중 일부에 관하여 변제가 있었으니 이는 소멸시효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으므로 (위 소장을 진술할 당시에는 아직 피고로부터 소멸시효 항변이 제출된 바도 없다) 원심이 위 채무의 일부변제에 관하여 그것이 시효중단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않았다 하여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결국 상고논지는 원심에서 주장하지 아니한 사유에 관하여 상고심에서 새로이 주장하는 것이어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하므로 채용할 수 없어 대법원판사 김영세, 민문기, 한환진, 라길조를 제외한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소송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판사 김영세, 민문기, 한환진, 라길조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민법 168조 에 의하면 채무의 승인을 소멸시효중단사유의 하나로 하고 있고 여기서 말하는 채무의 승인이라 함은 시효에 의하여 이익을 받는 자가 시효에 의하여 권리를 상실하는 자에 대하여 그 채무가 존재함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을 일컫는 것이므로 본건에 있어서 1개의 채무계약으로 발생한 대여금의 채무자가 아무런 유보없이 그 대여권리금의 일부만을 변제한 사실에 관하여 피고도 자인하고 있다.

그러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잔존채무를 승인한 것에 해당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은 일반거래조리상 당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 사건 채무는 일부변제로서 소멸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에 있어서는 채무의 일부변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당사자간에 다툼이 없고 거기에 첨가하여 피고의 시효중단의 주장이 이유없다고 원고가 주장하는 이상(원고는 피고의 시효중단 주장 후에도 여전히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고 되풀이하고 있다)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속에는 위 일부변제로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이 포함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고 가사 그렇게 까지는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채무의 일부변제사실에 관하여 원·피고간에 다툼이 없고 그 일부변제가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채무의 승인에 해당하는 이상 원심으로서는 적어도 원고의 위와 같은 진술이 소멸시효중단사유로 주장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당사자주의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석명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명백히 하였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피고의 위 일부변제사실이 소멸시효중단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지도 않고 나아가 위 일부변제에 관한 원고의 주장이 소멸시효중단사유에 관한 항변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기조차도 하지 않은채 잔존채무에 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소멸시효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원고의 주장에 관한 해석을 그릇쳤거나 적어도 원고의 주장에 관하여 석명을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도리가 없다. 즉 원고대리인의 위 일부변제로 소멸시효는 중단되었다는 한마디를 하였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 사건은 원고가 승소할 것인데도 이 한마디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은 위와 같은 사건의 심리, 석명권 행사 등도 함이 없이 원고를 패소시킴은 정당한 법원의 판결이 될 수 있을까 의심한다. 이것이 다수설에 반대하는 소수설의 반대이유이다.

도대체 법원은 당사자간의 주장과 입증을 깊이 판단하여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판결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소수설에 의하면 본건에 있어서 원고는 이미 일부변제에 의한 채무의 승인으로 시효중단사유까지 주장하였고 피고도 이를 승인하였다고 봄이 타당한데 도 원심은 원고가 다시 한번 위 일부변제에 의한 시효중단의 주장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 패소를 선고함은 결과적으로도 원고가 승소할 사건에서 정반대로 패소케 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잃은 부당한 판결이라고 본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애석하게 생각한다.

대법관 민복기(재판장) 이영섭 주재황 김영세 민문기 양병호 한환진 임항준 안병수 김윤행 이일규 강안희 라길조 김용철 유태흥 정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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