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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6. 6. 20. 선고 2005나106687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여영학)

피고, 항소인

피고 1외 5인(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백 담당변호사 여상규)

변론종결

2006. 5. 30.

주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2.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 1, 2, 3, 4, 6은 제1심 공동피고 1, 2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1,970,000,000원, 위 피고들과 연대하여, 망 피고 5의 소송수계인 피고 5-1은 394,000,000원, 피고 5-2, 5-3, 5-4, 5-5, 5-6, 5-7은 각 262,666,666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주문 제1, 2항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내지 11, 갑 제5호증, 갑 제6호증의 1 내지 4, 갑 제8호증의 1 내지 4, 갑 제9호증의 1 내지 3, 갑 제10호증, 갑 제15호증의 1 내지 3, 갑 제19호증의 1 내지 3,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1, 2, 을 제3호증, 을 제8호증의 1, 2, 을 제9, 11, 13, 16, 17, 1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들의 지위

(1) 피고 1은 1993. 10. 24.부터 1995. 1. 31.까지 주식회사 나산(아래에서 ‘나산’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이자, 1993. 10. 4.경부터 1998. 1. 14.경까지 나산, 나산종합건설 주식회사(아래에서 ‘나산종건’이라고 한다), 주식회사 나산유통(아래에서 ‘나산유통’이라고 한다) 등 13개 계열사를 둔 나산그룹의 회장으로서 위 회사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던 사람이고, 피고 2는 1988. 11. 1.부터 1995. 9. 11.까지는 나산의 사장, 1996. 4. 22.부터 1998. 4. 10.까지는 나산그룹 패션부문 총괄부회장, 1998. 4. 10.부터 1998. 7. 28.까지는 나산의 감사로, 피고 3은 1994. 1. 1.부터 1995. 9. 10.까지는 나산의 부사장, 1995. 9. 11.부터 1997. 4. 30.까지는 나산의 사장으로, 피고 4는 1986. 1. 1.부터 1998. 4. 10.까지, 망 피고 5는 1988. 5. 2.부터 1998. 4. 10.까지 각 나산의 감사로, 피고 6은 1994. 11. 1.부터 1995. 12. 31.까지는 나산그룹 비서실 상무이사, 1996. 1. 1.부터 1996. 12. 31.까지는 나산그룹 비서실 총괄 전무이사, 1997. 1. 1.부터 1997. 4. 30.까지는 나산그룹 비서실장 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동시에 1996. 3. 15.부터 1998. 4. 10.까지 나산의 감사로 각 재직하였다.

(2) 한편 나산의 법인등기부상 피고 1은 1993. 10. 24.부터 1995. 1. 31.까지 나산의 대표이사로, 피고 2는 1992. 3. 12.부터 1995. 9. 11.까지는 대표이사로, 1995. 9. 12.부터 1997. 4. 30.까지는 이사로, 1997. 5. 1.부터 1998. 4. 10.까지는 대표이사로, 1998. 4. 10.부터 1998. 7. 28.까지는 감사로, 피고 3은 1992. 3. 12.부터 1999. 1. 27.까지 이사로, 1995. 9. 11.부터 1997. 4. 30.까지 대표이사로, 망 피고 5는 1994. 3. 11.부터 1998. 4. 10.까지 감사로, 피고 4는 1994. 3. 11.부터 1998. 4. 10.까지 감사로, 피고 6은 1996. 3. 15.부터 1998. 4. 10.까지 감사로 각 등기되어 있었다.

(3) 망 피고 5는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이던 2004. 12. 31. 사망하였고, 사망 당시 유족으로는 그의 처 피고 5-1과 자녀들인 피고 5-2, 5-3, 5-4, 5-5, 5-6, 5-7이 있었는데, 그 중 피고 5-2, 5-3, 5-4, 5-5, 5-6은 2005. 2. 15. 서울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하였다.

나. 나산그룹의 지배구조와 재무상황

(1) 피고 1은 상장기업인 나산의 주식 35%를 보유하고 있던 최대주주로서, 나산 외에도 나산종건의 주식 99.9%(나머지 0.1%는 그의 처인 피고 4가 보유하였다), 나산유통의 주식 50%(나머지 주식 중 30%는 나산이, 10%는 나산종건이 보유하였다)을 보유하여, 나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2) 나산종건은 피고 1이 1991. 10.경 서울탑종합건설을 인수하여 설립한 회사로서, 인수당시 법정자본금이 30억 원 미만이고 매출규모도 100억 원 미만인 중소 건설업체이나, 인수 당시 예상과 달리 공사현장에 미지급금 채무가 많았던 데다가 피고 1, 나산유통 등에 대한 과다한 자금지원 등으로 인하여 1994년 말 현재 차입금 규모가 1,828억 원 상당에 이르러 영업이익만으로는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1994. 12.말 발생한 효산그룹의 부도, 1995. 2.경 발생한 덕산그룹의 부도 후 부도설이 퍼져 1995년 이후 금융권에서 신규차입이나 기존 대출금의 재연장이 어려워지면서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태였다.

(3) 또한 나산유통은 1993년 영동백화점을 인수하여 설립한 회사로서 인수 당시부터 자본잠식 상태였는데 이와 같은 재무상황이 인수 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못하여, 인수 후 5년 연속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여 자본잠식이 심화되었고, 1996년경 그 소유의 천호동 소재 토지를 현대백화점에 매각한 자금을 나산에 지원함으로써 재무상황이 악화되었으며, 또다른 계열사인 나산관광개발 주식회사도 1995년 이후 자본잠식 상태로서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4) 나산은 1996. 3. 27. 신한종합금융 주식회사와 한도액 400억 원의 어음거래약정을 체결하고, 1996. 10. 10. 나산종건이 발행한 액면 100억 원의 어음에 나산 명의의 배서를 하여 할인받는 등 1996. 10.경부터 1996. 12.경까지 고려종합금융 주식회사, 한길종합금융 주식회사, 광은파이낸스 주식회사 등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나산종건 또는 나산유통 등 계열사가 발행한 어음에 배서하여 할인받는 방법으로 합계 1,010억 원의 채무를 보증하였다.

(5) 또한 나산은 나산종건, 나산유통 등 계열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때 연대보증을 하거나 피고 1의 재건축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하여 피고 1이 체결한 이행보증보험계약 등에 연대보증을 하는 등 1996. 12. 31. 현재 합계 6,060억 원의 채무를 보증하였다.

(6) 뿐만 아니라 나산은 나산유통이 영남종금 등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어음할인의 방법으로 자금을 차입하면, 그 금융기관이 발행한 무담보매출어음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나산유통의 자금차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였다.

(7) 나산은 1982년경 설립되어 조이너스 등의 유명 브랜드로 여성의류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로서 계열사 중에서는 가장 재무구조가 양호하였으나, 이와 같이 나산그룹의 각 계열사에 연대보증을 하거나 간접적으로 자금지원을 함으로써, 나산그룹의 계열사 중 한 회사에 부도가 나면 다른 회사도 연쇄적으로 부도가 날 위험이 높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나산그룹 비서실에서는 계열사 자금담당 직원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매일 자금상황을 확인하여 자금이 남는 계열사가 자금이 부족한 계열사에 자금을 대여하도록 조치하였다.

(8) 나산은 1995년경 나산종건의 부도설로 자금사정이 악화되었다가, 1996년경 나산유통 소유의 토지 매각대금이 유입됨에 따라 일시적으로 호전되었으나, 나산의 주주, 채권자 및 회사채 지급보증기관 등 주요 회계정보 이용자들은 1996 회계연도의 재무제표가 작성될 당시 이미 나산의 재무안정성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다.

(9) 나산그룹은 1997년 초순경 한보그룹과 기아그룹의 부도로 재무상황이 다시 악화되기 시작하였고, 결국 1997년 말경의 외환위기 사태로 인한 영업부진과 자금경색으로 1998. 1. 14. 계열사들이 동반 부도처리되었다.

다. 나산의 1996년도 재무제표 공시

(1) 피고 1, 2, 3은 1997. 1.경 나산의 1996회계연도에 대한 결산을 하면서, 실제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계열사에게 대출명의를 대여해 주는 방법으로 1,010억 원, 직접 보증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6,060억 원 등 합계 7,070억 원의 계열사 채무를 보증하였음에도 사업보고서 공시 기준일인 1996. 12. 31.에 맞추어 계열사 단기 대여금이 회수된 것으로 회계 처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금거래를 축소 기재하여 재무제표의 주석사항에는 총 1,316억 원만을 채무보증한 것으로 기재하고, 1996. 12. 31. 현재 나산의 현금과 예금 합계 704억 원 중 391억 원은 계열사인 나산유통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하여 나산유통이 종합금융사로부터 어음할인의 방법으로 자금을 차입하면서 나산이 그 종합금융사 발행의 무담보발행어음을 매입한 것으로서 그 사용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이를 재무제표의 주석사항에 기재하지 않기로 하고, 나산 재경부 직원들로 하여금 그와 같은 내용의 재무제표를 작성하게 하였다.

(2) 피고 3은 1997. 2. 14. 개최된 이사회에서 1996년도 사업결산을 위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할 것을 제의하여 이사회의 의결을 받고, 이에 따라 1997. 3. 14.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대차대조표 및 손익계산서 승인의 건을 상정하여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았는데, 이 때 감사였던 망 피고 5는 위 주주총회에 감사보고를 하였고, 피고 2도 위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의사록에 날인하였다.

(3) 나산의 1996년도 재무제표는 1997. 2. 3.부터 2. 6.까지 안건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받은 다음, 위와 같이 주주총회의 승인결의를 거쳐 1997. 3. 15. 한국경제신문에 공시되었다.

라. 원고의 보증보험약정 체결 및 대위변제

(1) 나산은 1994. 8. 23.경 원고(변경 전 상호 한국보증보험 주식회사)의 지급보증하에 4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었는데, 원고는 그 만기가 도래하기 3개월 전인 1997. 5.경 나산의 1994년부터 1996년까지의 각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제출받아 검토한 결과, 재무제표상 3년 연속 흑자를 시현하고 있으나 기업평가기준상 A3에서 B+로 신용이 하락하였음을 이유로 재보증 불가 통보를 한 바 있었다.

(2) 나산은 위 회사채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이를 차환하기 위하여 1997. 8.중 발행금액 40억 원의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는 제38회 회사채발행계획을 세우고, 1997. 8. 18. 원고에게 지급보증을 요청하였다.

(3) 이에 원고는 보증보험 계약심사를 거쳐 1997. 8. 21. 피고 1, 나산종건, 나산관광개발 주식회사가 각 연대보증을 하고, 당시 1주당 시가 3만 원 상당의 주식회사 지엔지(GNG)텔레콤(아래에서 ‘지엔지텔레콤’이라고 한다) 주식 20만 주(액면가 10억 원), 제1종 국민주택채권 약 10억 원 상당을 담보로 제공받는 것을 조건으로, 나산과 사이에 보증기간을 1997. 8. 27.부터 2000. 8. 27.까지로 하여 나산이 1997. 8. 27. 발행하는 3년 만기 회사채 원금 40억 원 및 그 이자 13억 2,000만 원의 지급을 보증하는 사채보증보험약정(아래에서 ‘이 사건 지급보증’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4) 나산은 1998. 1. 14.경 최종 부도처리되어 1998. 2.경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었고, 원고는 이 사건 지급보증 약정에 기하여 1998. 2. 28.부터 2000. 8. 28.까지 11회에 걸쳐 피보험자인 증권예탁원에 보험금 합계 52억 1,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5) 원고는 나산이 담보로 제공한 국민주택채권을 매각하여 7억 4,363만 9,455원을 회수하였고, 나산의 회사정리절차에서 나머지 구상금 44억 4,636만 545원 중 지엔지텔레콤 주식의 가액을 액면가인 10억 원으로 평가하여 동액 상당을 정리담보권으로, 나머지 34억 6,636만 545원을 정리채권으로 각 신고하였다가, 1999. 9. 18. 나산으로부터 정리담보권 원금 10억 원 및 그 이자 1억 1,539만 7,260원 합계 11억 1,539만 7,260원을 조기에 변제받는 것을 조건으로(나산의 정리계획안에 따르면 정리담보권의 원금은 4차년도부터 10차년도까지, 이자는 준비년도부터 10차년도까지 분할하여 변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지엔지텔레콤 주식에 관한 질권을 해제하고 이를 나산에 반환하였으며, 나산에 대한 나머지 채권은 SG ABS 자산유동화 주식회사에게 액면가의 약 30%인 8억 원에 양도하였고, 이로써 원고의 나산에 대한 구상금 채권은 19억 7,308만 8,436원이 남게 되었다.

(6) 한편 나산은 1999. 9. 10. 원고로부터 반환받은 지엔지텔레콤 주식 20만 주를 주당 12,500원 합계 25억 원에 매각하였는데, 당시 지엔지텔레콤 주식은 곧 장외시장에 등록될 것이라고 예상되었고, 실제로 지엔지텔레콤 주식은 1999. 12. 초순경 장외시장에 등록되어 1주당 약 50,000원에 시세가 형성되었다.

2. 부당대출 및 지급보증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나산이 피고 1과 그의 사실상 1인 주주 회사인 나산종건, 이미 완전자본잠식상태에 이른 나산유통 등에게 자기 자본의 5배에 달하고 총 자산의 1.5배를 초과하는 7,070억 원의 채무를 보증하고 현금과 예금의 절반 이상인 319억 원을 담보로 제공하는 등, 도산의 위험이 있는 계열사에 직·간접적으로 자금지원을 함으로써 나산의 재무안정성이 매우 취약해졌는바, 피고들은 나산의 회장, 부회장, 이사 내지 감사들로서, 자본충실의무 및 감시 의무 등을 소홀히 한 채 계열사에 부당대출·지급보증을 하여, 나산으로 하여금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게 하였고, 이로 인해 원고에게 채권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상법 제401조 내지 민법 제750조 에 따라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살피건대, 나산이 계열사에게 자금을 지원하였다가 결과적으로 이를 회수하지 못하게 되어 지급불능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곧바로 자금 지원을 결정하고 실행한 업무담당자들에게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의 위반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당시 얻을 수 있던 합당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금지원의 필요성, 규모와 내용, 변제계획, 담보나 회수 가능성 여부, 나산과 계열사와의 관계, 당시 경영상황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나산의 이익을 위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적합한 절차에 따라 자신의 재량의 범위 내에서 결정한 것인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인바, 갑 제5호증, 제6호증의 1의 각 기재만으로는 나산의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이 위와 같은 의무에 위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피고들의 행위가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에 반하거나, 그 외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분식회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또한, 피고 1은 나산그룹의 회장으로서, 피고 2는 나산그룹의 부회장, 피고 3은 나산의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명확히 보고하기 위하여 나산의 모든 자산과 부채 및 자본을 적정하게 표시하고, 기업회계준칙에 맞게 회계기간에 속하는 모든 거래내역을 적정하게 표시한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공시할 의무가 있음에도, 나산의 재무상태를 사실대로 공시할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지원이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하고 1996 회계연도에 대하여 주석사항의 기재를 누락하는 방법으로 분식결산한 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였고, 피고 4, 망 피고 5, 피고 6은 나산의 감사들로서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감사의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채 위와 같이 주석사항의 기재가 누락된 재무제표가 작성·공시되도록 하였는바, 원고는 위와 같이 주석사항의 기재가 누락된 재무제표를 적정한 것으로 믿고 이 사건 지급보증을 하였고 그에 따라 나산을 위하여 보험금 52억 1,000만 원을 지급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들은 상법 제401조 제1항 , 제414조 제3항 에 따라 연대하여 원고에게 원고가 회수하지 못한 구상금 19억 7,0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재무제표 작성의 기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 , 제3항 에 의하면 주식회사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한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제정된 기업회계기준에 의하면, 회계처리 및 보고는 신뢰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에 의하여 공정하게 처리하여야 하고( 제3조 제1호 ), 재무제표에는 이를 이용하는 자에게 충분한 회계정보를 제공하도록 중요한 회계방침 등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주석을 하여야 하며( 제5조 제5항 ), 사용이 제한된 현금과 예금에 관하여는 그 내용을 주석으로 기재하여야 하고( 제27조 ), 자기 또는 타인을 위하여 제공하고 있거나 타인으로부터 제공받은 담보·보증의 내용을 보충적 주석으로 기재하여야 한다( 제118조의3 제12호 ). 또한 거래의 법적 형식에도 불구하고 자금의 실질적인 사용 및 이자부담을 하지 않는다면 형식상의 차주는 차입금으로 회계처리하지 않고 동 차입금의 실질적인 사용자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주석에 기재하여야 한다.

(2) 피고 1, 2, 3, 4, 망 피고 5, 피고 6의 임무해태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나산의 1996 회계연도 재무제표는 나산이 계열사인 나산종건 또는 나산유통이 발행한 어음에 배서를 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어음할인 대출을 받음으로써 실질적으로 나산종건 또는 나산유통이 사용한 부분을 나산의 지급보증으로 주석에 기재하지 않고, 나산이 계열사와 피고 1 등을 위하여 보증한 내용의 일부와 사용이 제한된 예금을 주석에 기재하지 아니하였으며, 피고 1, 2, 3은 위와 같은 재무제표의 작성을 지시하였고, 피고 4, 망 피고 5, 피고 6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위와 같은 분식결산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인데도 그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위와 같이 주석사항이 누락된 재무제표가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쳐 공시되도록 하였으므로, 피고 1, 2, 3, 4, 망 피고 5, 피고 6(아래에서 ‘피고 1 등’이라고 한다)은 상법 제401조 제1항 , 제414조 제3항 에 따라 악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그 임무를 해태하였다 할 것이다.

(3) 피고 1 등의 임무해태와 이 사건 지급보증 및 손해와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

㈎ 원고가 이 사건 지급보증을 함에 있어 위와 같이 주석사항의 기재가 누락된 나산의 1996 회계연도 재무제표가 참고자료로 검토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한편 앞서 본 사실관계에 나타난 아래와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지급보증은 나산이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1994년에 발행된 회사채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차환을 위하여 발행된 회사채의 지급보증인 점, ② 나산의 계열사인 나산종건과 나산유통의 재무상태가 1995년경부터 악화 일로에 있었고, 나산은 나산종건과 나산유통에 거액의 지급보증 등을 한 상태였으므로 나산의 재무상태에 대하여 주주와 채권자, 지급보증기관 등 주요 회계정보 이용자들은 1997년 초순경 이미 나산의 재무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점, ③ 이에 따라 원고 스스로도 1996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검토한 후 기업평가기준상 나산의 신용도가 하락하였음을 이유로 나산에 대하여 재보증 불가 통보까지 하였다가 나산이 담보를 제공하자 이 사건 지급보증을 하게 된 점, ④ 이 사건 지급보증 당시 나산이 제공한 담보 중 지엔지텔레콤 주식의 시가는 약 60억 원(=20만 주×30,000원), 국민주택채권의 시가는 약 10억 원으로서, 그 시가 합계는 이 사건 지급보증으로 담보되는 회사채 원리금 53억 2,000만 원의 약 130%에 이르러, 이 사건 지급보증의 담보로서 충분하였다고 보이는 점, ⑤ 이 사건 지급보증 당시의 분식결산 관행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재무제표가 그 회사의 재무상태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는 신뢰가 시장에 형성되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석사항의 기재가 누락된 나산의 1996 회계연도 재무제표를 믿고 그에 비추어 나산의 재무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판단하여 이 사건 지급보증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 또한 구 회사정리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2006. 4. 1. 폐지되기 전의 것)상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면 정리회사의 담보채권자는 담보물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하여 그 담보물의 가액의 범위 내에서 정리담보권으로 신고하고( 제126조 ), 나머지 채권은 정리채권으로 신고하게 되며( 제125조 ), 관리인은 담보물의 가치에 관한 평가를 거쳐 정리담보권의 시인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제132조 ), 담보물의 가액에 관하여 이견이 있어 정리담보권으로 인정하는 채권의 범위에 다툼이 생기게 되면 정리담보권 확정의 소( 제147조 )로써 담보물의 가액을 확정하도록 되어 있으며, 회사정리절차에서는 정리담보권이 정리채권보다 그 변제금액이나 변제기 등에 있어서 우대받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통상 채권자는 담보물의 가액을 높게 평가하여 최대한 정리담보권으로 인정받으려 하고, 관리인은 담보물의 가액을 낮게 평가하여 정리담보권으로 인정되는 채권의 범위를 축소하려 하는 경향이 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나산에 대한 회사정리절차에서 담보물인 지엔지텔레콤 주식의 가치를 액면가로 평가하여 나산에 대한 구상금채권 중 10억 원만을 정리담보권으로 신고한 다음, 위와 같이 정리담보권으로 신고한 금액만을 변제받으면서 곧 장외시장에 등록될 것으로 예상되어 주가 상승이 기대되던 위 주식에 관한 질권을 해제하였는바, 만약 원고가 지엔지텔레콤의 주식을 적정하게 평가하고 그에 따라 정리담보권 신고를 하였더라면, 위 주식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가격으로 처분함으로써 이 사건 구상금채권의 전부를 회수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의 손해는 위와 같은 채권관리상의 잘못에 의하여 자초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할 것이다.

㈐ 따라서 피고 1 등의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사 또는 감사로서의 임무해태와 이 사건 지급보증 및 그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다른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데, 제1심 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고 피고들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제1심 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길기봉(재판장) 조성권 이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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