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0노711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
예훼손)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김태형(기소), 박민지(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이상희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18. 11. 2. 선고 2018고정5 판결
환송 전 당심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19. 10. 24. 선고 2018노1633 판결
판결선고
2020. 8. 14.
주문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소송의 경과 및 심판범위
가. 검사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 신문 'C' 사이트에, 피해자가 2004. 4.경 여기자를 성추행하였고, F 한국대사관(이하 'F대사관'이라 한다)의 공사로 재직하면서 여직원과 스캔들을 일으키고 회식 후 여직원의 몸을 만지며 성추행을 일삼는 등, 수많은 여성들을 희롱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하 '이 사건 게시글'이라 한다)을 기고함으로써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피고인을 공소제기하였다.
나. 원심은 이 사건 게시글 중 '피해자가 F대사관의 공사로 재직하면서 여직원과 스캔들을 일으키고 회식 후 여직원의 몸을 만지며 성추행을 일삼는 등, 수많은 여성들을 희롱했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유죄로 판단하고, '피해자가 2004. 4.경 여기자를 성추행하였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유무죄로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유죄 부분에 대하여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하였다.
다. 환송 전 당심은 원심의 '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의 결론에 따르기로 하였고, 원심의 유죄 부분 중 이 사건 게시글의 '피해자가 F대사관의 공사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여성들을 희롱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피해자가 F대사관의 공사로 재직하면서 여직원과 스캔들을 일으키고 회식 후 여직원의 몸을 만지며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유무죄로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유죄 부분에 대하여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상고하였다.
라. 상고심은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환송 전 당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파기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이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는 이유무죄 부분도 함께 파기하고 이 법원에 환송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허위의 사실이 아니고 피고인에게는 비방의 목적이 없었으므로 이 부분에 관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제70조 제2항에 따른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3.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누구든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6. 12. 23. 20:45경 B 이하 불상지에서 인터넷 신문 'C' 사이트에 기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이 사용하는 이메일(D)을 이용하여 위 인터넷 신문사 편집장 'E'에게 "저는 F대사관 직원이었습니다2: 시간이 지나면 잊힐 거라는 '습관'"이라는 제목과 함께 "(중략) ··· 2004년 4월, 여기자를 성추행했던 G는 F대사관에서도 근무를 했었다. 당시에는 공사로 역임을 했고, 고위공무원으로 권력을 누비며 지냈다. 여직원과의 스캔들은 물론이고, 회식 후 여직원의 몸을 만지며 성추행을 일삼는 등, 세 살 버릇을 여든까지 갖고 F대사관까지 온 것이다. (중략) ··· 2004년 여기자를 성추행했던 외교관 G, 그 후 F대사관의 공사로 재직하며 수많은 여성들을 희롱했던 그는 시간이 흘러 사람들에게서 잊혀졌다. 이 역시 그들만의 법칙이 작용함 셈이다. 누가 기억하고 있으랴. (그 후 외교관 G는 H 대사까지 역임했다고 한다.)"라는 내용의 글을 작성·전송하여 위 C 사이트에 게시되게 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 I을 'G'로 지칭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작성하였으나, 사실은 피해자는 F대사관의 공사로 재직하면서 여직원과 스캔들을 일으키거나 회식 후 여직원의 몸을 만지며 성추행을 일삼거나 수많은 여성들을 희롱했던 사실이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은 정보통신망인 이메일을 이용하여 허위사실의 글을 작성 및 유포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나. 이 사건 게시글 중 '피해자가 2004. 4.경 여기자를 성추행하였다'는 부분에 관한 판단
제1심이 단순일죄의 관계에 있는 공소사실 일부에 대하여만 유죄로 인정한 경우에 피고인만 항소하여도 그 항소는 그 일죄의 전부에 미쳐서 제1심의 무죄부분 역시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된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1991. 6. 25. 선고 91도884 판결,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도5000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이 부분도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된다고 할 것인데, 이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정당하다고 수긍되므로, 이 부분 원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다. 이 사건 게시글 중 '피해자가 F대사관의 공사로 재직하면서 여직원과 스캔들을 일으키고 회식 후 여직원의 몸을 만지며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부분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변론과정에서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12. 8.경부터 2016. 10.경까지 Z 소재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근무하였다. 피해자는 2008. 8.경부터 2011. 8.경까지 위 대사관 공사(총영사)로 근무하였다. 피고인은 2016년경 J가 대사관 근무 중 피해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고,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J로부터 위 사고 당시 대사관에 근무한 K을 소개받았다.
(나) 피고인은 2016년 하순경 K과 인터뷰하였고, K은 '피해자가 공사로 재직할 당시 노래방에서 동료 여직원을 추행한 사실이 있다. 회식 후 노래방에서, 직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옆방에서 피해자를 강제로 성추행하였고 위 여직원은 사건 후 며칠이 지나 피해 사실을 본인에게 이야기하였다. 본인 역시 회식 당시 직원들이 노래를 부르던 방의 왼쪽 작은 방에 피해자가 있었던 사실이 기억난다. 피해자와 여직원 X 사이에 차량 내에서 서로 옆자리에 앉아 손을 잡는 등 수상한 장면을 목격하였고 X의 보직이 본인 의사에 따라 자주 바뀌는 등 이상한 점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77쪽).
(다) 피고인은 2017. 1. 6. J로부터, '본인(J)이 대사관에서 (피해자로부터) 피해를 당한 사실은 있다. 본인이 피고인에게 말한 사실은 거짓 없는 사실이지만 직접 방송에 인터뷰를 하거나 본인이 나선 것으로 알려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 무렵 피고인은 J로부터 '피해자가 본인의 가슴을 만지고 키스하였고 본인이 거부하여 그 선에서 끝났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세지(공판기록 68쪽)를 받은 사실이 있다.
(라) J는 '2009년 피해자가 주최한 회식 당시 시내에서 식사를 하고 식당 지하에 있는 노래방에서 직원 대다수가 시간을 보냈으며, 이후 3차로 AA 지역에 있는 가라오케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 피해자가 본인에게 화장실 위치를 안내해달라고 요청한 후빈 방으로 본인을 밀어 넣어 소파에 앉히고 입을 맞추고, 가슴을 만지는 등 추행하였다'는 내용의 인증진술서를 작성하여 피고인을 통해 법원에 제출하였다.
(마) K은 당심에서 'J가 2차 노래방에서 피해자로부터 추행(기습 뽀뽀를 하고 몸을 더듬으려고 하였다)을 당하였다는 말을 직접 들었고 당시 3차로 가라오케에 갔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바) 대사관 전 직원이었던 L는, '피해자가 공관 직원인 X과 불륜 관계에 있었고 권한을 남용해 X의 부서를 이동시켜 주었다'는 내용을 외교부 감사담당관실에 제보하였는데, 피고인은 2017. 1. 16. 위 신고 사실을(본인 동의 없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L로부터 이메일로 받았다.
(사) 피해자는 공사(총영사) 재직 당시 교민사회에서 여직원과 불륜 관계에 있다는 스캔들이 퍼져 국정원 측으로부터 감찰을 받기도 하였다(피해자는 후배 및 국정원공사를 통해 위와 같은 소문을 들어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당심에서 '2009년 송년회 당시 직원들이 따라주는 술을 받아먹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술에 취하였고, 지하에 내려가서 노래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거기서 3차를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직원이 집에 데려다 준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여직원과 스캔들을 일으키고' 부분에 관하여
위 인정 사실 및 이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작성한 내용에 위와 같은 표현이 기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비방의 목적이 존재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가) 피해자가 총영사 재직 당시 여직원과 사이의 불륜 관계에 관한 소문이 직장, 교민사회 내에 퍼져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K, L가 피고인에게 제공한 정보의 내용이 구체적이다.
(나) 비록 피해자에게 징계 등 조치가 이루어지지는 아니하였으나 위 불륜 관계 등에 관하여 피해자에게 감찰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이를 피해자도 인정하고 있다.
(다) 대사관 공사(총영사)로 재직한 피해자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였는지 여부는 공적 영역에 해당할 여지가 크고, '스캔들이 있었다'는 표현 자체로써 피해자에 관한 어떠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스캔들'이라는 표현은 그 사실의 진위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의 처신상 잘못 등으로 인해 부적절한 풍문이 있는 경우 등까지 포함하여 사용되기도 하므로, 그 표현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회식 후 여직원의 몸을 만지며 성추행을 일삼았다' 부분
위 인정 사실 및 이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작성, 유포한 위와 같은 내용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위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식한 데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대사관 내에서 소속 여직원에 대한 추행 여부는 피고인이 위 글을 게시할 당시 다른 외국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외교부 소속 직원의 행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공적 관심에 해당할 여지가 큰 영역이었고, 그 게시한 글에서 외교관들의 문제 있는 행태와 이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피해자를 하나의 예로서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그 내용 및 표현 방식에 다소의 과장이나 과격한 부분이 존재하더라도 피고인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J가 피고인에게 전송한 카카오톡 및 이메일의 내용은 J가 피해자로부터 추행을 당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그 작성 내용 및 경위에 비추어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
(나) J가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된 인증진술서에, J가 피해자로부터 당하였다는 추행의 일시, 경위, 내용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고, 추행 내용이 위 카카오톡 메세지의 내용과 대체로 일치한다.
(다) K은 Y로부터, 피해자의 추행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전해 들었다고 진술하였고 그 내용에 신빙성이 있으며 J가 K에게 추행 장소와 일시를 정확히 진술하지 아니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 피해자가 2009년 직원들과의 회식 당시 술에 취하여 노래방 이후의 구체적 행적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라. 이 사건 게시글 중 '피해자가 F대사관의 공사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여성들을 희롱했다'는 부분에 관한 판단
1)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이 정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은 가해의 의사와 목적이 있어야 인정될 수 있다.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서 상반되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 그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무원 등 공인(公人)인지 아니면 사인(私人)에 불과한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 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0도10864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도14678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변론과정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해자는 2008. 8.경부터 2011. 8.경까지 F대사관의 공사로 근무했던 외교관으로, 2004년경 여기자에게 강제로 입을 맞춘 행위가 언론에 보도되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다. 피고인은 2012. 8.경부터 2016. 10.경까지 F대사관의 행정직원 등으로 근무했던 사람으로 피해자와 함께 근무한 적은 없다.
(나) 피고인은 2016년경 F대사관 행정직원 J로부터 2009년경 대사관 근무 중 피해자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말을 듣게 되었고, 그 무렵 F대사관 행정직원으로 근무했던 K으로부터 '피해자가 회식 후 노래방에 가서 직원들이 노래를 부르는 옆방에서 J를 추행했다는 사실을 J로부터 들었고, 본인도 당시 피해자가 옆방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밖에 피해자가 F대사관 행정직원 X과 서로 손을 잡고 있는 등 불륜관계로 의심할만한 행동을 하는 것도 보았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다) 피고인은 2016. 12.경 AC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의 미성년자 강제추행 사건이 언론이 보도되자, 2016. 12. 20.부터 2017. 2. 3.까지 7회에 걸쳐 인터넷 신문 'C' 사이트에 '저는 F 대한민국대사관 직원이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연재글을 기고하였는데, 위 연재글의 전체적인 취지는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는 해외 대사관 운영의 부조리, 해외 대사관 소속 고위 외교관들의 권한 남용과 비위행위, 이를 감싸는 외교부의 조직이기주의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라) 이 사건 게시글은 위 연재글 중 2016. 12. 23.자로 게시된 두 번째 글로서 전체적인 취지는 '외교부가 외교관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강력한 처벌을 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관심이 낮아짐에 따라 유야무야 넘어가는 행태를 보여 왔다'는 것이고, 그 중 피해자에 관한 내용은 위와 같은 사례 중 하나로 '피해자가 2004년 여기자를 추행하는 성적 비위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외교부에서 경징계만을 받은 후 F대사관의 공사로 취임하였고, 공사로서의 권력을 이용하여 동종의 성적 비위행위를 반복하다가 결국 대사직에까지 올랐다'는 취지이다.
(마)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해외 대사관 운영의 부조리, 고위 외교관들의 권력 사유화 등을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 및 기고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3) 위 사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게시글에 적시된 사실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피해자는 외교부 소속 고위 공무원으로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공무원의 소속직원에 대한 성적 비위행위는 일반 국민들의 검증과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 피고인은 다른 해외 대사관 소속 외교관의 성적 비위행위 등이 언론에 보도되어 일반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자, 피고인이 과거 F대사관에 근무하면서 확인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해외 대사관 운영의 부조리, 고위 외교관들의 권한 남용과 비위행위 등을 공론화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취지로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사이에 개인적인 감정이나 경제적인 이해관계 등으로 피해자를 비방할만한 동기를 찾을 수 없다.
(라) 이 사건 게시글의 표현 중 '피해자가 F대사관의 공사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여성들을 희롱했다'는 부분은 피해자의 성적 비위행위에 관한 표현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고, 전체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마.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 다항과 라항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에서 정한 '비방할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3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위 제3의 나항, 다항, 라항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춘호
판사 이지혜
판사 강상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