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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6.11. 선고 2019도16767 판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사건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이상희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19. 10. 24. 선고 2018노1633 판결

판결선고

2020. 6. 11.

주문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 신문 'C' 사이트에, 피해자가 2004. 4.경 여기자를 성추행하였고, F 한국대사관(이하 'F대사관'이라 한다)의 공사로 재직하면서 여직원과 스캔들을 일으키고 회식 후 여직원의 몸을 만지며 성추행을 일삼는 등, 수많은 여성들을 희롱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하 '이 사건 게시글'이라 한다)을 기고함으로써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제1심 및 원심은, 이 사건 게시글 중 '피해자가 F대사관의 공사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여성들을 희롱했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유죄로 판단하고, 이 사건 게시글 중 '피해자가 2004. 4.경 여기자를 성추행하였고, F대사관의 공사로 재직하면서 여직원과 스캔들을 일으키고 회식 후 여직원의 몸을 만지며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유무죄로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유죄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제2항이 정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은 가해의 의사와 목적이 있어야 인정될 수 있다.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서 상반되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 그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무원 등 공인(公人)인지 아니면 사인(私人)에 불과한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 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0도10864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도1467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해자는 2008. 8.경부터 2011. 8.경까지 F대사관의 공사로 근무했던 외교관으로, 2004년경 여기자에게 강제로 입을 맞춘 행위가 언론에 보도되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다. 피고인은 2012. 8.경부터 2016, 10.경까지 F대사관의 행정직원 등으로 근무했던 사람으로 피해자와 함께 근무한 적은 없다.

2) 피고인은 2016년경 F대사관 행정직원 J로부터 2009년경 대사관 근무 중 피해자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말을 듣게 되었고, 그 무렵 F대사관 행정직원으로 근무했던 K으로부터 '피해자가 회식 후 노래방에 가서 직원들이 노래를 부르는 옆방에서 J를 추행했다는 사실을 J로부터 들었고, 본인도 당시 피해자가 옆방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밖에 피해자가 F대사관 행정직원 X과 서로 손을 잡고 있는 등 불륜관계로 의심할만한 행동을 하는 것도 보았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3) 피고인은 2016. 12.경 AC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의 미성년자 강제추행 사건이 언론이 보도되자, 2016. 12. 20.부터 2017. 2. 3.까지 7회에 걸쳐 인터넷 신문 'C' 사이트에 '저는 F 대한민국대사관 직원이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연재글을 기고하였는데, 위 연재글의 전체적인 취지는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는 해외 대사관 운영의 부조리, 해외 대사관 소속 고위 외교관들의 권한 남용과 비위행위, 이를 감싸는 외교부의 조직이기주의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4) 이 사건 게시글은 위 연재글 중 2016. 12. 23.자로 게시된 두 번째 글로서 전체적인 취지는 '외교부가 외교관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강력한 처벌을 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관심이 낮아짐에 따라 유야무야 넘어가는 행태를 보여 왔다'는 것이고, 그 중 피해자에 관한 내용은 위와 같은 사례 중 하나로 '피해자가 2004년 여기자를 추행하는 성적 비위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외교부에서 경징계만을 받은 후 F대사관의 공사로 취임하였고, 공사로서의 권력을 이용하여 동종의 성적 비위행위를 반복하다가 결국 대사직에까지 올랐다'는 취지이다.

5)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해외 대사관 운영의 부조리, 고위 외교관들의 권력 사유화 등을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 및 기고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다. 위 사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게시글에 적시된 사실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피해자는 외교부 소속 고위 공무원으로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공무원의 소속직원에 대한 성적 비위행위는 일반 국민들의 검증과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② 피고인은 다른 해외 대사관 소속 외교관의 성적 비위행위 등이 언론에 보도되어 일반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자, 피고인이 과거 F대사관에 근무하면서 확인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해외 대사관 운영의 부조리, 고위 외교관들의 권한 남용과 비위행위 등을 공론화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취지로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이 피해자와 사이에 개인적인 감정이나 경제적인 이해관계 등으로 피해자를 비방할만한 동기를 찾을 수 없다.

④ 이 사건 게시글의 표현 중 원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피해자가 F대사관의 공사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여성들을 희롱했다'는 부분은 원심에서 이유무죄로 판단된 피해자의 성적 비위행위에 관한 표현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고, 전체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라.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에서 정한 '비방할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앞서 본 이유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위 파기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는 이유무죄 부분도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박상옥

대법관안철상

주심대법관노정희

대법관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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