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구합102477 업무정지 등처분취소
원고
A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도형
피고
기획재정부장관
변론종결
2019. 10. 2.
판결선고
2019. 11. 20.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7. 6. 19. 원고에 대하여 한 세무사 직무정지 6개월 및 과태료 300만 원 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이 사건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세무사로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B이라는 상호로 개인사업을 영위하는 C의 세무기장 및 신고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나. 광주지방국세청은 2015. 9. 15.부터 2015. 10. 24.까지 C에 대한 개인사업자통합 조사(이하 '이 사건 통합조사'라 한다)를 실시한 결과, 2013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 당시 아래와 같이 C의 D 외 4인(이하 'D 등'이라 한다)에 대한 매입금액 합계 484,505,000원은 실제로 지출한 사실이 없는 가공의 매입원가임을 확인한 후 2015. 11. 6. C에게 가산세를 포함한 종합소득세 273,252,595원을 경정 · 고지하였고, C은 위 종합소득세를 모두 납부하였다.
다. 감사원은 2016. 6. 13.부터 2016. 7. 13.까지 세무조사운영실태감사를 실시한 후 광주지방국세청장에게 원고가 세무사법 제12조의 성실의무를 위반한 혐의가 있으므로 징계요건 조사를 거쳐 원고를 기획재정부 세무사징계위원회에 징계 요구하는 제재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하였다.
라. 이에 광주지방국세청장은 2016. 12.경 세무사징계위원회에 원고가 C의 2013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 당시 가공경비를 계상하여 C이 종합소득세를 탈루하도록 부실기장하고, 소득세법에 따른 성실신고에 관하여 허위로 확인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였다.
마. 세무사징계위원회는 2017. 6. 9.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성실신고 허위 확인에 대하여는 직무정지 6개월, 부실기장에 대하여는 과태료 300만 원의 징계를 의결하였고, 피고는 2017. 6. 19. 위 의결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세무사 직무정지 6개월 및 과태료 300만 원의 처분(이하 직무정지 처분과 과태료 부과 처분을 통틀어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 주문 「세무사법」 제17조에 따라 ‘직무정지 6개월 및 과태료 300만 원에 처한다. (직무정지 기간 : 2017.8.1. ~ 2018.1.31.) ■ 이유 ○ 세무사 원고는 C(상호: B)의 2013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 시 적격증빙 없는 가공원가 4억 85 백 만 원을 계상하여 1억 84백만 원의 세액을 탈루토록 하였고 소득세법에 따른 성실신고에 관하 여 허위 확인함 ○ 위와 같은 행위는 「세무사법」 제12조 【성실의무】 규정을 위반한 것이므로 주문과 같이 의결함 |
바. 원고는 2017. 7. 10.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2018. 1, 26. 기각재결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0호증, 을 제1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처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1) 처분사유 부존재
원고는 C이 원고에게 제출한 계량증명서가 부정한 방법으로 작성된 사실을 모른 채 이를 근거로 기장하였을 뿐이므로, 세무사에게 요구되는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다하였다. 또한 부가가치세법 제61조 제5항의 착오 해석으로 성실신고확인서의 일부 사항을 부실하게 기재하였으나, 이는 고의성이 없는 행위에 불과하다.
2) 재량권 일탈·남용
세무사에게 질문조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납세자가 가공거래가 아니라고 한다면, 세무대리인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점, 현금거래가 많고 거래 상대방이 비사업자가 대부분인 C의 사업(폐의류를 매입하여 외국으로 수출하는 업무) 특성을 고려할 때, 원고는 C이 제출한 계량증명서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점, 과세관청과 대다수의 세무사들도 부가가치세법 제61조 제5항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 원고의 행위는 단순한 과실에 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성실의무를 위반한 경우 과태료만 부과된 다수의 사례와 비교하여 볼 때, 이 사건 처분은 원고에게만 지나치게 가혹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나. 관련 법령
별지와 같다.
다. 징계사유의 존부
1) 세무사법에 따르면,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게 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제 1조의2), 납세자 등의 위임을 받아 '조세에 관한 신고를 위한 장부 작성의 대행', '소득 세법에 따른 성실신고에 관한 확인' 등의 직무를 수행하며(제2조 제3호, 제8호),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품위를 유지하여야 하고, 고의로 진실을 숨기거나 거짓 진술을 하지 못한다(제12조), 소득세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있도록 증명서류 등을 갖춰 놓고 그 사업에 관한 모든 거래 사실이 객관적으로 파악될 수 있도록 복식부기에 따라 장부에 기록·관리하여야 하고(제160조 제1항), 사업소득이 있는 자가 사업과 관련하여 사업자로부터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받고 그 대가를 지출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외를 제외하고 소정의 증명서류를 받아야 한다(제160조의2 제2항), 한편 소득세법 제70조의2 제1항은 수입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는 종합소득과세표준 확정신고를 할 때에 제160조 및 제161조에 따라 비치 기록된 장부와 증명서류에 의하여 계산한 사업소득금액의 적정성을 세무사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확인하고 작성한 확인서를 세무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하여 성실신고 확인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성실신고 확인제도는 수입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의 개인사업자에 대하여 소득세신고 전에 조세전문가로부터 회계 및 세무처리의 적정성을 검증받게 하여 성실신고를 유도함으로써 사전에 불성실신고를 예방하고 세무조사 행정능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위와 같은 세무사법, 소득세법 규정 및 그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납세자 등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는 세무사는 세무전문가로서 단순히 납세자의 요구대로만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로부터 독립된 지위에서 납세자에게 적절한 조언을 하고, 법령에 어긋나는 납세자의 요구는 거부하는 등 납세자가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납세자가 요구하는 내용이 관련 법령에 비추어 그 적정성이 의심되는 상황임에도 세무사가 세무전문가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만연히 납세자의 요구대로 조세 신고를 위한 장부를 작성하고, 작성된 장부의 내용대로 성실신고 확인서를 작성하였다면 이는 세무사법 제12조가 정하고 있는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
라고 봄이 타당하다.
2)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각 증거들과 갑 제7 내지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C의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한 장부 작성을 대행하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세무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업무와 무관한 경비를 필요경비로 계상하는 등 부실기장을 하고, 이를 토대로 성실신고 확인서를 작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러한 원고의 행위는 세무사법 제12조에 규정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원고는 C의 2013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 당시 D 등에 대한 매입금액 합계 484,505,000원을 필요경비로 계상하고, 아래와 같이 성실신고확인서를 작성하였다.
확인내용 위 성실신고확인대상자의 비치.기록된 장부와 증빙서류에 의하여 계산한 수입금액 및 필요경비의 계 상 등 소득금액에 대하여 「소득세법」 제70조의2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성실하게 확인하였습니다. 필요경비에 대한 적격증빙 수취여부 등 검토 ○ 표준손익계산서 항목 (단위: 천 원) 2013년 성실신고확인 결과 특이사항 기술서 |
나) 그러나 이 사건 통합조사 결과 위 매입금액은 모두 실제로 지출한 사실이 없는 가공의 매입원가임이 확인되었고, 이에 따라 C은 가산세를 포함한 종합소득세 273,252,595원을 추가로 납부하였다.
다) C이 원고에게 제출한 D 등에 대한 계량증명서에는 '거래처'란에 D 등의 이름만이 기재되어 있어 정확한 거래 상대방을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금융거래 내역도 존재하지 않고, 일부는 수정테이프로 수정한 혼적이 보인다. 그럼에도 원고는 세무전문가로서 이를 조사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만연히 이를 필요경비로 계상하였고, 위 가항과 같이 성실신고확인서를 작성하였다.
라) 부가가치세법 제61조 제5항에 따르면, 등록을 하지 아니한 개인사업자로서 사업을 시작한 날이 속하는 연도의 공급대가의 합계액이 연 48,000,000원에 미달한 경우에만 최초의 과세기간에 간이과세자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고 주장처럼 원고가 C이 제출한 계량증명서를 신뢰 하였더라도, 위 계량증명서상 D 등은 2013년 원고에게 폐의류를 공급하고 적게는 84,049,000원에서 많게는 107,800,000원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는바, 위 계량증명서상으로도 D 등은 간이과세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마) 이에 대하여 원고는 계량증명서가 부정한 방법으로 작성된 사실을 몰랐다거나 위 부가가치세법 제61조 제5항의 규정을 '최초의 과세기간은 무조건 간이과세자로 본다'고 착오 해석하였을 뿐이므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나, 세무대 리업무에 관한사무처리규정(2019. 7. 1, 국세청훈령 제23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7호는 세무사가 소득세법 제70조의2에 따른 성실신고에 관하여 불성실하거나 거짓으로 확인한 경우 세무사법 제12조의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고,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조치는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이므로 위반자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과될 수 있으며(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두5177 판결 참조), 위 부가가치세법 제61조 제5항은 문언 자체로 의미가 명확하여 착오. 해석할 여지가 없고, 원고가 세무전문가의 지위에 있음을 고려하여 볼 때, 위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라.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1) 세무사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세무사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그리고 징계권자가 내부적인 징계양정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을 하였을 경우 정해진 징계양정기준이 합리성이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두13767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두47472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각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모든 유리한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가)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게 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하는바, 원고에게는 이러한 공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높은 수준의 업무 성실성이 요구된다.
나) 세무사징계양정규정 제2조 제1항 본문은 '법 제2조의 세무사의 직무 및 법 제12조의 성실의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다음 각 호에 의하여 양정한다.'고 규정하고, 제3호 나목에서 '무기장·부실기장 · 세무조정'의 경우로서 '탈루세액 5,000만 원 이상(3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직무정지 2월에서 1년까지 또는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라고 정하고 있으며, 제5호 가목에서 '소득세법에 따른 성실신고에 관하여 불성실하거나 허위로 확인한 경우(허위확인금액에서 특이사항을 제외)'로서 '허위확인금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 직무정지 3월에서 1년 또는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라고 정하고 있고, 제6조 제4호는 각 의무위반사항이 직무정지와 과태료에 해당하여 경합하는 경우 각 의무위반사항에 대한 직무정지와 과태료를 병과하여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 징계양정규정이 합리성이 없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이 사건 처분은 위 징계양정 규정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다) 원고는 성실의무를 위반한 세무사에 대하여 직무정지 없이 과태료만을 부과한 경우도 다수 존재하므로, 이 사건 처분이 형평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성실의무위반으로 과태료만 부과된 사안들이 이 사건 사안과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 없을만 아니라 유사한 징계사례와 비교하여 볼 때, 이 사건 처분이 형평에 어긋날 정도로 특별히 과중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라) 또한 원고는 납세자가 세무사보다 우월적인 지위에 있고, 세무사에게 납세자가 제공한 서류의 진위를 파악할 질문조사권이나 확인수단이 없으므로 납세자의 주장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이는 세무전문가로서 객관적·독립적 지위에서 책임 있게 세무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세무사의 사명과 성실신고확인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마) 이 사건 처분은 세무행정의 원활한 수행과 납세의무의 적정한 이행의 도모를 위한 것으로, 그와 같은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크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오천석
판사김재학
판사최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