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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8. 29. 선고 95재누91 판결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공1997.10.1.(43),2934]
판시사항

외국회사 한국 지사장으로 근무하던 자가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외국회사 한국 지사장으로 근무하던 자의 사망원인이 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현대 의학상 확실한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채 다만 바이러스에의 감염, 방사선이나 화공약품 등 유해물질에의 노출 등이 유인으로 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과로나 스트레스가 없으면 백혈병의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거나,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폐렴이나 장출혈 등의 합병증이 유발된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면 외국회사 한국 지사장의 업무수행으로 인하여 그의 기존 질병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급격히 악화되고 이에 따른 합병증이 유발되어 망인의 생명을 단축시켰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며, 일반적으로 과로와 스트레스가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만을 들어 외국회사 한국 지사장의 스트레스와 과로가 기존의 질병을 급속하게 악화시킨 원인이 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어 외국회사 한국 지사장의 백혈병 발병이나 그 악화로 인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고 하여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재심피고)

원고(재심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석봉 외 1인)

피고(재심원고)

근로복지공단

주문

재심대상판결을 취소한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재심원고)의 재심청구원인을 판단한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재심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가 서울지방노동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서울고등법원 94구35246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 청구사건에 관하여 1995. 4. 14.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었고, 그 판결정본이 같은 달 20. 서울지방노동청장에게 송달되었으며, 서울지방노동청장은 같은 해 5. 1. 그 명의의 상고장을 원심법원에 제출한 사실, 피고(재심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4. 12. 22. 법률 제4826호로 전문 개정되어 1995. 5. 1. 시행된 것, 이하 '개정 산재법'이라고 한다) 제14조 , 부칙 제1조 및 제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업무와 관련한 서울지방노동청장의 권리의무가 피고에게 승계되었다는 사유를 들어 같은 해 5. 12. 원심법원에 소송수계신청서를 제출하였는데, 대법원은 같은 달 20. 서울지방노동청장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하였고, 위 소송수계신청서는 같은 해 6. 20. 대법원에 추송되어 접수되었음이 인정된다.

개정 전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하면 보험급여에 관련된 결정(처분)은 지방노동청장 및 지방노동사무소장의 권한이었으나, 개정 산재법 부칙 제7조는 "이 법에 의하여 근로복지공단으로 위탁되는 업무와 관련하여 이 법 시행 전에 노동부장관이 행한 행위 또는 노동부장관에 대하여 행하여진 행위는 이 법에 의하여 공단이 행한 행위 또는 공단에 대하여 행하여진 행위로 본다.( 제1항)", "이 법 시행 전에 종전의 산업재해보상보험업무및심사에관한법률에 의하여 제기된 심사청구 및 재심사청구는 각각 이 법에 의하여 제기된 심사청구 및 재심사청구로 본다.( 제2항)"고 규정하고, 제14조는 공단으로 위탁되는 사업으로서 "보험급여의 결정 및 지급( 제3호), 보험급여에 관한 심사청구의 심리·결정( 제4호)"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종전 지방노동청장 또는 지방노동사무소장의 보험급여에 관한 결정 및 지급에 관한 권한은 1995. 5. 1. 피고에게 승계된 것이고, 이는 처분이 있은 뒤에 그 처분에 관계되는 권한이 다른 행정청에 승계된 때( 행정소송법 제13조 단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으로서는 행정소송법 제14조 제6항 의 규정에 의하여 신청 또는 직권으로 피고경정결정을 하여 새로운 피고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재심대상판결에서는 종전의 피고(서울지방노동청장)가 소정의 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 민사소송법 제399조 ,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 제5조 에 의하여 상고를 기각하고, 그 판결정본을 서울지방노동청장에게 송달하였으니, 이와 같은 재심대상판결에는 소송에 관여할 지위에 있는 피고를 배제한 절차상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법정대리권, 소송대리권 또는 대리인의 소송행위를 함에 필요한 수권의 흠결이 있는 경우로서 민사소송법 제422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나아가 피고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의 남편인 소외인이 1977. 4. 1. 소외 ○○○ ○○○ 주식회사 한국지사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1990. 12. 17.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가 1994. 3. 17. 사망하였는데 그 직접사인은 불응성 백혈병에 동반된 장출혈 및 출혈성 복막염이고, 선행사인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인 사실, 망인은 1990. 12. 17.부터 1991. 1. 31.까지 사이에 관해유도를 위한 복합 항암제 치료를 받은 결과 완전관해상태(체내에 있던 백혈병세포가 감소하게 되어 정상적인 혈액을 만드는 기능이 회복된 상태)가 되어 퇴원하였고, 1991. 3. 7.부터 같은 달 30.까지 및 같은 해 5. 20.부터 같은 해 6. 26.까지 사이에 2차에 걸쳐 재발방지를 위한 항암제 치료(공고 요법)를 받은 후 외래에서 주기적인 경과 관찰을 받아 왔는데, 1992. 1. 1. 소외 회사 한국지사의 관리 및 운영담당 지사장으로 승진된 때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기간 동안 그 판시와 같은 내용의 업무를 수행한 사실을 인정한 후,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발생원인이 망인의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소외 회사 한국 지사장으로서의 통상 업무 외에 인원감축계획 및 예산절감계획에 따른 과도한 업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과로가 누적되었고, 이러한 스트레스와 과로가 기존의 질병인 백혈병의 증세를 악화시키고, 이에 속발된 합병증을 초래하여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망인의 사망원인이 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현대 의학상 확실한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채 다만 바이러스에의 감염, 방사선이나 화공약품 등 유해물질에의 노출 등이 유인으로 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완전관해상태가 되어 정상 생활을 하여도 환자의 몸 속에는 미세 잔류 암세포가 숨어 있어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고, 항암제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불응성 백혈병 상태에서는 회복되어 완치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불응성 백혈병 상태의 경우에는 전신상태가 불량하고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인바, 이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망인의 발병이나 그 악화로 인한 사망을 업무상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또한 기록에 의하여 보더라도 과로나 스트레스가 없으면 백혈병의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거나,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폐렴이나 장출혈 등의 합병증이 유발된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바, 그렇다면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망인의 업무수행으로 인하여 망인의 기존 질병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급격히 악화되고 이에 따른 합병증이 유발되어 망인의 생명을 단축시켰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며, 일반적으로 과로와 스트레스가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의 경우에도 망인의 스트레스와 과로가 기존의 질병을 급속하게 악화시킨 원인이 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

그렇다면 결국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니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에서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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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5.4.14.선고 94구3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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