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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13.2.19. 선고 2011구합42888 판결
유족급여일시금부지급처분취소
사건

2011구합42888 유족급여일시금부지급처분취소

원고

A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3. 1. 29.

판결선고

2013. 2. 19.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1. 9. 23.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인 망 B(이하 '망인'이라고 한다)는 주식회사 C(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의 정밀화학 생산팀에서 생산라인 현장직 근무자로 일하던 사람으로 2009. 10. 20. 화순전남대학교병원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던 중 2010. 7, 9. 위 상병의 악화로 사망하였다.

나. 원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신청에 대하여 피고는 2011. 9. 23.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 결과 등에 의하면 망인의 13년 6개월간의 근무공정, 취급 물질, 작업환경 측정 수준 등으로 보아 벤젠의 노출 수준이 발암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기 어렵고, 망인이 고농도의 벤젠에 노출되거나 저농도의 벤젠에 만성적으로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낮으므로 업무와 이 사건 상병 및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갑 1호증 참조, 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소외 회사는 석유화학 정제, 정밀화학제품 제조, 폴리우레탄 제조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망인은 소외 회사의 여수공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고 한다)에서 정밀화학 생산팀의 현장직 근로자로 근무하면서 폐수 분리, 여과, 포장, 설비 작동, 공정감시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고, 이러한 현장직 근무를 통하여 유해화학물질인 벤젠, 톨루엔 등을 취급하였다. 특히 이 사건 사업장에서는 공정과정에서의 촉매반응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매일 벤젠이 포함된 표본을 채취하여 실험하였는데, 실험실에 소속된 품질검사원이 현장에 오지 않는 경우 망인이 직접 표본을 채취하여 실험실에 전달하였고 그 과정에서 표본이 옷에 튀는 등으로 벤젠에 노출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한편 망인은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하여 가족력이 없고 흡연하지 않았으며 정기적으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여 완주할 정도로 건강하였는바, 이 사건 사업장에서 벤젠 등 유해화학 물질에 노출된 것 외에는 이 사건 상병의 발병요인을 찾을 수 없다. 결국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볼 때,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수행한 업무 때문에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여 사망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 사실

1) 업무관계 및 사망 경위 등

가) 망인은 1996. 5.경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2009. 10.경까지 이 사건 사업장의 정밀화학 생산팀 현장직 근로자로 근무하였다.

나) 소외 회사는 석유화학 정제, 정밀화학제품 제조, 폴리우레탄 제조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이 사건 사업장은 정밀화학 생산팀, 석유화학 생산팀, 기술공무팀, 안전 보건환경 품질관리팀, 공장지원팀 등의 부서로 구성되어 있다.

다) 망인이 소속된 정밀화학 생산팀은 유기과산화물 공정을 통해 유기과산화물을 제조하는 부서이다. 망인은 D과 유기과산화물 공정(이하 'FC 생산공정'이라고 한다)에서 근무를 하였는데, 구체적으로는 폐수 분리, 여과, 포장, 설비 작동, 공정 모니터링, 생산에 필요한 설비 가동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라) FC 생산공정은 산염화물, 하이드로과산화물, 이소파라핀 용매, 알칼리 등의 용매를 사용하여 회분식 반응기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숙성, 세척, 탈수, 여과 등의 세부공정을 거친 후 유기과산화물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이 공정에는 배출된 폐수를 1차로 중화하기 위한 폐수처리장이 설치되어 있다.

마) FC 생산공정에서는 30여 종의 원료를 사용하여 30여 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제품의 품질검사를 위해 공정의 표본을 채취하여 실험실에서 검사하는 과정에서 매일 60ml 정도의 벤젠이 시약용 용제로 사용되고 있다.

바) 품질검사를 위한 실험은 품질검사원인 안전보건환경 품질관리팀의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서 표본을 채취하여 진행하므로 현장직 근로자가 실험실에 출입할 일은 없다. 다만 수년 전에 공정 제품의 긴급한 품질분석을 위해 현장직 근로자가 해당 공정의 표본을 채취하여 실험실에 전달한 적이 있었으나 이 경우에도 현장직 근로자가 실험실에서 직접 표본을 분석하지는 않았다.

사) 망인은 2009. 9.경 기력이 없고 어지럼증과 구토증상을 호소하였는데 같은 해 10. 19. 전남여수병원에 내원하여 혈액검사 결과 백혈병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고, 다음날 화순전남대학교병원으로 전원하여 이 사건 상병으로 확진을 받은 후 치료를 받던 중 2010. 7. 9. 위 상병의 악화로 사망하였다.

아) 한편 순천산재병원이 2007. 5. 31., 같은 해 12. 18., 2008. 6. 26., 같은 해 12. 2. 및 2009. 6. 9. 각 실시한 FC 생산공정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는 아래와 같다.

< 작업환경측정 결과 >

2)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이하 '이 사건 역학조사 결과'라고 한다)

가) 피고는 원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신청과 관련하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하 '소외 연구원'이라고 한다)에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나) 소외 연구원은 2011. 2. 8.부터 같은 해 8. 9.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해 작업환경을 측정하였다. 작업환경측정은 FC 생산공정 및 기타 작업장의 공기에서 포집한 개인시료(3건), 지역시료(6건), 단시간시료(5건) 등의 공기 중 시료와 유기과산화물의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원료 액상시료의 분석을 통하여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 공기 중 시료 모두에서 벤젠이 검출되지 않았고, 원료 액상시료 중 에틸벤젠에는 벤젠이 0.05%, 톨루엔에는 벤젠이 0.09% 각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

다) 소외 연구원은 역학조사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아래와 같은 이유로 업무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결과, FC 생산공정에서 유기과산화물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벤젠이 사용되지 않았고 공기 중에 벤젠이 노출되지 않는 것이 확인된 점, FC 생산공정이 옥외 작업장인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이 높은 농도의 벤젠에 노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FC 생산공정에서 사용되는 원료인 에틸벤젠과 톨루엔의 분석 결과 벤젠이 일부 함유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공기 중 시료에서는 벤젠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원료에 불순물로서 벤젠이 일부 함유되어 있으나 그

물질이 설비 외부로 노출되지 않아 공기 중에서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망인은 벤젠을 취급하는 실험실에서 근무한 적이 없고, 공정에서 채취한 표본을 실험실로 가져간적이 별로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표본 채취 빈도가 주 1회 정도였던 사정 등을 고려하면 망인이 상시로 벤젠에 노출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가) 백혈병은 혈액이나 골수 혹은 그 외 조직에서 골수모세포의 비정상적 증식에 의해 발생하는 혈액종양질환으로 정의할 수 있다. 백혈병의 위험인자로 방사선 노출, 벤젠 노출, 항암제 사용력 및 타 혈액 혹은 유전질환의 과거력 등이 잘 알려져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그 원인을 확정하기가 불가능하다.

나) 백혈병은 세포의 분화 정도에 따라 만성 골수성 백혈병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분류되고, 전통적으로는 질환을 치료하지 않았을 경우 그 진행속도의 차이에 따라 만성 및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구분한다. 국내 보고에 의하면 전체 백혈병 중 급성 백혈병이 87%를 차지하고 성인의 경우 80%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발병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다) 벤젠과 같은 화학약품에 의한 직업성 노출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발병이 연관이 있다는 보고가 있고(벤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골수성 백혈병의 발생이 일반인에 비해 2 ~ 3배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벤젠, 석유제품, 페인트, 살충제, 흡연 등의 노출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발병과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라고 하여 모두 백혈병 발생과 관련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라) 망인이 벤젠을 포함한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발병이 촉진되었을 것으로 사료되지만, 어느 정도의 양에 노출되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백혈병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1ppm을 초과하는 벤젠의 노출에 대한 것이고, 그 이하의 벤젠 노출이 백혈병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없다.

마) 진료기록상 망인은 2009. 10. 20. 골수 검사를 통하여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받았고, 다음날부터 7일간 관해유도 항암 화학요법을 시행받았다. 그 후 완전관해 (말초혈액 및 골수에서 백혈병 세포가 관찰되지 않음)가 되어 같은 해 12. 4.부터 공고요법(재발을 막기 위해 시행하는 항암 화학요법)을 시행받았으나 2010. 2. 23. 재발하였다. 다음날 2차 관해유도 항암 화학요법을 시행받았으나 관해에 실패하였고 같은 해 5. 12. 3차 관해유도 항암 화학요법을 시행받았으나 역시 관해에 실패하여 같은 해 7. 9.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1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위 인정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이 근무하던 FC 생산공정과 기타 작업장의 공기에서 벤젠이 검출되지 않은 점, ② FC 생산공정에서 유기과산화물의 제조원료로 벤젠이 사용되지 않은 점, ③ 비록 제조원료인 에틸벤젠과 톨루엔에 벤젠이 일부 함유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그 함유량이 극히 적을 뿐만 아니라 공정과정에서 설비 외부로 유출되지 않은 이상 그로 인해 망인이 벤젠에 노출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 ④ 실험실에서 품질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벤젠이 사용되고 있기는 하나 현장직 근로자인 망인이 실험실에 출입할 일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간혹 망인이 직접 표본을 채취하여 실험실에 가져다주는 경우에도 실험실에서 직접 표본을 분석하지 않은 이상 벤젠에 노출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벤젠에 노출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의학적 견해도 없는 점, ⑥ 현대의학상 이 사건 상병의 발병원인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망인이 백혈병의 가족력이 없고 흡연도 하지 않았으며 상당히 건강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작업환경 때문에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원고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및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진창수

판사 이강호

판사 홍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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