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 중 ‘10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이 살인죄의 법정형 중 유기징역형보다 무겁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가혹하고 무거운 형벌인지 여부(소극)
2.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법상의 수뢰죄에 비하여 과중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었는지 여부(소극)
3.이 사건 법률조항이 작량감경을 하여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법정형을 정한 것이 법관의 양형재량권 및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입법자가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사람의 생명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살인죄와 공무원의 직무 순수성 내지 그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서로 보호법익과 죄질이 다르므로, 살인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중을 판단할 수는 없다.
2.뇌물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수뢰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중된다는 점에서 볼 때, 수뢰액의 다과를 뇌물죄 경중을 가리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이고, 수뢰액이 5,0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뢰액의 상한에 제한을 두지 아니하면서도 그 법정형에 사형이 없어, 살인죄와 비교하여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
하다고는 볼 수 없다.
3. 입법자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 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예방의 목적을 강조한 나머지 법정형이 다른 입법례에 비추어 현저히 과중하고, 법익침해의 정도 즉 수뢰액만을 지나치게 중시함으로써 법관이 구체적 사건에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합리적이고 적정한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여 법관의 양형선택 및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양형실무상으로도 작량감경이 일상화되어 있는 등 강한 엄벌주의를 통해 달성하려고 하였던 일반예방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뢰행위의 유형 및 부정처사의 유무에 관계없이 단순히 수뢰액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법정형을 규정하고 부정처사없는 수뢰죄에 대한 법정형의 하한을 과도하게 높여 놓았으며 포괄일죄로 의율되는지 혹은 경합범으로 의율되는지에 따라 지나치게 현저한 차이가 발생되는 등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라는 실질적 평등원칙에 어긋나고,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은 입법형태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1. 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생략
② 삭제
형법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후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형법 제130조(제삼자뇌물제공)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삼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형법 제131조(수뢰후부정처사, 사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전2조의 죄를 범하여 부정한 행위를 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한 후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거나 제삼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③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었던 자가 그 재직 중에 청탁을 받고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한 후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④ 전3항의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형법 제132조(알선수뢰)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참조판례
1.,2.,3.헌재1995.4.20. 93헌바40 , 판례집 7-1, 539, 539-541
헌재 2001. 5. 31. 2000헌바91
헌재 2004. 4. 29. 2003헌바118 , 판례집 16-1, 528, 528-540
당사자
청 구 인 윤○한
대리인 변호사 조병훈 외 1인
당해사건 서울고등법원 2004노2985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주문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1998. 6. 1.경부터 2000. 9. 21.경까지 ○○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서 컴퓨터소프트웨어기술연구소 컴퓨터시스템연구부 부장으로 근무하였던 자인데, 2000. 6. 14.경 주식회사 ○○의 대표이사 장○석으로부터 금60,000,000원을 수수하여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자가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적용법조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129조 제1항이다).
(2) 청구인은 1심에서 징역 5년, 추징 6천만 원의 형을 선고받고(2004고합977), 항소(2004노2985)하여 소송계속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의 위헌 여부가 위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며 서울고등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2005초기58)을 하였으나, 위 법원이 2005. 3. 18. 항소를 기각함과 동시에 위 신청을 기각하자, 청구인은 2005. 3. 23. 위 제청신청 기각결정을 송달받은 후 같은 해 4. 20.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위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되고, 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1호 중 형법 제129조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심판대상 법률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되고,
1.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수뢰액이 1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삭제
기타 관련조항의 내용은 [별지]와 같다.
2. 청구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이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살인죄보다 법정형의 하한을 높게 규정하는 등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한 법정형을 규정하여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배되고, 또한 작량감경을 하여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법관의 양형재량을 지나치게 침해하며, 수뢰의 행위유형과 부정처사 유무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수뢰액을 기준으로 법정형을 가중하고 있어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1) 살인죄와 뇌물죄는 그 보호법익과 죄질이 달라 평면적 비교가 어렵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정형의 하한은 살인죄보다 높으나 사형은 규정하지 않고 있어 상한은 더 낮다는 점, 살인죄보다 법정형의 하한이 높은 다른 범죄(예컨대 형법 제337조의 강도상해죄 규정 등)에 대한 규정이나 법정형에 관한 입법자의 재량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거나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은 과중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입법자는 수뢰액 5,000만 원 이상의 수뢰죄를 범한 자에 대하여는 그 불법과 비난가능성을 높게 평가하여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할 수 없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것이라 보기 어렵다.
(3) 뇌물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수뢰액이 많을수록 가중된다는 점에서 수뢰액을 기준으로 한 가중처벌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기능의 공정성, 공무의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긍정되며, 뇌물죄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수뢰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중된다는 점에서 수뢰액을 기준으로 한 가중처벌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 또한 화폐가치가 하락하였다고 하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수뢰액은 우리 나라의 현 경제 상황에 비추어도 그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그에 따른 형의 가중이 책임원칙에 반하는 과도한 형벌이라 하기 어렵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가중처벌하는 형법상 각 뇌물죄의 행위태양 및 죄질과 위험성의 정도가 각기 다르다 하더라도 특수한 구성요건, 즉 일정한 수뢰액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동일한 정도의 위험성이 있게 되므로 각 죄별로 다른 법정형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평등원칙에 반하다고 보기 어렵다.
3. 판 단
(1)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므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
(2) 보호법익과 죄질이 서로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범죄를 동일 선상에 놓고 그 중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한 평면적인 비교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과중 여부를 판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살인죄는 강학상의 이른바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로서 그 보호법익은 사람의 생명이고 형법상의 수뢰죄나 이 사건 조항은 이른바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로서 그 보호법익은 국가기능의 공정성이며 더 구체적으로는 공무원의 직무 순
수성 내지 그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므로 양자는 그 보호법익과 죄질이 다르다. 따라서 살인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형의 경중을 논단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이 점은 사람의 생명이 가장 존귀한 형벌법규의 보호법익이라 하더라도 결론을 달리할 수 없다.
(3) 뇌물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수뢰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중된다는 점에서 볼 때, 수뢰액을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은 비록 수뢰액의 다과만이 그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가장 중요한 기준임에 비추어 일응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 할 것이고,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는 모든 수뢰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뢰액이 5,0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과 수뢰액의 상한에 제한을 두지 아니하면서도 그 법정형에 사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것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4) 입법자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 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5)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이나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유래하는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할 수 없고 따라서 헌법 제10조의 인간존중의 이념에도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나.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판시 이후 현재까지 이를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정변경이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
영준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한다는 의견에 찬성하지 아니하므로 다음과 같이 위헌의견을 밝힌다.
가. 형벌의 한계
(1) 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작용인 형벌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바, 이를 위하여 책임 없이는 형벌을 받지 아니한다는 책임원칙에 구속되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후·보충적으로 발동되어야 하며, 실효성을 넘는 과중한 형벌이 부과되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2) 물론 형벌에 대한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가 입법재량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입법재량은 위와 같은 한계를 넘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으므로,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할 때에는 헌법 제10조에 의한 내재적 한계 이외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입법금지의 정신에 따라 합리적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도록 하고,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하며, 헌법 제11조의 실질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여야 한다. 이러한 요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포함한 특별형벌법과 같이 중벌(重罰)주의로 대처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헌재 2006. 4. 27. 2006헌가5 , 공보 115, 619, 620 참조).
우리 재판소도 이러한 이유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2항 제1호에 대한 헌법소원사건(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25-254),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항 위헌소원사건(헌재 2003. 11. 27. 2002헌바24 , 판례집 15-2하, 242, 242-257),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2항 중 협박죄 부분에 대한 위헌제청사건(헌재 2004. 12. 16. 2003헌가12 , 판례집 16-2하, 446, 446-460),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 제4항 제1호 등 위헌제청사건(위 2006헌가5 , 공보 115, 619, 619-625) 등에서 해당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을 선언한 바 있다.
(3)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인지 여부는 위와 같은 헌법상 원리와 우리 재판소 선례의 진정한 취지에 비추어 판단되어야 한다.
나. 책임과 형벌 간 비례의 원칙 준수 여부
(1) 범죄와 형벌의 균형은 헌법질서에 기초한 그 시대의 가치체계와 일치되어야 하고, 특별한 이유로 형을 가중하는 경우에도 형벌의 양은 책임의 정도를 초과해서는 아니 된다(헌재 2004. 12. 16. 2003헌가12 , 판례집 16-2하, 446, 457-458 참조).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1966. 2. 23. 공무원의 수뢰죄에 대하여 수뢰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되, 특히 고액수뢰자를 엄단하여 건전한 사회질서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일반예방적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그 후 경제사정의 변동에 따른 화폐가치의 하락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이전에 2회에 걸쳐 처벌기준인 수뢰액을 상향하는 개정이 있었고,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이후에도 처벌기준이 되는 수뢰액을 세분화하면서 일부 상향조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목적과 수차례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된다.
(3) 먼저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보면, 수뢰액을 단일한 기준으로 하여 가중 처벌하는 외국의 입법례는 없는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도 다른 입법례에 비추어 현저히 과중하다.
(4) 형사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즉 강한 엄벌주의를 통하여 달성하려고 했던 일반예방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수뢰죄의 통계적인 연도별 추이를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제·개정과 관계가 없고, 양형실무상으로도 작량감경이 일상화되어 있어 감경없이 선고되는 사례가 극히 이례적인 실정이다. 실효성 없는 형벌은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법질서의 영속성과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형벌의 일반예방적 기능까지 해치게 되는 것이다.
(5)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침해의 정도, 즉 수뢰액만을 지나치게 중시하여 법관의 양형선택 및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즉 입법자는, 법관이 구체적 사건에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합리적이고 적정한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정형을 정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만일 수뢰액이 5,000만 원 이상이고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법관이 범행의 동기, 범인의 성행, 전과 유무, 증뢰자에 대한 관계, 부정처사 유무 등을
고려할 여지도 없이 집행유예조차 선고할 수 없게 됨으로써 법관의 양형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형벌체계상 균형성 및 평등원칙 위반 여부
(1) 기본법인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구체적인 법정형은 개별적인 보호법익에 대한 통일적인 가치체계를 표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가치판단은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 형법은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공무원 직무의 불가매수성으로 하면서 직무와의 관련 정도에 따라, 사전수뢰죄(형법 제129조 제2항) 및 알선수뢰죄(형법 제132조)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수뢰죄(형법 제129조 제1항), 제3자뇌물제공죄(형법 제130조) 및 사후수뢰죄(형법 제131조 제3항)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다만 사후수뢰죄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병과 가능), 수뢰 후 부정처사죄(형법 제131조 제1항, 제2항)는 1년 이상(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법은 직무와의 관련 정도 및 수뢰후 부정처사의 유무에 따라 법정형 간에 현저한 차이를 두는데 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뢰행위의 유형 및 부정처사의 유무에 관계없이 단순히 수뢰액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법정형을 규정하고, 나아가 부정처사 없는 수뢰죄에 대하여도 법정형의 하한을 과도하게 높여 놓았다.
(2)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뢰액만을 기준으로 차등적 처벌을 하다 보니, 포괄일죄로 의율되는지 혹은 경합범으로 의율되는지에 따라 지나치게 현저한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1,000만 원 미만의 여러 차례 수뢰를 하여 그 합계가 5,000만 원에 이른 경우에, 만일 경합범으로 의율되면 처단형이 7년 6월 이하의 징역형인 반면, 포괄일죄로 의율되면 법정형이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되는바, 어떻게 의율되는지에 따라 생기는 이러한 차이는 헌법이 허용하는 합리적 범위를 초과한다 할 것이다.
(3) 결국 이러한 규정은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라는 실질적 평등원칙에 어긋나고,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은 입법형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라. 결 론
따라서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여 행위자의 책임과 형벌 사이에 비례관계가 준수되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실질적 법치국가 이념에 어긋나고, 형벌 본래의 기
능과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여 과잉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며,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하여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등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다.
재판관
재판관 주선회(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주심)
별지
[별 지] 관련조항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된 것)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그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하 본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중처벌한다.
1.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인 때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수뢰액이 3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삭제
이 법은 공포 후 3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등의설립·운영및육성에관한법률 제33조(벌칙적용에 있어서의 공무원 의제) 연구기관 및 연구회의 임원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원은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등의설립·운영및육성에관한법률시행령(1999. 1. 29. 대통령령 제16093호로 제정된 것) 제21조(벌칙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직원의 범위) 법 제33조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원”이라 함은 연구기관 및 연구회의 연구원 및 과장급 이상의 직원을 말한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129조(수뢰, 사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
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②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가 그 담당할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후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제130조(제삼자뇌물제공)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삼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제131조(수뢰후부정처사, 사후수뢰) 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전 2조의 죄를 범하여 부정한 행위를 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한 후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거나 제삼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③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었던 자가 그 재직중에 청탁을 받고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한 후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④ 전 3항의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제132조(알선수뢰)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